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성적 안 좋다고 쫓겨난 썰

세이222201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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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를 인터넷에 쓰는 날이 있을까 싶었는데..오늘따라 기분도 울적하고 10년도 더 된 이야기니까 한번 써보려고 함..
조금 기니까 귀찮으면 안 읽어도 됌..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를 지방 촌구석에서 다녔음..중학교 땐 나름 그 동네에서 전교권 안에서 놀던 수재였음..그 동네 과학고 같은 경우는 무시험 전형으로 지원만 하면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그때 그냥 과학고 갔으면 카이스트는 졸업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아직까지 듦..
아무튼 나랑 되게 친했던 불알친구가 있었는데 어릴 땐 동갑이라 친구로 지냈는데 생일이 빨라서 한 학년 빨리 학교를 들어갔음..근데 그 친구가 되게 좋은 고등학교를 가겠다고 준비하더니 그 고등학교를 들어갔음..나도 거길 가야겠다하고 중2 겨울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했었음..중3 1년동안 진짜 월화수목금토일 새벽 4시까지 안 자고 공부했음..아마 19살 때 수능공부 그렇게 했으면 최소 연대의대는 들어갔을거임..
그렇게 미친듯이 했는데도 붙을거 같은 생각이 안 들었을 정도로 입학이 어려운 학교였는데 결국은 어찌저찌 운좋게 붙어서 들어감..입시가 1차 서류 2차 필기 3차 논술 4차 면접 5차는 학교 기숙사에서 3일인가 생활하는거임..
문제는 입학하고 나서 내가 제일 못했던게 영어였는데..수업도 영어로 하고 시험도 영어로 치고(수학과학사회 이런거 다 영어로) 친구들이랑 대화도 영어로 안 하면 선배들이 벌점주는 그런 학교였음..문제는 언론에서 카메라가 들어오면 영어로 수업하고 카메라 나가면 한글로 수업함.. ㅋㅋㅋ유학반 애들은 다 영어로 했을건데 문과랑 이과는 영어로 수업하면 애들이 다 잠들어서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수가 없었음..
문제는 내신 시험인데 시험지는 이사장이 항시 검사를 해서 영어로 출제를 했어야만 했음..나는 영어가 제일 취약하다보니 전교 꼴지에서 2등이랑 차이가 좀 많이나는 전교 꼴지를 유지했음..수능모의고사는 그래도 전체에서 중간 정도는 갔었음..
고1 2학기 되고 좀 있으니까 여자 학생주임이 날 불렀음..갔더니 하는 소리가"너는 지금 상태면 유급 당할 확률이 99.9퍼센트야. 아무래도 전학을 가거나 자퇴를 하는게 좋을 것 같다." 라고 하는거임.나는 어떻게 들어온 학교인데 전학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음.그래서 "유급 당해도 괜찮아요. 1년 더 다니더라도 졸업하고 싶어요."라고 대답함.그때 돌아온 대답이 가관임."니가 어떻게 공부할지는 모르겠는데 성적이라는건 그렇게 쉽게 오르는게 아니야. 넌 유급 당하더라도 내년에 또 유급 당할 확률이 99.9퍼센트야."선생님이라는 사람이 학생한테 이런 소리를 했음.그래도 난 꿋꿋하게 다닐거라고 괜찮다고 하고 일단 그 얘기는 끝냄.
문제는 일주일 후에 담임이 수업 끝나고 나를 조용히 불렀음.딱 한마디 하더라."선생님들끼리 얘기가 다 끝났다. ㅇㅇ아. 이런 얘기하게 되서 미안하다."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음.그때 내 나이가 열일곱인데.내가 학교에서 폭력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물건을 훔친 것도 아닌데 성적이 안 좋다는 이유로 학교를 나가라는데.뭐 어쩌겠음.선생들끼리 말 다 맞추고 널 내보내기로 결정했다는데.결국 전학 가는걸로 가닥을 잡음.
나오는 날 아침에 그 학교는 매일 아침 전교생이 모여서 아침조회를 하는데.내 친구가 그 날은 특별히 단상에서 우리말로 편지를 읽어줬음.뭐 내용은 뻔한 '잘가라'는 내용인데.그게 왜 그렇게 듣기가 힘든지 꺽꺽대고 울기 시작함.그리고 옆자리 있던 친구들도 하나둘 울기 시작하고 결국 주변 대부분이 울었음.그럴 수 밖에 없는게 다들 내가 자의로 학교를 나가는게 아니라는걸 눈치채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학교를 나가고 일주일 쯤 후에 국제반(유학반)에서 가르치는 선생님 한 분이 나한테 이메일을 보냄.왜 자신한테는 얘기를 안 했냐.얘기했으면 남을 수 있게 보호해줬을텐데, 그때 본인은 해외 출장가있었다.그때 눈치를 챘지.아 선생들이 다 한통속이 아니고 온건파가 있고 이사장파가 있었구나.그리고 나 내보내자고 온건파 선생님들을 해외로 내보내고 그 사이에 날 내쫓은거.
나를 기점으로 우리 기수에서 두세명 정도 더 짤린걸로 알고 있는데.나는 이 일을 기점으로 공부에서 손을 놓게 됌.나는 뭘 해도 안 되는건가 싶고 뭘 하고 싶지도 않고 세상이 저주스럽고 그랬음.그래도 그 동안 해온 내공은 있어서 고3때 수능공부 하나도 안하고 인서울 중위권 공대를 들어감.지금은 우리 과가 취업이 잘 되서 성적대가 많이 올라서 1등급 아니면 못 들어온다고 하는데 나 때는 3등급 상위권 정도면 턱걸이로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음.그리고 난 술독에 빠지고 내내 줄창 놀면서 졸업만 겨우 하고 이러고 찌질대고 있음. ㅋㅋㅋ
아 써놓고보니까 종나 우울한 얘기다.아직도 밤에 고1 시절 꿈을 꿈..이제는 10년도 더 지난 얘기네..EBS에서 취재 나왔을 때 나도 티비 나오고 그랬는데.. ㅋㅋㅋㅋ진짜 아직도 내가 그런 학교 들어갔었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그때 나 내쫓은 선생들 생각하면 이도 갈리고.. ㅋㅋㅋ뭐 그렇네..
얘기 어떻게 끝내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