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거지친구 결혼 선물 쓴 글쓴이입니다

열받음2016.07.13
조회226,332
올리고 나서 생각도 못했는데 톡이 되었네요.


댓글들 다 감사드리고 좋은 댓글 나쁜 댓글 다 감사히 읽었습니다.저보고 훌훌털고 행복하라는 댓글들, 그리고 제가 친구에 대한 믿음이 강해서 그랬을거라는 댓글들 읽고 눈물이 살짝 핑 돌았어요.  ㅜㅜ... 저는 그냥 내가 호구였어 하고 몇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생각하면 머리를 쥐어뜯곤 했는데 정말 위로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편하게 음씀체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원글 댓글들에 쓰니가 바보 호구 멍청이 이런 댓글들을 봤음.  ㅜㅜ 가슴이 쓰리지만 맞는 말임.

변명을 하자면 친구인 A는 호구를 알아보는 매의 눈을 가지고 있음.A 주변을 보면 좀 퍼주는거 좋아하고 그런 애들이 많고 그때 결혼식 다른 들러리들만 해도 그랬음.  A 남편도 완전 뭐든지 허허허 하고 다 들어주는 사람임.  


들러리 1:  없는 살림에 무려 아이오와주에서 왕복 32시간 거리를 운전해서 들러리 서줌.  돈에 쪼들려서 들러리 드레스 200불짜리 사는거 진짜 힘들었다고 말하는거 들었음.



들러리 2: 출산한지 얼마 안되서 물혹이 수십개가 자궁에선가 발견되었다고 했음.  그런데도 왕복14시간 거리를 세번이나 운전해서 옴.  처녀파티, 결혼식 예행 연습, 그리고 결혼식 당일.얘가 너무 무리해서 몸도 아프고 배도 아파서 힘들어하는걸 내가 봄.  온몸이 너무 아프다고 해서 내가 호랑이 연고를 발라주다가 결국 가져가라고 줌.  너무 고마워함. ㅜㅜ


그밖에 다른 들러리 애들도 착한 애들이었고 A는 외모만 보면 애기같이 천진하고 예쁜데다가 밝고 유머감각 있어서 다 좋아함.  페북 친구 1천명 넘음.  그런데 가정사는 힘들고 맨날 돈없어 하고 슬픈눈으로 (그러다가 이내 씩씩한 캔디 모드로) 사람을 대하니 뭔가 모성애를 자극하는게 있나봄.   한마디로 마법의 호구 형성 능력을 가짐.


아마 들러리 애들은 결혼하면서 A한테 이미 선물도 받았을 것임.  그리고 내가 듣기로는 걔네들이 해외에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하던데 A가 참석을 했고 자비로 비행기 티켓, 호텔값도 지출했을 것임.  그래서 아마 이들도 고마워서 A 결혼식에 열심히 서포트 해준 것임.


그때 당시에는 다른 애들 상태가 나보다 완전 더 안좋았는데도다 열심히 돈 당연히 내고 챙겨주고 하니... A가 대학교때 베프라고 소개한 내가 그앞에서돈얘기를 꺼내니 쪼잔한 인간으로 보이는 그런 상황까지 간것 같았음.  게다가 미국은 땅덩어리가 워낙 넓다보니 타주에 결혼식 한번 참석하는데 1천불은 쉽게 씀.

그치만 걔네들 결혼식에 A는 참석했지 않음?  근데 자메이카, 칸쿤 이런데는 놀러가기도 훨씬 저렴하고 쉬운데 한국은 그렇지 않으니 당연히 올 생각도 안했을 것임.그럼 결혼 선물이라도 제대로 줘야 싹퉁머리가 있는것 아님... ? --;;;


그리고 왜 그걸 거절안했냐고 하는데 진짜 그당시에 A가 너무너무 매달렸음.전화로 울먹울먹 넌 내 대학교때 은인이야, 내 남편과도 만났을때 네가 있었고난 니가 꼭 그자리에 있었음 좋겠어... 니가 들러리로 없음 내 결혼식은 내가 원하는 결혼식이 아니야 다른 사람은 못와도 너는 꼭 와야해 비용도 내가 다 대줄게!!!!!!!! 

하면서....... ㅜ.ㅜ......... 실제로 A는 남편한테 프로포즈받고 꺄악 좋아서 부모님도 아니고제일 먼저 쓰니한테 전화를 했었음.... 그래서 진짜 내가 얘 베프구나 그래 열심히 해주자이생각 한것임.........




아무튼 나는 A 한테 서운하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음.  나는 A 결혼식에도 가고 여러번 방문도 했는데 어떻게 나한번 보러 오지도 않냐.  아버지 일도 있는데 친구로서 서운하다.

베댓님의 말대로 역시 A의 반응은 헐 빼엑 이었음.  영어로 헐이 Wow 인데 진짜 Wow로 시작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쓰니를 보러 안 온건 A가 혼자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는걸 두려워 한다고함 (원글에 썼듯이 얘는 남편이랑 편도 13시간 거리를 스키타러 고속도로 타고 다닌애임)

2.  너한테만 그러는거 아냐.  다른 애들도 내가 서운하다고 그랬는데 내 성격이 원래 이래.누가 놀러오라고 하면 난 걔들이 진짜 오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구.  ??????


