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 세상에 널리널리 그 사람의 신상명세와 행적을 알려서 세상 여자들을 구하고 싶었는데 방법이 없었더랬죠. 그런데 지금 보니 여기가 있네요. 며칠을 고민하다가 씁니다.
정말 치졸하지만요 같이 욕 좀 해주세요......ㅋㅋㅋ
제 인생 최단 연애지만, 진짜 아직도 길가다가 그 사람과의 에피소드가 생각나면
저 스스로가 하늘 보기 부끄러워집니다...끄아
이불킥도 자주 해요. 저 자신이 정말 화가 나고 부끄러워요.
마음 같아서는 이름이고 나이고 거주지고 다 밝히고 싶지만, 고소 당하기는 싫으니 참을게요.
그러나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감이 오시는 분이 있다면.... 당장 새 인생을 찾으시길 바라요!
정말 처음 만나서부터 사귀고 1달까지는 몰랐거든요. 이런 사람인지.
기억 나는 에피소드만 몇 개 되새기자면....
전 남친 K씨는 일단 절대 사과를 안해요. 궤변을 늘어놓을지언정 정말 죽도록 사과는 안합니다.
예를 들어, K씨와 사귀던 그 시절(하......) 장난을 치다가 제가 기분이 상했어요.
저 : 김태희가 예뻐? 내가 예뻐?"
K : 김태희는 못먹는 떡이니까 먹을 수 있는 떡인 네가 예쁘지.
기분이.... 나쁜데,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어요.
저는 제가 평소에 감정적인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던지라 저게 화가 날만한 건지 몇시간을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얘기를 했어요. 원래는 더 길지만 요약하자면 이래요.
저 : 먹을 수 있으니까 예쁘다는 말은 기분이 나빴어. 앞으로는 그렇게 말하지마.
K : 표현이 잘못된 것 같은데, 무슨 뜻인지 알면서 말꼬투리 잡지마.
저 : 어...? 표현이 잘못됐어도 내가 기분이 상했다고 하면 사과부터 해야 하는 거.... 아냐?
K : 내가 일부러 기분 상하라고 말한 것도 아닌데 왜 사과를 해?
저 :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었어도 상대가 기분 상하면 사과를 해야 하는 것 같아.
K :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니까.
저 : 지하철에서 지하철이 흔들려서 실수로 다른 사람 발 밟으면 사과해야 하는 거잖아.
K : 아니. 내가 일부러 밟은 거 아닌데 왜 사과를 해?
저 : 그건 억지인 거 알지? 의도하지 않았어도 상대가 아프면 사과를 해야지.
K : 너는 왜 그렇게 절대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어? 가치의 상대성을 인정해야지.
저 : 아니... 가치의 상대성이란 게 있어도,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예의와 도덕이란 게 있는 거지.
K : 거봐. 너 그러는 거부터가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는 거야.
저 : 이게 왜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거야?
K : 네가 맞다고만 생각하잖아.
저 : 아니, 그냥 상대가 기분이 상했으면 미안하다고 말하자는 얘기일 뿐이야.
K : 끝까지 네가 생각하는 게 다 맞다고 주장하네.
----이 얘기를 도돌이표로 두 시간쯤 했어요.----
저 : (지침) 그래. 사과를 억지로 요구한 내가 잘못했어. 하....다음부턴 그런 요구 안 할게.
K : 너 그건 잘못된 거야.
저 : 뭐가?
K : 네가 잘못했다고 생각지도 않으면서 네가 먼저 사과하잖아.
저 : 그냥 어쨌거나 이런 논쟁을 그만 하고 싶으니까 그러지.
K : 거봐. 논쟁을 멈추기 위해서 너는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한 거 잖아.
저 : 하..... 알았어. 사과 안 할게.
뭐 이런 식이었어요.
꼭 언쟁이 시작되면 갑자기 가치의 상대성이니, 파시즘이니, 획일론적 사고라느니,
연인사이에서 갈등 생길 때 쓸만한 단어가 아닐 것 같은 말들을 자꾸 가져오더라고요.
나이, 학벌로 저를 이기려 하고 이길 게 없으면 흠을 잡아요.
K씨는 저보다 조금 많은 83년 생인데 뭐만 언쟁만 생기면 제가 어려서 모른대요.
아니면 (제가 교사인데) 원래 선생들이 세상물정 몰라서 답답하대요.
K씨가 대기업 연구직인데, 본인은 만약에 돈이 된다면 회사 연구 기밀을 팔 수도 있다기에 제가 그건 직업윤리에 맞지 않는다고 하니, 순진한 소리 한다면서 타박을 하더라고요.
아, 진짜 그 회사에 알려주고 싶지만 녹음해놓은 것도 없고 증거가 없네요.
그리고 저한테 과외가 들어왔는데, 제가 교사는 겸직 금지니까 과외 안한다고 했더니 그것도 세상물정 모른다고 타박.
젊을 때 한푼이라도 벌고 행복하게 살 생각해야지 너무 이상만 쫓으면서 착한 척 하느라 자기 밥그릇 못 챙긴다고;;;
그러고보니 제가 기부하는 것 보고도 위선이라고 뭐라고 했네요.
직접 가서 봉사하는 것도 아니면서 돈 보내놓고 마음에 안정이나 찾으려고 하는 건 위선이라며....
그리고 그런 단체 어떻게 믿고 돈을 보내냐고 하더라고요.
또 자존감은 더럽게 없으면서 자존심만 세서 맥락 상관 없이 이기려고 들어요.
제가 나온 학교가 축제가 재미있기로 유명한 학교고, K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을 나왔어요.
저 : 대학생들 축제 기간인가보다. 재미있겠다. 나도 학교 다닐 때는 진짜 매년 축제갔는데.
K : 우리 학교는 애들이 공부하느라 축제 안 가서 재미 없어.
저 : (이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어요.) 아, 역시 공부 열심히 하는구나. 그래도 저학년 때는 축제 때 좀 놀아도 될 것 같은데.
K : 그러니까 네가 그 대학 수준밖에 안되는 거야. 우리 학교 애들하고 달라. 우리 학교는 축제기간에도 도서관에 자리가 부족해.
저 : (아....;;;) 그래. 다들 열심히네...하..하....하하...
