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6일 달력에 X 표시가 하나 둘 늘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한뭉텅이씩 잘려나가는 기분이었다. 오늘도 힘이 없어 잘 쥐어지지도 않는 손으로 펜을 잡고 힘겹게 X 를 그었다. 오늘은 D-86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밖에서 한참이나 느껴졌던 인기척이 드디어 결심을 했는지 문고리를 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갈등 깊은 손은 쉽게 문을 열지 못했다. 그럴 때 마다 내가 나서야 했다. 한쪽에 벗어놓은 슬리퍼를 신고 링거를 끌며 문 앞에 섰다. 덜커덩- “엄마! 왔어?” 힘차게 문을 활짝 열고, 얼굴엔 깊은 미소를 지으며 엄마를 맞았다. 갑자기 등장한 나 때문에 표정관리가 안되는 엄마는 고개를 숙이며 손에 싸들고 온 먹을거리를 뒤적이는 척 했다. “그거 뭐야? 파인애플인가?” “.어...어...먹고 싶대매...” “그냥 한 말이었는데..헤헤 이리줘 내가 들게.” 꽈악- 엄마는 봉투를 쉽사리 건네주지 않았다. 결국 봉투 밑동을 한꺼번에 들어내자 그제서야 반색을 하며 나를 말렸다. “이리줘, 내가 할게. 힘도 없는 년이... 글고 가만히 누워나 있지 왜 이리 끌고 나왔어?” 잔소리를 하는 우직한 아줌마인척 하는 엄마. 그러나 끝에 가서 울먹이는 듯 물 먹은 소리는 숨기질 못했다. 2
얘들아 나 시한부야.
D-86일
달력에 X 표시가 하나 둘 늘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한뭉텅이씩 잘려나가는 기분이었다.
오늘도 힘이 없어 잘 쥐어지지도 않는 손으로 펜을 잡고 힘겹게 X 를 그었다.
오늘은 D-86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밖에서 한참이나 느껴졌던 인기척이 드디어 결심을 했는지 문고리를 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갈등 깊은 손은 쉽게 문을 열지 못했다.
그럴 때 마다 내가 나서야 했다.
한쪽에 벗어놓은 슬리퍼를 신고 링거를 끌며 문 앞에 섰다.
덜커덩-
“엄마! 왔어?”
힘차게 문을 활짝 열고, 얼굴엔 깊은 미소를 지으며 엄마를 맞았다.
갑자기 등장한 나 때문에 표정관리가 안되는 엄마는 고개를 숙이며 손에 싸들고 온 먹을거리를 뒤적이는 척 했다.
“그거 뭐야? 파인애플인가?”
“.어...어...먹고 싶대매...”
“그냥 한 말이었는데..헤헤 이리줘 내가 들게.”
꽈악-
엄마는 봉투를 쉽사리 건네주지 않았다.
결국 봉투 밑동을 한꺼번에 들어내자 그제서야 반색을 하며 나를 말렸다.
“이리줘, 내가 할게. 힘도 없는 년이... 글고 가만히 누워나 있지 왜 이리 끌고 나왔어?”
잔소리를 하는 우직한 아줌마인척 하는 엄마.
그러나 끝에 가서 울먹이는 듯 물 먹은 소리는 숨기질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