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갈리아를 주제로 무수한 글이 나오고 있잖아요. 이젠 메갈리아 이야기가 장사가 된다고 생각하는지 언론사들마다 한두 꼭지씩은 다루고 있더라고요. 심지어 ‘미디어오늘’이라는 언론에서는 찬반 기고문을 독자들에게서 받아 연재하고 있기도 하고요.
- 몇 개는 읽었어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는 안 읽게 되더군요.
- 왜요?
- 왜긴요.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입씨름 자체가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미디어오늘은 중립적인 위치를 자임하며 누구에게나 기고의 문이 열려 있다는 식으로 말하던데, 전형적인 여성혐오자들의 기고가 버젓이 실리는 꼴을 보며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그게 바로 기계적 중립이라고 하는 거예요. 미디어오늘은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독립한 이후에도 계속 한국 언론 지형을 비판적으로 성찰해 온 매체였죠. 조선일보나 동아일보가 저지르는 기계적 중립, 즉 중립인 척하며 가해자 편에 서는 작태를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비판해 온 게 바로 미디어오늘이었어요. 근데 요즘 보니 자기네들이 비판해 온 그 짓거리를 스스로 저지르고 있더군요. 저는 여성혐오자들도 싫지만 중립인 척하며 가해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자칭 솔로몬들이 더 싫어요.
-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그래도 자유로운 공론장의 존재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 공론장이요? 이게 지금 제대로 된 공론장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기계적인 중립만 취하면서 여성혐오자들과 성차별주의자들에게까지 발언권을 주는 것이 공론장의 역할인가요? 아니에요. 명백한 억압 구조가 존재하는 한 중립이 반드시 억압의 가해자 편에 설 수밖에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에요. 그런데 지금 논쟁의 주제로 시끌시끌한 게 뭐죠? 사흘마다 여성이 한 명씩 죽는 데이트폭력인가요? 십여 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인 스토킹처벌법인가요? 여성 노동자들과 관련이 깊은 최저임금인가요? 현직 경찰들의 거듭되는 성범죄인가요? 전국 공중화장실에 수두룩하게 깔린 몰카인가요? 서비스 재개를 선언한 소라넷인가요? 지금도 웹하드에 널려 있는 리벤지포르노인가요? 아니에요. 논쟁을 한답시고 사람들이 줄다리기를 하는 게 뭐냐 하면, 메갈리아와 일베는 같은가 다른가, 미러링을 인정해야 하는가, 고작 이따위 아무 쓸모도 없는 것들이에요.
- 네? 그게 왜 쓸데가 없나요? 아주 중요한 주제들 아닌가요?
- 너도 나도 입에 올리는 ‘메갈리아’는 도대체 뭘 말하는 거죠? 이미 죽은 커뮤니티나 마찬가지인 메갈리아 닷컴인가요? 아니면 이미 ‘메갈리아’는 ‘꼴통 페미니스트’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됐나요? 대체 ‘메갈리아’의 실체가 뭐죠? 그리고 미러링은 왜 도마 위에 오른 거죠? 애초에 미러링은 여성혐오에서 비롯된 무수한 차별과 폭력을 거울에 그대로 비춰 폭로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나 다름이 없었는데, 거울을 부순다고 거울에 비친 원본이 사라지나요? 남성혐오 대 여성혐오라는 대립 구도는 허깨비다, 메갈리아의 미러링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무수한 차별과 폭력에 비하면 발톱의 때만큼도 못한 미약한 저항이다, 이 간단한 걸 왜 모르죠? 수백 번을 되풀이해서 이야기해도 못 알아듣는 걸 보면 가부장제 하에서 성장한 남성 젠더의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 인간들에게 필요한 건 논쟁이 아니라 학습이에요. 책을 읽든 주변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든 제발 학습 좀 하라고 하세요!
- ......
