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재혼녀인걸 말하고 다니는 남편

2016.07.16
조회7,014

딸아이 만 두살일때 친권 양육권 포기하고
전남편과 이혼했고

그후 지금 남편과 결혼해서 현재 3살 아들과
뱃속에 8개월 딸이 있습니다.

처음엔 당장이라도 딸을 데려와 함께 살 생각으로
남편의 주변에 다 얘기했었습니다.
제가 재혼이고 딸이 하나 있다는것을요

그런데 현재 아이 키우고 있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사춘기가 와서 아빠와 지내기 불편하거나
스스로 엄마와 살고싶다고 선택할때까지 미뤄지고부터는
굳이 주변에 말 할 만한 자랑거리도 아니고
자주 만날 여건도 되지않으니 남들한테든 제앞에서든
아이 얘기는 하지말아달라 부탁했었어요.

그런데도 술자리에서 좀 취하거나
이혼하고싶다는 지인과 얘기하다보면
우리 집사람도 재혼이다. 딸이 있다. 툭툭 얘길 꺼냈고
그때마다 뭐하러 또 얘기하냐 한두마디
잔소리처럼 하고 넘어간적도 있고
왜 자꾸 하냐고 울며 크게 싸운적도 있습니다.

가족여행이나 특별한날,힘든날
유난히 행복하거나 유난히 우울한 때에도
제 딸아이도 함께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종종 꺼내길래
당장 데려오지도 못하고 생각해봐야 맘만 아픈데
넘넘 기분좋을때 그소리하면 내맘이 어떻겠냐고
하지말아달란 소리도 여러번 했었고요

뱃속에 아이가 딸이란 소릴 듣고 저도 큰 딸이 많이
생각났지만 생각하면 맘아프고 우울해서
애써 일상에 충실하려고 맘 다잡는데
잠잠하더니 요즘들어 딸얘길 먼저 자주 하더라고요
같이 살았음 얼마나 좋았겠냐 그런식으로요..
그때마다 그렇지~ 하고 넘겼는데 어제 술취해서 들어와선
아는형님이 뱃속에 둘째가 딸이냐 묻길래
둘째 아니고 셋째라고. 딸하나 더있다 얘기했다고
큰딸생각 많이 난다고, 출산전에 한번 보고오자고 하길래
뭐하러 또 얘기했냐고 화를 냈네요..

어차피 나중에 데리고 올거아니냐 그때가서 거짓말인거
들키면 어떡하냐 하길래
어차피 좁은 동네라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만
그때가서 딸하나 더있었다 얘기한들 그사람들이
왜 속였냐고 따지겠냐고, 이런저런 이유들때문에 싫다고
수십번도 반복한 얘기를 또 해야 했고
데리고 올수있을때 다 얘기하고 준비하면 된다
그전엔 모두가 내상처고 내 흠이니 꺼내지마라 했더니
그때가서 자기가 데리고오기 싫어질까봐 그런답니다...

그만 얘기하자는데도 계속 하길래 술깨고 얘기하쟤도
방 방 마다 따라다니며 끝까지 얘기하길래
울면서 소리도 지르고 화도 냈습니다.

그와중에 3살 아들이 엄마 왜그래 울지마 하며 놀라길래
속터지는 맘은 주체를 못하겠고, 애앞에서 울수도없고해서
옷 입고 나와서 차에 앉아 엉엉 울고있으니
남편이 애 데리고 나와서 차에 같이 태우더니
문 쾅 닫고 자기는 어디로 나가버리네요.

그만하자는데 악착같이 따라더니며 끝까지 속뒤집더니
울지도 못하게 애만 던져놓고 나가버리는건
대체 무슨 심보인지..
전 그렇게 어제 뒤집어진 속, 표현도 못하고
놀란 애를 겨우 재우고 밤을 샜네요.

남편..처음엔 술과 친구를 좋아해서
늦은귀가와 술주정으로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젠 너무 성실하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고
피곤하고 바쁜와중에도 아이와 최대한 놀아주고
저에게도 애정표현도 넘치게 잘해주는 남편입니다.
주변에서도 남편이 너무 잘한다고 부럽다고 다들 얘기하고요..

제 허물도 다 감수하고 사랑해준다 생각했고
그래서 행복하다 생각하고 사는날이 훨씬 많았고요..

근데 자꾸만 제 상처를 잊을만하면 꺼내서
스스로 재혼녀라는걸 각성하게 만들어주고
주변에서도 마누라 잘만났다 부럽다 할때마다
내가 이렇게 대인배다 과시하며 살고싶은건지
이젠 치사해보이고 지치네요.

제딸애를 남의자식이라 생각해본적 없다고
그래서 자기도 보고싶고 데려오고싶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정작 제일 그립고 힘든 제앞에서 자꾸만
얘기를 꺼내고 주변에 얘기하고 다니는게
진심으로 저와 제딸을 위하는 맘일까요..
되려 저더러 이기적이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