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도 더 지난 얘기지만 아직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욕지기가 나와서,그리고 다른 분들은 이 지뢰를 좀 피해갔으면 해서여기에 하소연해봤더니 속이 다 시원하네요.저보고 미쳤다고 얘기하시는 댓글까지 전부 감사해요. 그 댓글들도 속이 시원합니다.이게 네이트판의 선효과군요 ㅠ_ㅜ마음 같아서는 막 널리널리 퍼져서 그 K씨가 읽고 다들 자기 욕하는 것 좀 알았으면 싶네요.제.발. 다들 왜 사귀었냐, 왜 3개월이나 사귀었냐 하시는데, 연애하면서 이렇게 많이 싸워본 것도 처음이고, 이렇게 빨리 이별을 결심한 것도 처음이라서, 제가 이상한건가 하는 생각이나 자기 반성을 엄청 많이 했거든요. K씨가 지적질로 제 자존감을 깎아 놓기도 해서 자책도 많이 했고요. 김태희가 예쁘냐 내가 예쁘냐하는 질문이 왜 나왔었는지 회상하다보니 더 기가 차네요.아는 언니의 결혼식 사진을 보여줬는데,못생겼다면서, 못생긴 여자들은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못할 거라더군요.제가 예쁜 거랑 행복도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고, 신랑이랑 사이도 좋던데. 그러니까남자들은 어쨌거나 와이프가 어리고 예뻐야 된다며, 저도 본인보다 4살이 어리고 얼굴이 희니까 만난 거래요.제가 기분이 나빠져서, 남자들이 어린 여자 선호한다는 것도 개인 취향이지 그걸 뭐 그렇게 얘기하느냐. 그러니까남자들은 어쨌거나 어린 여자 선호하는 게 본능이래요.쓰다보니 사실 대화를 그만했어야 하는데, 화가 나서 논쟁을 계속 한 저도 참 우습네요.그럼 여고생이 좋다고 하면 만날 거냐고 제가 물으니"나야 땡큐지" 그러더군요. 아.... 회상할 때마다 왜 그때 안 헤어졌을까 싶어요. 그쵸?읽으시는 분들도 한 문장 읽으실 때마다 왜 그 때 안 헤어졌을까 싶죠? 지금 제 마음이 그래요.어쨌거나 참 유치하게 저도저 : 나도 우리동네 파릇파릇한 남고생들이 오빠보다 더 좋다, 뭐.K : 걔네들이 널 뭘 보고 만나냐?저 : (어이가 없지만, 그냥 갈등을 마무리 해야겠다 싶어서 애교 섞어서) 자꾸 그런 식으로 기분 나쁘게 말하면 나도 난처한 질문 할거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 K : 무슨 질문인데?저 : (사실 마음 속으로 생각한 질문은 "그럼 여고생들은 오빠같은 사람을 뭘 보고 만나는데?"였지만 그랬다간 그냥 그건 싸우자는 거니까 다른 질문을 급하게 했어요) 김태희가 예뻐, 내가 예뻐?그리고 그게 사과를 해야하는가 논쟁의 시작이었죠. 댓글 중에 정말 똑똑한 사람들은 명확하고 쉬운 말을 쓰는데, 이기려고 괜한 어려운 말과 궤변을 늘어놓는 거라는 말씀을 보고 생각난 에피소드가 있네요.그 말씀 듣고보니, 언쟁이 붙을 때마다 괜히 대학 수업시간이나 학술교류 때 나올 것 같은 단어들을 열심히 쓰긴 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웃긴 건 제가 못 알아 들을 말도 없었고, 그 궤변도 다 반박했었거든요. 물론 언쟁하다가 한 시간이 넘어가면 그냥 포기하고 진 척했지만.아무튼 한 시간 이내에서는 지지 않고 맞서서 언쟁했더니"이래서 선생이 좋은 아내감이 아니지. 맨날 가르치려 드니까" 이런 말도 하고"넌 참 여자애가 드세다. 하긴 이름부터가 드세지. 이름 좀 바꿔." 이런 말 한 적도 있고"답답하고 순진한 자기만의 가치관에 매여 사는구나. 오빠한테 좀 배워"라는 내용의 말을 한 적도 있었죠.잊고 있었던 게 몽글몽글 생각나네요. 하.... 정말 창 밖의 하늘보기가 부끄럽네요. 그러고 보니 사귄지 얼마 안됐을 때 기타를 차에 싣고 만난 적이 있었어요.저한테 기타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치는데,이걸로 여자꼬시는구나 싶긴 했는데, 그때는 그게 귀여웠죠.(우웩)뭐 잔잔한 기타소리도 좋고 나름 열심히 노래도 부르고 그랬는데,악보를 넘기다가 자기 과에서 데모할 때 개사해서 부르던 민중가요를 불러주더라고요.마지막 후렴구를 "너와 나! 너와 나! OO 지환시!" 