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헤어지자고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차분했습니다. 한 달의 시간을 달라고 하는데, 제가 그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다음주에 만나자고 했습니다. 몇 일 전 전화 때만 해도 사랑스럽게 말해주었는데... 도대체 갑자기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살다 살다 판에 글을 다 쓰네요 ㅋㅋㅋ. 저는 판을 들어와 본 적도 없고 솔직히 안 좋은 소문만 들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여자친구는 즐겨서 보더군요. 아낌 없는 조언과 따끔한 충고, 가슴 깊은 공감까지 해주는 이용자들의 정성에 정말 놀랐습니다. 사실 하소연 할 곳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혹여나 그녀가 제 글을 볼 수도 있겠고, 또 여러분의 조언을 듣고자 용기내어 글을 씁니다. 그녀의 마음이 떠난 것일까요? 어떻게 하면 우리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만남...때는 2014년 겨울이었습니다. 저희는 스터디를 하다가 만났습니다. 원래 공부하려고(정말로...) 만든 모임이었는데 그곳에서 그녀를 만났습니다. 1년이 넘어가는 취준 동안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취업도 잘 안되고 친구와 연락하기도 어려워지고, 여자친구 만들기는 불가능했습니다. 아니 사실 제가 용기도 없었고 상황상 하면 안된다고 스스로 생각했죠. 스터디원을 모집하려고 하는데, 그녀가 혹시 들어갈 수 있냐고 쪽지를 보냈습니다. 원래는 정원이 다 차서 받지 않으려고 했는데 한 명 더 있으면 어떠냐라는 마음으로 스터디원으로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연이라는 건 정말 신기한 것 같네요. 정말 공부만 하려고 했습니다.(진짜...) 그런데 그녀가 자꾸 눈에 들어오더군요. 집방향도 비슷하여 항상 지하철을 타고 다녔고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밥도 먹고 커피도 먹고 같이 한강도 걷고 그렇게 되었죠. 약간의 호감이 있었지만 용기 낼 자신은 없었는데 툭하고 던진 저의 제안들을 너무 쉽게 받아주고 같이 해주었습니다. 언젠가는 제 집에 놀러오겠다며 귤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습니다. 근데 저는 집에서 올라가는 중이었고 그녀는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그 추위에 벌벌 떨고 있더군요.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녀가 얼마나 추울까 걱정이 되었습니다.여튼 자연스럽게 서로의 집을 오가게 되었고 그렇게 사귀게 되었습니다. 대화 몇마디로 제 마음을 들켜버렸죠. "아 그러지마 ㅋㅋㅋㅋ.......(정적)...왜, 오빠, 나 좋아해?""응""......""뭐... 정 안되면 그냥 서로 만나기만 하자, 사귀는 거 아니라면...." 그녀는 생각해 본다면서도 계속 저를 만나더군요. 그렇게 사귀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왜 받아주었냐고 물어보니 그냥 자기 좋아하는 과자 많이 사줘서 그랬다고 하더군요 정확히는 말 안해주고 ㅠ. 몸은 추었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겨나가기저는 서울에서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에게는 좋은 집은 사치였죠. 저의 집은 햇빛도 안들어도는 반지하 방이었습니다. 침대 하나에 욕실 부엌이 조그맣게 있었고 저는 거기서 무려 3년을 살았습니다. 여름에는 곰팡이가 펴서 죽을 것 같았는데 어쨌든 그렇게 살았네요. 그녀는 제주도에서 올라왔고 서울에서 일하는 언니 집에 같이 살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제주도에서 평생을 보내다가 취업준비를 하기 위해서 육지로 나왔고, 그렇게 서울살이를 시작한거죠. 서로의 목표는 동일했습니다. 취업해서 잘 살자. 그렇게 서로의 집을 오가고, 도서관을 오가면서 취업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취업준비가 장기화 되다 보니 자신감도 없어지고 의욕도 없어서 공부를 아예 놓아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결정적으로 그녀가 있기에 힘들 내어 더 공부했습니다. 오히려 만나고 싶어도 꾹참고 공부하고, 몇 일 씩 몰아서 서로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도 마찬가지었습니다. 너무 못보는 것 같다며 투정은 했지만 지금까지 사귀면서 헤어지잔말 네가 싫단말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를 믿어준 그녀가 고마웠고, 저도 그녀를 믿고 있었습니다. 고생끝에 낙이 오던가요? 결국 저희 모두 공기업에 합격했고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습니다. 생활이 점차 안정되면서 예전처럼 쪼들리는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고, 눈치보지 않고 서로의 집을 왕래할 수 있었습니다. 만나는 빈도 수도 많아졌고요.
