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없는 셈 치고 살겠다는 남편..

힘드네요2016.08.10
조회21,250

안녕하세요. 30대 기혼여성입니다.

얼마 전 임신사실을 알게 되어 조심조심 생활하는 중입니다.

 

요즘 제 고민은 시댁인데요..

 

시댁의 주 구성원은 시할머니, 시아버지, 시어머니(새어머니라 사실 가족같은 느낌은 썩 없습니다), 남동생

이렇게 네 명입니다.

남편의 어린시절 대부분은 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군대다녀오고 독립해나와 살았습니다.

시아버지는 남편 어린시절 재혼하셔서 새어머니와 사이에 자식 한명 두고

따로 생활하신 지라 실제적으로 부양을 해주신 것은 아닙니다.

뭐 학창시절 가끔 용돈 챙겨주는 정도?

얘기 들어보면 어린시절 흔히 부모님과 박물관을 가거나 여행을 가거나 이런 기억도 없는 듯 합니다.

 

남편도 말은 안하지만 부모가 있어도 부모없는 아이처럼 자랐기에

부모님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그래도 좋은 게 좋은거라고 명절이나 가끔 뵈면 웃는 낯으로 지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시아버지의 경제개념이 아주 틀어져있다는 것인데요..

시할머니께서 집안도 좋으시고 부지런히 일하셔서 재산이 꽤 있었는데,

젊은 시절부터 이것저것 손대셔서 시할머니께 손벌리는 것이 다반사였고,

후에 시할머니께서 말씀해주시길 집문서까지 들고 가 마지막 남은 집까지 날렸다고 하셨습니다.

현재에는 각종 금융권&지인대출 및 카드돌려막기의 끝에서 개인파산? 같은 걸 신청해서

정리중이시라 들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하시면 아들 더 망치는 거라고 답답해하면

그래도 옛날분이셔서 그런지 니가 낳아 키워봐라 자식은 못 이긴다며

시아버지 편을 드시곤 했습니다.

할머니 손에서 자랐기에 다달이 적지만 용돈도 시할머니께 드리는데,

그마저도 시아버지께서 중간중간 빌려가시고는 소액이니 얼렁뚱땅 넘어가고 하는 모양입니다.

물론 시아버지께서 시할머니 가까운 곳에 살며 살펴보고 월세나 공과금 정도 내주신다는데

시할머니께서 아들 돈 더 나갈까 걱정하셔서 엄청 절약하셔서 모두 합해 10만원 좀 넘는 수준입니다.

작은아버지께서도 다달이 20만원씩 드리고, 나라에서 나오는 노인연금? 도 있어서

사실 근검절약하시는 할머니께서 한달 사시기에는 시아버지 도움 없이도 넘치는 건 아니지만 어려움이 없습니다.

공과금 내주시는 거나 가지고 가는 돈이나 별 차이도 없어서 제로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남편은 차라리 가서 식사나 하고 사드리면 사드렸지

시할머니께 금전적 형태로 뭘 더 드리기 싫어합니다. (시아버지께로 넘어갈까봐서요)

 

어렸을 때부터 기댈 곳 없이 자란 남편은 상당히 독립심이 강하고 금전관계에 명확한 편인데,

시아버지께서는 주변에 손을 잘 벌리는 편이십니다.

(남편과 연애시절 저에게까지 소액이지만 돈을 꿔달라고 하셨으니 말 다했지요..)

 

그러던 도중 시아버지께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셨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는 시어머니의 전화에

아침부터 남편과 저 둘 다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정말 다행히 빠르게 병원에 이송되어 응급조치를 받아서 생명에 지장은 없으며

일주일 가량 경과를 보다 퇴원하는 쪽으로 되었습니다.

병실에 누워있는 아버지를 보며 남편은 많은 생각이 든 듯 하였습니다.

돈에 허덕이는 것보다 둘이 적당히 벌면서 딩크족으로 살며 우리 둘이 그냥 행복하게 살까?