K : 우리 학교가 도서관이 제일 많은 이유가 있다니까. 총 몇 석인 줄 알아? 00석인데 그게 평소에도 다 차.
저 : 아, 그래.....
저 : (자존심 좀 세워주려고) 역시 오빠네 대학은 진짜 똑똑하면서도 성실한 애들이 가나봐.
K : 당연하지. 지방에서는 너네 대학 붙은 걸로는 서울로 유학도 안 보내줘.
저 : 아...... 그렇지만 우리 과에도 지방에서 올라 온 애들 많아. 다들 열심히 해서 온 거야.
K : 걔네는 불효하는 거야. 그 사립대학 학비 내면서 그 대학 붙어서 서울 올라오는 건 욕심부리는 거지.
저 : 아.....
할 말이 없어요.
저더러 자기계발을 좀 하라며 영어 공부를 하라고 하더라고요. 본인이 캐나다에서 1년인가 어학연수도 다녀와서 도와줄 수 있대요. 갑자기 토익스피킹 책도 갖다주고, 공부 방법도 인쇄해주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영어를 엄청나게 원어민처럼 잘하는 건 아닌데, 외고 영어과 나왔고, 대학 졸업 후에도 영어를 안 놓고 있어서 영어로 자유로운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는 다 되거든요. 그래도 토익스피킹 시도해본 적도 없고, 도와준다니까 시작했어요. 그런데 막상 공부 시작해서 제가 본인보다 잘하니까 말도 안되는 걸로 꼬투리 잡는 거에요.
본인은 영어 문장 완전 비문으로 만들어 놓고 (수, 인칭 다 틀리고), 발음도 이상하고, 인토네이션도 없이 말하면서
제가 사진 보고 설명하는 부분, 말하는 거 듣더니
K : 너는 네가 영어 잘하는 줄 알고 살았겠다? 다들 주위에서 영어 잘한다고 말해주니까 기분 좋았지? 그런 거 다 믿으면 안돼. 다들 사탕발림하는 거야. 너 and 뒤에 쉬고 말하는 것도 이상하고, 거기서 banana 장음으로 발음하는 것도 이상해. 그리고 너 r하고 l굴리지마. 어차피 한국인이 영어하는 건데 외국애들이 이상하게 봐.
저 : ......
그래서 때려쳤어요. 그만 둔 거 갖고도 뭐라 하는데, 너한테 영어를 배우느니 안배우고 말지 싶어서요.
제가 한밤중에 갑자기 한쪽눈의 흰자위가 붓기 시작해서 응급실을 가는데,
저는 가면서도 불안해서 의사인 친구한테 묻고 K씨한테 묻고 이러고 초조해하고 있었어요.
K : 손 안 씻어서 그런 거잖아. 더럽게.
저 : 다 씻고 잘 준비 다 하고 나서 그런 거야.
K : 씻고나서 너 고양이 안 만졌어?
저 : 만졌지.
K : 거봐. 고양이 만져서 그런 거야. 내가 이래서 고양이 싫어하는 거야.
저 : 집에서만 기르는 애들이고 나는 고양이 알러지도 없는데 이게 무슨 상관이야.
K : 그럼 문제 원인이 고양이 말고 더 있냐?
저 : 의사 친구가 사진 보고는 알러지 반응인 것 같다는데, 나는 고양이 알러지 없다니까.
K : 매일 씻기지도 않는 동물을 만지고 손 안씻고 눈비비는 게 정상이냐.
저 : 아니, 고양이랑 지금 내 눈이랑 상관이 없다니까.
----진료 후----
저 : 별일 아니야. 그냥 알러지인데 원인은 알 수 없으니 언젠가 알러지 반응 검사 한번 하래.
K : 그러니까 손을 좀 씻으라고....
10년을 고양이를 길렀는데 갑자기 알러지반응이 생길리도 만무하고, 의사도 아니라고 고양이 알러지 아니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때 응급실에 술 취한 외국인이 실려왔는데,
한국어를 못해서 대기실에서 자꾸 혼잣말을 막 하면서 영어로
'나는 한국어도 못하는데에에~~나는 한국에 혼자인데에에~~나한테에~
설명을 아무도 안해주면~~ 나는 어쩌라는 거냐고오오~~'
이러고 꼬장을 부리더라고요.
그래서 전해들은 자초지종을 영어로 설명해줬어요.
술 취한 사람이라, 제 얘기 듣고도
'꺼져어어~~ㅜ_ㅠ 난 외롭고 슬프단 말이야아아아~~~'
이랬는데 웃겨서 그 얘기를 K씨한테 했더니,
저보고 잘난 척했다고 또 타박, 어디서 도움질이냐고 타박...
진짜 '어디서 도움질이야?'라고 그대로 했어요.
슬프고 외롭고 술먹고 병원에 실려온 외국인한테 말 좀 해준 게 뭐가 그리 잘난 척인지.
그리고 K씨가 사내 동아리로 뮤지컬 동아리를 해요. 저는 취미가 합창이라서 초,중,고,대 계속 합창 해왔고 순 기간 12년 이상 합창을 했어요.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 할 건 아니지만 제가 일방적으로 발성 지적을 받을 건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자꾸 노래시켜놓고 제 발성을 지적하거나 자기가 노래부르면서 그 노래의 평을 (당연히 잘한다는 평을) 하라는 거에요. 아 솔직히, 피치도 계속 떨어지고 박자도 부정확한 게 들리는데 그냥 잘한다 잘한다 했더니 만날 드라이브만 하면 자기 뮤지컬 노래 엄청 열심히 부릅니다.
사내 뮤지컬로 레미제라블을 하게 됐는데, 본인은 마리우스를 하고 싶은데 동아리 사람들이 자꾸 떼나르디에가 어울린다고 그랬대요. 하.... 그 때 이해했어야 했는데... 동아리 사람들이 '간사한 캐릭터'라서 시키는 거라는 걸.
외모 얘기도 엄청 합니다. 저는 이목구비가 엄청 뚜렷하고 피부가 흰데 체격이 좋고 통통해서 '잘생겼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내놓을 만한 외모는 아니어도 그냥 스스로 만족해요. 통통한 것도 싫지 않아요. 운동을 좋아하는 '건강한 돼지'라서요. 그런데 K씨 만나면서는 만날 외모지적을 들으니 점점 스스로가 싫더라고요.
