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에 사는 여자가 절 변태로 보는 것 같아요.

삐삐가조타2008.10.18
조회888

찌질한 공대생 3학년생입니다. 제목에 쓴 그대로입니다.

뭔가 억울해서 글 올려봅니다. ㅠㅠ

 

작년 겨울인가..올해 초였나...

지금 생각하면 참 그날따라..그날따라 라는 말이 생각이 납니다..ㅠㅠ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잠을 자거나 졸거나 하는 성격은 아닌데 그날따라 피곤했는지 버스 유리창에 머리를 쳐박고 자다가 버스가 집에 도착할 때쯤 본능적으로 일어나 후다닥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그 때 제 바로 앞에 어떤 높은 굽의 구두를 신은 키가 큰 여자가 있었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집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였고, 버스에서 자고 일어난 직후인데다가 평소에 길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또 그날따라 담배가 갑자기 엄청 땡겼습니다.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담배를 물고 집으로 가는데, 제가 정말 담배를 피우더라도 가래가 생기든 침이 생기든 간에 의도적으로 침은 뱉지 않는 성격입니다. 그런데 또 그날따라 재수없게 담배피다가 목에 사래가 들려서 켁켁거리면서 침을 뱉으면서 길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제 앞에는 버스 내릴 때 바로 앞에 있던 여자가 또각또각 소리를 내면서 걸어가고 있더군요.

 

그 여자가 뒤로 고개를 돌려 힐끗 저를 쳐다봅니다.

....저와 눈이 마주칩니다....

 

여담이지만 이 일은 저에게 꽤 크게 충격이었기 때문에 그 때의 상황이나 옷차림 등등 지금도 자세히 기억이 납니다. ㅠㅠ

그 때 저는 165Cm의 요즘 중딩보다도 작을, 흔히들 말하는 호빗을 연상시키는 짧막한 키, 전형적인 어좁이 (어깨가 좁은 아이죠;;) 로 왜소한 체격을 가진, 폴햄잠바에 통넓은 청바지를 입은, 앞에 있는 그 여자분이 보기에 초큼은 찌질한 그런 이미지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찌질하지 않습니다ㅠㅠ)

 

집으로 가는 길은 5분이 채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입니다. 앞서 가는 여자의 또각또각 거리는 구두소리가 왠지 조금 빨라진 느낌입니다.

 

뒤로 고개를 돌려 저를 힐끔 보고는 빨라진 구두소리..이 때만 해도 저는 별 생각없었습니다. 아니, 단순한 아웃 오브 안중이라고 하죠. 별 관심도 없었고, 신경도 안 쓰고 그러려니 했습니다. 하지만 유난히 거슬렸던 구두의 또각거림에 그 사람에게 눈이 갔습니다.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가끔씩 저를 쳐다보면서 한 손으로 엉덩이를 가리는 건지 바지를 올리는 건지 아무튼 손으로 감추는 듯한, 두려운 듯한 뉘앙스를 풍기더군요. 저는 그걸 보고 순간 흠칫해서 그냥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아주 당황스럽고 황당하더라고요.ㅋㅋㅋ뭔가 기분 이상합니다.ㅋㅋㅋ

이거 뭐 앞으로 가서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변태가 아닙니다. ' 할 수도 없고 ㅠㅠ

 

저는 사실 키가 작은 컴플렉스가 있어서 저하고 키가 비슷하거나 저보다 키가 더 큰 여자는 두려워하는 조금 특이한 성격입니다. ㅡ,.ㅡ;; 분명 의심을 받는 것 같은데 제 이런 취향같은 건 당연히 무시됐겠죠. ㅠㅠ

 

아무튼 여자분이 총총걸음으로 간 곳은 같은 아파트 같은 동 같은 라인 ㅡ,.ㅡ...

 

 

 

 

 

 

 

그렇게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나고 어제 집에 왔는데 집에 문이 잠겨 있어서 아파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습니다. 저야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죠. 작은 키, 왜소한 체격, 또 거기에 어울리지 않게 넓은 통 청바지;; 뭔가 저를 묘사하면서도 슬픈 현실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전 찌질하지 않습니다ㅠㅠ)

 

제 앞에 그 여자분이 오고 있더군요. 정확히 말하면 집에 가는 길이겠죠. 서로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 여자분, 흠칫/ 당황이란 감정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는 (심지어는 발을 돌리려고 했습니다;;) 눈을 어디다 둬야 할 지 모르더군요...그리곤 서둘러 아파트로 들어갔습니다.

 

잊을만 하니깐 다시 예전의 그 더러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시네요. 아주 베리 감사 땡큐입니다.ㄳㄳ

 

쿨한 성격은 아니지만 나름 나쁜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변태로 찍혔다는 생각이 확신으로 변하니까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소심해지네요.ㅠ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