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게 진짜 강간이란 글 썼던 쓰니예요.(이번에도 약간 긴글)

향기2016.07.11
조회19,636

댓글들 전부 읽어봤어요. 생각지도 못한 톡선 2위까지 오르면서 추천도 천삼백개씩이나 달리고, 상상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는데, 왠지 제 의도와는 달리 난장판이 되었네요....ㅠㅠ 해명이 필요할 것 같아서 추가해요...

(이틀 동안 댓글란의 난리를 보면서 대댓글도 거의 안 쓰고 이걸 어찌해야 하나?;; 의견을 추가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지금에서야 써봅니다)

저는 24살 미혼 여자구요, 우연히 그 글의 출처인 책-<그녀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책을 읽고 너무나 충격과 감명을 받게 되어서,

그녀의 불편한 진실(↑이렇게 생긴 책입니다. 부제는 '강간피해 생존경험 드러내기'.)판에서도 성폭행 관련을 검색해보다가, 전글에도 썼지만 온갖 무개념 사례들을 보고 복장이 터져서 쓴 글이었어요. 성범죄를 당했는데 옷차림 운운하는 남편, 결혼 전 성폭행 당할 뻔한 사실을 자꾸 들춰내는 남편, 어렸을 때 성폭행 당한 사실을 시댁식구들한테 말해버린 남편, 성폭행당할 뻔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씨X년이라는 아빠, 어렸을 때 자신을 성폭행한 사촌오빠 결혼식에 가기 싫어서 부모님께 뒤늦게 고백했는데 오히려 나쁜년 취급만 받았다는 쓰니 등등. 그런 글들을 보면 댓글란에도 수많은 사연들이 있죠..ㅠㅠ 어찌나, 화가 나던지. 많은 분들이 댓글란에서 지적했듯이 강간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싶었어요. 여성의 옷차림 같은 게 중요한 것이 아니며, 가해자의 잘못인 범죄일 뿐임을. 그리고 이렇게나 끔찍한,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행위임을 알려주고 싶었죠. 그런 남자들에게(물론 남자만 그렇다는 보장은 없죠. 심지어 여자들이라고 해도 자신이 당해보지 않으면 잘 몰라서 똑같이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음) 알리고 싶었어요. 그런 사람들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조금이라도 생각을 고쳤으면 해서. 그런데 댓글란을 보면 남성분 중에 그런 분은 소수였던 것 같네요8ㅁ8. 충격적이다, 강간이 이런 것이라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는 댓글도 많긴 했지만요. 베플에 그런 글이 선정된 게 운이 나빴나?ㅠ_ㅠ그리고 메갈이니 뭐니 하는 댓글이 많아서 쓰는데 저는 거기 회원이 아닙니다;;;; 충격받으신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너무나도 참혹한 내용이니 마음의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는 걸 좀더 많이 경고했어야 했는데. 제가 올린 글이 몇십 페이지에 걸친 분량인데, 늦은 시간까지 타이핑을 하느라 힘든 건 둘째치고 읽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너무나 참혹한 내용들인지라... 저 역시 글 쓰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현기증이 나고, 눈물이 나고, 가슴이 먹먹해지고, 글을 끝낼 무렵에는 거의 탈진상태에 빠졌죠. 그래서 내용 인용을 다 끝내고 나서 진이 빠진 나머지 처음과 끝 부분을 그냥 대강 쓰고 끝내버렸는데, 아무래도 이게 실수였던 것 같네요.ㅠㅠ

사실 저도 책을 읽은 이후로 글을 쓰기까지 저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절함, 서러움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쉽사리 책을 들출 수 없었거든요. 차마 끝까지 못 읽으셨다는 분들, 이해해요8ㅁ8
그리고 '이런 게 진짜 강간이라는 건 뭐냐. 다른 건 가짜 강간이냐?' '이 사례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당했고 심지어 순결한 피해자였다. 강간에 대한 오해만 깊게 할 수 있는 글이다' 라는 요지의 댓글이 있던데...아무래도 글 제목을 잘못 지었던 거 같네요. 이것도 후회 중. '강간이란 건 이런 겁니다'라거나 뭐 이렇게 지을걸ㅠㅠ

 

아참, 저자 테레사는, 이전 글에도 썼지만 충격으로 인해 끝까지 다 못 읽으신 분들을 위해(댓글에 그런 반응이 많더군요) 다시 말씀드리자면, 전 글에 몇 살 때 당했는지 빼먹었는데 열아홉 살 때(1976년 6월 17일 4시 30분부터 14시간 동안) 성폭행을 당했는데요, 그로 인해 임신과 출산을, 그러나 태어나자마자 아이가 죽는 사산을 겪고, 남편과의 사이에서도 아이를 가졌지만 '그 일' 때 자궁이 손상되어 자궁외임신이 된 후 불임이 되는 처참한 경험을 했어요. '그 일'로부터 19년 후, 38살 때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기 위해 상담을 받고 그 후 자신도 강간 피해자들을 위한 상담사로 활동하게 되었으며 이 책을 낸 것은 2002년, 45세 때입니다. 책 내용을 보면 아주 훌륭한 상담사 같아요^^

