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어금쇠도 섣불리 공격을 못하는 까닭은 서희에서 나오는 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동안 이런 대치상태가 이어지다가 어금쇠가 먼저 마치 목을 치는 것과 같이 망나니칼을 내리치면서 들어오자 옆으로 살짝 피하면서 옆구리를 발로 찼다. 그러나 몸이 돌처럼 단단해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정도는 어금쇠에게는 마치 모기한마리가 살짝 물고간 정도밖에 안되었다.
어금쇠는 맞은 부위를 긁적긁적 긁더니 옆에 차고 있던 호리병에서 물을 꿀꺽꿀꺽 들이키더니 그것을 퓨우~ 하고 서희의 얼굴에 뿜었다. 서희는 잠시 어금쇠를 시야에서 놓쳤는데 그 찰라의 순간에 어금쇠는 옆으로 비끼더니 밑에서부터 위로 올려쳤다. 그러자 서희의 왼쪽 손목이 날라갔다. 조금만 더 깊었으면 서희의 몸이 반으로 쪼개질뻔한 순간이었다. 그래도 이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서희는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서희는 오른손을 앞으로 쭉뻗어서 화룡을 날렸다. 그러자 어금쇠는 망나니칼을 세로로 곧추잡자 화룡은 칼의몸체에 부딪히면서 캬아아악~ 하는 비명소리를 내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어금쇠는 싱긋웃으면서 앞으로 다가오자 서희는 당황해서 주춤 몇발자욱 뒤로 뒷걸음질쳤다.
서희는 다시 손을 뻗으면서 설보상설술을 썼다. 순식간에 어금쇠는 칼을 잡은 자세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걸보고 있던 동자승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아니 발화술에 설보상설술까지..'
서희는 이제 겨우 끝냈구나 생각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뒤돌아서 가는데 뒤에서 찌직찌직하고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나더 이내 쾅하고 얼음을 깨고 어금쇠가 달려나와서 서희를 향해서 칼을 휘둘렀다. 붕붕하고 바람소리가 나면서 간발의 차이로 비껴날때마다 간담이 서늘해졌다. 서희는 마땅히 공격도 제대로하지도 못하고 피하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피할수만 없었다. 한방만 스쳐맞아도 끝나버리는것은 너무나 명백하므로 다른 방도를 찾아야했다. 서희의 머리속 문득 전에 보았던 승미아버지의 초연검이 떠올랐다. 초연검을 처음 보았을때 예사 검은 아니라는걸 서희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리고 고수가 창고에서 은진을 데리고 나올때 초연검이 발끝에 걸렸던게 생각이 났다. 승미아버지가 아마도 갑작스러운 불길로 당황해서 미처 챙기지 못한것이리라.
서희는 초연검을 불러들였다. 그러자 창고바닥에 있던 초연검이 공중을 날라서 서희손으로 착들어왔다.
어금쇠는
"흥..그래 이제는 칼로 해보겠다는거냐?" 어금쇠의 낮고 거친목소리는 지옥끝에서 들려오는듯 했다.
"칼은 이렇게 쓰는거다."라고 하면서 몸통을 노리고 칼날을 옆으로 눕혀서 치자 서희는 초연검을 세워서 막았으나 어금쇠의 힘때문에 휘청하면서 저쪽 끝까지 밀렸다. 어금쇠의 공격은 마치 소나기처럼 마구 퍼붓어졌다. 쨍~하고 마찰음과 동시에 칼에서 불꽃이 튀었다.
'젠장 이렇게 끝났는가? 뭔가.. 뭔가 방법이 있을거야.. 아하 그래..피..초연검은 피를 먹어야지..'
서희는 두리번거리다가 저쪽에 있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화령사쪽으로 달려가서 화령사의 피를 초연검에 발랐다. 그러자 초연검이 부르르 떨더니 윙윙윙하는 소리를 냈다. 마치 들소가 뿔을 세우고 적을 향해서 달려들기전에 발로 땅을 파면서 콧김을 내쉬는것 처럼... 초연검은 일반인이 쓰면 단지 뭐든지 잘베는 명검이지만 서희처럼 기를 컨트롤할줄 아는이에게는 기검(氣劍)이 되는것이다. 또한 화령사처럼 공력이 높은사람의 피가 묻으면 그 공력이 수십수백배이상 높아진다.