장거리(아 힘들다 ㅠㅠ) 눈치 채셨겠지만 저희는 장거리 커플입니다. 지금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언니의 일터가 지방으로 바뀌면서 갑작스럽게 여자친구는 지방으로 내려가게 되었고, 가끔은 본가인 제주도로 갔습니다. 그렇습니다. 비행기 타고 만났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애뜻했습니다. 공부한다고 자주 못보죠, 돈 없어서 자주 못보죠ㅠㅠㅠ.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얼굴만 보아도 좋았습니다.(저는 아직도 그런데...)서로를 못보는 상태에서도, 좁아터지고 습기가득한 제 반지하 자취방에서 만나는 것도 그녀는 다 이해해 주었고 오히려 괜찮다고 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훨씬 좋아한 게 맞습니다. 그녀도 약간 긴가민가 했다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제가 점점 더 좋아졌다고 합니다. 저도 그게 느껴지니까 더 애뜻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지금도 멀리 떨어져 있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해 정말로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더 자주 만나고 고민하지 않고 돈도 쓸수 있게 되고, 쇼핑이나 놀러가는 것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년 여름에 처음 회사에 들어갔고 올 초에 모두 정규직 전환이 확정되면서 정말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장거리 였지만 지금까지 놓지 않고 만나 준 여자친구가 너무 고마웠고 저도 그만큼 더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 직장.....사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직장입니다. 저는 순환근무를 평생해야 하며, 결혼해도 주말부부도 살아야 겠더군요. 여자친구는 계속 같은 곳에서 근무할 수는 있습니다.그래서 내가 열심히 해서 다른 회사를 찾겠다. 내가 내려가면 같이 결혼하자 항상 말했죠. 그녀도 항상 좋다고, 꼭 열심히 해서 이쪽으로 오라고 항상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말이 그렇지 직장다니면서 하기가 좀 어렵긴 하더라고요 ;;결혼은 사실 급하게 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도 어리고(27), 저도 서로에 대한 믿음이 공고하고 꼭 결혼하자고 합의도 했는데 그 전에 설마 무슨일이 벌어질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급한건 저희 부모님이죠 ㅋㅋㅋ. 사실 여자친구 부모님도 한 번 찾아뵈러(그냥 정말 얼굴만 보여주려)가려고 했으나 여자친구 어머님께서 더 자리잡으면 찾아오라고 하셔서 서로 부모님 뵙는 건 일단 기다리는 걸로 했습니다.직장 문제만 해결이 되면, 또 그녀도 그것이 2,3년 걸리더라도 괜찮다면 우리는 꼭 잘 살거니까 열심히만 하라며 항상 저를 다독여 주었습니다. 그렇게 용기를 내고 희망을 가지며 실제로 전 일을 하고 틈틈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회식이 많아, 그리고 술도 잘 못먹어서 비몽사몽한 날이 많아도 '난 꼭 내려가야하니까,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잡아야 하니까' 라고 스스로 다짐하면 10분이라도 공부하려고 노력했습니다.제 인생의 목표는 그녀 이니까요.