- 메갈리아 커뮤니티가 힘을 잃은 지가 언젠데 아직도 메갈리아 타령을 해야 하나요? 메갈리아를 통해 결집되었던 이들은 메갈리아 침체 이후 다른 이름을 가진 커뮤니티들로 분화되어 갔다는 사실은 이미 이런저런 경로로 알려지지 않았던가요? 메갈리아가 무슨 범죄 조직이라도 되나요? 일베처럼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피자 파티라도 벌였나요? 아니면 남성들 성기라도 절단했나요? 남성들은 메갈리아라는 이름을 야쿠자나 삼합회 같은 범죄 조직처럼, IS 같은 테러 집단처럼 입에 올리지만 실제로 법적 처벌을 받은 건 명예훼손 한두 건이었어요.
- 네. 그 얘긴 들었어요. 나머지 명예훼손 건들도 지금 소송 진행 중이라고 들었어요.
- 물론 명예훼손은 잘못이죠. 그러나 명예훼손 한두 건 때문에 테러 집단 취급을 받아야 한다면 현재 존재하는 모든 남초 커뮤니티는 극악무도한 악마 무리 취급을 받아야 해요. 일상적인 성희롱에, 입에도 담지 못할 욕설을 여성에게 퍼붓고, 리벤지포르노를 공유하고, 성매매 경험을 떠벌리고, 여성을 성적인 노리개로 여기는 남성들이 우글우글한 공간이 남초 커뮤니티들이에요. 그런 곳들은 소라넷처럼 십여 년간 쭉 방치돼 왔죠. 그러다 메갈리아가 나타나니 일제히 들고일어나서 돌을 던져요. 이건 제대로 양심이 박혀 있는 인간이라면 할 짓이 아니에요. 자기네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안다면 그럴 수가 없는 거예요. 나는 결백하다고? 나는 남성이지만 리벤지포르노도 안 봤고 성매매도 안 했고 성희롱도 하지 않는다고? 그럼 오구오구 칭찬이라도 해 줄까요? 그 당연한 것을 가지고? 그렇다면 여성들의 입장에 서서 성차별 구조를 어떻게 하면 허물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야지 나는 결백한데 왜 나까지 욕먹어야 하느냐고 아우성치는 건 남성으로서 가부장제라는 거대한 구조의 일부로 지금껏 살아온 삶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얘기죠. 뿌리 깊은 성차별 구조가 존재하는 한 남성으로 태어난 인간은 의도와 행위에 상관없이 무조건 가해자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거예요.
- 그쵸. 그건 당연한 얘기죠.
- 근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남성들이 대다수라는 게 문제예요. 정확히 말하자면 이해하지 않으려는 거겠죠. 지금까지 지녀 온 가치관을 뒤집어야 하니까.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니까! 구조고 뭐고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니 단세포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어라? 쟤들이 남자 욕하네? 나는 남자네? 그럼 쟤들은 날 욕하는 거지? 야, 이 메갈충아! 이렇게 되는 거예요.
- 아주 전형적인 패턴이네요.
- 그런 패턴을 공부 깨나 했다는 사람들조차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는 게 정말 절망적이예요. 혐오에 혐오로 대응하지 말라. 아무리 목적이 옳아도 수단이 잘못되면 안 된다. 이런 프레임을 자꾸 들이대니 논의는 ‘메갈리아의 미러링은 정말 혐오인가’, ‘진정한 페미니즘은 무엇인가’와 같은 뜬구름 잡는 얘기로 흘러갈 수밖에 없죠. 자, 이런 입씨름을 어디 한두 번 보나요?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벌이는 입씨름은 언제나 한 달을 채 넘기지 못해요. 아마 가을이 오기 전에 메갈리아 어쩌구 하는 논쟁은 까맣게 잊히고 말겠죠. 그럼 그 뒤엔 뭐가 남을까요? 실체도 명확하지 않은 ‘메갈리아’에 대고 화살을 마구 쏘아 대던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사라질까요? 미러링을 성차별 구조의 피해 여성들이 부르짖는 “살려 달라”는 외침이 아니라 그저 일베 이용자들이 토해 내는 혐오 발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갈까요? 그들이 모두 떠나 버린 자리에 남는 것은 ‘메갈’이라는 경멸 어린 호칭 말고는 없겠죠. 사회운동 세력에게 ‘운동권’이나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처럼 이제 여성의 권리와 인권을 이야기하는 사람에겐 ‘메갈’이라는 낙인을 찍게 되겠죠.