"너는 피부가 하얀 애가 주근깨 관리를 안하니까 피부가 지저분해보인다. 관리 좀 받아라."
"얼굴은 그런 애가 몸매 관리를 그렇게 안하고 뱃살 나오니까 참 보기 안 좋다."
제가 아는 언니 결혼식을 다녀왔다고 사진을 보여줬더니
"신부가 못생겼네. 여자가 못생기면 결혼이 행복하지 못해. 어쨌거나 남자는 부인이 예뻐야 하거든"(그때도 한판 싸웠어요)
그러면서 본인은 엄청 잘 났다고 생각합니다.
키가 174이고(본인주장), 몸무게도 75쯤 나가는데, 이정도 키에 이정도 얼굴이면 꽤나 준수하다고 입에 달고 삽니다. 나중에 듣기 싫어서 제 남동생이 더 잘생겼다고 사진 보여주니까, 어떻게든 자기가 제 남동생보다 여자들한테 인기 많을 거라고 설명합니다. 제 동생은 연대인데 본인은 서울대니까 지금 어린 여자애들이야 네 남동생 좋아하겠지만 나이들면 달라질 거라는 둥. 학교 말고는 내세울 게 없나봐요.
예전에 성매매업소 갔던 거나, 원나잇미팅 했던 것도 얘기하더라고요.
원나잇미팅은 처음 듣는 건데, 3:3 미팅 하듯이 하는데 팬션 같은 데 잡고 분위기 좋게 놀다가 각자 짝 정해지면 방 들어가서 하는 거래요. 너무 놀라서 말도 못했더니, 또 제가 순진하게 살아서 그런거라고... 자기 정도 되는 남자면 그런 거 많이 들어온대요. (자기 정도가 뭐지....)
그 얘기를 듣고 충격받아서 밤잠을 설치다가 한밤중에 전화를 했어요.
이제는 성매매 업소 안 간다고 약속하라고. 그런 거 나쁜 거라고. 그렇게 말했어요.
다음날 출근인데 한밤중에 전화한 건 잘못이긴 한데, 진짜 충격이 너무 컸거든요.
그랬더니 사소한 일 갖고 마음 졸이지 말라고, 자기를 그렇게 못 믿냐고 짜증내더라고요.
그때는 그 짜증이 왜 믿음직스러워보였는지.... 눈이 삐었지...
한번은 본인이 하는 말에 제가 반박을 하니까
"넌 여자가 왜 이리 드세냐? 하긴 이름부터가 좀 드세지. 이름 좀 바꿔라" 이러더군요.
ㅎㅎㅎ.....그때는 어이가 없어서 대꾸도 못했네요. 왜 가만히 있었지ㅜ_ㅠ 바보...
본인의 전 소개팅녀는 아버지가 별이 세개고 그 전 소개팅녀는 부모님이 강남에 빌딩이 있다나....
그런 얘기도 하더라고요.
기분이 나빠져서 저도 의사랑 소개팅 했고 변호사랑 소개팅 했다고했더니,
소개팅만 한 거지 그 사람들이 너 좋다고 한 거 아니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의사, 변호사들은 이미 제 나이(그 당시 28살)인 여자는 늙어서 안 본대요.
늘 말끝마다 이상하게 화제 전환을 해서 속이 타들어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스퍼거 증후군인가 싶을 정도로, 정상적인 대화가 지속이 안됐어요.
위에 대화들은, 제가 기억을 복기하면서 너무 말이 안되는 말들을 좀 잘라내서 그나마 말이 되는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K : 일본 애니메이션이 경제적 파급력이 크대. 구매력 있는 팬층이 많아져서.
저 : 아, 맞아. 나도 일본 애니메이션 어릴 때부터 좋아했어. 에반게리온은 진짜 팬이었고. 에반게리온 피규어 사고 싶을 정도야.
K : 난 그렇게 기독교적 모티프가 있는 작품은 증오해.
저 : .......에반게리온에 기독교적 모티프가 있는 건 맞는데, 우리 지금 애니메이션 얘기하는 거야.
K : 난 교회 인간들이 너무 싫어. 증오해.
저 : 아니, 에반게리온이 성경에서 모티프나 상징을 가져온 건 맞는데 그게 작품을 싫어해야 하는 이유는 아닌 것 같아. 주제가 신학적인 것도 아니고.
K : 내가 어려서 가난할 때 교회에 밥 얻어 먹으러 가면 항상 그 인간들은 나를 쫓아냈어. 내가 얼마나 비참했는지 알고 얘기하는 거야? 너도 나처럼 살았으면 그거 싫어할 걸.
이런식의 의사소통도 여러번 있었어요.
그리고 제 친구가 배 사고로 죽은지 얼마 안돼서 그게 너무 가슴아프고 우울하다고 했는데,
자기가 의무 소방으로 근무했을 때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가 바다에 빠진 어린 아이를 구해서 인공호흡까지 했는데 결국 아이가 죽었을 때의 비통함을 아냐고 얘기하더라고요.
그 아이와 그 아이의 부모를 보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그래서 한동안 너무 우울하고 괴로웠는데 자기는 극복했다며, 저도 극복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걸 극복한 건 대단한 일이지만, 내 경우는 가장 친한 친구였고 쉽게 잊힐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더니,
본인이 어렵게 극복한 걸 쉽게 잊혔다고 말했다고 화를 내더라고요.
심지어 이 얘기는, 제가 그렇게도 가기 싫었던, 친구의 죽음과 관련된 장소로 차를 몰고 가서 했어요.
헤어지게 된 사건이 더 가관이에요.
사귄지 한달이 지나고 결혼 얘기를 하기에,
양측 부모님한테는 호감가는 사람 있다는 얘기까지는 하고 몇달 더 만나고 준비하자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건데,
제가 오래 사귀고 결혼 생각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결혼이 갑자기 급하게 느껴지고 자존감이 흔들리면서 K씨를 만나게 되다 보니 결혼 말이 쉽게 나온 것 같아요.
당연히 결혼식장은 자기네 학교 동문회관에서 하자고 했지요. 그놈의 자랑스러운 학교.