갑작스런 전화...무엇부터 잘 못 된지 모르겠습니다. 낌새도 없었고, 삐지거나 화가나는 것이 있으면 먼저 말하고 풀던 그녀가 갑자기 엄청나게 심각한 목소리로 저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불과 목요일이었습니다. "나.... 당분간 혼자 있고 싶어..." 저는 무슨 일이 있나 싶었습니다. 여자친구가 한숨만 쉬고 제대로 말도 못하더군요. 그날 회사일이 너무 바쁘고 회식도 해야 한다면서 힘들다고 했는데 그것 때문인지 알았습니다. "어..어? 자기 무슨 일 있어?" 대답을 안하더군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모르겠습니다. 왜 그랬는지 갑자기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자기, 나랑 만나기 싫어? 같이 안 살거야?"".........자기는 좋은 남자야" 그놈의 좋은 남자야 소리. 저는 이 말이 너무 싫습니다. 항상 여자들이 저러면서 저를 거부했거든요. 마음을 다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대답을 안했습니다. 시간을 달라고만 하더군요. 충격이었습니다. 당일 아침만해도 잘잤냐고 먼저 카톡해주고, 전 날 친구 만난 후 예전과 다르지 않은 목소리로 날 반겨주던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대로 그냥 한 달의 시간을 줘버리면 영영 끝날 것 같았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에는 전화를 달라며 약속했습니다. 저는 그날 잠을 이룰수가 없었습니다. 꿈인 것 같았죠. 불과 몇 일 전 만해도 사랑한다, 고맙다며 상냥한 목소리로 반겨주던 그녀가 없어졌습니다. 너무 신경이 쓰여 회사에서도 일을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너 왜 이래?' 라며 누군가 물어보더군요.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결국 못 참고 찾아갔다.그녀가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번 연휴 3일에 실컷 놀아보자며 계획까지 짜던 그녀가 갑자기 저에게 등을 돌려버렸습니다. 내려가는 기차표를 어렵게 구해서 신나있었습니다. 갑자기 전날 저에게 오지 말라며 통보해버렸습니다.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여자가 아닌데...저는 연예 초보이고 고자입니다. 모태솔로입니다. 키도 작고 볼품없는 남자지만 그래도 그녀를 절 사랑해주고 최선을 다해주었습니다. 그런 여자가 갑자기,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자신에게 시간을 달라고 합니다.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나에게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어 그냥 내려갔습니다. 가서 잠깐만 이야기 하고 올라오자. 다른 말은 하지 말자.그녀의 집에 도착해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목요일 이후로 연락마저 끊어버린 그녀였습니다. 밥 먹었냐는 카톡에만 간신히 대답하며 전화도 문자도 모두 무시했습니다. 슬슬 감정이 복받쳐 오르고, 화도 났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내가 무슨 잘못을 했을까. 왜 난 눈치를 채지 못했을까..... 오만가지 생각을 다하면서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몇 번 전화하고 문자를 하니 그제서야 통화를 하더군요 "어디야?"응 동기들이랑 놀고있어..." 너무나도 차분한 목소리, 떠들썩한 사람들의 목소리. 어제의 그녀는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차분하고 냉정하게, 마치 모든 걸 채념한 듯 저에게 또박또박 말했습니다. " 왜 그래.... 무슨일이야....."" 오빠... 내가 나중에 말해줄께. 지금은 시간을 줘."" 아니 나도 무슨 일인 줄 알아야 하잖아.. 나 자기 없으면 못살아..." 갑자기 너무 서러웠습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걸 그대로 보였죠. 