이러면서 엄청 목에 핏대 올리고 불렀어요.OO는 기억이 안나고, 지환시는 본인 전공이 원래 토목과였는데 지구환경시스템공학인가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했었어요.뭐, 이게 크게 나쁜 얘기는 아닌데 그냥 웃겨서요.로맨틱 하다 말고 본인이 대학 다니면서 불렀던 민중가요를 그렇게 열심히 부른 게. 하루는 본인이 신입사원들 뽑느라 서류를 몇백장을 봤다면서 피곤하대요.인사과도 아닌데 왜 봤냐고 했더니, 자기가 능력이 있어서 위에서 자꾸 자기를 시킨대나.그러고 보니 본인이 회사에서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라며 '너도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되기 위해 노력해'라는 말도 했었네요. 그러다가 언쟁이 시작되었어요. 회사가 인력을 뽑을 때의 효율성을 위해서 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 학생들 인성을 점수매겨서 기록해놔야 한다는 거에요.교육 전공인 저로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죠. K : 생활기록부 가져오면 뭐해. 다 두루뭉술하게 되어있는데. 중고등학교 때 애들 인성도 성적으로 점수매겨서 기록해놔야 돼.저 : 인성을 점수매긴다는 게 어떻게 가능해. 그리고 교과담당교사의 세특이나 담임교사의 행발 란이 그래서 있는 거니까 그걸 잘 읽으면 되지.K : 그러니까 비효율적인 거지. 중고등학교에서 점수로 써놓으면 될 걸.저 : 아니, 애들의 인성을 점수화 한다는 게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래서도 안되지.K : 왜 해보지도 않고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왜 너만의 기준으로 그러면 안된다고 단정지어?저 : 나만의 기준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생각할 때 그러면 안되는 거지. 중고등학교 교육의 목적이 회사에 인력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왜 회사의 편의를 위해서 학교가 애들의 인성까지 줄 세워놔야 해?K : 시도는 해봤어?저 : 무슨 시도?K : 교육계에서 애들의 인성을 성적으로 매겨서 기업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시도나 연구는 해봤냐고. 논의는 이루어졌어?저 : 논의를 할 필요가 없지. 그런 건 교육의 본질적 목적에 맞지 않으니까.K : 거봐. 해보지도 않고 아니다, 안된다 이러지. 그게 너의 문제야.저 : 중고등학교가 왜 기업의 편의를 고려해야 하는데. 목적에 맞지 않는 거라니까.K : 아니, 필요의 목소리가 하나라도 나오면 논의해보고 고려해봐야 하는 거 아냐? 다짜고짜 안된다고 하는 독선이 어딨어?저 : 아니 그럼 오빠네 연구실이 가전제품을 연구하는 곳인데, 갑자기 누가 중세국어 연구를 하면 가전제품 판매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논의 좀 해보자고 하면 할거야?K : 당연하지. 의견이 나왔으면 일단 논의하고 연구하고 나서 그게 되니 마니를 얘기해야지.----뭐 이렇게 3시간을 반복하면서 통화했어요. 나중에 생활기록부에 이어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가 타당한 대입시험이냐 가지고도 대화가 돌고 돌았는데 교육전공자로서 무슨 말만 하면 제가 몰라서 그런대요. 고집부리는 거고 아집과 독선이래요.저는 사범대 나왔고, 그분은 토목과(지구환경시스템공학으로 이름이 바뀐) 나오셨는데 말이죠. 저희집에 친한 동생이 와 있었는데, 제 방 밖에서 제 통화를 얼추 듣고는 그 남자 아닌 것 같다고 할 때 그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아니야, 그래도 만나면 잘해줘."라고 커버쳤던 저 자신을 때리고 싶습니다. 그러보니 저만 무시한 게 아니라 본인 주위 사람들도 무시했었네요.사내 뮤지컬 동아리를 하는데, 동아리 사람들이 일을 못한대요.동아리에서 엠티도 가고 공연기획도 하고 그러다보니 일을 할 일이 많은데,자기가 완전 효율적인 A안을 생각했는데, 다들 그 생각을 못하고 빙빙 돌다가 자기가 A안을 제시하니까 다들 감탄했다며.