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201210162016.08.05
조회281
헤어진지 3년이 넘었네,
말로는 설명이 부족할 정도로 수도없이 너 생각을 많이 해오며 지내다 보니 그때가 벌써 한참 옛날일이 되었네.
얼마전에 만나니까 생각이 나서.
단발머리가 진짜 너무 잘어울리는데 머리를 많이 길렀더라.
(사실 다시 단발머리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치만 그대로도 아직 내눈엔 이쁜거같다.)

286일,짧다고 생각할수도 있는데,
나한테는 가장 길었지 아마 너한테도.
너무 소중한 사람이였는데 헤어질거라고는 아니 헤어질리가 없다고 항상 생각했었거든.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는 다투고 기분상해도 절대 헤어지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어.너희 어머니와 친분아닌 친분으로 나는 빼도박도 못하게 사위가 됬다고 서로 깔깔 웃던 우리였지만,결국엔 헤어졌지.그날 나는 정말이지 땅이 꺼진다는 표현을 그때 처음 이해했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걸 한순간에 잃어 버린 기분.

어린나이에 그때 나는 너무 힘들어서 생활패턴이 하루아침에 바뀌었어.밤에 잠을자려고 하면 보고싶은 생각밖에 머리속에 나질 않아서 밤을새고 학교에가서 잠만자고...자연스럽게 학업이랑도 멀어지더라.그러면 안되지만, 가끔은 술에 의지를 하고 반년가까이 나를 놓고 지냈네.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더라.
나도 그럴까 해서 3년동안 몇번 시도는 해봤어
어? 이 사람도 되게 괜찮고 저 사람도 의외로 괜찮아!
여자는 너만생각하고 지냈는데 생각을 바꿔보니까 이 방법도 되게 괜찮은거 같더라.너랑 같이 먹던 디델리 라볶이,이디야에서 먹던 민트초코플래치노.다른사람들이랑 먹어도 괜찮고 좋더라.

와 신기하다 정말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건가봐,
그렇게 마음 못접겠다고 생각하고 지냈던 내가
너무 우습게 느껴지던거 있지.
드디어 나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걸까?라고 생각을 했어

응 맞아.생각했었어.한 1초정도?
전혀 그사람한테 집중이 되지않아.
너랑은 카톡을 하면 재밌는 말 밖에 생각이 안나는데, 이 사람은 카톡을해도 진심으로 맘에들게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너랑은 한시간을 통화하면서 보고싶다 말만해도 입꼬리가 내려가질 않았는데 이 사람은 전화를 해도 할 말이 없는거야.심지어는 끊고 싶기도 하더라.

그때쯤 느꼈어,잊는다는 표현의 의미는
'까먹는다'라는 뜻이잖아.
거기 까지 생각하니까 다른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하고,
억지로 생각 안하려고하던 내가 아니고
그 전의 나로 다시 돌아오는거 있지.
내가 너를 어떻게 까먹을까,
상상만 해도 벌써 슬픈데.

꼭 껴안고 핸드폰에 디데이를 입력해가며
당시에는 너무 까마득했던,
그러면서도 우리는 가능할거라고 사귄지 3000일 되는날표시를 해가며 웃던때가 지금도 머리속에 생생하거든.
이걸 지울수가,아니 지우기가 싫다.

처음으로 멀리 놀러갔던 크리스마스날,엄청 추운날에 멋 부려보겠다고 혼자 춥게 입고 남산까지 가서는 벌벌 떨면서 미리 사간 자물쇠를 얼어 붙은 손으로 낑낑대며 뜯고 네임펜으로 끄적끄적 하고 난간에 자물쇠를 건다음 너무 추워서 카페에서 핫초코를 사먹던거,바가지 써가면서 산 핫팩을 들고 종종걸음으로 남산을 내려가던거.
이걸 지우기가 싫다.

'야 아직도 뽀뽀를 안했냐 ㅋㅋㅋ' 하면서 놀리던 친구들의 말을 매일 듣다가 100일을 넘기고 그제서야 전날부터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호수공원 가로등 아래에서 둘다 눈 꽉 감고
겨우겨우 뽀뽀 했던날들의 기억.
이걸 지우기가 싫다.

매일 매일 이제 다 끝난건가 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찡하더라.

우리가 뭐 요즘 연인들이 하는거처럼
어디 좋은곳 놀러가고,맛있는집 찾아다니며
활발하게 지내진 않았었잖아
그저 만나서 손잡고 너의 집에 가는 길고긴 호수공원을
걷는게 항상 만날때마다 우리식의 데이트였지.
추우면 껴안고 가끔 어부바도 하면서 우리가 아지트라고
부르던 공원 한켠의 정자에 앉아 시간을보내고,
그냥 그렇게.

항상 너가 내 눈앞에 있어도 보고싶고,
어느날 갑자기 하루가 500시간으로 늘어나서
10시간은 집에서 잠을자고 10시간은 학교를 가고
나머지 시간은 모두 너를 만나고
또 집에서 잠을 자면서 다음날 480시간을 생각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했어.
지금 생각해보니까 무지 우스워.

이 모든걸 추억으로 보관하고,
남아있는 사진과 편지를 보며 한숨 길게 쉬는것도,
술만 먹으면 습관적으로 생각하는것도,
이제는 접어야 할 만큼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니,사실 그렇게 못하겠어.
아니,그렇게 할 생각 없어.
언젠가는 기회가 있을거라고
항상 머리 속에 '만약'을 그리고 있거든.

얼마전에 만났을때 나한테 그랬지,
종종 내 생각을 했다고.
고마워.
제일 큰 감동을 준 사람이 나였다고.
고마워.
우리는 다를거라고 생각했다고.
고마워.

그 얘기를 듣고,마냥 기쁘게 생각해야 할건 아니지만
지금의 너는 그때에 내가 널 좋아하고
너가 날 좋아했던것 만큼은 아니라는걸 느꼈어.

지금 남자친구랑 잘 만나는걸 바라지는 못하겠다.
내 생각을 접어두고 잘 지내는것도 바라지 않아.
그렇다고 불행하기를 바라지도 않아.그냥 그렇다고.


너무너무 순수했던 그때의 나와 너가 진짜 많이 그리워.
여태까지 긴 꿈이고 눈 뜨면 그때로 돌아가있으면
소원이 없을거 같아.



술 조금 마셨는데 항상 그랬듯,
너 생각이 평소보다 깊게 난다.

너무 머지않은 날에 다시 안아보고싶다.
내가 잡을 손이 굳이 너의 손이였으면 좋겠다.
너가 내 첫사랑이고 내가 너의 첫사랑이여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