자기가 흥분할까봐 일부러 오지 말라고 했다. 그러니 나중에 보자며 계속 회피하더군요.결국 약간의 실랑이 끝에 다음주에 보고 이야기 하기로 했습니다. "오빠. 음 뭐랄까. 예전만큼 안 설레는 것 같아." 저는 아직도 그녀를 보면 설렘니다. 항상 보고 싶고 애뜻하고 잘 해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왜 일까요.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요. 눈치를 채지 못한 저의 멍청함 때문일까요. 대화중에 제가 무슨 잘못을 한 걸 까요?그녀는 나타날 것 같지 않았고, 저도 애초에 잠깐 이야기만 하고 올라오려 했기에 다시 집으로 향했습니다. 정말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에게 힘든 것이 있을까요? 아니면 그냥 제가 별로인 걸까요?저는 키도 작고 얼굴도 잘 생기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부터 친구나 선배들이 '넌 결혼하면 진짜 잘하겠다'라고 했습니다. 대학교 때 연애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제로 그랬는데, 그녀만은 제 가치를 알아주는 것 같아 너무 좋았습니다. 점점 제가 잘 생겨 보인다며 용기를 주기도 했습니다.그녀를 만나고 나서 지인들이 다들 놀랍니다. 사람이 되었다고. 심지어 부모님도 그러십니다. 그렇게 저에게 아낌없이 주던 그녀였는데 왜 갑자기 이러는 걸까요. 제가 잘못한 것이 있었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항상 일과 회식에 치여사는 그녀가 힘들 때 적극적으로 대화하지 않았는지, 연락 자주 안한다며 너무 닦달한 건 아닌지, 동기들하고 열심히 노는 데 내가 방해한 건 아닌지....밥도 못먹고 너무 심난하여 지인들한테 전화하여 이게 무슨 일인지 조언을 구해보았습니다. 회사 동료들이 소위 바람을 넣은 거다. 계속 비교하는 거다. 누구한테 고백받은 거다. 분명히 힘든 거 있는데 네가 몰랐던 거다. 잘 이야기 해보면 될 거다. 힘내라..... 마음이 진정되지 않습니다. 모든 가능성도 좋습니다. 이해합니다. 차라리 그냥 날 한 번 시험해 보고자 일부러 이런 거라고 하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믿기지가 않습니다. 다음주에 만나면 진지하게 모든 이야기를 하고, 들어볼 생각입니다. 헤어지자고 말하지 않았지만, 또 그러지는 죽어도 싫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너무 불안합니다. 그녀는 저의 마음을 이해해 줄까요?
여보에게이 글을 보고 있을까? 아마 다른 거 하느라 모르겠지... 혹시 본다면 나의 마음은 항상 그대로 인거 알아줘. 연락 끊지 말고 나랑 이야기 했으면 좋겠어. 나는 여보야. 바라만 봐도 설레는 남자는 될 수 없을꺼야. 오래 사귀고 멀리 떨어져 있다보면 그 마음이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겠지. 그래도 난 자기가 항상 좋아. 여보가 있으면 내 마음이 안정이 돼. 어려운 시기에 나에게 용기를 주고 어려움을 이겨내게 해주었잖아. 여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 난 항상 멋진 남자는 될 수 없어. 구닥다리 일수도 있어. 하지만 맛있는 거 많이 사주고, 영화도 같이 보러가고, 쇼핑도 같이하러가고, 청소할 때 도와주고, 쓰레기 버리는 그런 남자는 될 수 있어. 여보도 이런 내가 좋다고 만난 거잖아. 화나 거나 힘든 거 있는데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있으면 미안해. 일 하는 데 너무 힘든데 내가 그것도 모르고 연락 안 한다고 화내서 미안해. 여보 예쁘고 좋은 마음에 상처냈던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해. 여보. 이런 시기는 오래 된 커플이 항상 겪는 일인 것 같아. 난 이걸 잘 이겨내고 싶지 끝내고 싶지 않아. 여보 바라보면서 고민, 투정, 어려운 점 이야기 했던 그런 소소한 일상을 난 계속 즐기기고 싶어. 여보 내가 미안하고 정말 사랑해. 솔직히 말해줘. 난 자기를 만나려고 28년을 기다렸는데 그깟 몇 달 못 참겠어? 다음주에 보자. 사랑해.