아무튼 저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사귀고 2달반쯤 되었을 때 헤어지는 게 맞지... 싶었는데 저는 한번도 연애를 짧게 해본 적이 없어서, 좀 더 참아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두달만에 사람을 판단하는 건 제가 잘못된 거라고 생각했죠.
그러고보니, K씨는 본인 입으로 반년 넘게 연애해본 적이 없다고 했었네요.
왜 그랬는지 이제야 알겠네요.
어쨌거나 결혼하기 전에 사람을 제대로 보려면 여행을 가라잖아요?
둘이서 여행을 가게 됐습니다.
여행 내내 뭐만 하면 자기 자랑에 저 깎아내리기만 하고, 그러다가 또 시작됐어요.
차를 타고 가고 있는데
K : 지방애들은 우리학교 오는 게 목표야. 너희 학교 붙으면 서러워서 울어.
저 : 아... 그렇지. 사립학교 가면 돈도 많이 들고 힘드니까.
K : 그렇지. 학비만 드는 것도 아니고 생활도 다 바뀌는 건데, 국립대 가야 그나마 낫지.
저 : 생활 환경이 바뀌는 건 진짜 어렵겠다. 친구가 같이 지방 가서 살자고 했는데, 나도 경기도랑 서울에서만 살아서 지방에 사는 건 생각도 못하겠더라고.
K : 그 친구가 너보고 된장녀라고 하겠네.
저 : 에? 그게 무슨 말이야? 된장녀가 거기서 왜 나와?
K : 서울만 고집하니까 된장녀라고 생각할 거라고.
저 : 내 가족이랑 친구가 다 서울에 있고 내 성장이랑 생활반경이 다 여기여서 그런 건데 그게 무슨 소리야.
K : 아니,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아니라 네 친구가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저 : 내 친구는 그렇게 말한 적도 없는데 오빠가 그렇게 말한 건 오빠 생각이지. 그리고 그 맥락에서 왜 그런 말이 나오는데?
K : 너는 왜 무슨 말 할 때마다 맨날 맥락을 따지냐?
저 : 그럼 언어를 구사할 때 맥락이 안 중요해?
K : 언어는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만 중요하지 그렇게 맥락 따지는 건 다 허위 아냐?
저 : 아니, 언어 구사할 때 맥락이 없으면 어린 아이거나 언어 장애이거나 둘 중 하나지.
K : 그럼 그냥 내가 언어 장애라고 생각하든지.
저 : 아, 그래. 알았어.
----몇분 뒤----
K : (조금 씩씩 거리면서) 내가 왜 언어장애인지 설명해봐.
저 : 내가 말한 언어 장애라는 건
K : (말 끊으면서) 아, 네가 규정한 언어 장애? 의학적인 용어나 교육계 용어가 아니라 네가 자의적으로 규정한 언어 장애 말이지?
저 : 별로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만 하자. 맥락 떠나서 메세지만 전달할게. 나는 지금부터 대화 안 할 거야. 이해했지?
그러고 나서 K씨는 혼자서 왜 본인이 언어 장애가 아닌지 한참을 떠들더라고요. 저는 계속 묵묵히 창밖만 보고.
K : 왜 대답 안해?
저 : 대화 안한다고 맥락 배제하고 명확하게 말 했는데? 대답 안 할거야.
K : (혼자 몇마디 떠들다가 제가 계속 대답 없으니까) 신발!!!!!!!!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더라고요.
차 세우라고 내려달라니까
거봐라, 너는 감정적이고 철이 없다. 여기서 서울까지 갈 방법도 없으면서 대책없이 내려달라고 하냐. 뭐 그러더라고요.
그래도 내리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제가 따로 택시비 쓰느니 그냥 이놈 기름값이나 더 쓰자 싶어서 얘기나 좀 하자고 했어요.
그러고 중간에 멈춰서 헤어지기로 하고 다시 차에 타서 집 오는 교통수단 탈 수 있는 곳까지 갔어요.
오면서도
너 같은 여자는 다음에 다른 남자 생기면 꼭 여행가봐라. 그래야 그 남자가 네 본색을 알지.
너는 살을 좀 빼야 남자가 생길 거다.
네가 교사라 시집 잘 갈 줄 아나본데, 눈을 낮춰야 할거다.
이미 헤어지기로 결정하고 나니까 어이가 없어서 그냥 창밖만 보면서 다 듣고
'아 예^^ 오빠도요' 이러고 차에서 내렸어요.
여행비도 그분이 자기가 훨씬 많이 번다며 본인이 6 제가 4정도 내기로 했었는데
그냥 싹다 정산해서 차액 보내준다고 카톡했더니 계좌번호는 순순히 불러주더라고요.
사실 못난 놈 만나는 건 남자 보는 내 눈이 없어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얼굴에 침뱉기인 건 아는데요, 정말 세상에는 이런 인간이 있더라고요.
진짜 왜 사귀었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K씨가 말하는 본인이 잘난 남자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대학을 나왔으니까,
대기업 연구직이라서,
본인 외모 정도면 아주 준수해서,
차가 있어서,(차 있는 남자 만나니까 좋지 않냐고 엄청 그러는데, 딱히 차가 있고 없고가 연애에 무슨 상관인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좋은 차도 아니었어요. 아반떼 하이브리드 뭐시기인가....)
매너가 좋아서,
부모님이 다 대학을 나오시고 본인 여동생도 좋은 대학을 나와서,(그렇게 치면 본인이 저한테 내세울 게 없을 텐데)
뭐 이런 건데요. 하....사실 별로 잘난 것도 없는데 말이죠.
며칠 고민하다가 열받는대로 마구 썼더니 어느덧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하... 더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지만 참을게요. 저 3달동안 저 정말 바보 병신 같았네요. ㅋㅋㅋㅋㅋ.............
생각해보니 저도 완전체랑 결혼할 뻔 했네요.
얼마 전부터 가끔 네이트판 읽으면서, 세상에 저런 경우가 있구나 했는데,
며칠 전에 완전체 전남친 이야기가 올라와 있는 걸 읽었어요.
아... 그런데 정말 기억하기 싫었던 전남친 기억이 스물스물 올라오더라고요.
그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 세상에 널리널리 그 사람의 신상명세와 행적을 알려서 세상 여자들을 구하고 싶었는데 방법이 없었더랬죠. 그런데 지금 보니 여기가 있네요. 며칠을 고민하다가 씁니다.