- 왜 그렇게 돼야 하죠? 논쟁이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 네. 요즘 유행하는 그 어떤 논쟁도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고 있지 못해요. 메갈리아는 이미 상징적 의미로서의 명칭이 되었을 뿐 더는 어떤 개인이나 집단을 가리키지 않아요. 대체 어떤 삶을 살아야 ‘메갈리안’이 되죠? 미러링을 잘할 줄 알아야? 페미니즘 관련 책들을 읽어야? 아니면 페미니즘 계열 페이스북 페이지들을 구독해야? 낙인의 기준은 언제나 가해자들이 만들어요. 피해자들이 자신에게 찍힐 낙인의 모양과 내용을 정하는 거 본 적 있어요?
- 아뇨. 없어요.
- 사회적 약자가 강자에 맞서는 것은 ‘혐오’가 아니라 ‘저항’ 혹은 ‘분노’라 불러야 맞아요. ‘남성혐오’는 여성과 남성의 기울어진 권력 관계 때문에 애초에 존재할 수가 없는 개념이에요. 그러나 여성혐오자들은 남성혐오 대 여성혐오라는 말도 안 되는 대립 구도를 들이대며 문제의 본질을 ‘혐오는 모두 나쁘다’는 양비론으로 끌고 가죠. 여성혐오는 나쁘니 하지 말자, 그러나 남성혐오도 나쁘니 하지 말자. 이걸로 끝! 아니 근데 여성들이 실제로 남성혐오를 하는 게 가능하긴 한가요? 가뜩이나 강력범죄 피해자의 80~90%가 여성인 마당에 미러링을 남성의 면전에서 하면 구타당하거나 살해당할 텐데? 소라넷과 오메가패치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경찰은 여성혐오 범죄엔 미적거리면서 남성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가는 듯하면 번개 같이 움직이는데도? 애초에 남성혐오는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할 수조차 없어요.
- ......
- 인터넷 커뮤니티에만 존재하는 게 전부인 미러링? 미러링으로 대체 남성들이 무슨 피해를 봤죠? 불쾌했다고요? 상처를 받았다고요? 이봐요. 여성들은 여성혐오 때문에 죽거나 죽지 않을 만큼 얻어맞거나 강간당해요. 똑같은 능력을 지녀도 차별을 받고 어디를 가든 오직 성적인 대상 취급만 받아요. 밤거리를 무서워하는 남성이 있나요? 공중화장실 갈 때마다 몰카를 찾아보는 남성이 있나요? 염산 맞을까 무서워 애인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못하는 남성이 있나요?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업과 승진에 불이익을 받는 남성이 있나요? ‘순결’을 강요당하는 남성이 있나요? 남성이 데이트폭력 때문에 사흘에 한 명 꼴로 죽나요? 20여 분마다 한 건씩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가 일어나기라도 하나요? 남성들은 말이에요. 여성들 앞에서 혐오가 어쩌고 입을 놀릴 자격 자체가 없어요. 그런데 난데없이 남성혐오 대 여성혐오? 이건 논쟁을 하자는 게 아니라 여성혐오에 대한 발언을 멈추라고 재갈을 물리겠다는 거예요. 존재하지도 않는 남성혐오를 들이대며 여성혐오를 희석시키려고 하는 거죠.
- 네? 그럼 그걸 통해 남성들이 얻는 게 뭐죠?
- 세상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그대로 존재하도록 할 수 있죠! 가부장제도 그대로, 여성혐오도 그대로, 남성들의 기득권도 그대로! 모든 게 평화로워지는 거예요.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추모 시위가 열리던 무렵 일베 이용자들 몇몇이 등장해 “남성과 여성 모두 친하게 지내요” 이 따위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고 했죠? 모든 억압과 갈등을 무마해 버린 채 ‘친하게 지내자’고 말하는 그들의 거짓 평화야 말로 여성혐오의 가장 간사한 얼굴이라 생각하면 돼요.
- 그럼 요즘의 논쟁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하신 말씀은....
