버진로드를 아버지와 걷기 싫습니다

7201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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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전제로 진지하게 만나는 남자친구가 있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결혼이 마냥 머나먼 날의 일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버진로드를 걸을 때, 아버지와 같이 입장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잦은 외도로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신 분입니다

내연녀가 불쑥 집으로 찾아와 가족 모두와 대면했던 어느 날의 새벽과,
잠긴 문 너머로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하는 소리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저는 부모님께서 서와 법원을 자주 오고가는 통에 홀로 집에 남겨질 수 밖에 없었던 그 시간을 제일 싫어했으며 어머니를 울렸던 아버지를 미워했습니다

아버지의 외도는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손찌검은 시간이 지나며 사라졌지만 늘 이혼이란 말을 입에 달고 지내시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네요

어머니도 약 10년동안을 이혼할거라고 말씀하셨지만 아버지가 바람을 피웠을 때 뿐이지 평상시엔 그냥 흔한 아내입니다
아버지가 일이 너무 힘들어 밖에서 위로 받는 것뿐이다 네 아버지도 불쌍한 사람이다 라는 말씀을 하셔서 절 답답하게 만드는 것만 아니라면요

친척 어른들도 아버지께 밖으로 그만 놀고 가족에게 잘해라~ 하는 말씀 외엔 안하십니다

이 상황처럼 아버지께서 여자 문제만 빼면 평범한 가장이기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주위의 질책도 금방 그치고 맙니다

하지만 전 10년 전 아버지가 지속적으로 만났던 내연녀의 이름을 지금까지도 불현듯 떠올릴만큼 어렸을 적의 어두운 기억과, 이혼을 못하는게 저 때문이라는 어머니의 말씀으로 인한 죄책감을 아직까지도 지니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아버지를 증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고 3때, 가족간의 불화와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아버지와 1년 동안 같은 공간에 있지도, 말을 섞지도 않았습니다

그 상황에서 아버지를 이해하라, 너가 양보해라 라는 말들만 수십 수백번 들었네요

지금은 평범한 부녀지간인데, 그 안엔 딸을 불편해하는 아빠와 남들 모르게 경멸의 마음을 품고 있는 딸이 있습니다 참 웃기지요



겁이 많은 사람인지라 못된 자식이라며 쏟아질 비난들에 마주하기 힘들 것 같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가정사를 구구절절 적어버렸습니다

정말 본론은, 아버지와 버진로드를 함께 서기 싫다는 것이며 이에 대한 조언을 얻고 싶다는 것입니다

미우나 고우나 아버지는 아버지이니 용서하고 증오하는 제 마음을 씻어버려야 할 지,
제 마음을 관철하여 다른 방안을 내세울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제가 이 생각을 어머니께 말씀드리면 어머니는 네 마음을 이해하지만 그 순간만 참아라. 하실 것이 분명하여 말씀드리는 것이 방안이 되진 않을 것 같으니
신부 입장시에 아버지가 동행하지 않는 예식 방법으로 식을 치루고 싶으나
전통적인 것을 추구하시는 친가 어르신들께서 반대하실 것 같네요..

따끔한 충고도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런 경우를 겪으신 다른 분들의 경험도 듣고 싶습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