정말 치졸하지만요 같이 욕 좀 해주세요......ㅋㅋㅋ
제 인생 최단 연애지만, 진짜 아직도 길가다가 그 사람과의 에피소드가 생각나면
저 스스로가 하늘 보기 부끄러워집니다...끄아
이불킥도 자주 해요. 저 자신이 정말 화가 나고 부끄러워요.
마음 같아서는 이름이고 나이고 거주지고 다 밝히고 싶지만, 고소 당하기는 싫으니 참을게요.
그러나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감이 오시는 분이 있다면.... 당장 새 인생을 찾으시길 바라요!
정말 처음 만나서부터 사귀고 1달까지는 몰랐거든요. 이런 사람인지.
기억 나는 에피소드만 몇 개 되새기자면....
전 남친 K씨는 일단 절대 사과를 안해요. 궤변을 늘어놓을지언정 정말 죽도록 사과는 안합니다.
예를 들어, K씨와 사귀던 그 시절(하......) 장난을 치다가 제가 기분이 상했어요.
저 : 김태희가 예뻐? 내가 예뻐?"
K : 김태희는 못먹는 떡이니까 먹을 수 있는 떡인 네가 예쁘지.
기분이.... 나쁜데,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어요.
저는 제가 평소에 감정적인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던지라 저게 화가 날만한 건지 몇시간을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얘기를 했어요. 원래는 더 길지만 요약하자면 이래요.
저 : 먹을 수 있으니까 예쁘다는 말은 기분이 나빴어. 앞으로는 그렇게 말하지마.
K : 표현이 잘못된 것 같은데, 무슨 뜻인지 알면서 말꼬투리 잡지마.
저 : 어...? 표현이 잘못됐어도 내가 기분이 상했다고 하면 사과부터 해야 하는 거.... 아냐?
K : 내가 일부러 기분 상하라고 말한 것도 아닌데 왜 사과를 해?
저 :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었어도 상대가 기분 상하면 사과를 해야 하는 것 같아.
K :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니까.
저 : 지하철에서 지하철이 흔들려서 실수로 다른 사람 발 밟으면 사과해야 하는 거잖아.
K : 아니. 내가 일부러 밟은 거 아닌데 왜 사과를 해?
저 : 그건 억지인 거 알지? 의도하지 않았어도 상대가 아프면 사과를 해야지.
K : 너는 왜 그렇게 절대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어? 가치의 상대성을 인정해야지.
저 : 아니... 가치의 상대성이란 게 있어도,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예의와 도덕이란 게 있는 거지.
K : 거봐. 너 그러는 거부터가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는 거야.
저 : 이게 왜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거야?
K : 네가 맞다고만 생각하잖아.
저 : 아니, 그냥 상대가 기분이 상했으면 미안하다고 말하자는 얘기일 뿐이야.
K : 끝까지 네가 생각하는 게 다 맞다고 주장하네.
----이 얘기를 도돌이표로 두 시간쯤 했어요.----
저 : (지침) 그래. 사과를 억지로 요구한 내가 잘못했어. 하....다음부턴 그런 요구 안 할게.
K : 너 그건 잘못된 거야.
저 : 뭐가?
K : 네가 잘못했다고 생각지도 않으면서 네가 먼저 사과하잖아.
저 : 그냥 어쨌거나 이런 논쟁을 그만 하고 싶으니까 그러지.
K : 거봐. 논쟁을 멈추기 위해서 너는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한 거 잖아.
저 : 하..... 알았어. 사과 안 할게.
뭐 이런 식이었어요.
꼭 언쟁이 시작되면 갑자기 가치의 상대성이니, 파시즘이니, 획일론적 사고라느니,
연인사이에서 갈등 생길 때 쓸만한 단어가 아닐 것 같은 말들을 자꾸 가져오더라고요.
나이, 학벌로 저를 이기려 하고 이길 게 없으면 흠을 잡아요.
K씨는 저보다 조금 많은 83년 생인데 뭐만 언쟁만 생기면 제가 어려서 모른대요.
아니면 (제가 교사인데) 원래 선생들이 세상물정 몰라서 답답하대요.
K씨가 대기업 연구직인데, 본인은 만약에 돈이 된다면 회사 연구 기밀을 팔 수도 있다기에 제가 그건 직업윤리에 맞지 않는다고 하니, 순진한 소리 한다면서 타박을 하더라고요.
아, 진짜 그 회사에 알려주고 싶지만 녹음해놓은 것도 없고 증거가 없네요.
그리고 저한테 과외가 들어왔는데, 제가 교사는 겸직 금지니까 과외 안한다고 했더니 그것도 세상물정 모른다고 타박.
젊을 때 한푼이라도 벌고 행복하게 살 생각해야지 너무 이상만 쫓으면서 착한 척 하느라 자기 밥그릇 못 챙긴다고;;;
그러고보니 제가 기부하는 것 보고도 위선이라고 뭐라고 했네요.
직접 가서 봉사하는 것도 아니면서 돈 보내놓고 마음에 안정이나 찾으려고 하는 건 위선이라며....
그리고 그런 단체 어떻게 믿고 돈을 보내냐고 하더라고요.
또 자존감은 더럽게 없으면서 자존심만 세서 맥락 상관 없이 이기려고 들어요.
제가 나온 학교가 축제가 재미있기로 유명한 학교고, K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을 나왔어요.
저 : 대학생들 축제 기간인가보다. 재미있겠다. 나도 학교 다닐 때는 진짜 매년 축제갔는데.
K : 우리 학교는 애들이 공부하느라 축제 안 가서 재미 없어.
저 : (이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어요.) 아, 역시 공부 열심히 하는구나. 그래도 저학년 때는 축제 때 좀 놀아도 될 것 같은데.
K : 그러니까 네가 그 대학 수준밖에 안되는 거야. 우리 학교 애들하고 달라. 우리 학교는 축제기간에도 도서관에 자리가 부족해.
저 : (아....;;;) 그래. 다들 열심히네...하..하....하하...
K : 우리 학교가 도서관이 제일 많은 이유가 있다니까. 총 몇 석인 줄 알아? 00석인데 그게 평소에도 다 차.