- 애초에 성립될 필요가 없는 논쟁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진짜 중요한 문제들을 집어삼키고 있다는 거죠. 혐오 대 혐오? 그냥 피식 웃어 주고 끝내면 되는데. 미러링의 정당성? 약자의 목소리에만 극도로 엄정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이중성을 지적하고 끝내면 되는데. 여성혐오자들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어리석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어요. 상상을 초월한 어리석음을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거예요. 앙상한 논리로 공격을 해 오는데 거기에 대응을 안 할 수도 없고. 여성주의 이론가들과 활동가들은 이런저런 반박문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을 거예요. 쓰면서도 고민이 됐겠죠.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논쟁에서 이기든 지든 여성의 삶은 전혀 변하지 않을 텐데. 한국 사회의 성차별 구조는 굳건할 텐데. 논리의 문제였다면 진작 가부장제는 철폐되고도 남았을 텐데. 글을 쓰면서도 기분이 아주 더러웠겠죠. 하지만 아무리 글을 써도 저들은 설득되지 않아요. 노동자들의 점잖은 말에 설득되는 자본가 본 적 있어요? 똑같아요. 자신들이 기득권을 쥐고 있는지도 모르는 기득권자들만큼 무시무시한 것도 없어요.
- 아이고...
-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여성혐오자들이 자기네 세상 만난 듯 떼거지로 몰려와 갖은 잡다한 논리며 이론이며 잔뜩 펼치고 있는데 거기다가 미디어오늘은 아예 멍석을 깔아 줬죠. 미디어오늘의 ‘기계적 중립’은 당내 성차별 의제에 대한 정의당의 뜬금없는 ‘중립 선언’과 함께 두고두고 웃음거리로 남게 될 거예요.
- 그럼 여성혐오자들의 공격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럴 수는 없지 않나요? 저들의 거짓된 논리를 부수는 작업도 분명 필요할 텐데요.
- 이미 벌어진 싸움이자 논쟁이니 중간에 그만둘 수는 없겠죠. 중요한 것은 의제를 저들이 멋대로 날조하도록 놔둬선 안 된다는 거예요. ‘남성혐오 대 여성혐오’라는 여성혐오자들의 의제를 거부하고 의제를 말할 권리부터 일단 되찾아 오는 것이 필요해요. 중요한 의제는 잔뜩 있어요. 여성 문제는 지금껏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으니까요. 여성혐오자 및 성차별주의자들은 아마 계속해서 ‘메갈리아’라는 이름에 매달릴 거예요. 오히려 진짜 ‘메갈충’은 저들이 아닐까 의심이 들만큼 집요하게 ‘메갈리아’라는 이름을 붙잡고 늘어질 거예요. 왜냐고요? 그 이름이 그들이 지닌 유일한 무기니까요! 성차별 구조에서 비롯되는 모든 차별과 폭력을 깨끗이 지워 버릴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바로 ‘메갈리아’라는 낙인이니까요! 그 이름이 없이 그들은 그 어떤 논의도 하지 않으려 할 거예요. 그리고 허깨비 같은 ‘남성혐오’만 되풀이하겠죠. 미러링의 본질은 ‘남성혐오’가 아니라 ‘구조요청’이자 ‘현실폭로’인데 그들은 그 사실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아니,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해야 하나?
-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더 정확할 거예요. 강남역 살인사건 때도 그랬죠. 정작 여성들에게 밤거리 조심하라고 말하며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라 여기는 건 남성들이면서, 자신들이 성차별 구조의 가해자 입장이라는 것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어요. 대체 왜 그럴까요? 어리석어서 그럴까요?
- 어리석다는 말로는 다 표현이 안 돼요. 양심이 제대로 발육되지 않은 거라고 해 두죠.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해 왔는지는 전혀 모르면서, 자신들이 무슨 일을 당할지에만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겁쟁이들. 맞아요. 모든 여성혐오자들 및 성차별주의자들은 겁쟁이에요
나는 메갈이라고 당당하게 말할수있다
- 요새 쏟아져 나오는 글들 다 챙겨 읽고 계시나요?