초연검을 처음 만든 대장장이가 이검을 만들기 위해서 자신의 아이와 아내를 펄펄끊는 쇳물속에 집어넣고 그렇게 초연검은 만들어졌다. 초연검이 푸른빛을 발하기 시작하자 뭔가 알수없는 평안함이 서희에게 느껴졌다. 마치 쇳물속에 들어가는중에도 자신의 아이를 꼭안은 어머니의 품처럼...
어금쇠는 공중으로 뛰어오르면서 서희의 머리를 노리면서 있는 힘껏 내리치자 서희는 위로 후려치듯이 크게 반원을 그리면서 올려치자 초연검과 망나니칼이 부딪히면 쾅하는 소리와 함께 어금쇠를 밀어냈다. 어금쇠는 공중에서 밀려서 바닥에 쿵하고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넘어졌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해서 어이가 없는듯 주저앉아있다가 자신이 볼썽사납게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졌다는 사실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 곧바로 일어나서 다시 거세게 공격을 했지만 초연검에 의해서 모두 막혀버렸다. 성질이 불같은 어금쇠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면서 길길이 뛰었지만 그렇다고해서 변하는것은 없었다.
가만히 보고 있던 동자승은 형세가 불리하게 돌아가는것을 보고 소매에 있는 하얀가루병을 사방에 던지고 주문을 외우자 수천명의 망자들이 땅을 뚫고 나왔다.
서희와 어금쇠는 서로 대치한 상태로 있고 그주위를 수천명의 망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어금쇠 하나만으로 벅찬데 거기에 수천명의 망자들... 서희는 아귀처럼 달려드는 망자들을 초연검으로 미친듯이 베고 또 베면서 동시에 어금쇠 상대를 했다. 그러나 한도끝도 없이 달려드는 망자들 앞에서 시작한 서희는 검을 들고 있는것조차도 무겁게 느껴질만큼 지치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정말 끝장이군...'
서희가 이렇게 거의 자포자기하고 있을때 초연검이 푸른색에서 붉은빛으로 변하면서 서서히 위로 올라가서 한손이 번쩍든 상태에서 멈추고 칼끝에서 나온 붉은빛이 붉은막으로 변해서 서희의 머리부터 발까지 덮었다. 그리고나서 갑자기 하늘이 밤처럼 어두워지더니 번개가 주위에 쾅쾅 연달아 떨어지면서 하늘에서 굵은 소나기처럼 불비가 내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주위는 불바다로 변하고 망자들은 타들어갔다. 천하의 어금쇠마저도 불비만큼은 어떻게 할수 없는지 불붙은 몸을 끄기위해서 비명을 지르면서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하지만 붉은막이 마치 우산처럼 불비를 막아주어서 서희는 상처하나 없이 무사할수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내리던 불비가 멈추고 붉은막마저 사라지자 서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수천명의 망자들은 서로 엉켜서 모두 검은 숯이 되었다. 물론 어금쇠도 자신의 망나니칼을 땅에 박고 숯덩어리가 되어있었다. 반경 1킬로내에 있는 모든것이 재가 되어서 마치 검은바다처럼 보였다. 그리고 갑자기 불어온 돌풍에 검은재들이 하늘위로 소용돌이치면서 올라가면서 모든것이 깨끗이 사라졌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다시 모든것이 원래상태로 돌아오자 서희는 초연검을 한동안 가만히 쳐다보다가 초연검의 칼날을 반으로 짤랐다. 그러자 그곳에서 옥구슬만한 하얀 두개의 령이 나와서 마치 나비처럼 서희의 주위를 맴돌았다. 마치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것처럼...
서희는
"고맙습니다...다음세상에는 꼭 모자의 인연으로 다시 만나서 부디 행복하게 사시길 기원합니다." 하고 합장을 하면서 빌자
하얀 두개의 령은 하늘위로 올라갔다. 서희는 고개를 들어서 그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그리움처럼 보고싶은 얼굴이 하나 떠올랐다.
