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 아내 임신우울증...

고민중2016.08.31
조회1,138
고민 끝에 누나 아이디 빌려서 씁니다.. 누나가 여기 올리면 조언 많이들 해 준다고 해서 올리게 됐습니다.
저랑 아내 이야기입니다.아내랑 저는 32살 동갑 부부, 결혼한지 3년 좀 넘었고, 아내는 지금 임신 6개월 입니다.
아내는 저랑 같은 회사, 다른 부서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외국계 회사고 아내가 저보다 한 직급 높습니다. 아내는 일을 정말 너무나 좋아했습니다.인정받는 거나 승진하거나 돈 버는 게 좋다기보다는 그냥 일 내용 자체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계속 공부하고, 노력하고, 필요하면 일에 부수적으로 관련된 분야도 공부하고 자격증도 따면서 열심히 합니다. 
제가 신입일 때 직장 2년 차였던 아내에게 반해서 구애하게 된 이유도 이런 진취적인 자세, 몰두하는 자세에 반한 거니까요.

결혼 하고 3년 간은 아이를 가지지 말고 일에 더 몰두하고 싶다고 하던 와중, 2년 반이 좀 넘어 갑자기 아이가 생겼습니다. 피임도 꼼꼼하게 했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몰랐지만 계획에서 얼추 반년 정도 앞선 거니 감사히 생각하고 낳자고 둘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임신 후에도 아내는 직장에 계속 다녔습니다. 임신 초기에 입덧때문에 밥 잘 못 먹고, 졸음이 미친듯 쏟아진다고 하면서도 커피 한 잔 못 마시면서도 이 악물고 다니더라구요. 그러다가 저저번 달에 한 번 잠시 회사 복도에서 마주쳐서 이야기를 했는데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뒤로 넘어갈려고 해서 놀라서 잡았는데 잠깐 졸았다고 하더군요. 졸음 때문에 아내가 다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 두려워서 제가 애원하다시피 해서 출산휴가를 냈습니다. 그래도 회사에서 출산/육아휴직이 잘 되는 편이라 너무 다행이었습니다. 휴가 기간 동안도 월급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분 나옵니다.
그래서 아내가 집에서 쉰 지 기간으로 1달 반 좀 넘는데, 아내가 계속 우울해합니다. 저한테 막 티 내고, 하소연 하고 이런 건 아닌데, 분위기에서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별로 우울증이라는 생각 안 했습니다. 똑 부러지는 아내 성격답게 임신 하고 얼마 안 지나서 육아나 임신 출산 관련된 서적이랑 링크 모으면서, 책 읽으면서 공부하고, 저도 시키고
(아내가 "애는 나 혼자 키우는 거 아니다. 우리 같이 키워야 되고, 나는 10개월 배 안에서 키우는 거지만 너는 나 출산휴가 끝나고 복직하면 바깥에서 움직이는 애 1년 봐야 된다." 하면서 같이 붙잡고 공부하자고 했습니다.- 아내 복직하고 저도 번갈아 육아휴직 쓰기로 했고, 저도 좋습니다.)
애 낳으면 추가로 생활비 들어갈 거 예상까지 엑셀로 작성해 놓고.. 사실 부모가 된다는 게 좀 두려워서 제가 임신한 아내에게 정신적으로 많이 기댄 거 같습니다. 본인이 제일 무서울텐데도요.
지금 와서 생각하니 징후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아내가 집에서 쉬기 시작한 첫날, 퇴근했더니 집안이 좀 비정상적일 정도로 깨끗하고, 저녁 반찬 가짓수도 많고 해서 아내한테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덤덤하게
"나 이제 가정주부잖아."
하더군요. 그냥 말일 수도 있는데, 임신 하고 몸이 너무 힘들어서 쉬는 건데 다른 '일'을 맡았다고 생각하는 게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원래 저희 결혼하면서 이야기 했던 게, 둘 다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싶어한다. 가사는 주로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없다. 둘 다 완벽한 상태 바라지 말고, 분담하는 거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고 그렇게 했습니다. 요일 나누고 항목 나눠서 체크하면서 나눠서 했습니다. 그리고 집안 완벽하게 깔끔한 건 바라지 않았습니다.사실 아내는 몸이 안 좋아 쉬는 거니까 계속 그렇게 하거나 아니면 제가 좀 더 해야 된다고도 생각을 했는데 이러니...
여기 까지면 그냥 제가 아내한테 쉬라고 달래면 되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어제 있던 일을 생각하니 그냥 있기가 너무 힘듭니다.어제 퇴근 하고 밥 먹고 나서 서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뒹굴거리던 와중에 아내가 노트북으로 뭘 열심히 하더군요. 오랜만에 우울한 기색도 별로 없고 해서 반가워서 "뭐 해?" 하고 보니까 기획서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 기획이 있다고 치고 예산 잡고 프레젠테이션 준비까지 하고 있더군요. "심심해서."라는데 퀄리티는 당장 내일 가서 발표해도 될 거 같은 정도...
우울해하는 아내 풀어주려고 주말에 자주 드라이브 가고, 맛있는 거도 사주고, 집안일 제가 더 한다고도 해 보고.. 이야기도 자주 하려고 칼퇴 하고 하면서 지냈는데 결국 아내가 하고 싶었던 건 일입니다. 제가 해주는 게 효과 없다고 화나거나 이런 게 아니고 그냥 안타깝습니다.
제가 임신 대신 할 수 있으면 그러고 싶기까지 합니다. 사실 저도 그냥 일을 좋아한다 정도지 아내만큼은 아니거든요. 아내는 진짜 일을 즐깁니다. 일 내용을 정말 오타쿠처럼 파고듭니다. 어떻게 하면 괜찮아질 수 있을까요? 애가 잘못 될 게 걱정이기보다는 아내가 먼저 잘못될 거 같습니다. 혼자 집에 두는 게 걱정됩니다. 
좋은 방법 있을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