여자친구가 혼자 있고 싶답니다. 제가 더이상 설레지 않는다고 하네요.
아직 헤어지자고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차분했습니다. 한 달의 시간을 달라고 하는데, 제가 그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다음주에 만나자고 했습니다. 몇 일 전 전화 때만 해도 사랑스럽게 말해주었는데... 도대체 갑자기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살다 살다 판에 글을 다 쓰네요 ㅋㅋㅋ. 저는 판을 들어와 본 적도 없고 솔직히 안 좋은 소문만 들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여자친구는 즐겨서 보더군요. 아낌 없는 조언과 따끔한 충고, 가슴 깊은 공감까지 해주는 이용자들의 정성에 정말 놀랐습니다. 사실 하소연 할 곳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혹여나 그녀가 제 글을 볼 수도 있겠고, 또 여러분의 조언을 듣고자 용기내어 글을 씁니다. 그녀의 마음이 떠난 것일까요? 어떻게 하면 우리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만남...때는 2014년 겨울이었습니다. 저희는 스터디를 하다가 만났습니다. 원래 공부하려고(정말로...) 만든 모임이었는데 그곳에서 그녀를 만났습니다. 1년이 넘어가는 취준 동안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취업도 잘 안되고 친구와 연락하기도 어려워지고, 여자친구 만들기는 불가능했습니다. 아니 사실 제가 용기도 없었고 상황상 하면 안된다고 스스로 생각했죠.
스터디원을 모집하려고 하는데, 그녀가 혹시 들어갈 수 있냐고 쪽지를 보냈습니다. 원래는 정원이 다 차서 받지 않으려고 했는데 한 명 더 있으면 어떠냐라는 마음으로 스터디원으로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연이라는 건 정말 신기한 것 같네요.
정말 공부만 하려고 했습니다.(진짜...) 그런데 그녀가 자꾸 눈에 들어오더군요. 집방향도 비슷하여 항상 지하철을 타고 다녔고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밥도 먹고 커피도 먹고 같이 한강도 걷고 그렇게 되었죠. 약간의 호감이 있었지만 용기 낼 자신은 없었는데 툭하고 던진 저의 제안들을 너무 쉽게 받아주고 같이 해주었습니다.
언젠가는 제 집에 놀러오겠다며 귤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습니다. 근데 저는 집에서 올라가는 중이었고 그녀는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그 추위에 벌벌 떨고 있더군요.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녀가 얼마나 추울까 걱정이 되었습니다.여튼 자연스럽게 서로의 집을 오가게 되었고 그렇게 사귀게 되었습니다. 대화 몇마디로 제 마음을 들켜버렸죠.
"아 그러지마 ㅋㅋㅋㅋ.......(정적)...왜, 오빠, 나 좋아해?""응""......""뭐... 정 안되면 그냥 서로 만나기만 하자, 사귀는 거 아니라면...."
그녀는 생각해 본다면서도 계속 저를 만나더군요. 그렇게 사귀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왜 받아주었냐고 물어보니 그냥 자기 좋아하는 과자 많이 사줘서 그랬다고 하더군요 정확히는 말 안해주고 ㅠ. 몸은 추었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겨나가기저는 서울에서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에게는 좋은 집은 사치였죠. 저의 집은 햇빛도 안들어도는 반지하 방이었습니다. 침대 하나에 욕실 부엌이 조그맣게 있었고 저는 거기서 무려 3년을 살았습니다. 여름에는 곰팡이가 펴서 죽을 것 같았는데 어쨌든 그렇게 살았네요.
그녀는 제주도에서 올라왔고 서울에서 일하는 언니 집에 같이 살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제주도에서 평생을 보내다가 취업준비를 하기 위해서 육지로 나왔고, 그렇게 서울살이를 시작한거죠.
서로의 목표는 동일했습니다. 취업해서 잘 살자.