'그래 고수야...기다려 내가 지금 갈께..조금만 기다려...' 하고 껑충껑충 날아가듯이 달려갔다.
"선생님..승미는요?"
수술실에서 나오던 의사는 선영을 보더니
"환자분 보호자분 되십니까?"
"아니요..친구인데요.."
"죄송하지만 보호자분이 아니라면 말씀 드리기가 곤란합니다. ..." 하고 살짝 목례를 하고 지나쳐갈려는 의사의 소매가운을 잡으면서
"선생님 혹시 위급한가요? 생명에 지장이라도.."
"필요한 조치는 다 했습니다. 다만..." 선영은 긴장한 눈으로 의사를 쳐다보자 의사는 망설이다가
"보호자분은 어디에 계신가요?"
"지금 오는 길이라고 전화가 왔는데요...선생님 승미 괜찮죠? 괜찮은거죠?"
"네에 괜찮습니다. 자세한 애기는 보호자분이 오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때 수술실 문이 열리고 회복실로 옮기기위해서 이동침대에 승미에 누워있었는데 아직 마취가 풀리지 않은 상태라서 눈을 감고 있었다.
"승미야~ 승미야~"
선영은 침대를 따라가면서 울먹이듯 승미를 불렀다. 며칠사이에 몰라보게 여윈 얼굴과 파릿한 손목이 선영이 가슴을 더욱더 아프게했다.
승미는 회복실로 들어가고 출입제한된 곳이라 선영은 들어가지 못하고 회복실 앞에 소파에 무너지듯 앉았다.
'승미야...미안해 나때문에..나때문에...'
고개를 숙이자 눈물이 주르륵 흘러서 손등으로 떨어졌다.
병원에 도착한 차승태는 회복실로 뛰어올라와서 다급한 목소리로
"선영아~ 승미는.. 우리는 승미?"
"수술은 무사히 잘마치구요..조금전에 회복실에 들어갔는데..못들어가게 하네요. 그리고 의사선생님께서 오시면 말씀드릴것이 있다고 오시는 즉시 진료실로 오시라고 하시던데요."
"휴~ 그래도 무사하다니깐 다행이다...너도 다친데 없지?"
"네에..지금 가보세요."
"그래 알았다..갔다와서 애기하자."
승미담당의사앞에 차승태가 앉았다. 여의사는 아연질색을 했다. 그럴수 밖에 없는게 얼굴은 온통 피투성이고 여기저기 칼에 찔려서 피가 흐르고 거기다가 화상까지 무슨 외상을 나타날수 있는 것은 다 보여주는것 같았다.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차승태는
"제딸 어떻습니까?"
"그것보다 먼저 그쪽부터 치료받으세요."
"그것은 나중에 하고 제딸은요?"
"차승태 이제 정신차릴때도 되지 않았나?"
"네에? "
"짜식 아직도 어리버리네..어릴때도 그러더니..."
"누구?" 차승태는 어리둥절하면서 여의사를 찬찬히 보다가
"아하~ 너 순덕이 맞지? 우리 옆집에 살던 딸부자집...맞지?"
여의사가 빙긋 웃자
"너 요즈음도 빨간약 주냐?"
"?"
"어릴때 너가 그래잖아. 빨간벽돌 갈은거랑 길가에 난 잡초 찧어서 버무려서 안먹겠다는 사람한테 이것 먹으면 힘이 열배나 세진다고 뻥쳐서 먹이고.." 그것 먹고 급성맹장염 걸려서 병원가서 수술받았을때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의아해 했는줄알아? 씩씩하게 잘놀던 애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맹장염이니.."
순덕은 옛날을 기억해내고 깔깔 웃는다.
"하하하..내가 그랬나?"
"그리고 너 병원놀이할때 진찰한다는 명목아래 남자애들 바지를 다벗겨놓고 어찌나 열심히 관찰하던지..그러더니 정말 의사가 됐네."
