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아스퍼거 증후군 있으신 분 판에 계신가요?

ㅇㅇ2016.08.30
조회2,090

안녕하세요 저는 92년생 여성입니다
제목에서도 짐작하셨겠지만 저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진단받은 사람입니다
(제가 한국말보단 영어가 좀 더 편해서 문체가 어눌해도 예쁘게 봐주세요^^;;)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지적장애가 없는 자폐증...이라 보면 됩니다
말 그대로 자폐입니다

제가 원래 캐나다 살던 사람이었다가 (실제로 캐나다 국적) 지금은 한국에 사는데 정말 한국은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 자폐인(?)들이 살기 힘든 곳인 것 같습니다

정상지능인데 자폐라는거...상상 안가시죠?
쉽게 말하면 눈치가 병적으로 없다 보면 되는데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예를 들자면 아스퍼거 증후군인 아이에게 선생이 수업시간에 카톡하지 말라고 하면 그 아이는 라인을 할 수도 있어요
그게 진짜 어른 놀려먹을려고 권위에 도전할려고 장난치려고 그런게 아니라
정말 몰라서 그런거에요
생각 회로나 그런게 진짜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마냥 일반인과 다르고
또 그게 다른걸 인지를 못해요
...이 사회에는 일반인들이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불문율이 있어요
일반인들은 "그냥 당연한"게 자폐인들은 모르는 거에요

그나마 나중에 성인 되면 조금 눈치가 느는 것 같이 행동을 하지만...
실제 본질은 똑같거든요?
진짜 눈치가 는게 아니라 그냥 그런 불문율을 수학공식 외우듯 다 외워서 사는 거에요
그래서 어린시절만큼은 안 그런데 그래도 일단 진짜 자연스럽게 나오는게 아니라 그냥 외우고 하는거라 너무 사회생활이 힘들어요

정말 일부러 관종이 될려고 그런것도 아니고 진짜 모르니까 그냥 모르니까 그렇다고 그런 불문율을 "법에 쓰여있는건 아닌데 이럴 땐 이렇게 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사람도 거의 없어요

제가 한국이 자폐인들에게 제일 혹독한 선진국이라 하였죠?
다른 장애인들은 솔직히 잘은 모르니까 노코멘트 하겠는데
아스퍼거 증후군인 사람들 머리가 딸리지는 않아요
일을 일반인들보다 못하는건 절대 아니거든요?
근데 한국은 솔직히 하다못해 편의점 알바조차도 고도의 눈치와 사회성을 요구하잖아요?
능력만 있으면 되지 않느냐 하는데 매체에서 나온것마냥 아스퍼거 증후군이 다 아인슈타인같은 천재도 아니고 오희려 대다수가 평범한 지능이에요
오희려 떨어진 사회성, 등등으로 인해서 학교에서 같은 지능의 일반인보다 더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죠
그리고 설령 능력이 있다해도 한국 사회에선 능력만 있고 사회성 0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아요...
오희려 능력이 너무 뛰어나면 일반인도 견재당하잖아요?

그런 이유로 저는 원래 캐나다에서 평생 살려고 했었었어요
안타깝게도 캐나다는 의료 시스템이 썩 믿음이 안가서 치료를 위해 한국 왔어요
(자폐는 거의 100퍼센트 선천적이고 "완치도 없습니다. 다만 행동교정을 통해 사회에 더 잘 적응하게 할 뿐이죠.)
자폐를 치료하려 한게 아니라 조울증이 너무 심해져서 그거 치료하려고 한국 왔어요
그렇게 왔지만 우연히 한국에서 현제 남편을 만났기에 지금은 한국에 있습니다

제게 남편은 첫사랑이었는데요...남편은 저를 너무도 평범한 사람처럼 느끼게 해 주었어요
평생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저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밖에 없었는데 그런 느낌은 정말 태어나서 처음 느꼈거든요...
너무 사랑해서 결혼했습니다
이제 결혼 1년 됬습니다

일은 어느정도 조울증이 나은 뒤에 번역일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그래도 영어 글쓰기를 좀 잘하거든요...
집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니 사람들 마주칠 일도 없어서 참 좋습니다
남편말고는 친구도 없이 대화할 사람 하나 없이 하루종일 몇달씩 보내면 외롭기야 하죠
고독하다 생각이 들다가도 옛날 상처 생각나면 그런 생각이 싹 잊혀집니다

가급적 제가 이런 사람(?)이라는거 잊고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그래도 그 노력이 부질없어 보일 정도로 가끔씩 삶이 제게 던지는 폭탄들이 제게 좌절감을 줍니다

지금 건강상 문제때문에 잠시 여성전용 다이어트 캠프에 들어와 있는데
...학창시절의 악몽이 다시 생각납니다
피해자 코스프레도 아니고 제가 잘못이 없다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저는 여기 규율 다 지켰고 시킨것도 정말 최선을 다해서 했어요
초반에는 사교 조금 시도하다 별로 상대가 대화하고 싶지 않아보이면 바로 끊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회원들, 심지어 트레이너들까지에게 이상한 사람으로 찍혔고
심지어 가만히 있다 다른 회원에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을 때조차 제가 사회 부적응자같이 군 것은 왜 생각조차 안하냡니다

여기 들어왔을 때 제가 아스퍼거 증후군인 거 말 안했습니다
어차피 운동할 때 지장있는것도 아니고 말해봤자 (특히 한국에선) 실질적인 도움은 하나 안주며 이상하게 보면서 뭔가 부당한 일이 일어나서 따져도 너 정신병자잖아? 니가 예민한거야!! 이런 식으로 나올게 뻔해서...
솔직히 여기가 다른 사회에 비해 그렇게 엄청 악랄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저는 적지 않은 돈을 내고 들어온 고객인지라 제가 열심히만 하면 이쁨은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미움은 안 당할거라 생각했거든요...ㅎㅎ
제가 진짜 이러고 싶은것도 아니고 백날 노력해봐야 절대 안 낫는데...정말 잊고 살았던 허망함이 주욱 밀려오더라고요 ㅎㅎ
뭐 그냥 신세한탄이죠 ㅎㅎ

뭐 어차피 이거야 앞으로 이런 단체적 사회생활 할 상황 자체가 거의 없을테니 잊으면 그만이지만...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어쩔까 너무 걱정이 됩니다
아이가 저같이 태어난다면 정말 마음이 미어질 것 같습니다
...정상으로 태어난다 한들 제가 일반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게 제대로 된 가르침을 줄 수 있을까요?
그냥...다 답답합니다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