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1년차 언니이야기

바둑알2016.08.25
조회2,482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글 한번 남겨보려 합니다.


저희 언니의 문제입니다.


언니는 21년 전, 지인의 소개로 28살에 저희형부를 만났고 재미있고 화통한 성격에 끌려 만난지 4개월만에 결혼을 했습니다. 언니는 그때까지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적도 없었고 정말 순진했습니다.


결혼 후 얼마 안 있어 둘의 자라온 가정환경이 극과 극임을 깨달았고,
성격도 세계관도 너무 다름을 알았지요.
언니는 유순하고 느긋하고 좀 소심한 성격인 반면, 형부는 다혈질에 외향적이고 예민합니다.
하지만 언니는 사고방식이 좀 보수적인 편인데다 너무 순진해서 이혼은 생각치도 못했습니다.



결혼 후 부터 관계의 주도권은 형부에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경제권도 결혼 직후부터 형부가 쥐고있구요.
결혼후 언니에게 경제권은 자기가 맡겠으니 가진 돈을 다 자기에게 맡기라고 했다더군요.
내키지않았지만 순진했던 언니는 이제 한 가족이니까 그래야하나 싶어 결혼전에 번 돈을 다 형부에게 맡겼다고 합니다. 그 후 현재까지 경제권은 형부가 쥐고 있고, 언니는 그때그때 돈이 필요할때 이야기를 해서 타 쓰곤 했습니다.
하지만 달달이 정해서 생활비를 주는 것도 아니고 돈도 턱턱 주는게 아니라 보통은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형부가 짜증을 내는 편이라 점점 돈 얘기를 하기 힘들어졌다고 합니다. 자존심도 상하구요. 그래서 돈달란 소리를 못해서 신혼땐 한달에 2만원으로 먹고 산적도 있다고 합니다. (유통기한 다 된 큰 햄으로 부대찌개만 먹어가며) 옷도 싸구려 박스티나 형부 반바지 같은 걸 입고 집에서만 지내면서요.

경제활동을 하고 싶었지만 얼마후 애가 생기고 애들 키우다보니 경제활동을 할 수 없었고, 언젠가 형부가 "여자가 돈을 벌면 남자는 놀고 싶어진다" 뭐 이런 얘기를 한적이 있어 그게 이 사람 마음이구나 싶어 아예 경제활동을 포기해버렸구요.



형부는 꽤나 예민하고 급한 성격이라 언니가 자기 기준에 못 맞춰주면(예를 들어 방에 앉아서 뭔가를 달라고 했을때 바로 제깍 대령하지 않고 찾느라 좀 미적거리거나 하면) 짜증이 튀어나옵니다. 사실 언니도 조금 곰같은 면이 있고 눈치도 빠릿한 편은 아닙니다만 언니 뿐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형부의 그런 급하고 예민한 부분은 다 인정합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늘 제 아빠 눈치보며 자랐구요.


저도 예전에 가까이 살때 종종 언니네 놀러가곤 했었는데 별것아닌걸로 형부가 짜증내고 언니에게 삐져서 냉전상태인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한번 삐지면 몇주 몇달씩 언니를 없는 사람 취급하고 말을 안했습니다)


서로 대화가 좀 되면 좋을텐데 형부는 워낙 말을 잘하는 사람이고(말하는 직업이라 굉장히 설득력있게 말을 잘 합니다. 잘 모르면 솔깃하게 넘어갈 정도로요.)
언니는 말주변이 참 없습니다. 그래서 대화는 언제나 일방적으로 형부가 언니에게 설교하거나 훈육하듯 되어버리고 그럴때마다 언니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리죠.
자꾸만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이젠 언니는 형부앞에서 자기 주장을 하기가 너무 어려워졌습니다.
그런 언니가 형부로서는 너무 답답하게 보이고 이해하기 힘들어하구요.



형부가 가족들에겐 이래도 다른 타인들에겐 엄청 인기가 좋은 편입니다.
말도 잘하고 성격도 화통해서 내면이 그렇게 꽁한지는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르지요.
암튼 그래서 손님 초대를 아주 즐기는데,
오래 전 얘기지만 언니가 둘째를 임신하고 있을때 (막달) 손님을 초대해서 언니에게 요리를 시켰다고 합니다. 형부말로는 언니가 자청해서 했다고 하지만 언니가 미치지않은 이상 그럴리가요..


언니는 첫째애를 등에 업고 만삭인 배를 이끌고 홀로 시장에 가서 장을 봐 와서 20인분의 요리상(돈까스 잡채 샐러드 등등)을 혼자서 다 차렸습니다. 초대받아 온 손님들이 모두 놀라고 미안해했다고 합니다.
참 미련해도 너무 미련했지요.ㅜㅜ
형부는 당연한듯 언니에게 그런걸 요구했고 언니는 군말없이 미련하게 순종하며 살았어요.



