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차인 여자랑 오늘 헤어졌습니다

호지2016.08.22
조회17,224

판은 처음이라 시작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똥차와는 2년전 3월부터 연애를 시작 했어요.
똥차도 저도 용돈을 받아 쓰는 학생 신분이었고요.
첫 연애는 아니었지만 '아, 이 사람이다.' 하는 마음으로
돈, 마음, 몸 뭐 하나 아끼지 않고 진심으로 사랑했네요.

내가 먹고싶은거 안 먹고 사고싶은건 안 사면서도
똥차가 갖고 싶어하는 옷, 신발, 지갑, 시계 등 많이도 갖다 바쳤습니다.

같은 학교였기에 2년을 거의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만났어요.
주로 영화보고 밥 먹고 술 마시거나, 한달에 한 번 꼴로
가까운 지역으로 여행을 갔고
그 데이트 비용의 90% 는 제가 부담했습니다.

학생 신분에 돈이 어딨다고, 지금 생각해도 참 미련했네요.

연애 후반엔 남자 문제로 싸웠던 적도 많았고,
연락이 안돼서 싸운 적도 많았고,
아무튼 이래저래 다툼이 잦았습니다.

그 사람이 권태기를 겪을 그 무렵 제가 사업을 시작했어요.
원래부터 패션 쪽에 관심이 많던터라 부모님 도움으로
옷 가게를 하나 차렸습니다.

취업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그 사람 눈에는
그게 그렇게도 얄미웠는지 만날때마다
니 노력 하나없이 부모님 도움으로 사업 해봤자
얼마 안간다, 인생 참 편한 것 같아 부럽다며
미운 말도 많이 했습니다.

주변에서 아무리 그 사람은 아니라고 말려도

꾸미지 않은 그 사람을 마주보며
집 앞 공원에서 맥주 한 캔 하는 일상이 좋았고,

매일 집에 데려다 주는 그 길이 좋았고,
그 길마다 유난히 밝아 보이는 달이 좋았고,

그보다 빛나는 그 사람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2년을 참 많이도 사랑했네요.


그러곤 올해 3월 그 사람이 제게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이유는 하나였어요 '지친다.'
내가 그 사람 사랑하는 딱 그만큼만 사랑해줬으면 했던건데
그 사람은 그게 부담스럽고 지친다고 하더라구요.
저와 같이 있을때 초라해지는 자기 모습도 싫다고.

이미 정리가 다 된 그 사람 붙잡으려 무던히도 노력했어요.

결국은 다른 남자도 만나보고 싶다는 똥차 말 듣고
이제 정말 아니구나 싶어서 헤어졌습니다.


그렇게 4달을 일에만 몰두하며 보냈어요.
조금이라도 시간이 생기면 그 사람 생각이 날까 두려워
밥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정말 일만 했네요.

그러다 저희 가게에서 일하는 친구와 연락하게 되었습니다.

실은 똥차에게 마음이 남아있던터라
여러 핑계를 대며 거절 했는데

좋아할 수 있을때까지 좋아하고 싶다는 그 친구 보면
2년전 제 모습이 떠올라서 밥도 몇번 사주고 영화도 두편 정도 봤어요.


호감을 가지고 연락하던 와중에
딱 3일 전 똥차에게서 연락이 왔네요.


대충
헤어지고 많이 힘들었다, 너와 헤어지고 두 명을 만났는데
계속 니 생각이 나더라, 괜찮다면 다시 시작하고싶다는 내용.

호구같은거 아는데 그 사람이랑 다시 연락하게 됐어요.
이틀 전에 만나서 같이 밥도 먹고, 영화도 봤네요.

다시 사귀자는 그 사람 말에 몇번 더 만나보고 결정하자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제도 그 사람 만난다고 아침부터 옷장을 수십 번을 열고 닫았어요. 데리러 가는 그 설렘이 좋아서 한시간이나 일찍 나가서 버스도 안 타고 그 사람 집 까지 걸어갔어요.

근데 그 사람이 집에서 남자랑 같이 나오더라고요.
한참을 품에 안겨 있다가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곤
집 가는 그 사람 뒷모습만 쳐다보다 저도 집에 와버렸네요.

자기 이제 다 챙겼다며 어디서 만날거냐는 그 사람 연락에
급한 일이 생겨서 오늘은 못 만나겠다고 답장 보내고

집 오는 길에 한참을 울었어요.
다 큰 남자가 창피한 줄도 모르고 울었습니다.

아닌거 누구보다 잘 알면서 부정하고 싶었어요.
결국 오늘 그 사람이랑 확실하게 정리했습니다.

화도 내고 그 사람 탓도 해 보고 싶었는데
내가 아직 많이 모자라서 또 널 지치게 할 것 같다고,
여기서 그만하는게 좋겠다고 끝냈습니다.


슬플 줄만 알았는데 한편으론 후련하기도 하네요.


오늘은 달이 참 어두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