여기서 들러리 2의 이름이 나왔음 (물혹으로 고생한).  들러리 2는 의사에 돈도 잘벌고 정말 착하고 싹싹한 애임.  근데 걔가 A 한테 전화해서는 어떻게 나 한번 보러 안오냐고 너 내 친구 맞냐고 펑펑 울었다는 거임.  근데 그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걸 듣고진짜 정이 뚝 떨어졌음.  

그리고 그때 깨달았음.  얘는 겉으로는 순진해보여도 이렇게 친구들 이용해먹는게 당연한거고 미안하지도 않은거구나.  내가 아무리 서운하다고 말해봤자 씨알도 안먹힐 애고 해준거 돌려달라고 해도 돌려주지도 않을 인간이구나.   얘 주변에는 아직 이걸 다 받아주는 친구들이 많고 내가 뭐라하면 나만 나쁜 사람 충분히 만들수 있겠다.



아무튼 얘랑 관계는 여기까지였구요, 저는 그 이후로 얘한테 모든걸 끊었고 아무것도 안해요.물론 제가 버린 돈, 시간.. 이런거 다 생각하면 당연히 억울하고 서운하죠...그런데 댓글에 욕댓글, 나무라는 글, 위로하는글 읽으면서 좀 마음이 많이 편해졌어요.


댓글들을 읽고 생각해보니까 어쨌든 전 그시절에 정말 진심으로 걔를 대했고 또 대학교때 걔랑 저는 정말 친했으니까요.


사실 제 친정 어머니께서 진짜 평생 베풀고 사셨어요....  기부도 엄청 하시고내가 조금 덜 먹고 덜 가져도 힘든 사람 도우고 살고 댓가를 바라지 말아라구 평생 말씀하셨어요.  언젠가는 너한테 알게 모르게 돌아올거고 설령 안돌아와도 서운하게 생각말아라구요. 근데 사실 이런 말씀 들어도 속에서는 짜증나고 화도 나고 했었어요...


그치만 댓글님들 말대로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대학교때 A는 너무 힘들어 보였고 그래서 걔를 조금이나마 도와주고 서로 보냈던 시간들에저도 행복했던것 같아요.  사랑하는 친구에게 힘이 될수 있다는? 그렇지만 지금은 친구도 훨씬 조심해서 사귀고 절대로 호구짓도 안할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A는 애기를 낳았는데 제가 애기를 너무 좋아하거든요?  페북에 애기 사진보면 너무 다 예쁘고 좋더라구요.  근데 그 애기는 봐도 아무 느낌도 없고 A가 누구한테 선물받았다 자랑하는거 보면 또 어디서 뜯어먹었구나 이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지금와서 제가 A한테 뭐라고 하면 A는 역으로 절 나쁜인간 만들거에요.  애기 낳았는데도 선물하나 안줬다구요.  아직까지 걔 주변에는 돈없으니 저런 굴러먹던 저렴한 선물도 괜찮아 하고 받아주는 사람들도 남아 있을테구요.  페북보면 아직도 친구들 많고 정말 행복하고 좋아 보입니다.  저걸 다 못받아준 내 속이 좁은건가 하고 혼란스러울 정도로요.


제가 미국에서 결혼 리셉션을 다시 한다고 해도 제가 얘를 초대할수 있을까 이생각도 들어요. 만약 남편데리고 온다고 해도 얘는 제가 했던 부조금 액수도 분명 안하겠죠.



평생 그러고 얼마나 잘살지 모르겠지만 저도 싸게 인생공부 했다 칠렵니다.  그리고 이세상에는 분명 저보다 훨씬 착하고 잘 베푸는 분들이 많으니까 그나마 살만한 세상일거에요.


마지막으로...  원글에 저를향한 욕댓글들이 많이 달렸던데 그걸  읽으니까 기운이 빠지는건 사실이네요... 이런 애한테 신경을 쓰느니 한국에 계신 아버지 편찮으신데 더 신경을 쓸걸... 마음이 아프고 먹먹하고 우울해서 조금 울었어요.  제가 바보짓한건 맞아요.  그렇지만 제가 나쁜마음으로 누굴 아프게 하거나 사기친것도 아니고 정말 좋은마음으로 어떻게 보면우정이란 이름아래 바보같이 사기당한 피해자인데 저한테 너무 심한 욕들을하시는분들은 너무하신것 같아요.  물론 요새 세상에 당한것도 죄죠. 
 앞으로 정신 더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할거구요...  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제가 얼빠진 짓을 했긴 하지만 앞으로 이런일 더 큰 피해 안보도록 정말 노력해서 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댓글들 너무 감사합니다.  :)  한분한분 다 답글 달아드리고 싶은데 지금은 마음이 좀 먹먹하네요.  모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