자기는 역시 다른 사람들보다 두 발씩 앞서서 생각한다며 평범한 사람들은 자기가 보기엔 좀 비효율적으로 일한다는 얘기를,열심히 겸손하고 담담하게(?) 얘기하더라고요.보통은 그냥 자기가 좋은 아이디어 꺼냈으면 뿌듯해하고 끝나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그 동아리 이름도 기억나는데 그 동아리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네요. 하루는 K씨가 저보고 음식 잘하냐고 묻더라고요. 저 : 아니, 나 그냥 내 끼니나 동생들 끼니 챙겨주는 국 반찬 정도나 하지 요리다운 요리는 못해. K : 우리 엄마가 음식 엄청 잘해서 입맛도 까다로우신데 큰일이네. 저 : (심기를 거르스면 안되니까 일단 띄워주자.) 어머님이 그렇게 음식을 잘하셔? 대단하시네. K : 우리 엄마는 음식을 엄청 잘해서 다른 집 초대 받아서 갔는데 음식 맛없으면 바로 젓가락 놓으셔. 저 : 음식을 잘하시는 만큼 입맛이 예민하시구나. 그래도 초대해준 사람들 성의가 있는데 그러시기야 하겠어? K : 진짜라니까. 그래서 음식 맛없는 집은 절대 다시 안 가셔. 저 : 아.....그래? 어른 흉보고 싶지는 않지만, 이 말이 사실이라면 어머님이 조금 결례를 범하신 게 아닌가요?K씨가 저걸 자랑스럽게 얘기할 일이 아니지 싶은데 말이죠.독특한 가치관을 가진 건지, 아님 저랑 헤어지고 싶어서 한 소리인지ㅋㅋㅋ 친구인 남자애들에 대해서도 했던 명언이 있는데,네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남자애들은 다 너랑 자고싶은 거라고.남자가 아무 의미도 없이 연락을 지속하고 밥먹고 그러진 않는다고.저 : 그런 사람도 있을 수는 있는데, 10년 넘게 친구이고 이런 애들도 있는데 뭐.K : 그런 애들도 다 흑심이 있으니까 연락을 지속하지. 넌 너무 순진해. 저 : 그럼 남자애들하고 편하게 연락 주고 받으면 안돼?K : 네가 편하게 연락한다고 생각할 때마다 걔네는 너 저렴하게 생각할 걸.저 : 사람한테 저렴하다는 표현이 뭐야? 예의없게.K : 쉽게 보인다는 거지. 의미만 전달되면 되지.저 : 아니 말 하면서 지킬 예의라는 게 있는 거지.K : 난 예의 차리면서 말하는 거 질색이야. 그게 다 위선이고 가식이지.저 : 그래도 사회를 살아가는데 언어 예절이라는 게 있지.K : 정말 비효율적으로 산다. 메세지만 잘 전달되면 되지.----제가 언어 예절, 언어구사에서의 맥락을 얘기할 때마다 항상 비난하더라고요.헤어졌을 때 '언어장애' 사건에서도 그랬듯이요.어쨌거나 K씨의 결론은 이거였어요. K : 네 친구인 남자애들이 연락할 때마다 답장하는 건 너 스스로를 낮추는 행동이니까 오빠말 알아둬. 네가 순진해서 여태 몰랐던 거 가르쳐 준거니까. 그리고 남자애들한테 연애상담하는 게 제일 싸보이고 한심한 거야. 명심해. 헤어지고 나서 그런 얘기도 했었네요.본인은 주위에 여자친구 생겼다고만 했지 페북에도 사진 하나도 안 올리고 카톡 프사도 안 바꿔놔서 되돌릴 게 별로 없는데저는 되돌릴 게 많겠다고. 그러게 경솔하게 왜 공개적으로 연애를 했냐고.너같은 개진상을 만나본 적은 없어서 이렇게 빨리 헤어질 줄 몰라서 그랬다고 말해줬어야 하는데.....과거를 회상할 때마다 늘 그렇지만, 중학교 때 친구랑 말싸움하고 집에 와서 쏘아줄 말 생각나는 기분이에요. 그때 제가 오래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결혼이 갑자기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여겨지던 시기라서 신중하지 못했죠. 착하고 성실하고 똑똑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네.....저도 그때의 섣부름이 참 흑역사네요... 12
+추가>생각해보니 저도 완전체랑 결혼할 뻔 했네요.
1년도 더 지난 얘기지만 아직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욕지기가 나와서,
그리고 다른 분들은 이 지뢰를 좀 피해갔으면 해서
여기에 하소연해봤더니 속이 다 시원하네요.
저보고 미쳤다고 얘기하시는 댓글까지 전부 감사해요. 그 댓글들도 속이 시원합니다.