"짜식 기억력도 좋네..."
순덕은 차승태의 상처를 가만히 보더니 의료기구가 있는 캐리어를 옆에다 끌어놓고
"이건뭐 한두군데라야 부분마취를 하고 꼬메던 말던하지. 이건 뭐 미싱으로 박아야겠다. 어릴때부터 쌈박질 좋아하더니... 쯔쯧 아직까지 그러냐?" 하면서 차승태의 찢어진 이마를 꿰맨다.
"순덕아~ 승미는 어떠냐?"
"얌마...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치료중이잖아"
한참을 그렇게 아무말 없이 치료를 하고 순덕은
"커피할래?"
"응"
순덕은 커피를 타면서
"애엄마는 어디갔나봐? 안보이던데.."
"죽었어...승미가 어릴때..."
"아~ 미안하다...그것도 모르고 .."
"괜찮아..너는?"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지금은 혼자 살아."
"애는?"
"아들래미가 하나 있는데 이혼할때 빼긴건지? 준건지 몰라도 아무튼 시댁에서 키우고 있어."
"그래?..순덕아~ 음..저기 우리 승미는?"
순덕은 탁자위에 커피잔을 내려놓고 심각한 얼굴로
"상태가 안좋다."
차승태는 얼굴이 굳어지면서
"생명에 지장이 있는거냐?"
순덕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아니 그런뜻이 아니라...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승태야 돌려서 말하지 않을께.. 승미는 앞으로 애를 가질수없을것 같다. 아마도 집단으로...음..그것때문에 자궁파열이 일어나서..."
차승태는 고개를 숙이고
"그리고?"
"그리고 회복실에서 깨어난후 앞으로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한 후유증도 생각해야하고 그리고 약물중독도 있어서 재활치료가 필요하고...아무튼 미안하다.."
내사랑 유령 (71)
71.
천하의 어금쇠도 섣불리 공격을 못하는 까닭은 서희에서 나오는 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동안 이런 대치상태가 이어지다가 어금쇠가 먼저 마치 목을 치는 것과 같이
망나니칼을 내리치면서 들어오자 옆으로 살짝 피하면서 옆구리를 발로 찼다.
그러나 몸이 돌처럼 단단해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정도는 어금쇠에게는 마치 모기한마리가 살짝 물고간 정도밖에 안되었다.
어금쇠는 맞은 부위를 긁적긁적 긁더니 옆에 차고 있던 호리병에서 물을
꿀꺽꿀꺽 들이키더니 그것을 퓨우~ 하고 서희의 얼굴에 뿜었다.
서희는 잠시 어금쇠를 시야에서 놓쳤는데 그 찰라의 순간에 어금쇠는
옆으로 비끼더니 밑에서부터 위로 올려쳤다.
그러자 서희의 왼쪽 손목이 날라갔다.
조금만 더 깊었으면 서희의 몸이 반으로 쪼개질뻔한 순간이었다.
그래도 이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서희는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서희는 오른손을 앞으로 쭉뻗어서 화룡을 날렸다.
그러자 어금쇠는 망나니칼을 세로로 곧추잡자
화룡은 칼의몸체에 부딪히면서 캬아아악~ 하는 비명소리를 내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어금쇠는 싱긋웃으면서 앞으로 다가오자
서희는 당황해서 주춤 몇발자욱 뒤로 뒷걸음질쳤다.
서희는 다시 손을 뻗으면서 설보상설술을 썼다.
순식간에 어금쇠는 칼을 잡은 자세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걸보고 있던 동자승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아니 발화술에 설보상설술까지..'
서희는 이제 겨우 끝냈구나 생각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뒤돌아서 가는데
뒤에서 찌직찌직하고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나더 이내 쾅하고
얼음을 깨고 어금쇠가 달려나와서 서희를 향해서 칼을 휘둘렀다.
붕붕하고 바람소리가 나면서 간발의 차이로 비껴날때마다 간담이 서늘해졌다.
서희는 마땅히 공격도 제대로하지도 못하고 피하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피할수만 없었다.
