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지 3년, 나 결혼해.

알파리오빠2016.08.05
조회361

안녕 시바야.

이름 이니셜이 ㅅㅂ라서 초창기에 "시바야" 라고 많이 불렀었는데 기억하려나.

아무튼, 그냥 시바야라고 부를게.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기엔 좀 어색할 시간이 지났으니까.

그리고 여긴 익명성이 보장되는 그런 공간이니까.

 


헤어질때 했던 약속들 몇가지 중에 하나를 지키려고 처음으로 이렇게 글을 써본다.

너 말대로, 그리고 남들에게도 인정받을 정도로 충분히 예쁘게 사귀었으니까.

우리 둘이 결혼을 하던, 혹시라도 나중에 다른 누군가와 결혼을 하게되던

우리가 사귀었던 얘기를 네이트 같은 곳에 올리자고 했었었는데.

아무튼 시작할게.

 


아, 일단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할게. 이 글을 쓰는 이유야.

나 결혼해. 그것도 주관적으로 봤을때 아주 착하고 또 주관적으로 이쁜 사람이랑.

이글을 읽는다면, 그리고 이 글의 주인공이 너라는걸 알게된다면,

성격상 넌 분명히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겠지.(아주 빼액빼액)

 


2011년, 너는 너 자신을 꽃 피우기 시작할 스무살,

난 스물 한살에 우린 친구의 소개 아닌 소개로 만났어.

얼마나 예쁘던지, 처음 마주쳤을때 내가 몇분동안 했던 말은

"오...." 뿐이었던건 너도 기억했었고, 사귀는 동안에도 충분히 놀려댔었지.

그만큼 넌 이뻤어. 이뻤다라는 표현이 모자랄 정도로 아름다웠어.

지금의 너는 더욱 아름다워졌겠지.

이제 막 피어나는 꽃도 아름답지만, 피어나 한참 만개한 꽃이 더 아름다운 법이니까.

 


그때 난 군입대를 두달밖에 남겨두지 않은 훈련소의 이슬로 곧 사라지게 될 시한부였었지.

그래서 우리는 그 남은 두달동안 남들보다 더 열심히 만나고 더 열심히 사귀었던 것 같아.

두달을 61일로 잡고 거의 55일은 만났으니까.

다시 만날 내일을 기대했고, 동시에 만날 날이 하루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에 슬퍼했던

그때의 그 감정은 이후로 경험해 본 적이 없다(하고 싶지도 않고).

그때 그 감정들을 떠올리면 아직도 기분이 묘해.

 


우린 우리 나이 또래의 다른 커플들보다 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어.

내가 차가 있었으니까.

(넌 내 차가 시끄럽다고 늘 난리를 쳤지만 태어날때부터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차야)

그리고 너가 내 집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으니까.

늘 움직였었어. 오늘은 더우니까 강남에서만 놀자고 해놓고 예정에도 없던 부산을 가고,

아침 일찍 전주로 내려갔다가 마음이 바뀌어 저녁에 부랴부랴 홍대로 올라와 클럽을 가고.

뜬금없이 계획을 잡아 제주도,일본,중국을 몰아서 여행을 다녀왔었는데,

내 인생에 이렇게 단기간에 많은 여행지를 다녀본 적도 없던 것 같다.

막말로 정말 미친 개처럼 뛰어다녔어 우리.(덕분에 군생활 행군이 익숙했다.)

너랑 헤어지고 다른 여자들을 몇명 만나보면서 알게된건데,

이런 일상은 사실 차가 있어서라기보단 둘 다 제법 넉넉한 집안에서 살아서 가능했던

일들이라는 생각을 하곤 해.

 


넌 언제나 나와의 시간에 최선을 다했어.

나와의 시간을 위해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던 너가 모든 약속을 취소했고,

오늘은 뭘할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아이디어를 쏟아냈어.

여름과 가을 두 계절을 쉬지 않고 만남에도 넌 단 하루도 내 앞에서

같은 옷을 입지 않았어.(물론 다음해부턴 옷이 좀 겹치긴 하더라)

 


너가 나와의 시간에 최선을 다했듯이, 나 또한 너와의 시간을 최선을 다했어.

소주를 좋아해 술집에 앉았다하면 소주 여덟병을 테이블에 나열하고 택시타고 집들어오고,

다음날 아침에 너가 자고 있을때 오늘도 차를 쓸거란 생각에 알코올로 떡이 된 위와 간을

이끌고 전날 술집 근처에 대 놓은 차를 끌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지.

차를 다시 가지러 가는 시간마저 아까웠으니까.

 


내가 군입대를 하고 나서도 우리가 사귀는 모습은 딱히 바뀌지 않았어.

우린 여전히 공통점이 많고 취향,성격 모든게 똑같았으니까.

이 생각이 우리 사이에 이런 단한번의 치명적인 폭풍이 될줄은 몰랐지.

 


아무튼, 우린 계절에 알맞는 사랑을 했었다고 생각해. 남들처럼.

봄이 오면 꽃을 보고, 여름이 오면 바다를 보고, 가을이 오면 단풍을 보고,

겨울이 오면 눈을 보는 그런 평범한 커플이었어.

 

 

그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너의 모습은 따사로운 봄날의 벚꽃구경이었어.

시끄럽고 창피하다고 내 차 뚜껑을 유난히 열기 싫어하던 너가 웬일로 뚜껑을 열어달라고.

뭔가하고 봤더니, 차로 벚꽃잎이 떨어지는걸 보고싶다고.

틈틈히 떨어지는 벚꽃잎에 웃는 니 모습이 어찌나 이쁘던지. 널 보느라 사람 세명은 칠뻔했었다.

물론 차에 쓰레기가 쌓여간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화가 났지만,

좋아하던 니 모습을 보면 한 트럭을 갖고 와서 내 차에 들어부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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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야. 어차피 넌 오늘 이 글을 읽을리가 없으니까 나머지는 내일 다시 올릴게.

이것저것 준비하고 신경 쓸 것들이 많아서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