- 네?
- 메갈리아를 주제로 무수한 글이 나오고 있잖아요. 이젠 메갈리아 이야기가 장사가 된다고 생각하는지 언론사들마다 한두 꼭지씩은 다루고 있더라고요. 심지어 ‘미디어오늘’이라는 언론에서는 찬반 기고문을 독자들에게서 받아 연재하고 있기도 하고요.
- 몇 개는 읽었어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는 안 읽게 되더군요.
- 왜요?
- 왜긴요.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입씨름 자체가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미디어오늘은 중립적인 위치를 자임하며 누구에게나 기고의 문이 열려 있다는 식으로 말하던데, 전형적인 여성혐오자들의 기고가 버젓이 실리는 꼴을 보며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그게 바로 기계적 중립이라고 하는 거예요. 미디어오늘은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독립한 이후에도 계속 한국 언론 지형을 비판적으로 성찰해 온 매체였죠. 조선일보나 동아일보가 저지르는 기계적 중립, 즉 중립인 척하며 가해자 편에 서는 작태를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비판해 온 게 바로 미디어오늘이었어요. 근데 요즘 보니 자기네들이 비판해 온 그 짓거리를 스스로 저지르고 있더군요. 저는 여성혐오자들도 싫지만 중립인 척하며 가해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자칭 솔로몬들이 더 싫어요.
-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그래도 자유로운 공론장의 존재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 공론장이요? 이게 지금 제대로 된 공론장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기계적인 중립만 취하면서 여성혐오자들과 성차별주의자들에게까지 발언권을 주는 것이 공론장의 역할인가요? 아니에요. 명백한 억압 구조가 존재하는 한 중립이 반드시 억압의 가해자 편에 설 수밖에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에요. 그런데 지금 논쟁의 주제로 시끌시끌한 게 뭐죠? 사흘마다 여성이 한 명씩 죽는 데이트폭력인가요? 십여 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인 스토킹처벌법인가요? 여성 노동자들과 관련이 깊은 최저임금인가요? 현직 경찰들의 거듭되는 성범죄인가요? 전국 공중화장실에 수두룩하게 깔린 몰카인가요? 서비스 재개를 선언한 소라넷인가요? 지금도 웹하드에 널려 있는 리벤지포르노인가요? 아니에요. 논쟁을 한답시고 사람들이 줄다리기를 하는 게 뭐냐 하면, 메갈리아와 일베는 같은가 다른가, 미러링을 인정해야 하는가, 고작 이따위 아무 쓸모도 없는 것들이에요.
- 네? 그게 왜 쓸데가 없나요? 아주 중요한 주제들 아닌가요?
- 너도 나도 입에 올리는 ‘메갈리아’는 도대체 뭘 말하는 거죠? 이미 죽은 커뮤니티나 마찬가지인 메갈리아 닷컴인가요? 아니면 이미 ‘메갈리아’는 ‘꼴통 페미니스트’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됐나요? 대체 ‘메갈리아’의 실체가 뭐죠? 그리고 미러링은 왜 도마 위에 오른 거죠? 애초에 미러링은 여성혐오에서 비롯된 무수한 차별과 폭력을 거울에 그대로 비춰 폭로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나 다름이 없었는데, 거울을 부순다고 거울에 비친 원본이 사라지나요? 남성혐오 대 여성혐오라는 대립 구도는 허깨비다, 메갈리아의 미러링은 여성에게 가해지는 무수한 차별과 폭력에 비하면 발톱의 때만큼도 못한 미약한 저항이다, 이 간단한 걸 왜 모르죠? 수백 번을 되풀이해서 이야기해도 못 알아듣는 걸 보면 가부장제 하에서 성장한 남성 젠더의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 인간들에게 필요한 건 논쟁이 아니라 학습이에요. 책을 읽든 주변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든 제발 학습 좀 하라고 하세요!
- ......