이게 네이트판의 선효과군요 ㅠ_ㅜ
마음 같아서는 막 널리널리 퍼져서 그 K씨가 읽고 다들 자기 욕하는 것 좀 알았으면 싶네요.
제.발.
다들 왜 사귀었냐, 왜 3개월이나 사귀었냐 하시는데,
연애하면서 이렇게 많이 싸워본 것도 처음이고, 이렇게 빨리 이별을 결심한 것도 처음이라서,
제가 이상한건가 하는 생각이나 자기 반성을 엄청 많이 했거든요.
K씨가 지적질로 제 자존감을 깎아 놓기도 해서 자책도 많이 했고요.
김태희가 예쁘냐 내가 예쁘냐하는 질문이 왜 나왔었는지 회상하다보니 더 기가 차네요.
아는 언니의 결혼식 사진을 보여줬는데,
못생겼다면서, 못생긴 여자들은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못할 거라더군요.
제가 예쁜 거랑 행복도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고, 신랑이랑 사이도 좋던데. 그러니까
남자들은 어쨌거나 와이프가 어리고 예뻐야 된다며,
저도 본인보다 4살이 어리고 얼굴이 희니까 만난 거래요.
제가 기분이 나빠져서,
남자들이 어린 여자 선호한다는 것도 개인 취향이지 그걸 뭐 그렇게 얘기하느냐. 그러니까
남자들은 어쨌거나 어린 여자 선호하는 게 본능이래요.
쓰다보니 사실 대화를 그만했어야 하는데, 화가 나서 논쟁을 계속 한 저도 참 우습네요.
그럼 여고생이 좋다고 하면 만날 거냐고 제가 물으니
"나야 땡큐지" 그러더군요.
아.... 회상할 때마다 왜 그때 안 헤어졌을까 싶어요. 그쵸?
읽으시는 분들도 한 문장 읽으실 때마다 왜 그 때 안 헤어졌을까 싶죠? 지금 제 마음이 그래요.
어쨌거나 참 유치하게 저도
저 : 나도 우리동네 파릇파릇한 남고생들이 오빠보다 더 좋다, 뭐.
K : 걔네들이 널 뭘 보고 만나냐?
저 : (어이가 없지만, 그냥 갈등을 마무리 해야겠다 싶어서 애교 섞어서)
자꾸 그런 식으로 기분 나쁘게 말하면 나도 난처한 질문 할거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
K : 무슨 질문인데?
저 : (사실 마음 속으로 생각한 질문은 "그럼 여고생들은 오빠같은 사람을 뭘 보고 만나는데?"였지만 그랬다간 그냥 그건 싸우자는 거니까 다른 질문을 급하게 했어요) 김태희가 예뻐, 내가 예뻐?
그리고 그게 사과를 해야하는가 논쟁의 시작이었죠.
댓글 중에 정말 똑똑한 사람들은 명확하고 쉬운 말을 쓰는데, 이기려고 괜한 어려운 말과 궤변을 늘어놓는 거라는 말씀을 보고 생각난 에피소드가 있네요.
그 말씀 듣고보니, 언쟁이 붙을 때마다 괜히 대학 수업시간이나 학술교류 때 나올 것 같은 단어들을 열심히 쓰긴 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웃긴 건 제가 못 알아 들을 말도 없었고, 그 궤변도 다 반박했었거든요.
물론 언쟁하다가 한 시간이 넘어가면 그냥 포기하고 진 척했지만.
아무튼 한 시간 이내에서는 지지 않고 맞서서 언쟁했더니
"이래서 선생이 좋은 아내감이 아니지. 맨날 가르치려 드니까" 이런 말도 하고
"넌 참 여자애가 드세다. 하긴 이름부터가 드세지. 이름 좀 바꿔." 이런 말 한 적도 있고
"답답하고 순진한 자기만의 가치관에 매여 사는구나. 오빠한테 좀 배워"라는 내용의 말을 한 적도 있었죠.
잊고 있었던 게 몽글몽글 생각나네요. 하.... 정말 창 밖의 하늘보기가 부끄럽네요.
그러고 보니 사귄지 얼마 안됐을 때 기타를 차에 싣고 만난 적이 있었어요.
저한테 기타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치는데,
이걸로 여자꼬시는구나 싶긴 했는데, 그때는 그게 귀여웠죠.(우웩)
뭐 잔잔한 기타소리도 좋고 나름 열심히 노래도 부르고 그랬는데,
악보를 넘기다가 자기 과에서 데모할 때 개사해서 부르던 민중가요를 불러주더라고요.
마지막 후렴구를 "너와 나! 너와 나! OO 지환시!" 이러면서 엄청 목에 핏대 올리고 불렀어요.