한방만 스쳐맞아도 끝나버리는것은 너무나 명백하므로 다른 방도를 찾아야했다.
서희의 머리속 문득 전에 보았던 승미아버지의 초연검이 떠올랐다.
초연검을 처음 보았을때 예사 검은 아니라는걸 서희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리고 고수가 창고에서 은진을 데리고 나올때 초연검이 발끝에 걸렸던게 생각이 났다.
승미아버지가 아마도 갑작스러운 불길로 당황해서 미처 챙기지 못한것이리라.
서희는 초연검을 불러들였다.
그러자 창고바닥에 있던 초연검이 공중을 날라서 서희손으로 착들어왔다.
어금쇠는
"흥..그래 이제는 칼로 해보겠다는거냐?"
어금쇠의 낮고 거친목소리는 지옥끝에서 들려오는듯 했다.
"칼은 이렇게 쓰는거다."라고 하면서 몸통을 노리고 칼날을 옆으로 눕혀서 치자
서희는 초연검을 세워서 막았으나 어금쇠의 힘때문에 휘청하면서 저쪽 끝까지 밀렸다.
어금쇠의 공격은 마치 소나기처럼 마구 퍼붓어졌다.
쨍~하고 마찰음과 동시에 칼에서 불꽃이 튀었다.
'젠장 이렇게 끝났는가? 뭔가.. 뭔가 방법이 있을거야..
아하 그래..피..초연검은 피를 먹어야지..'
서희는 두리번거리다가 저쪽에 있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화령사쪽으로 달려가서
화령사의 피를 초연검에 발랐다.
그러자 초연검이 부르르 떨더니 윙윙윙하는 소리를 냈다.
마치 들소가 뿔을 세우고 적을 향해서 달려들기전에 발로 땅을 파면서
콧김을 내쉬는것 처럼...
초연검은 일반인이 쓰면 단지 뭐든지 잘베는 명검이지만 서희처럼 기를 컨트롤할줄
아는이에게는 기검(氣劍)이 되는것이다.
또한 화령사처럼 공력이 높은사람의 피가 묻으면 그 공력이 수십수백배이상 높아진다.
초연검을 처음 만든 대장장이가 이검을 만들기 위해서 자신의 아이와 아내를
펄펄끊는 쇳물속에 집어넣고 그렇게 초연검은 만들어졌다.
초연검이 푸른빛을 발하기 시작하자 뭔가 알수없는 평안함이 서희에게 느껴졌다.
마치 쇳물속에 들어가는중에도 자신의 아이를 꼭안은 어머니의 품처럼...
어금쇠는 공중으로 뛰어오르면서 서희의 머리를 노리면서 있는 힘껏 내리치자
서희는 위로 후려치듯이 크게 반원을 그리면서 올려치자
초연검과 망나니칼이 부딪히면 쾅하는 소리와 함께 어금쇠를 밀어냈다.
어금쇠는 공중에서 밀려서 바닥에 쿵하고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넘어졌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해서 어이가 없는듯 주저앉아있다가 자신이 볼썽사납게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졌다는 사실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
곧바로 일어나서 다시 거세게 공격을 했지만 초연검에 의해서 모두 막혀버렸다.
성질이 불같은 어금쇠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면서 길길이 뛰었지만
그렇다고해서 변하는것은 없었다.
가만히 보고 있던 동자승은 형세가 불리하게 돌아가는것을 보고
소매에 있는 하얀가루병을 사방에 던지고 주문을 외우자
수천명의 망자들이 땅을 뚫고 나왔다.
서희와 어금쇠는 서로 대치한 상태로 있고 그주위를 수천명의 망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어금쇠 하나만으로 벅찬데 거기에 수천명의 망자들...
서희는 아귀처럼 달려드는 망자들을 초연검으로 미친듯이 베고 또 베면서
동시에 어금쇠 상대를 했다.
그러나 한도끝도 없이 달려드는 망자들 앞에서 시작한 서희는 검을 들고 있는것조차도
무겁게 느껴질만큼 지치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정말 끝장이군...'