- 메갈리아 커뮤니티가 힘을 잃은 지가 언젠데 아직도 메갈리아 타령을 해야 하나요? 메갈리아를 통해 결집되었던 이들은 메갈리아 침체 이후 다른 이름을 가진 커뮤니티들로 분화되어 갔다는 사실은 이미 이런저런 경로로 알려지지 않았던가요? 메갈리아가 무슨 범죄 조직이라도 되나요? 일베처럼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피자 파티라도 벌였나요? 아니면 남성들 성기라도 절단했나요? 남성들은 메갈리아라는 이름을 야쿠자나 삼합회 같은 범죄 조직처럼, IS 같은 테러 집단처럼 입에 올리지만 실제로 법적 처벌을 받은 건 명예훼손 한두 건이었어요.
- 네. 그 얘긴 들었어요. 나머지 명예훼손 건들도 지금 소송 진행 중이라고 들었어요.
- 물론 명예훼손은 잘못이죠. 그러나 명예훼손 한두 건 때문에 테러 집단 취급을 받아야 한다면 현재 존재하는 모든 남초 커뮤니티는 극악무도한 악마 무리 취급을 받아야 해요. 일상적인 성희롱에, 입에도 담지 못할 욕설을 여성에게 퍼붓고, 리벤지포르노를 공유하고, 성매매 경험을 떠벌리고, 여성을 성적인 노리개로 여기는 남성들이 우글우글한 공간이 남초 커뮤니티들이에요. 그런 곳들은 소라넷처럼 십여 년간 쭉 방치돼 왔죠. 그러다 메갈리아가 나타나니 일제히 들고일어나서 돌을 던져요. 이건 제대로 양심이 박혀 있는 인간이라면 할 짓이 아니에요. 자기네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안다면 그럴 수가 없는 거예요. 나는 결백하다고? 나는 남성이지만 리벤지포르노도 안 봤고 성매매도 안 했고 성희롱도 하지 않는다고? 그럼 오구오구 칭찬이라도 해 줄까요? 그 당연한 것을 가지고? 그렇다면 여성들의 입장에 서서 성차별 구조를 어떻게 하면 허물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야지 나는 결백한데 왜 나까지 욕먹어야 하느냐고 아우성치는 건 남성으로서 가부장제라는 거대한 구조의 일부로 지금껏 살아온 삶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얘기죠. 뿌리 깊은 성차별 구조가 존재하는 한 남성으로 태어난 인간은 의도와 행위에 상관없이 무조건 가해자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거예요.
- 그쵸. 그건 당연한 얘기죠.
- 근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남성들이 대다수라는 게 문제예요. 정확히 말하자면 이해하지 않으려는 거겠죠. 지금까지 지녀 온 가치관을 뒤집어야 하니까.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니까! 구조고 뭐고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니 단세포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어라? 쟤들이 남자 욕하네? 나는 남자네? 그럼 쟤들은 날 욕하는 거지? 야, 이 메갈충아! 이렇게 되는 거예요.
- 아주 전형적인 패턴이네요.
- 그런 패턴을 공부 깨나 했다는 사람들조차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는 게 정말 절망적이예요. 혐오에 혐오로 대응하지 말라. 아무리 목적이 옳아도 수단이 잘못되면 안 된다. 이런 프레임을 자꾸 들이대니 논의는 ‘메갈리아의 미러링은 정말 혐오인가’, ‘진정한 페미니즘은 무엇인가’와 같은 뜬구름 잡는 얘기로 흘러갈 수밖에 없죠. 자, 이런 입씨름을 어디 한두 번 보나요?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벌이는 입씨름은 언제나 한 달을 채 넘기지 못해요. 아마 가을이 오기 전에 메갈리아 어쩌구 하는 논쟁은 까맣게 잊히고 말겠죠. 그럼 그 뒤엔 뭐가 남을까요? 실체도 명확하지 않은 ‘메갈리아’에 대고 화살을 마구 쏘아 대던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사라질까요? 미러링을 성차별 구조의 피해 여성들이 부르짖는 “살려 달라”는 외침이 아니라 그저 일베 이용자들이 토해 내는 혐오 발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갈까요? 그들이 모두 떠나 버린 자리에 남는 것은 ‘메갈’이라는 경멸 어린 호칭 말고는 없겠죠. 사회운동 세력에게 ‘운동권’이나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처럼 이제 여성의 권리와 인권을 이야기하는 사람에겐 ‘메갈’이라는 낙인을 찍게 되겠죠.