저 : 아, 그래.....
저 : (자존심 좀 세워주려고) 역시 오빠네 대학은 진짜 똑똑하면서도 성실한 애들이 가나봐.
K : 당연하지. 지방에서는 너네 대학 붙은 걸로는 서울로 유학도 안 보내줘.
저 : 아...... 그렇지만 우리 과에도 지방에서 올라 온 애들 많아. 다들 열심히 해서 온 거야.
K : 걔네는 불효하는 거야. 그 사립대학 학비 내면서 그 대학 붙어서 서울 올라오는 건 욕심부리는 거지.
저 : 아.....
할 말이 없어요.
저더러 자기계발을 좀 하라며 영어 공부를 하라고 하더라고요. 본인이 캐나다에서 1년인가 어학연수도 다녀와서 도와줄 수 있대요. 갑자기 토익스피킹 책도 갖다주고, 공부 방법도 인쇄해주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영어를 엄청나게 원어민처럼 잘하는 건 아닌데, 외고 영어과 나왔고, 대학 졸업 후에도 영어를 안 놓고 있어서 영어로 자유로운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는 다 되거든요. 그래도 토익스피킹 시도해본 적도 없고, 도와준다니까 시작했어요. 그런데 막상 공부 시작해서 제가 본인보다 잘하니까 말도 안되는 걸로 꼬투리 잡는 거에요.
본인은 영어 문장 완전 비문으로 만들어 놓고 (수, 인칭 다 틀리고), 발음도 이상하고, 인토네이션도 없이 말하면서
제가 사진 보고 설명하는 부분, 말하는 거 듣더니
K : 너는 네가 영어 잘하는 줄 알고 살았겠다? 다들 주위에서 영어 잘한다고 말해주니까 기분 좋았지? 그런 거 다 믿으면 안돼. 다들 사탕발림하는 거야. 너 and 뒤에 쉬고 말하는 것도 이상하고, 거기서 banana 장음으로 발음하는 것도 이상해. 그리고 너 r하고 l굴리지마. 어차피 한국인이 영어하는 건데 외국애들이 이상하게 봐.
저 : ......
그래서 때려쳤어요. 그만 둔 거 갖고도 뭐라 하는데, 너한테 영어를 배우느니 안배우고 말지 싶어서요.
제가 한밤중에 갑자기 한쪽눈의 흰자위가 붓기 시작해서 응급실을 가는데,
저는 가면서도 불안해서 의사인 친구한테 묻고 K씨한테 묻고 이러고 초조해하고 있었어요.
K : 손 안 씻어서 그런 거잖아. 더럽게.
저 : 다 씻고 잘 준비 다 하고 나서 그런 거야.
K : 씻고나서 너 고양이 안 만졌어?
저 : 만졌지.
K : 거봐. 고양이 만져서 그런 거야. 내가 이래서 고양이 싫어하는 거야.
저 : 집에서만 기르는 애들이고 나는 고양이 알러지도 없는데 이게 무슨 상관이야.
K : 그럼 문제 원인이 고양이 말고 더 있냐?
저 : 의사 친구가 사진 보고는 알러지 반응인 것 같다는데, 나는 고양이 알러지 없다니까.
K : 매일 씻기지도 않는 동물을 만지고 손 안씻고 눈비비는 게 정상이냐.
저 : 아니, 고양이랑 지금 내 눈이랑 상관이 없다니까.
----진료 후----
저 : 별일 아니야. 그냥 알러지인데 원인은 알 수 없으니 언젠가 알러지 반응 검사 한번 하래.
K : 그러니까 손을 좀 씻으라고....
10년을 고양이를 길렀는데 갑자기 알러지반응이 생길리도 만무하고, 의사도 아니라고 고양이 알러지 아니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때 응급실에 술 취한 외국인이 실려왔는데,
한국어를 못해서 대기실에서 자꾸 혼잣말을 막 하면서 영어로
'나는 한국어도 못하는데에에~~나는 한국에 혼자인데에에~~나한테에~
설명을 아무도 안해주면~~ 나는 어쩌라는 거냐고오오~~'
이러고 꼬장을 부리더라고요.
그래서 전해들은 자초지종을 영어로 설명해줬어요.
술 취한 사람이라, 제 얘기 듣고도
'꺼져어어~~ㅜ_ㅠ 난 외롭고 슬프단 말이야아아아~~~'
이랬는데 웃겨서 그 얘기를 K씨한테 했더니,
저보고 잘난 척했다고 또 타박, 어디서 도움질이냐고 타박...
진짜 '어디서 도움질이야?'라고 그대로 했어요.
슬프고 외롭고 술먹고 병원에 실려온 외국인한테 말 좀 해준 게 뭐가 그리 잘난 척인지.
그리고 K씨가 사내 동아리로 뮤지컬 동아리를 해요. 저는 취미가 합창이라서 초,중,고,대 계속 합창 해왔고 순 기간 12년 이상 합창을 했어요.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 할 건 아니지만 제가 일방적으로 발성 지적을 받을 건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자꾸 노래시켜놓고 제 발성을 지적하거나 자기가 노래부르면서 그 노래의 평을 (당연히 잘한다는 평을) 하라는 거에요. 아 솔직히, 피치도 계속 떨어지고 박자도 부정확한 게 들리는데 그냥 잘한다 잘한다 했더니 만날 드라이브만 하면 자기 뮤지컬 노래 엄청 열심히 부릅니다.
사내 뮤지컬로 레미제라블을 하게 됐는데, 본인은 마리우스를 하고 싶은데 동아리 사람들이 자꾸 떼나르디에가 어울린다고 그랬대요. 하.... 그 때 이해했어야 했는데... 동아리 사람들이 '간사한 캐릭터'라서 시키는 거라는 걸.
외모 얘기도 엄청 합니다. 저는 이목구비가 엄청 뚜렷하고 피부가 흰데 체격이 좋고 통통해서 '잘생겼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내놓을 만한 외모는 아니어도 그냥 스스로 만족해요. 통통한 것도 싫지 않아요. 운동을 좋아하는 '건강한 돼지'라서요. 그런데 K씨 만나면서는 만날 외모지적을 들으니 점점 스스로가 싫더라고요.