서희가 이렇게 거의 자포자기하고 있을때 초연검이 푸른색에서 붉은빛으로 변하면서
서서히 위로 올라가서 한손이 번쩍든 상태에서 멈추고 칼끝에서 나온
붉은빛이 붉은막으로 변해서 서희의 머리부터 발까지 덮었다.
그리고나서 갑자기 하늘이 밤처럼 어두워지더니 번개가 주위에 쾅쾅 연달아 떨어지면서
하늘에서 굵은 소나기처럼 불비가 내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주위는 불바다로 변하고 망자들은 타들어갔다.
천하의 어금쇠마저도 불비만큼은 어떻게 할수 없는지
불붙은 몸을 끄기위해서 비명을 지르면서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하지만 붉은막이 마치 우산처럼 불비를 막아주어서 서희는 상처하나 없이 무사할수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내리던 불비가 멈추고 붉은막마저 사라지자
서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수천명의 망자들은 서로 엉켜서 모두 검은 숯이 되었다.
물론 어금쇠도 자신의 망나니칼을 땅에 박고 숯덩어리가 되어있었다.
반경 1킬로내에 있는 모든것이 재가 되어서 마치 검은바다처럼 보였다.
그리고 갑자기 불어온 돌풍에 검은재들이 하늘위로 소용돌이치면서 올라가면서
모든것이 깨끗이 사라졌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다시 모든것이 원래상태로 돌아오자 서희는 초연검을
한동안 가만히 쳐다보다가 초연검의 칼날을 반으로 짤랐다.
그러자 그곳에서 옥구슬만한 하얀 두개의 령이 나와서
마치 나비처럼 서희의 주위를 맴돌았다.
마치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것처럼...
서희는
"고맙습니다...다음세상에는 꼭 모자의 인연으로 다시 만나서
부디 행복하게 사시길 기원합니다." 하고 합장을 하면서 빌자
하얀 두개의 령은 하늘위로 올라갔다.
서희는 고개를 들어서 그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그리움처럼 보고싶은 얼굴이 하나 떠올랐다.
'그래 고수야...기다려 내가 지금 갈께..조금만 기다려...'
하고 껑충껑충 날아가듯이 달려갔다.
"선생님..승미는요?"
수술실에서 나오던 의사는 선영을 보더니
"환자분 보호자분 되십니까?"
"아니요..친구인데요.."
"죄송하지만 보호자분이 아니라면 말씀 드리기가 곤란합니다. ..."
하고 살짝 목례를 하고 지나쳐갈려는 의사의 소매가운을 잡으면서
"선생님 혹시 위급한가요? 생명에 지장이라도.."
"필요한 조치는 다 했습니다. 다만..."
선영은 긴장한 눈으로 의사를 쳐다보자 의사는 망설이다가
"보호자분은 어디에 계신가요?"
"지금 오는 길이라고 전화가 왔는데요...선생님 승미 괜찮죠? 괜찮은거죠?"
"네에 괜찮습니다. 자세한 애기는 보호자분이 오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때 수술실 문이 열리고 회복실로 옮기기위해서 이동침대에 승미에 누워있었는데
아직 마취가 풀리지 않은 상태라서 눈을 감고 있었다.
"승미야~ 승미야~"
선영은 침대를 따라가면서 울먹이듯 승미를 불렀다.
며칠사이에 몰라보게 여윈 얼굴과
파릿한 손목이 선영이 가슴을 더욱더 아프게했다.
승미는 회복실로 들어가고 출입제한된 곳이라 선영은 들어가지 못하고
회복실 앞에 소파에 무너지듯 앉았다.
'승미야...미안해 나때문에..나때문에...'
고개를 숙이자 눈물이 주르륵 흘러서 손등으로 떨어졌다.
병원에 도착한 차승태는 회복실로 뛰어올라와서 다급한 목소리로
"선영아~ 승미는.. 우리는 승미?"
"수술은 무사히 잘마치구요..조금전에 회복실에 들어갔는데..못들어가게 하네요.
그리고 의사선생님께서 오시면 말씀드릴것이 있다고 오시는 즉시
진료실로 오시라고 하시던데요."