그렇게 서로의 집을 오가고, 도서관을 오가면서 취업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취업준비가 장기화 되다 보니 자신감도 없어지고 의욕도 없어서 공부를 아예 놓아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결정적으로 그녀가 있기에 힘들 내어 더 공부했습니다. 오히려 만나고 싶어도 꾹참고 공부하고, 몇 일 씩 몰아서 서로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도 마찬가지었습니다. 너무 못보는 것 같다며 투정은 했지만 지금까지 사귀면서 헤어지잔말 네가 싫단말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를 믿어준 그녀가 고마웠고, 저도 그녀를 믿고 있었습니다.
고생끝에 낙이 오던가요? 결국 저희 모두 공기업에 합격했고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습니다. 생활이 점차 안정되면서 예전처럼 쪼들리는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고, 눈치보지 않고 서로의 집을 왕래할 수 있었습니다. 만나는 빈도 수도 많아졌고요.
장거리(아 힘들다 ㅠㅠ) 눈치 채셨겠지만 저희는 장거리 커플입니다. 지금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언니의 일터가 지방으로 바뀌면서 갑작스럽게 여자친구는 지방으로 내려가게 되었고, 가끔은 본가인 제주도로 갔습니다. 그렇습니다. 비행기 타고 만났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애뜻했습니다. 공부한다고 자주 못보죠, 돈 없어서 자주 못보죠ㅠㅠㅠ.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얼굴만 보아도 좋았습니다.(저는 아직도 그런데...)서로를 못보는 상태에서도, 좁아터지고 습기가득한 제 반지하 자취방에서 만나는 것도 그녀는 다 이해해 주었고 오히려 괜찮다고 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훨씬 좋아한 게 맞습니다. 그녀도 약간 긴가민가 했다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제가 점점 더 좋아졌다고 합니다. 저도 그게 느껴지니까 더 애뜻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지금도 멀리 떨어져 있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해 정말로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더 자주 만나고 고민하지 않고 돈도 쓸수 있게 되고, 쇼핑이나 놀러가는 것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년 여름에 처음 회사에 들어갔고 올 초에 모두 정규직 전환이 확정되면서 정말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장거리 였지만 지금까지 놓지 않고 만나 준 여자친구가 너무 고마웠고 저도 그만큼 더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 직장.....사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직장입니다. 저는 순환근무를 평생해야 하며, 결혼해도 주말부부도 살아야 겠더군요. 여자친구는 계속 같은 곳에서 근무할 수는 있습니다.그래서 내가 열심히 해서 다른 회사를 찾겠다. 내가 내려가면 같이 결혼하자 항상 말했죠. 그녀도 항상 좋다고, 꼭 열심히 해서 이쪽으로 오라고 항상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말이 그렇지 직장다니면서 하기가 좀 어렵긴 하더라고요 ;;결혼은 사실 급하게 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도 어리고(27), 저도 서로에 대한 믿음이 공고하고 꼭 결혼하자고 합의도 했는데 그 전에 설마 무슨일이 벌어질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급한건 저희 부모님이죠 ㅋㅋㅋ. 사실 여자친구 부모님도 한 번 찾아뵈러(그냥 정말 얼굴만 보여주려)가려고 했으나 여자친구 어머님께서 더 자리잡으면 찾아오라고 하셔서 서로 부모님 뵙는 건 일단 기다리는 걸로 했습니다.직장 문제만 해결이 되면, 또 그녀도 그것이 2,3년 걸리더라도 괜찮다면 우리는 꼭 잘 살거니까 열심히만 하라며 항상 저를 다독여 주었습니다. 그렇게 용기를 내고 희망을 가지며 실제로 전 일을 하고 틈틈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회식이 많아, 그리고 술도 잘 못먹어서 비몽사몽한 날이 많아도 '난 꼭 내려가야하니까,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잡아야 하니까' 라고 스스로 다짐하면 10분이라도 공부하려고 노력했습니다.제 인생의 목표는 그녀 이니까요.