"너는 피부가 하얀 애가 주근깨 관리를 안하니까 피부가 지저분해보인다. 관리 좀 받아라."
"얼굴은 그런 애가 몸매 관리를 그렇게 안하고 뱃살 나오니까 참 보기 안 좋다."
제가 아는 언니 결혼식을 다녀왔다고 사진을 보여줬더니
"신부가 못생겼네. 여자가 못생기면 결혼이 행복하지 못해. 어쨌거나 남자는 부인이 예뻐야 하거든"(그때도 한판 싸웠어요)
그러면서 본인은 엄청 잘 났다고 생각합니다.
키가 174이고(본인주장), 몸무게도 75쯤 나가는데, 이정도 키에 이정도 얼굴이면 꽤나 준수하다고 입에 달고 삽니다. 나중에 듣기 싫어서 제 남동생이 더 잘생겼다고 사진 보여주니까, 어떻게든 자기가 제 남동생보다 여자들한테 인기 많을 거라고 설명합니다. 제 동생은 연대인데 본인은 서울대니까 지금 어린 여자애들이야 네 남동생 좋아하겠지만 나이들면 달라질 거라는 둥. 학교 말고는 내세울 게 없나봐요.
예전에 성매매업소 갔던 거나, 원나잇미팅 했던 것도 얘기하더라고요.
원나잇미팅은 처음 듣는 건데, 3:3 미팅 하듯이 하는데 팬션 같은 데 잡고 분위기 좋게 놀다가 각자 짝 정해지면 방 들어가서 하는 거래요. 너무 놀라서 말도 못했더니, 또 제가 순진하게 살아서 그런거라고... 자기 정도 되는 남자면 그런 거 많이 들어온대요. (자기 정도가 뭐지....)
그 얘기를 듣고 충격받아서 밤잠을 설치다가 한밤중에 전화를 했어요.
이제는 성매매 업소 안 간다고 약속하라고. 그런 거 나쁜 거라고. 그렇게 말했어요.
다음날 출근인데 한밤중에 전화한 건 잘못이긴 한데, 진짜 충격이 너무 컸거든요.
그랬더니 사소한 일 갖고 마음 졸이지 말라고, 자기를 그렇게 못 믿냐고 짜증내더라고요.
그때는 그 짜증이 왜 믿음직스러워보였는지.... 눈이 삐었지...
한번은 본인이 하는 말에 제가 반박을 하니까
"넌 여자가 왜 이리 드세냐? 하긴 이름부터가 좀 드세지. 이름 좀 바꿔라" 이러더군요.
ㅎㅎㅎ.....그때는 어이가 없어서 대꾸도 못했네요. 왜 가만히 있었지ㅜ_ㅠ 바보...
본인의 전 소개팅녀는 아버지가 별이 세개고 그 전 소개팅녀는 부모님이 강남에 빌딩이 있다나....
그런 얘기도 하더라고요.
기분이 나빠져서 저도 의사랑 소개팅 했고 변호사랑 소개팅 했다고했더니,
소개팅만 한 거지 그 사람들이 너 좋다고 한 거 아니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의사, 변호사들은 이미 제 나이(그 당시 28살)인 여자는 늙어서 안 본대요.
늘 말끝마다 이상하게 화제 전환을 해서 속이 타들어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스퍼거 증후군인가 싶을 정도로, 정상적인 대화가 지속이 안됐어요.
위에 대화들은, 제가 기억을 복기하면서 너무 말이 안되는 말들을 좀 잘라내서 그나마 말이 되는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K : 일본 애니메이션이 경제적 파급력이 크대. 구매력 있는 팬층이 많아져서.
저 : 아, 맞아. 나도 일본 애니메이션 어릴 때부터 좋아했어. 에반게리온은 진짜 팬이었고. 에반게리온 피규어 사고 싶을 정도야.
K : 난 그렇게 기독교적 모티프가 있는 작품은 증오해.
저 : .......에반게리온에 기독교적 모티프가 있는 건 맞는데, 우리 지금 애니메이션 얘기하는 거야.
K : 난 교회 인간들이 너무 싫어. 증오해.
저 : 아니, 에반게리온이 성경에서 모티프나 상징을 가져온 건 맞는데 그게 작품을 싫어해야 하는 이유는 아닌 것 같아. 주제가 신학적인 것도 아니고.
K : 내가 어려서 가난할 때 교회에 밥 얻어 먹으러 가면 항상 그 인간들은 나를 쫓아냈어. 내가 얼마나 비참했는지 알고 얘기하는 거야? 너도 나처럼 살았으면 그거 싫어할 걸.
이런식의 의사소통도 여러번 있었어요.
그리고 제 친구가 배 사고로 죽은지 얼마 안돼서 그게 너무 가슴아프고 우울하다고 했는데,
자기가 의무 소방으로 근무했을 때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가 바다에 빠진 어린 아이를 구해서 인공호흡까지 했는데 결국 아이가 죽었을 때의 비통함을 아냐고 얘기하더라고요.
그 아이와 그 아이의 부모를 보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그래서 한동안 너무 우울하고 괴로웠는데 자기는 극복했다며, 저도 극복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걸 극복한 건 대단한 일이지만, 내 경우는 가장 친한 친구였고 쉽게 잊힐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더니,
본인이 어렵게 극복한 걸 쉽게 잊혔다고 말했다고 화를 내더라고요.
심지어 이 얘기는, 제가 그렇게도 가기 싫었던, 친구의 죽음과 관련된 장소로 차를 몰고 가서 했어요.
헤어지게 된 사건이 더 가관이에요.
사귄지 한달이 지나고 결혼 얘기를 하기에,
양측 부모님한테는 호감가는 사람 있다는 얘기까지는 하고 몇달 더 만나고 준비하자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건데,
제가 오래 사귀고 결혼 생각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결혼이 갑자기 급하게 느껴지고 자존감이 흔들리면서 K씨를 만나게 되다 보니 결혼 말이 쉽게 나온 것 같아요.
당연히 결혼식장은 자기네 학교 동문회관에서 하자고 했지요. 그놈의 자랑스러운 학교.
아무튼 저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사귀고 2달반쯤 되었을 때 헤어지는 게 맞지... 싶었는데 저는 한번도 연애를 짧게 해본 적이 없어서, 좀 더 참아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두달만에 사람을 판단하는 건 제가 잘못된 거라고 생각했죠.