"휴~ 그래도 무사하다니깐 다행이다...너도 다친데 없지?"
"네에..지금 가보세요."
"그래 알았다..갔다와서 애기하자."
승미담당의사앞에 차승태가 앉았다.
여의사는 아연질색을 했다.
그럴수 밖에 없는게 얼굴은 온통 피투성이고 여기저기 칼에 찔려서 피가 흐르고
거기다가 화상까지 무슨 외상을 나타날수 있는 것은 다 보여주는것 같았다.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차승태는
"제딸 어떻습니까?"
"그것보다 먼저 그쪽부터 치료받으세요."
"그것은 나중에 하고 제딸은요?"
"차승태 이제 정신차릴때도 되지 않았나?"
"네에? "
"짜식 아직도 어리버리네..어릴때도 그러더니..."
"누구?"
차승태는 어리둥절하면서 여의사를 찬찬히 보다가
"아하~ 너 순덕이 맞지? 우리 옆집에 살던 딸부자집...맞지?"
여의사가 빙긋 웃자
"너 요즈음도 빨간약 주냐?"
"?"
"어릴때 너가 그래잖아. 빨간벽돌 갈은거랑 길가에 난 잡초 찧어서 버무려서
안먹겠다는 사람한테 이것 먹으면 힘이 열배나 세진다고 뻥쳐서 먹이고.."
그것 먹고 급성맹장염 걸려서 병원가서 수술받았을때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의아해 했는줄알아?
씩씩하게 잘놀던 애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맹장염이니.."
순덕은 옛날을 기억해내고 깔깔 웃는다.
"하하하..내가 그랬나?"
"그리고 너 병원놀이할때 진찰한다는 명목아래 남자애들 바지를 다벗겨놓고
어찌나 열심히 관찰하던지..그러더니 정말 의사가 됐네."
"짜식 기억력도 좋네..."
순덕은 차승태의 상처를 가만히 보더니 의료기구가 있는 캐리어를 옆에다 끌어놓고
"이건뭐 한두군데라야 부분마취를 하고 꼬메던 말던하지.
이건 뭐 미싱으로 박아야겠다. 어릴때부터 쌈박질 좋아하더니...
쯔쯧 아직까지 그러냐?"
하면서 차승태의 찢어진 이마를 꿰맨다.
"순덕아~ 승미는 어떠냐?"
"얌마...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치료중이잖아"
한참을 그렇게 아무말 없이 치료를 하고 순덕은
"커피할래?"
"응"
순덕은 커피를 타면서
"애엄마는 어디갔나봐? 안보이던데.."
"죽었어...승미가 어릴때..."
"아~ 미안하다...그것도 모르고 .."
"괜찮아..너는?"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지금은 혼자 살아."
"애는?"
"아들래미가 하나 있는데 이혼할때 빼긴건지? 준건지 몰라도 아무튼 시댁에서
키우고 있어."
"그래?..순덕아~ 음..저기 우리 승미는?"
순덕은 탁자위에 커피잔을 내려놓고 심각한 얼굴로
"상태가 안좋다."
차승태는 얼굴이 굳어지면서
"생명에 지장이 있는거냐?"
순덕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아니 그런뜻이 아니라...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승태야 돌려서 말하지 않을께..
승미는 앞으로 애를 가질수없을것 같다.
아마도 집단으로...음..그것때문에 자궁파열이 일어나서..."
차승태는 고개를 숙이고
"그리고?"
"그리고 회복실에서 깨어난후 앞으로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한
후유증도 생각해야하고 그리고 약물중독도 있어서
재활치료가 필요하고...아무튼 미안하다.."
승태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순덕에게 고개 숙이면서
"순덕아..우리딸 잘 부탁한다."
순덕은 벌떡 일어나서 같이 목례를 하면서
"왜 이러냐? 사람 당황되게...알았다 걱정마 내가 신경쓸께.."
"고맙다. 그만 가볼께."
진료실 문을 닫고 병실복도를 걸어가는 한걸음 한걸음이 늪에 빠지는것처럼
아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