갑작스런 전화...무엇부터 잘 못 된지 모르겠습니다. 낌새도 없었고, 삐지거나 화가나는 것이 있으면 먼저 말하고 풀던 그녀가 갑자기 엄청나게 심각한 목소리로 저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불과 목요일이었습니다.
"나.... 당분간 혼자 있고 싶어..."
저는 무슨 일이 있나 싶었습니다. 여자친구가 한숨만 쉬고 제대로 말도 못하더군요. 그날 회사일이 너무 바쁘고 회식도 해야 한다면서 힘들다고 했는데 그것 때문인지 알았습니다.
"어..어? 자기 무슨 일 있어?"
대답을 안하더군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모르겠습니다. 왜 그랬는지 갑자기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자기, 나랑 만나기 싫어? 같이 안 살거야?"".........자기는 좋은 남자야"
그놈의 좋은 남자야 소리. 저는 이 말이 너무 싫습니다. 항상 여자들이 저러면서 저를 거부했거든요. 마음을 다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대답을 안했습니다. 시간을 달라고만 하더군요. 충격이었습니다. 당일 아침만해도 잘잤냐고 먼저 카톡해주고, 전 날 친구 만난 후 예전과 다르지 않은 목소리로 날 반겨주던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대로 그냥 한 달의 시간을 줘버리면 영영 끝날 것 같았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에는 전화를 달라며 약속했습니다. 저는 그날 잠을 이룰수가 없었습니다. 꿈인 것 같았죠. 불과 몇 일 전 만해도 사랑한다, 고맙다며 상냥한 목소리로 반겨주던 그녀가 없어졌습니다. 너무 신경이 쓰여 회사에서도 일을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너 왜 이래?' 라며 누군가 물어보더군요.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결국 못 참고 찾아갔다.그녀가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번 연휴 3일에 실컷 놀아보자며 계획까지 짜던 그녀가 갑자기 저에게 등을 돌려버렸습니다. 내려가는 기차표를 어렵게 구해서 신나있었습니다. 갑자기 전날 저에게 오지 말라며 통보해버렸습니다.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여자가 아닌데...저는 연예 초보이고 고자입니다. 모태솔로입니다. 키도 작고 볼품없는 남자지만 그래도 그녀를 절 사랑해주고 최선을 다해주었습니다. 그런 여자가 갑자기,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자신에게 시간을 달라고 합니다.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나에게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어 그냥 내려갔습니다. 가서 잠깐만 이야기 하고 올라오자. 다른 말은 하지 말자.그녀의 집에 도착해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목요일 이후로 연락마저 끊어버린 그녀였습니다. 밥 먹었냐는 카톡에만 간신히 대답하며 전화도 문자도 모두 무시했습니다.
슬슬 감정이 복받쳐 오르고, 화도 났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내가 무슨 잘못을 했을까. 왜 난 눈치를 채지 못했을까..... 오만가지 생각을 다하면서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몇 번 전화하고 문자를 하니 그제서야 통화를 하더군요
"어디야?"응 동기들이랑 놀고있어..."
너무나도 차분한 목소리, 떠들썩한 사람들의 목소리. 어제의 그녀는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차분하고 냉정하게, 마치 모든 걸 채념한 듯 저에게 또박또박 말했습니다.
" 왜 그래.... 무슨일이야....."" 오빠... 내가 나중에 말해줄께. 지금은 시간을 줘."" 아니 나도 무슨 일인 줄 알아야 하잖아.. 나 자기 없으면 못살아..."
갑자기 너무 서러웠습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걸 그대로 보였죠. 자기가 흥분할까봐 일부러 오지 말라고 했다. 그러니 나중에 보자며 계속 회피하더군요.결국 약간의 실랑이 끝에 다음주에 보고 이야기 하기로 했습니다.
"오빠. 음 뭐랄까. 예전만큼 안 설레는 것 같아."
