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 살면서 겪어야 했던 일들.

165201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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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친가집은 정말 보수적인 집안이다.

내가 아주 어릴때부터 명절에 큰집에 가면 여자들은 쎄가 빠지게 요리하고 과일을 깎다가 제사를 지내고 나면
남자들은 거실의 널찍한 상에서, 여자들은 부엌에 작은 상에서 밥을 먹었다.

사촌 언니, 오빠, 동생들이 있는데 제일 장녀인 사촌 언니는 나와같이 작은 상에서 밥을 먹지만 제일 막내인 사촌 남동생은 큰 상에서 밥을 먹는다.

우리집은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지만 어머니만 음식을 만드는 것을 보고도 난 그냥 외면했다.

그래, 그래도 아직 남자가 돈버는 것에 더 부담이 심한 사회니까, 만약 내가 결혼해서 여자로서 이런 의무가 있다면 차라리 돈이라도 나보다 많이 버는 남자와 결혼하겠다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혼자 살려고.



내가 고등학생때의 일이다. 우리는 남녀공학이었는데 같은 반의 남자애와 여자애가 성관계를 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처음엔 좀 쇼킹했지만 남의 일에 크게 관심이 없던 나는 이내 별생각도 안들었다.

하지만 다른 애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같이 성관계를 했던 남자애는 그 사실을 자랑하고 다녔고 여자애는 남자애들한테 놀림을 받았다한다.

별다른 생각이 없던 나도 그걸 보고는 같이 섹스했어도 남자한텐 자랑 거리가 되지만 여자애는 놀림거리가 되는 현실이 더럽다 생각했다.

그래, 그런 현실을 보고도 나는 외면했다. 그래도 아직까지 남자만 군대가는 사회니까 그럴 수 있다고 억지로 순응했다.




내가 대학에 가고도 인터넷을 키면 외국인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는 창녀부터 시작해서 온갖 욕을 먹는 것을 많이 봤다. 하지만 학내 커뮤니티에서 수많은 남자애들이 성매수 후기를 올리고 여자를 먹는다고 표현해도 창남이라고 욕하는 사람을 못 봤다.

그래, 그래도 나는 외면했었다. 아직 그래도 남자가 여자를 보호해야한다는 사회니까 그럴 수 있다고 억지로 순응했다.



하지만 내가 지하철에서 내 엉덩이를 만지던 아저씨들, 많은 여자들이 그와 유사한 일을 당하고 만들어진 여성배려 지하철칸에 우리학교의 남학생들이 들고일어나는 것을 봤다.

나도 솔직히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성배려칸 때문에 여성상위시대라는 남자애들이 미웠다. 그런 것이 나올만큼 여자들의 성범죄 피해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건 왜 생각을 안할까?


뿐만이 아니라 내가 억지로 순응했던 이유들,
남자가 가계를 부양하고, 남자만 군대에 가고, 남자가 여자를 보호하고, 남자가 돈을 더 내는 것들에
남자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을 대학오고서는 수없이 봤다.



내가 시대착오적이었나 보다.

여자라서 성적인 정숙함을 지켜야하고

여자라서 화장을 안하고 나간 날은 머리손질도 제대로 안한 또래 남자애한테 지적을 받아야하고

여자라서 서양남자는 거들떠도 보면 안되지만 남자는 백마거려도 되고

여자라서 부엌의 작은 상에서 밥을 먹어야했고

여자라서 남자들이 부랄친구, 고추라는 단어를 함부로 말할때 내 성기를 가리키는 단어를 차마 입밖으로 못 냈고

여자라서 그 모든걸 알면서도 묵인했던 사회에
이제 나도 또래 남자애들만큼 들고 일어날것이다.

결코 여자이기에 참고만 있지 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