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대해 걱정많은 많은 사람들..

39세남2016.08.27
조회3,220

19개월 된 딸이 하나 있는 39세 기혼흔남입니다.

 

회사에서 당직 근무중에 판을 기웃거리다가  "가난한 남친이랑 결혼 안합니다" 라는 글을 봤습니다.

 

내용을 읽어보니 글쓴이의 힘든 심정도 이해가 가긴 하더군요.

 

다만 살아보지 않고선 인생은 알수 없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글이 길어 그 글에 댓글은 못달고 그냥 넋두리나 좀 하려고 글을 써봅니다.

 

일단 지금의 저는 집에서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요리도 제법 하고 집안일은 자주 하는 편입니다.

 

뭐 혼자 살아와서 그런지 하던걸 하는 거라 그다지 힘든지도 잘 모르겠고 애랑 노는게 쉬는거라 생각합니다. 딸이 너무 예뻐보여서리...

 

저는 초딩 5때 부모님이 이혼하셨고 폭력적인 아버지손에 자라다가 아버진 고 2때 돌아가셨습니다.(술을 많이 드셔서인지 간경화로 사망했습니다).

 

8년전에 돌아가신 할머니 손에 자랐고 아래로 두살어린 동생이 있습니다.(얘는 20살 때부터 서울가서 혼자 삼-생사만 확인하는 사이? ㅋ)

 

중3땐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가출해서 8개월간 집에 들어가지 않았고 이후 검정고시를 봐서 한살 늦은 나이에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98년도엔 대학교에 진학했지만 노가다와 알바로 생활비를 버느라 공부에 소홀했구요

 

27에 잡은 첫 직장은 부도가 나서 임금도 제대로 못받고 이후 지방에서 계약직 근무를 하며 여러 회사를 전전 하다가 지금의  착한 아내와 5년 연애 후 결혼 그리고 지금의 직장으로 와서 5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자동차 관련 회사이며 관리직으로 근무 중 수입은 세후 230정도입니다.(외벌이.. ㅠㅠ)

 

사망한 아버지가 남긴 빚 3000만원을 어린나이라 무지해 상속포기를 못했습니다.

 

뭐 동정표를 바라는 건 아니고 저보다 더 환경 거지 같은 분들도 꽤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환경이 안받쳐주는 인생에 뛰어든 아내가 안쓰러울 뿐...

 

젊은 시절 대부분의 남자가 그렇듯 모아놓은 돈도 없이 아버지 빚만 갚다가 땡전 한푼 없이 결혼했고 모든 결혼비용과 월세 보증금은 아내가 부담... (마누라야 미안.. ㅠㅠ)

 

일가 친척 없는 저는 친구 몇명과 동생 포함 20명도 안되는 사람들이 참석자 대부분이었습니다.(경조금 따위는 없음 ㅠㅠ)

 

지금도 많이 벌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늘 갖고 있습니다.

 

사고 싶은걸 못사게 되거나 필요한걸 미루어서 사게 되면 늘 미안하다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는데 그때마다 "괜찮다고.. 당신은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미안하면 저녁 00 만들어줘~" 라고 말하는 아내가 참 고마웠습니다.

 

너무 없는 살림이다 보니 채우는 재미에 산다고 말하는 우리 집사람을 보면 늘 안쓰럽고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아서 고생하게해서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좀 모아서 낳자고 한게 너무 늦어버렸네요 아내는 3살연하임)

 

처음엔 결손가정이라 어머니, 아버지도(장인어른,장모님이라고 부른적이 없네요 ㅎ;)  결혼에 반대하셨었는데 꾸준히 보시면서 사람하나 보고 결혼시켜주신것도 고마웠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쌩유베리감솨~)

 

폭력가정에서 자란게 걱정되서 저도 나름 노력을 많이 했거든요 ㅠㅠ

 

(아버지처럼 살지말자, 절대 2병이상 술마시지 말자, 여자와 아이에게 화내지 말자, 물건 던지지 말자 등등 농담아니라 진짜 하루 한번 주문을 외움) 

 

문제는 어느 날 부쩍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 사람이 나랑 결혼하지 않았으면 좀 더 행복했을까?"