언니네가 중국에서 몇년 산 적이 있는데 형부는 그때 거의 매일밤 안마를 받으러 다녔다고 합니다.
몸이 안 좋아 치료목적으로 안마를 받아야한다고 말했지만,
거의 벗은 채로 여자들에게 안마받고 있는 걸(음양의 조화를 들먹이며 자기는 여자한테 꼭 받아야한다고 했다네요) 언니는 납득할 수가 없었고 그 문제로 너무너무 힘들었습니다.


형부는 거의 매일 밤 안마소에 갔다가 새벽 2시 3시, 늦게는 4시에도 들어오곤 했답니다.


언니는 당신이 거기 누워있는 자체가 나는 너무 싫다고 제발 좀 자제하면 안되냐고 몇번을 얘기했지만 형부는 그러는 언니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오히려 "내가 무슨 성관계를 했나? 몸이 아파 치료받으러 가는건데 뭐 어떠냐"고 화를 내곤 했다고 합니다.



거의 3년을 안마소에 출퇴근하는 형부 때문에 언니는 너무 마음고생이 심해 결국 우울증이 심각하게 왔고 급기야 정신줄을 놓아버리는 지경까지 왔었습니다.
치료를 위해 어린 두 아들 손에 붙들려 한국, 저희집으로 와서 신경정신과 치료 받으며 서서히 정신을 차렸구요.
그때 정말 저희 부모님은 언닐 이혼시킬 생각이었으나 얼마후 형부가 와서 달래고 하다보니 헤어지지 못했고, 암튼 그 때 이후로 다시 한국에 들어와 살고 있습니다만, 우울증이 완전히 낫진 않았습니다.
형부가 전혀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중국에 있을때처럼 자주는 못가지만 요즘도 종종 안마받으러 다닌다고 하구요.




낚시도 무지무지 좋아합니다. 본업보다 낚시에 더 집중하며 삽니다.
최근엔 300만원인가 주고 배까지 사서 차위에 싣고 다니며 낚시를 즐긴다고 하네요.
사실 언니네 형편이 좋은 형편은 아닙니다. 형부 일이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있어 주변에서 조금씩 돈을 보내 도와주고 있는 형편이구요.
그런데 그 와중에 배를 샀으니, 언니는 누가 보더라도 이건 이해못할 행동이 아닌가.. 이건 아닌거 같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형부는 또 버럭 했던 거지요. 자기가 스트레스가 넘 많아서 스트레스 풀려고 취미활동 좀 하는건데 뭐 어떠냐고..


아무튼 언니가 자기에게 거슬리는 말을 하면 무조건 화를 내고 펼쩍 뜁니다. 받아들이질 못합니다.
자기 생각이 늘 옳습니다.


이건 꼭 언니와의 관계 뿐 아니라 저나 저희 가정에서도 예전부터 느껴온 건데 자신과 다른 타인의 생각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많이 다른 언니는 늘 틀린게 됩니다.
외향적인 자신에 비해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언니를 불만스러워 하구요.



여행이나 노는 걸 좋아해 여기저기 가족들 데리고 많이 다니는데 가족들이 자기 흥에 맞춰 신나게 놀아주지 않으면 그걸로 또 종종 화를 냅니다.
아이들도 늘 아빠 눈치를 보며 살았구요.


형부는 애들 교육엔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집에 있으면 거의 늘 TV를 틀어놓고 있어서 애들이 공부할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구요.
학원이라든가 과외라든가 공부에 관련된 걸 거의 해본적이 없구요. 그냥 방치해놓는 편입니다.
언니는 애들을 뭐라도 시켜주고 적성을 살려주고 싶어했지만 경제권이 없으니 아무것도 주도적으로 할수가 없었구요.


부모가 사이 좋은 모습을 별로 보지 못하고 자랐으니 아이들(큰애는 대학생, 둘째는 고등학생입니다. 둘 다 아들이예요.)도 자라면서 많은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고 자랐습니다.


항상 명령조인 아빠의 눈치를 보며 자랐고 남편에게 인격적으로 무시당하는 엄마를 보면서 아이들도 그런 엄마를 좀 무시하고 만만하게 보는 편이구요. 언제나 엄마가 먼저 숙이고 아빠에게 사과하는걸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늘 아빠의 말만 듣고 자랐으니 사고방식이 그렇게 되어버리는게 당연하겠지요.
왜곡된 여성상을 갖고 자란거같아 참 마음이 아픕니다.