- 왜 그렇게 돼야 하죠? 논쟁이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 네. 요즘 유행하는 그 어떤 논쟁도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고 있지 못해요. 메갈리아는 이미 상징적 의미로서의 명칭이 되었을 뿐 더는 어떤 개인이나 집단을 가리키지 않아요. 대체 어떤 삶을 살아야 ‘메갈리안’이 되죠? 미러링을 잘할 줄 알아야? 페미니즘 관련 책들을 읽어야? 아니면 페미니즘 계열 페이스북 페이지들을 구독해야? 낙인의 기준은 언제나 가해자들이 만들어요. 피해자들이 자신에게 찍힐 낙인의 모양과 내용을 정하는 거 본 적 있어요?
- 아뇨. 없어요.
- 사회적 약자가 강자에 맞서는 것은 ‘혐오’가 아니라 ‘저항’ 혹은 ‘분노’라 불러야 맞아요. ‘남성혐오’는 여성과 남성의 기울어진 권력 관계 때문에 애초에 존재할 수가 없는 개념이에요. 그러나 여성혐오자들은 남성혐오 대 여성혐오라는 말도 안 되는 대립 구도를 들이대며 문제의 본질을 ‘혐오는 모두 나쁘다’는 양비론으로 끌고 가죠. 여성혐오는 나쁘니 하지 말자, 그러나 남성혐오도 나쁘니 하지 말자. 이걸로 끝! 아니 근데 여성들이 실제로 남성혐오를 하는 게 가능하긴 한가요? 가뜩이나 강력범죄 피해자의 80~90%가 여성인 마당에 미러링을 남성의 면전에서 하면 구타당하거나 살해당할 텐데? 소라넷과 오메가패치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경찰은 여성혐오 범죄엔 미적거리면서 남성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가는 듯하면 번개 같이 움직이는데도? 애초에 남성혐오는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할 수조차 없어요.
- ......
- 인터넷 커뮤니티에만 존재하는 게 전부인 미러링? 미러링으로 대체 남성들이 무슨 피해를 봤죠? 불쾌했다고요? 상처를 받았다고요? 이봐요. 여성들은 여성혐오 때문에 죽거나 죽지 않을 만큼 얻어맞거나 강간당해요. 똑같은 능력을 지녀도 차별을 받고 어디를 가든 오직 성적인 대상 취급만 받아요. 밤거리를 무서워하는 남성이 있나요? 공중화장실 갈 때마다 몰카를 찾아보는 남성이 있나요? 염산 맞을까 무서워 애인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못하는 남성이 있나요?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업과 승진에 불이익을 받는 남성이 있나요? ‘순결’을 강요당하는 남성이 있나요? 남성이 데이트폭력 때문에 사흘에 한 명 꼴로 죽나요? 20여 분마다 한 건씩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가 일어나기라도 하나요? 남성들은 말이에요. 여성들 앞에서 혐오가 어쩌고 입을 놀릴 자격 자체가 없어요. 그런데 난데없이 남성혐오 대 여성혐오? 이건 논쟁을 하자는 게 아니라 여성혐오에 대한 발언을 멈추라고 재갈을 물리겠다는 거예요. 존재하지도 않는 남성혐오를 들이대며 여성혐오를 희석시키려고 하는 거죠.
- 네? 그럼 그걸 통해 남성들이 얻는 게 뭐죠?
- 세상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그대로 존재하도록 할 수 있죠! 가부장제도 그대로, 여성혐오도 그대로, 남성들의 기득권도 그대로! 모든 게 평화로워지는 거예요.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추모 시위가 열리던 무렵 일베 이용자들 몇몇이 등장해 “남성과 여성 모두 친하게 지내요” 이 따위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고 했죠? 모든 억압과 갈등을 무마해 버린 채 ‘친하게 지내자’고 말하는 그들의 거짓 평화야 말로 여성혐오의 가장 간사한 얼굴이라 생각하면 돼요.