그러고보니, K씨는 본인 입으로 반년 넘게 연애해본 적이 없다고 했었네요.
왜 그랬는지 이제야 알겠네요.
어쨌거나 결혼하기 전에 사람을 제대로 보려면 여행을 가라잖아요?
둘이서 여행을 가게 됐습니다.
여행 내내 뭐만 하면 자기 자랑에 저 깎아내리기만 하고, 그러다가 또 시작됐어요.
차를 타고 가고 있는데
K : 지방애들은 우리학교 오는 게 목표야. 너희 학교 붙으면 서러워서 울어.
저 : 아... 그렇지. 사립학교 가면 돈도 많이 들고 힘드니까.
K : 그렇지. 학비만 드는 것도 아니고 생활도 다 바뀌는 건데, 국립대 가야 그나마 낫지.
저 : 생활 환경이 바뀌는 건 진짜 어렵겠다. 친구가 같이 지방 가서 살자고 했는데, 나도 경기도랑 서울에서만 살아서 지방에 사는 건 생각도 못하겠더라고.
K : 그 친구가 너보고 된장녀라고 하겠네.
저 : 에? 그게 무슨 말이야? 된장녀가 거기서 왜 나와?
K : 서울만 고집하니까 된장녀라고 생각할 거라고.
저 : 내 가족이랑 친구가 다 서울에 있고 내 성장이랑 생활반경이 다 여기여서 그런 건데 그게 무슨 소리야.
K : 아니,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아니라 네 친구가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저 : 내 친구는 그렇게 말한 적도 없는데 오빠가 그렇게 말한 건 오빠 생각이지. 그리고 그 맥락에서 왜 그런 말이 나오는데?
K : 너는 왜 무슨 말 할 때마다 맨날 맥락을 따지냐?
저 : 그럼 언어를 구사할 때 맥락이 안 중요해?
K : 언어는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만 중요하지 그렇게 맥락 따지는 건 다 허위 아냐?
저 : 아니, 언어 구사할 때 맥락이 없으면 어린 아이거나 언어 장애이거나 둘 중 하나지.
K : 그럼 그냥 내가 언어 장애라고 생각하든지.
저 : 아, 그래. 알았어.
----몇분 뒤----
K : (조금 씩씩 거리면서) 내가 왜 언어장애인지 설명해봐.
저 : 내가 말한 언어 장애라는 건
K : (말 끊으면서) 아, 네가 규정한 언어 장애? 의학적인 용어나 교육계 용어가 아니라 네가 자의적으로 규정한 언어 장애 말이지?
저 : 별로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만 하자. 맥락 떠나서 메세지만 전달할게. 나는 지금부터 대화 안 할 거야. 이해했지?
그러고 나서 K씨는 혼자서 왜 본인이 언어 장애가 아닌지 한참을 떠들더라고요. 저는 계속 묵묵히 창밖만 보고.
K : 왜 대답 안해?
저 : 대화 안한다고 맥락 배제하고 명확하게 말 했는데? 대답 안 할거야.
K : (혼자 몇마디 떠들다가 제가 계속 대답 없으니까) 신발!!!!!!!!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더라고요.
차 세우라고 내려달라니까
거봐라, 너는 감정적이고 철이 없다. 여기서 서울까지 갈 방법도 없으면서 대책없이 내려달라고 하냐. 뭐 그러더라고요.
그래도 내리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제가 따로 택시비 쓰느니 그냥 이놈 기름값이나 더 쓰자 싶어서 얘기나 좀 하자고 했어요.
그러고 중간에 멈춰서 헤어지기로 하고 다시 차에 타서 집 오는 교통수단 탈 수 있는 곳까지 갔어요.
오면서도
너 같은 여자는 다음에 다른 남자 생기면 꼭 여행가봐라. 그래야 그 남자가 네 본색을 알지.
너는 살을 좀 빼야 남자가 생길 거다.
네가 교사라 시집 잘 갈 줄 아나본데, 눈을 낮춰야 할거다.
이미 헤어지기로 결정하고 나니까 어이가 없어서 그냥 창밖만 보면서 다 듣고
'아 예^^ 오빠도요' 이러고 차에서 내렸어요.
여행비도 그분이 자기가 훨씬 많이 번다며 본인이 6 제가 4정도 내기로 했었는데
그냥 싹다 정산해서 차액 보내준다고 카톡했더니 계좌번호는 순순히 불러주더라고요.
사실 못난 놈 만나는 건 남자 보는 내 눈이 없어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얼굴에 침뱉기인 건 아는데요, 정말 세상에는 이런 인간이 있더라고요.
진짜 왜 사귀었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K씨가 말하는 본인이 잘난 남자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대학을 나왔으니까,
대기업 연구직이라서,
본인 외모 정도면 아주 준수해서,
차가 있어서,(차 있는 남자 만나니까 좋지 않냐고 엄청 그러는데, 딱히 차가 있고 없고가 연애에 무슨 상관인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좋은 차도 아니었어요. 아반떼 하이브리드 뭐시기인가....)
매너가 좋아서,
부모님이 다 대학을 나오시고 본인 여동생도 좋은 대학을 나와서,(그렇게 치면 본인이 저한테 내세울 게 없을 텐데)
뭐 이런 건데요. 하....사실 별로 잘난 것도 없는데 말이죠.
며칠 고민하다가 열받는대로 마구 썼더니 어느덧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하... 더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지만 참을게요.
저 3달동안 저 정말 바보 병신 같았네요. ㅋㅋㅋㅋㅋ.............
그렇게 헤어지고 몇달 뒤에 카톡이 왔어요.
건강하게 잘 지내냐며, 공부는 잘 하냐며, 자기 뮤지컬 공연하는데 보러오라더군요.
살면서 가장 웃기는 카톡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조용히 카톡방을 나왔더니 굳이 카톡방을 다시 열어서 잘지내라고 하더라고요.
혹시나 여자분들 중에, 서울 사는 83년생, S대공대 나와서 L모 전자 연구원이고,
동글동글 순둥하게 생겨서 착해보이고, 안경 안썼고, 부정교합 조금 있고,
뮤지컬 동아리 활동하는 남자.....는 조심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