십여년 전 아이들이 아주 어릴때, 언니가 형부의 눈빛에서 살기를 느낄 정도로 너무너무 극도로 관계가 좋지못해서, 도저히 견딜수가 없어서 잠시 집을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해서 애들은 데리고 나오지 못하고 홀로 나와서 자취하고 있던 제 방에 며칠 머무르다, 도저히 애들이 눈에 밟혀 집으로 돌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그걸로 '애 버리고 집 나간 여자' 라는 낙인이 찍혀 이젠 아이들도 엄마는 우리 버리고 집 나갔잖아. 우릴 사랑하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해버리게 되었습니다.


첫째 녀석도 자기 아빨 닮아 참 말을 잘 합니다. 며칠전에 엄마에게 그렇게 퍼부었다네요. 언니는 제대로 설명도 못하고 말문이 막혀 울면서 미안하다고만 했답니다..


이젠 남편 뿐 아니라 아들들에게 눌려살고있네요.




진작 이혼을 했으면 좋았을텐데
언니는 애들 걱정에 계속 꾸역꾸역 참고 살아왔습니다. 통곡으로 기도하면서, 속이 다 문드러지다 못해 정신줄 놓아가면서..


그래도 애들에게 이혼가정 남겨주기 싫다고.. 그러면서 오히려 부부간에 안 좋은 모습만 많이 보여주고, 무기력하고 우울한 엄마 모습만 많이 남겨줘서.. 애들에게 더 상처만 많이 남긴거 같아요.




처녀적엔 언니가 이렇게 무력하지 않았습니다.
나름 이것저것 적극적으로 덤비는 편이었고, 생활력도 있었고 당당했었습니다.
언니 좋다고 목 매는 남자들도 많았지만 크게 맘에 차는 남자가 없어 제대로 된 연애는 못해봤었지요.


결혼 후 왜 이렇게 바보가 되어버렸는지 너무 안타깝습니다.
세도 너무 센 남자를 만나서 그런가 봅니다..ㅜㅜ


형부는 형부 나름대로 언니로 인해 힘들었다고 합니다. 자기도 많이 양보했다고 하구요.
애교도 없고 눈치도 없는 언니가 딱히 좋진 않았겠지요.




이젠 애들도 많이 컸고.. 언니는 이혼을 하고 싶은데
형부는 이혼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 (직업상 이혼을 하면 곤란해지기도 합니다)
애들도 늘 아빠말을 들으며 자라왔으니 제 엄마를 별로 이해하지 못하구요.


그래도 아직 둘째가 고등학생이라, 언니는 섣불리 이혼을 강행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밥도 챙겨줘야하고.. 아침에 깨워줄 사람도 있어야 하니까요..
(형부는 아침에 거의 못 일어납니다. 야행성 인간이라 밤에 돌아다니다 새벽에야 잠드는 편이거든요.)
이혼한다고 이미 머리 굵은 아들이 엄마따라 나올거 같지도 않구요.




이래저래 답없이 골치만 아픈 상황입니다.
부부간에 서로 일말의 정도 없이 이젠 그냥 헤어지면 좋을거 같은데..
여전히 언니는 애들이 맘에 걸려 그러질 못하고 있네요.ㅠㅠ

매맞고 사는 여자들이 왜 이혼을 못하는지 도무지 이해하질 못했는데,
언니를 보니 이해가 되기도 하네요.
육체적으로 매맞진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늘 맞고 살면서도 차마 헤어지질 못하니..


사실 여기 적지못한 기가 막힌 상식밖의 일들도 많은데,
사정상 디테일하게 적지는 못하겠습니다.ㅜㅜ
지금 그나마 약한 것만 적은 겁니다.


한동안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언니는 한달쯤 저희집(친정)에 와서 지내며 병원치료(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이 상해있어서)도 받고 있었는데요. 저희집에 와있을때는 생기도 돌고 이혼결단내리고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며 다짐했지만
애들 개학때문에 챙겨주러 며칠전 다시 집에 가더니 또 아무말없이 살림하면서 서로 대화도 없이 우울하고 무력하게 지내고 있는가보네요. 집에만 가면 언니는 우울증이 심해집니다.
수중에 돈도 다 떨어져 빈털터리가 되었지만 남편한텐 차마 자존심상해 돈달란 얘기가 안 나오더랍니다. 어제 제가 전화해보니 돈 좀 부쳐달라고 하더라구요.ㅜㅜ


휴.... 어떻게든 언니가 결단을 내리고 우울하고 무력한 생활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는데
자식들에 대한 미안함이 계속 발목을 잡아 언니는 이도 저도 못하고 있습니다.
21년을 기죽어 살았으니 병이 올 만도 하지요..

어떻게해야할지 곁에서 보는 입장에서 답답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