저는 아직도 그녀를 보면 설렘니다. 항상 보고 싶고 애뜻하고 잘 해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왜 일까요.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요. 눈치를 채지 못한 저의 멍청함 때문일까요. 대화중에 제가 무슨 잘못을 한 걸 까요?그녀는 나타날 것 같지 않았고, 저도 애초에 잠깐 이야기만 하고 올라오려 했기에 다시 집으로 향했습니다. 정말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에게 힘든 것이 있을까요? 아니면 그냥 제가 별로인 걸까요?저는 키도 작고 얼굴도 잘 생기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부터 친구나 선배들이 '넌 결혼하면 진짜 잘하겠다'라고 했습니다. 대학교 때 연애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제로 그랬는데, 그녀만은 제 가치를 알아주는 것 같아 너무 좋았습니다. 점점 제가 잘 생겨 보인다며 용기를 주기도 했습니다.그녀를 만나고 나서 지인들이 다들 놀랍니다. 사람이 되었다고. 심지어 부모님도 그러십니다. 그렇게 저에게 아낌없이 주던 그녀였는데 왜 갑자기 이러는 걸까요.
제가 잘못한 것이 있었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항상 일과 회식에 치여사는 그녀가 힘들 때 적극적으로 대화하지 않았는지, 연락 자주 안한다며 너무 닦달한 건 아닌지, 동기들하고 열심히 노는 데 내가 방해한 건 아닌지....밥도 못먹고 너무 심난하여 지인들한테 전화하여 이게 무슨 일인지 조언을 구해보았습니다.
회사 동료들이 소위 바람을 넣은 거다. 계속 비교하는 거다. 누구한테 고백받은 거다. 분명히 힘든 거 있는데 네가 몰랐던 거다. 잘 이야기 해보면 될 거다. 힘내라.....
마음이 진정되지 않습니다. 모든 가능성도 좋습니다. 이해합니다. 차라리 그냥 날 한 번 시험해 보고자 일부러 이런 거라고 하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믿기지가 않습니다.
다음주에 만나면 진지하게 모든 이야기를 하고, 들어볼 생각입니다. 헤어지자고 말하지 않았지만, 또 그러지는 죽어도 싫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너무 불안합니다. 그녀는 저의 마음을 이해해 줄까요?
여보에게이 글을 보고 있을까? 아마 다른 거 하느라 모르겠지... 혹시 본다면 나의 마음은 항상 그대로 인거 알아줘. 연락 끊지 말고 나랑 이야기 했으면 좋겠어.
나는 여보야. 바라만 봐도 설레는 남자는 될 수 없을꺼야. 오래 사귀고 멀리 떨어져 있다보면 그 마음이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겠지. 그래도 난 자기가 항상 좋아.
여보가 있으면 내 마음이 안정이 돼. 어려운 시기에 나에게 용기를 주고 어려움을 이겨내게 해주었잖아. 여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
난 항상 멋진 남자는 될 수 없어. 구닥다리 일수도 있어. 하지만 맛있는 거 많이 사주고, 영화도 같이 보러가고, 쇼핑도 같이하러가고, 청소할 때 도와주고, 쓰레기 버리는 그런 남자는 될 수 있어. 여보도 이런 내가 좋다고 만난 거잖아.
화나 거나 힘든 거 있는데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있으면 미안해. 일 하는 데 너무 힘든데 내가 그것도 모르고 연락 안 한다고 화내서 미안해. 여보 예쁘고 좋은 마음에 상처냈던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해.
여보. 이런 시기는 오래 된 커플이 항상 겪는 일인 것 같아. 난 이걸 잘 이겨내고 싶지 끝내고 싶지 않아. 여보 바라보면서 고민, 투정, 어려운 점 이야기 했던 그런 소소한 일상을 난 계속 즐기기고 싶어. 여보 내가 미안하고 정말 사랑해. 솔직히 말해줘. 난 자기를 만나려고 28년을 기다렸는데 그깟 몇 달 못 참겠어?
다음주에 보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