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무덤 앞에서 자리깔고 놀던 남녀

..2008.10.15
조회286

지난 10월 2일이었습니다.

평소 문화유적같은거 보러 다니기 좋아하는 저와 친구는 그날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융건릉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근처에 살아서 어렸을 때 몇 번 가보았는데 친구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꼭 가보자고 조르더군요.

참고로 융건릉은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를 모신 융릉과 정조대왕과 그의 비를 모신 건릉을 말합니다.

 

그날따라 날씨도 좋았고 유명한 소나무와 그 밖에 나무들이 많아서 공기도 좋았고, 기억보다 훨씬 넓은 곳에 산책로와 공원 등을 나름 잘 꾸며놓아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이곳 저곳을 산책삼아 견학하고 있던 차에 융릉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각 능의 앞에는 제사를 모시는 정자각이 있고 그 뒤편 진입로에 음식을 준비하는 수랏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수랏간 옆쪽에 한 커플이 자리를 펴고 누워 팔베게를 하고 부비적대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사실 다른 커플들이 어디서 뭘 하건 직접적인 피해만 입지 않는다면 제가 이래저래 말 할 권리는 없지요. 그곳에는 앞서도 말했듯이 산책로와 공원 등 자리깔고 누울 자리는 얼마든지 많았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세자능 앞이라니요...아....정말 근본없는 것들...저도 모르게 욕이..나왔습니다.

 

융릉은 사도세자의 억울한 죽음을 기리기 위해 정조가 특별히 만든 곳입니다. 본인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다른 연인들이 그러고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분통이 터질 지 알만한 사람들이라면 그러고 있지도 않았겠지요. 소심한 저는 거기다가 대고 돈 대줄테니 딴데 방잡고 그러라고 하지도 못했습니다. 사실 그럴 권리도 없고요..

하지만 특별히 19금의 몸짓과 행동이 아니더라도 그 장소에서 그러고 있다는 것 자체가 보는 순간 기분이 불쾌했고 생각하면 할 수록 더욱 기분이 나쁩니다.

또한

저도 그리 애국자는 아니지만 문화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정도는 지켜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실하게 듭니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남에게 피해안주고 연애 잘 하고 있는 건전한 사람들마저 '요즘젊은것들'로 싸잡아 매도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혹시라도 그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정말 가슴 깊이 반성해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