자신이 겪은 일을 알고도 감싸주고 보듬어주는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도 했어요. 이 좋은 남편이 모든 사실을 소상히 말한 테레사에게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인용하자면,

[최근 몇 차례의 상담 결과를 들려주자 그는 흥미를 보이면서도 내게 상처가 되는 질문은 하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테이블 위해 일지(*인용자 주-상담을 받은 기록과 전 글 내용인 강간 경험에 대한 소상한 기록을 말합니다)를 쓴 노트를 올려놓고 그에게 내밀었다. 읽기가 쉽지 않을 테지만, 이제는 당신과 함께 공유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했다.

기다림은 길었다. 그는 토요일 내내 그것을 읽어 내려갔다. 그의 반응을 알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가 읽는 동안에 같은 방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여덟 시쯤 침실에 들어와 내 곁으로 와 주었다. 그의 뺨에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는데, 너무나도 낯선 모습이라 겁이 나서 잠시 동안 내가 울기도 했다. 그는 최대한 오랜 시간 나를 꽉 끌어안고 서서는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는 말만을 했다.

그날 저녁 늦도록 얘기를 나누면서, 필은 나를 해한 사람들(*인용자 주-성폭행 외에도 상담을 받기 전에 묻지마 폭행과, 미수에 그치긴 했지만 두번째 성폭행을 당할 뻔했습니다. 그래서 '들'이라고 한 것.)에 대한 분노, 내가 오랜 시간 견뎌 온 것에 대한 감정이입·공감·경외감 등 감정적으로 심한 격정을 느꼈다. 기분이 고양되어 이 기회를 빌려 그렇게 오랫동안 마음에 묻어 두었던 말을 베스트 프렌드인 그에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우리 관계가 단단한 것에 감사한다고 말한다. 그에게 아기를 안겨 줄 수 없기에 내가 느끼는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그는 함께 나눠 주었다. 그 슬픔은 늘 나를 따라다니겠지만, 이제는 그것이 내 삶을 지배하거나 짓밟지는 않을 것임을 안다.](180쪽)

흑흑...정말 멋진 남자.ㅠㅇㅠ

 

여담이지만 책에 나오는 실제 상담 사례(전글에도 썼지만 <그녀의 불편한 진실>은 1부는 전 글의 내용을 포함한 자신의 이야기, 2부는 자신의 상담 사례와 그에 대한 견해와 조언들의 정리입니다)에서도 남편들의 반응이 있습니다. 인용해보자면..

[아내가 강간을 겪은 것에 얼마나 화가 나는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따금씩 분노가 폭발합니다. 아내가 악몽이나 플래시백을 경험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봐야 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고, 돕지 못하는 내가 완전히 무능하게 느껴집니다. 그녀가 울면서 일어나면 꼭 안아 주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그녀를 강간한 놈의 목을 부러뜨려 놓는 것입니다.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하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그냥 안으로 삭힙니다. 그녀를 도울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노를 위한 다른 배출구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나는 그녀의 고통을 키우기만 하고 있으니까요.

나 자신이 심리상담을 받습니다.__레이, 32세](320쪽)

[아내를 강간한 놈한테 화가 나는 건지, 아니면 그 자리에 함께 있지 않아서 보호해주지 못한 나한테 화가 나는 건지, 누구한테 더 화가 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가 아내에게 한 짓을 곱씹으면서 그리고 출장으로 멀리 있었던 나 자신을 원망하면서 지새운 그 많은 밤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어요.

수도 없이 이에 대해 같이 얘기했고 아내는 나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내 생각은 그렇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너무도 구식으로 들린다는 것도 압니다만, 어쨌든 나는 그녀를 지키지 못했어요.__톰, 44세](325쪽)

(세상에 이런 남자들만 있으면 참 좋을 텐데...)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혹시라도 불운히 그런 일을 당하신 분들! 만약 계시다면, 저자가 실제 상담 사례에서 남긴 말을 인용해 위로를 드리고 싶어요.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과 함께요. 그런데...글이 너무 길어졌으니 나누고 이어지는 판에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더욱 많은 조언과 위로를 필요로 하시는 분들은 실제로 책을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네요.

+추가하자면, 책 홍보글 아닙니다. 정말로 실제 피해자분들께 도움이 될 법한 책이거든요. 애초에 제가 전 글을 쓴 의도는 위에도 썼지만 강간이 얼마나 끔찍한 범죄인지 경각심을 주고 싶었기 때문인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