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일하는 나를 전업주부로 생각하는 남편...

ㅇㅇ2016.09.01
조회10,220

일단 폰으로 적는거라 편의상 음슴채를 쓰겠습니다. 띄어쓰기랑 맞춤법 양해 부탁드려요.

결혼 2년차 부부임. 신랑은 회사원, 나는 로맨스소설 작가임.

문제는 신랑이 집에서 일하는 나를 가끔 전업주부라고 생각한다는거.

일단 내가 일하는 직업에 대해 조금 설명을 해 보겠음.
장르소설이 거의 비슷하겠지만 나는 일단 원고를 20프로정도 완성후 출판사와 계약을 함.
원고작업 끝낸후 투고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작가도 많긴 하지만 난 완성전에 계약을 하는편임.
내가 주변에 아는 작가가 얼마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원고가 완결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을 하면 원고 마감까지 1권분량이면 넉넉잡아 한 달 반, 두 권 분량이면 두 달 반 정도의 시간을 두고 계약함. 난 대부분 두 권이면 두 달. 늦어지면 두 달 반을 넘기지 않음.

하루에 원고 작업하는데 넉넉잡아 4시간정도 걸림. 그리고 원고 작업후 퇴고(글 다듬기)작업이 30분에서 1시간정도. 가끔 다 갈아엎는 일이 생길땐 두 시간이 넘음.
다음 전개방향 정리나 자료조사 같은 일들도 1시간정도 걸리는 것 같음. 그래서 컴퓨터에서 앉아서 일하다가 정신차려 보면 대략 6~8시간정도 지나있음.
안 막히고 술술 잘 써질 땐 3시간만에 이틀분량 완성하기도 함. 근데 딱 막히거나 필 안올땐 컴퓨터에 하루종일 앉아서 머리씨름하고 시간만 보내고 결과물은 없음. 그게 이 직업의 특징임.
되돌아와서, 일단 하루종일 집에 있는 날 남편은 가끔 전업주부라고 생각하는지 투정을 부릴 때가 많음.
예를 들어 퇴근하고 돌아왔는데 식사준비가 안 되어 있다거나 집이 어질러져 있으면
"집에 있으면 이런건 좀 하지...."
이런 식으로 궁시렁댐. 대놓고 너 집에서 하는게 뭐가있냐 그게 그렇게 힘드냐고 구박하진 않음. 어찌됐든 나도 놀기만 하는게 아니라 돈도 벌고 일한다는걸 아니까.
근데 무의식적으로 '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일하는 것보다 편하겠지' 라거나,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니까 자기가 하고싶을때 일할 수 있으니까 집안일정도는 하는게 당연'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나봄.

물론 남아있는 작업량이 얼마 되지 않을땐 나도 일어나서 집안일도 하고 요리도 하려고 하긴 함. 근데 원고작업이라는게 그렇게 평탄하지가 않음. 내가 하루에 마칠 작업량을 정해도 그게 안될때가 많음. 소설이라는 글은 일기나 푸념처럼 술술 나오는게 아니니까.

그래서 내가 항상 설명함. 나는 집에서 노는 게 아니라 일을 한다. 설사 내가 일을 안 하고 컴퓨터만 하는 것 같아 보여도 절대 그게 아니다. 글작업이라는 게 글만 쓴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무책임하게 써내린다고 다 되면 개나소나 다 작가하지.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함.

알겠다고 받아들이지만 그 때 뿐임. 신랑도 이해가 가긴 함.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아내는 집에서 하루종일 있었는데 집이 개판이다. 그럼 화날것 같긴 함.
근데 나도 좀 억울한게 솔직히, 논다고 그랬으면 내가 미친년 맞는데 나도 나 나름대로 하루종일 컴퓨터 잡고 씨름하고 다가오는 마감일에 맞추려면 지금 내가 컴퓨터에서 떠나면 출판사와의 신뢰를 잃는 것 같고. 한 시간이라도 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글이 나올텐데..이런식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집안일에 소홀하게 되는것....
하지만 아무리 설명해도 신랑은 집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를 편한 일, 미뤄도 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나봄. 이번에 이 문제로 작가일을 그만두면 어떻겠냐는 말이 나왔음.

그냥 내가 혼자 돈 벌 테니까 출판사랑 계약하지 말고 쉬어가면서 일하면 되지 않느냐, 라고 날 설득하길래 내가 그랬음. 말이 되냐고. 내가 자기한테 내가 돈 벌테니까 자기가 집에서 집안일 해라, 그러면 나한테 뭐라 그러겠냐고. 자긴 가장인데 어떻게 그런 일을 쉽게 결정하겠느냐고.

나도 마찬가지임. 아무리 작가가 프리랜서라고는 하나 나도 내 직업에 신념이 있고 책임이라는게 있는데, 어떻게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그리 쉽게 하느냐고.
과연 내가 밖에서 자기랑 똑같이 돈 벌어서 퇴근하고 그러면 이런 말이 나오겠냐 그러니까 뭐라 말을 못함. 신랑이 막 밖에서 돈벌고 들어온 아내한테 다 독박씌우는 그런 사상을 가진 사람은 아닌데, 내가 집에서 일하니까 자기도 모르게 나는 전업주부가 주업무고 작가일은 부업이라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나봄.

나도 내 입장에선 그래도 나름 집안일 열심히 하려고는 하는데 여러가지 문제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에 집중하다 보니 안 될때가 많음.

일단 지금 가사분담은 내가 7, 신랑은 3정도임. 빨래나 청소등의 대부분의 집안일은 내가 하고 설거지는 보통 신랑이 함. 식사준비도 비슷한 정도. 애는 아직 없음.
대화와 타협또한 정말 수도 없이 많이 해 봤음. 나도 노력할 테니까 집안일은 같이 하면서 노력해보자, 라는 말을 하면 신랑은 좀 억울한 표정을 지음. 어찌됐든 넌 그래도 집에서 일하잖아. 이런 마음인것 같음....

솔직히 내 입장에서도 같이 일하고 돈버는데,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쪽은 나임. 난 딱히 내가 양심없이 내 일만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함....나도 나름대로 새벽 세네시까지 컴퓨터 붙들고 있다가 아침에 몇시간 잠도 못자고 일어나서 신랑 깨우고 아침 차리고...충분히 노력중인데...
당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모르겠음....아무리 타협점을 찾으려 해도 항상 신랑은 나에게 불평을 늘어놓음. 집에서 하루종일 있으면서 왜 이런것도 못하냐는 식으로.

이런 상황에 만약에 애까지 생기면 난 더 천하에 몹쓸년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너무 스트레스받고....솔직히 일적인 문제로 이렇게 부딪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음.

조언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