하는 생각이 굳어지게 된 것이 이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아빠의 마음을 알아서 서둘렀는지 안생기던 아이가 금방 찾아왔습니다)

 

여튼 상황이 이러한 와중에 병원비 수납이 어려워 퇴원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심근경색이면 중증질환 보험 하나만 들었어도 됐을텐데 돈에 찌들려 한두달 전 모든 보험을 해지하셨다고 합니다.

부모를 봉양한 것도 자식을 여럿 키운 것도 아닌데 세 가족이 어떻게 사셨는지 병원비가 없답니다.

시어머니는 아가씨 때 잠시 일한 것 말고는 일해본 적 없는 평생 전업주부이며,

남동생은 제대로 된 직장은 아니고 그냥 작은 곳 사무실 직원입니다.

 

제 추측으로는 수술까지 하진 않았고 응급조치 상 시술과 검사비, 병실료 정도면 200만원 선일 것 같은데 그 배가 넘는 500만원이 넘는 금액이 나왔다고 하셔서 그것도 믿음이 안 가는 상황입니다.

 

저희는 결혼도 시댁으로부터는 일전 한푼 받은 것 없이 시작했고, 1년마다 이런 저런 일이 터져

받은 대출들을 내년쯤이면 거의 정리가 되는 상황이라, 현재 월 고정비가 커서 여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병원비를 보태달라 하시며 돈이 없다고 하자 시할머니께서는 빚이라도 내서 보태라고 하셨답니다.

아버지 노릇 못해도 한번 아버지 자식 관계는 끊을 수 없다며

남편더러 아버지 대접 안해줄 거면 본인도 남편을 보지 않겠다고 하셨답니다.

시할머니께서 아무리 답답하게 시아버지 편을 들어도 참고 있던 남편은

그 말씀을 듣고는 할머니께서 본인을 키운 게 아버지 인생을 위해 그냥 떠맡듯이 키운 것이라 생각하고

정말 큰 실망을 느낀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가족이 한 명도 없다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남편의 작은아버지께서도 시아버지께 된통 당해서 집에 압류 들어오고 온갖 독촉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걸 알고는 남편이 더욱 더 아버지에 대한 금전적 경계를 합니다.)

그래서 지난번 병원에서 시아버지에 대한 성토대회를 하셨는데도,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아버지를 저버릴 수 있냐며 남편을 혼내셨다고 합니다.

 

여기에 못 적을 상황이 많지만 이러한 것 말고도 명절 때 갑자기 사라지셔서 겨우 찾아다녀서 제사 지낸 적도 있고 그간 일이 더 많았습니다.

 

작은아버지의 전화를 받고는 남편은 마음을 굳혔는지 진짜 그냥 시댁과 연을 끊고 살겠다고 합니다.

우리 둘이서 잘 살면 별 문제 없다며 저보고도 일체 전화 받지 말라고 합니다.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말라며 먼저 연 끊자고 하셨는데도 남편과 말이 안 통하니 저에게 전화가 오시기에

남편에게 혹여 통화할 일 있으면 당신이 받으면 화낸다고 했으니 (제이름) 전화 안 받을거라고

얘기해놓으라고 했습니다.

 

남편이 말을 길게 하는 편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본인의 생각이나 의사전달에 대한 설명을 그닥 자세히 하진 않습니다.

금전적 도움 요청은 일절 차단하더라도 가족의 연을 끊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남편 가족들은 하나된 목소리로 남편이 너무하다고만 하시니

저는 아무래도 남편 입장에서 살아온 남편 편인지라 억울한 마음이 생겨서

가족들이 잘못됐다는 걸 말해주고 싶습니다.

부모된 도리도 하지않고 이제와서 자식된 도리를 지켜라는 것과

모든 온 가족이 경제적으로 파탄이 나야 속이 편하신지..

(물론 제가 실제로 그렇게 나설 입장도 아니고 안할 거긴 하지만 답답해서 해본 말입니다..)

 

기혼이신 분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렇게 생각하는 저희가 야박한지... 돈은 안 보태더라도 연줄은 잡고 있으려 노력해야하는지..

사실 저렇게 나오시는데 인연만 유지하는 게 말처럼 쉬운 것도 아니고

그냥 남편 얘기대로 다 끊고 둘만 잘 사는 쪽으로 하는 게 나을지..

인생선배님들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