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산후우울증. 제가 철없나요

낯선201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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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몇권은 쓸 수 있을듯한 격한 임신기간 보내고 30시간 유도 끝에 아기를 품에 안았습니다. 힘들었던만큼 고대했던 아기라 너무나 사랑스럽고, 동시에 출산을 해야만 없어질거라던 증상들에 대한 호전을 기다렸어요.

신체적인 증상들 외에 우울증이 있었습니다.
안그래도 변해가는 내 몸이 낯선데 중기부터 찾아온 소양증까지 전신에 번지니 밤낮없던 간지러움 만큼이나 흉측한 모습에 거울 앞에서 수없이 무너졌고, 혼자 이악물고 얼음팩 하나로 버텨야 했던 밤들은 너무 괴로웠습니다.
임신 중기부터 아기 낳는 그날까지, 4시간 이상 통잠을 잔 날은 손에 꼽네요.

아기를 낳고 나서 다시 거울앞에 서니 온몸에 소양증 흉터에 튼살, 착색.. 아직 수축이 덜 된 배를 가진 흉한 여자가 퉁퉁 부은 몸으로 서있네요. 남편과는 소양증이 발병한 이후로 관계가 없었어요. 여전히 다정하고, 제 몸상태를 늘 걱정해주지만 여자로써의 제가 아닌 엄마인 저를 보는구나 하는 느낌에 멀게만 느껴집니다. 배가 나오기 시작하니 아기 생각에 죄책감이 들어서라고 했지만-제가봐도 흉한 몸에 연고며 튼살오일을 덕지덕지 바르고 있으니. 여자로 보기엔 힘들었겠죠.

허니문 베이비로 갑자기 찾아온 내 보물같은 아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아가인데 철없는 엄마는 왜 아직도 매일 눈물이 날까요.

거울만 보면 정말 다 부숴버리고 싶어요.
여기저기 욱신거리고 삐걱거리는 몸도 낯설구요.
평생의 연인이라고 생각했던 남자친구, 내 남편은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매일 실연하듯 괴롭고.
그나마도 조리원을 나가면 육아휴직이 끝날 때까지 아기와 친정에 가 있을 예정이라 남편과 있을 시간도 얼마 없다 생각하고 맘을 다잡다가도, 멀쩡한 남편 보면 저만 바보같고.
결혼 후 바로 임신하고 여행 한번을 못갔어서 바다가 그렇게 보고싶었는데.. 내일은, 모레는 꼭.. 벼르다 분명 화낼 남편 생각에 망설이던 사이 아기를 낳고. 이젠 아기가 있으니 정말 못할 일탈이겠죠.

은근슬쩍 우울증 이야기를 꺼냈을때, 남편의 반응은 다들 그렇게 엄마가 되는건데 누가 그런걸로 철없게 우울해 하냐는 식이어서 제대로 말도 못하고 이제까지 참았습니다.
부모님께는 안그래도 임신기간동안 허구헌날 병원에 실려간 딸 걱정하시는데 더 얹어드릴수 없어 참았구요. 학교부터 취업까지, 늘 엄마아빠 자랑스럽게하던 야무진 딸로서 앞으로 같이 사는동안에도 최선을 다해 참겠죠.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있는 예전 모습들 보니 참 예뻤네요.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다시 돌아가서, 이 사람이 다시 예전처럼 저를 사랑해준들 저는 다시 내 남편을 예전과같이 사랑할 수 있을까요.
외양만이 아니라 마음이 제일 못난듯한 지금 이 시간이 아기에 대한 사랑 하나만으로 이겨낼 수 있을만큼 당연한 건가요? 그렇게 못하는 제 모성이 남편 말처럼 철없는 걸까요.
아기가 울면 달래다가 어느 순간 같이 목놓아 우는 제 모습이 너무 낯설고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