- 그럼 요즘의 논쟁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하신 말씀은....
- 애초에 성립될 필요가 없는 논쟁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진짜 중요한 문제들을 집어삼키고 있다는 거죠. 혐오 대 혐오? 그냥 피식 웃어 주고 끝내면 되는데. 미러링의 정당성? 약자의 목소리에만 극도로 엄정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이중성을 지적하고 끝내면 되는데. 여성혐오자들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어리석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어요. 상상을 초월한 어리석음을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거예요. 앙상한 논리로 공격을 해 오는데 거기에 대응을 안 할 수도 없고. 여성주의 이론가들과 활동가들은 이런저런 반박문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을 거예요. 쓰면서도 고민이 됐겠죠.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논쟁에서 이기든 지든 여성의 삶은 전혀 변하지 않을 텐데. 한국 사회의 성차별 구조는 굳건할 텐데. 논리의 문제였다면 진작 가부장제는 철폐되고도 남았을 텐데. 글을 쓰면서도 기분이 아주 더러웠겠죠. 하지만 아무리 글을 써도 저들은 설득되지 않아요. 노동자들의 점잖은 말에 설득되는 자본가 본 적 있어요? 똑같아요. 자신들이 기득권을 쥐고 있는지도 모르는 기득권자들만큼 무시무시한 것도 없어요.
- 아이고...
-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여성혐오자들이 자기네 세상 만난 듯 떼거지로 몰려와 갖은 잡다한 논리며 이론이며 잔뜩 펼치고 있는데 거기다가 미디어오늘은 아예 멍석을 깔아 줬죠. 미디어오늘의 ‘기계적 중립’은 당내 성차별 의제에 대한 정의당의 뜬금없는 ‘중립 선언’과 함께 두고두고 웃음거리로 남게 될 거예요.
- 그럼 여성혐오자들의 공격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럴 수는 없지 않나요? 저들의 거짓된 논리를 부수는 작업도 분명 필요할 텐데요.
- 이미 벌어진 싸움이자 논쟁이니 중간에 그만둘 수는 없겠죠. 중요한 것은 의제를 저들이 멋대로 날조하도록 놔둬선 안 된다는 거예요. ‘남성혐오 대 여성혐오’라는 여성혐오자들의 의제를 거부하고 의제를 말할 권리부터 일단 되찾아 오는 것이 필요해요. 중요한 의제는 잔뜩 있어요. 여성 문제는 지금껏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으니까요. 여성혐오자 및 성차별주의자들은 아마 계속해서 ‘메갈리아’라는 이름에 매달릴 거예요. 오히려 진짜 ‘메갈충’은 저들이 아닐까 의심이 들만큼 집요하게 ‘메갈리아’라는 이름을 붙잡고 늘어질 거예요. 왜냐고요? 그 이름이 그들이 지닌 유일한 무기니까요! 성차별 구조에서 비롯되는 모든 차별과 폭력을 깨끗이 지워 버릴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바로 ‘메갈리아’라는 낙인이니까요! 그 이름이 없이 그들은 그 어떤 논의도 하지 않으려 할 거예요. 그리고 허깨비 같은 ‘남성혐오’만 되풀이하겠죠. 미러링의 본질은 ‘남성혐오’가 아니라 ‘구조요청’이자 ‘현실폭로’인데 그들은 그 사실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아니,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해야 하나?
-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더 정확할 거예요. 강남역 살인사건 때도 그랬죠. 정작 여성들에게 밤거리 조심하라고 말하며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라 여기는 건 남성들이면서, 자신들이 성차별 구조의 가해자 입장이라는 것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어요. 대체 왜 그럴까요? 어리석어서 그럴까요?
- 어리석다는 말로는 다 표현이 안 돼요. 양심이 제대로 발육되지 않은 거라고 해 두죠.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해 왔는지는 전혀 모르면서, 자신들이 무슨 일을 당할지에만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겁쟁이들. 맞아요. 모든 여성혐오자들 및 성차별주의자들은 겁쟁이에요
나는 페미니스트다
이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과 상종 안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