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세컨드 였네요.

안녕똥차야2016.08.07
조회1,193

안녕하세요.

현재 대학교 2학년에 재학하고 있는 스물한살 여자입니다.

 

제목 그대로 저는 세컨드 였어요. 오늘 저녁까지요.

전 남자친구, 편의상 똥차로 부르겠습니다.

똥차는 제가 알바하던 곳에서 알게 된 스물 다섯살 네살 연상의 오빠였어요.

 

알바하는 곳에서 허둥대는 저를, 능숙하게 도와주는 그 모습에 반해서 이 똥차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인사와 함께 애인의 유무를 묻는 페메를 보냈었습니다.

 

그 똥차는 여친이 없다는 답신을 보내 저에게 기회를 주었죠. 약 두달간의 꼬심(?)으로 저희는 연인이 되었습니다.

 

똥차는 처음에는 그저 아는 동생을 대하듯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제가 부를때마다 나오고, 술을 마셨다하면 데리러 오며 틈틈히 만날때마다 저를 데려다주는 슈퍼맨이 되어있었습니다.

 

장거리연애에 지친 저에게 이런 슈퍼맨 같은 행동은 꿈같은 상황들인데다가 사회인인 똥차의 여유로움을 동경해서 더 열심히 꼬셨던것 같아요 별것도 아니고 그런 사람은 충분히 많았는데도요. 

 

그렇게 사귀게 된 후 30일 쯤 된 오늘.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며 연락이없는 똥차의 뒷담을 줄기차게 까고 있었어요.

 

그 이유는 똥차는 항상 토요일만 되면 일하던 피곤을 한꺼번에 푸는 듯 토요일 오후에 낮잠을 자더라고요.

 

평소에도 많이 피곤해 하기에 저는 의심도 않고(처음엔 의심을 했지만 주위에게 물으니 생산직은 보통 그렇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의심도 안좋고 하니 그러려니 했습니다.) 친구와 얘기를 하던 도중, 남자친구의 페이스북을 보자 싶어 페이스북에 들어갔습니다. 저희는 서로 페이스북 친구가 아니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쓸데없이 태그걸까봐 그런것 같긴 합니다.

 

어쨌든 똥차가 페이스북 친구를 받아주지 않아서 왜냐고 물었더니 그 때 당시에 페이스북을 삭제했다고 했었어요. 그래서 저는 납득은 했지만, 무언가 그전부터 낌새가 느껴져서 만약 페이스북을 지우지 않은걸 들킨다면 아주 요절을 내야지 하면서 가끔씩 확인을 했었어요.

 

오늘도 평소처럼 확인을 했는데 왠걸? 프로필사진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황급히 댓글도 확인을 했습니다. 예전사진 댓글에서도 친밀해보였던 한 여자가 이번에도 그사진에 아는척을하며 댓글을 달았더라구요.

 

뭔가 촉이와서 대댓글을 확인해보니, 남자친구가 그여자의 아는척에 동참해주며 "애기"라는 호칭으로 그 여자분을 지칭했고, 그 여자분은 입만 나온 사진을 대댓글에 올렸습니다. 그 사진은 똥차의 얼굴 하관이었고요.

 

피가 거꾸로 솟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설마 아닐거야 아닐거야 생각하며 그여자에게 페메를 보낼지 말지 수십번 고민했습니다.

 

결국 친구의 도움으로 페메를 보내자, 그 여자분께 빠른 답변이 왔고 서로 확인을 해보니 그 여자분은 똥차와 사귄지 2년이나 된 '여자친구'였습니다.

 

너무 화가나고 당황스럽고 믿기질 않으니 눈물조차 나오지 않고 이게 어떻게 된상황인지 곱씹어봤습니다. 여지껏 수상한 행동이 많아서 고민을 했었는데 이게 다 진실이었다니.

 

날 별로 안좋아하는것 같아 헤어지자고 했을때 절절히 붙잡던 그 행동들이 다 거짓이었다니

 

눈물조차 나오지 않고 심장만 거세게 뛰었습니다.

 

결과는 역시 세컨드는 세컨드일 뿐이었죠. 똥차는 그대로 2년된 여친에게 달려가 잘못했다고 빌은 모양입니다.

 

그여친분께서도 똥차를 엄청 좋아하셨는지 저와 통화하는내내 목소리가 떨리고 화도 내시고... 저와 똥차의 데이트는 내일, 그러니까 현시각으로는 오늘이었는데 이 여자분께서는 오늘 데이트였고 데이트 끝나고 집으로 향할때 제 페메를 받았다고 합니다.

 

어쨌든 똥차는 2년된 여친에게 달려가 빌었고, 저는 아무런 말 없이 차단당했습니다.

 

맨날 바람핀 사람들 얘기만 보면 치를 떨었는데. 그 바람의 대상이 되어보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게 현실인지 아무것도 분간이 안되네요.

 

일어나면 다 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다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어요. 세컨드라니 말만 듣고 장난만 쳐봤는데 이게 나한테도 일어날 줄이야. 비참하고 속상하고 자존감만 떨어졌습니다...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다음연애때 별거 아닌걸로 이렇게 의심을 하게 될까 두렵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볼까봐. 

 

스물다섯의 삼성회장아

 

내가 너이름 실시간 검색어에 떴다고 장난치고 오빤 이런사람 아니잖아~ 하고 장난쳤던게 엊그제 같은데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은 다 비슷하나보다 그치.

 

난 오빠가 여친한테 용서받았으면 좋겠어. 용서받고, 평생을 의심받고 바가지 긁히면서 살길 바래.

 

그 언니는 무슨죄인가 싶지만 나에게 오빠를 놓아달라 캡쳐안보여줘도 된다 하시는걸 보니 아마 널 용서하실것 같아서 하는말이야.

 

평생을 너의 행동, 말, 정성, 그 모든것을 의심받으며 살길바래.

 

그리고 딱 한번만 마주쳤으면 좋겠어. 딱 한번만 마주치면 뺨 한대만 올려붙이고 싶어서그래.

 

나의 스물한살을 이렇게 망치게 해주어 고맙다. 사람보는 눈을 높여주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