 

"결혼도 모아서 할걸, 아이도 모은 후 낳을 걸 너무 빨리낳았나?"

 

"나는 과연 이곳에서 몇 살까지 일할수 있을까...?"

 

"지금 내가 자괴감을 갖고 있는건 아닐까, 스스로 자학을 하는건 아닐까,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질까 "

 

가난한 남친이랑 결혼안합니다 라고 쓴 분의 마음이 이해 됩니다.

 

그 분이 고추반찬에 물말아서 일주일 이상 밥 먹어본적 있냐고 하던데 오히려 저는 묻고 싶습니다.

 

고추장에 밥 비벼서 반찬없이 한달 먹으며 지낸적도 있냐고?

 

컵라면만 8개월 먹은적 있냐고...?

 

고등학생때부터 돈 벌어서 가정을 부양해본적 있냐고?

 

가난? 그거 진짜 무서운거더라구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 모를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가난한 남친이랑 결혼안합니다 라고 글쓴이 보다 힘들게 산 사람들 세상에 넘치고 넘칩니다.

 

물론 저보다 더 가난하게 자라서 더 고생하고 있을  분들도 많을거구요.

 

예전에 박수홍이라는 개그맨이 그런말을 하더라구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3가지가 "전쟁 , 가난 , 차태현이라구요" - 여기에 차태현은 왜 낀건지.. ㅡㅡ;;

 

집사람과 연애할 때는 "진짜 사랑도 돈이 있어야 할수 있는건가?" 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습니다.

 

그래도 먹고 싶은거 못먹고, 가고 싶은 곳 못가면  근처 공원을 책한권 들고가서 함께여서  즐거웠고 먹고 싶은게 있으면 인터넷 보고 만들어주고.. 그걸 맛있게 먹어주면 행복했고..

 

가난한 사랑을 했지만 서로의 미음이 있어 결혼했고 지금의 이쁜 아이도 생겼고 미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남친과 결혼안합니다"를 쓴 사람은  그 정도 믿음도 안생긴건지... 아니면 가난이 너무 두려워 도망치신건지.. 참 안타 깝네요

 

그 글을 보니 적어도 돈 벌어주는 부모님은 계셨고 서로 마음을 나눌 가족도 있었는데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그 돈 때문에 별안간 이별을 당한 남자는 앞으로 여자를, 세상을 똑바로 보게 될지..

 

아마도 그 남자는 자격지심을 갖게 될수도 있고, 여혐이 생기는 또하나의 괴물이 될수도 있겠죠.

 

어쩌면 그냥 평범하게 살게 될수도 있을거구요

 

물론 결혼이라는게 인생이 걸린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결혼생활 = 돈 은 아닌거 같습니다.

 

뭐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돈,돈,돈

 

저도 지금은 나름의 재테크는 하며 조금씩 모아가고 있는데 이렇게 해서 어느세월에 모아갈지 걱정도 되지만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아이가 좀 더 크면 집사람도 일을 하겠다고 하는데 저는 육아에 정성을 쏟아도 미안한게 엄마 마음일텐데 그 마저도 미안하게 생각되네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더 많은 수입이  생기게 될걸 기대하게 되는게 아이러니 합니다.

 

이런게 사람사는 거구나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기도 하고...

 

몇년 후에는 더 나아지겠죠...

 

꼭 그럴거라고 생각합니다.

 

추석이 다가옵니다.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도 많던데 너무 스트레스들 받지 마시구요

 

전 시댁이 없어 늘 명절에는 처가집에서 보내는데 생각만 해도 벌써 기분이 좋네요

 

가난을 대물림 받았지만 그래도 좋은 아내와 처가집 식구들과 이쁜 딸아이가 있어 행복합니다.

 

다만 내 대에서 꼭 흙수저를 금수저로 바꿔봐야겠네요.

 

가장들은 힘들어도 힘내시고 젊은 미혼청춘들은 가난에 지지 않는 청춘이 되길 바랍니다.

 

 이상 혼자 끄적여 봤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