OO는 기억이 안나고, 지환시는 본인 전공이 원래 토목과였는데 지구환경시스템공학인가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했었어요.
뭐, 이게 크게 나쁜 얘기는 아닌데 그냥 웃겨서요.
로맨틱 하다 말고 본인이 대학 다니면서 불렀던 민중가요를 그렇게 열심히 부른 게.
하루는 본인이 신입사원들 뽑느라 서류를 몇백장을 봤다면서 피곤하대요.
인사과도 아닌데 왜 봤냐고 했더니, 자기가 능력이 있어서 위에서 자꾸 자기를 시킨대나.
그러고 보니 본인이 회사에서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라며
'너도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되기 위해 노력해'라는 말도 했었네요.
그러다가 언쟁이 시작되었어요.
회사가 인력을 뽑을 때의 효율성을 위해서 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 학생들 인성을 점수매겨서 기록해놔야 한다는 거에요.
교육 전공인 저로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죠.
K : 생활기록부 가져오면 뭐해. 다 두루뭉술하게 되어있는데. 중고등학교 때 애들 인성도 성적으로 점수매겨서 기록해놔야 돼.
저 : 인성을 점수매긴다는 게 어떻게 가능해. 그리고 교과담당교사의 세특이나 담임교사의 행발 란이 그래서 있는 거니까 그걸 잘 읽으면 되지.
K : 그러니까 비효율적인 거지. 중고등학교에서 점수로 써놓으면 될 걸.
저 : 아니, 애들의 인성을 점수화 한다는 게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래서도 안되지.
K : 왜 해보지도 않고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왜 너만의 기준으로 그러면 안된다고 단정지어?
저 : 나만의 기준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을 생각할 때 그러면 안되는 거지.
중고등학교 교육의 목적이 회사에 인력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왜 회사의 편의를 위해서 학교가 애들의 인성까지 줄 세워놔야 해?
K : 시도는 해봤어?
저 : 무슨 시도?
K : 교육계에서 애들의 인성을 성적으로 매겨서 기업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시도나 연구는 해봤냐고. 논의는 이루어졌어?
저 : 논의를 할 필요가 없지. 그런 건 교육의 본질적 목적에 맞지 않으니까.
K : 거봐. 해보지도 않고 아니다, 안된다 이러지. 그게 너의 문제야.
저 : 중고등학교가 왜 기업의 편의를 고려해야 하는데. 목적에 맞지 않는 거라니까.
K : 아니, 필요의 목소리가 하나라도 나오면 논의해보고 고려해봐야 하는 거 아냐?
다짜고짜 안된다고 하는 독선이 어딨어?
저 : 아니 그럼 오빠네 연구실이 가전제품을 연구하는 곳인데, 갑자기 누가 중세국어 연구를 하면 가전제품 판매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논의 좀 해보자고 하면 할거야?
K : 당연하지. 의견이 나왔으면 일단 논의하고 연구하고 나서 그게 되니 마니를 얘기해야지.
----뭐 이렇게 3시간을 반복하면서 통화했어요.
나중에 생활기록부에 이어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가 타당한 대입시험이냐 가지고도 대화가 돌고 돌았는데 교육전공자로서 무슨 말만 하면 제가 몰라서 그런대요. 고집부리는 거고 아집과 독선이래요.
저는 사범대 나왔고, 그분은 토목과(지구환경시스템공학으로 이름이 바뀐) 나오셨는데 말이죠.
저희집에 친한 동생이 와 있었는데,
제 방 밖에서 제 통화를 얼추 듣고는 그 남자 아닌 것 같다고 할 때 그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아니야, 그래도 만나면 잘해줘."라고 커버쳤던 저 자신을 때리고 싶습니다.
그러보니 저만 무시한 게 아니라 본인 주위 사람들도 무시했었네요.
사내 뮤지컬 동아리를 하는데, 동아리 사람들이 일을 못한대요.
동아리에서 엠티도 가고 공연기획도 하고 그러다보니 일을 할 일이 많은데,
자기가 완전 효율적인 A안을 생각했는데,
다들 그 생각을 못하고 빙빙 돌다가 자기가 A안을 제시하니까 다들 감탄했다며.
자기는 역시 다른 사람들보다 두 발씩 앞서서 생각한다며
평범한 사람들은 자기가 보기엔 좀 비효율적으로 일한다는 얘기를,
열심히 겸손하고 담담하게(?) 얘기하더라고요.
보통은 그냥 자기가 좋은 아이디어 꺼냈으면 뿌듯해하고 끝나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 동아리 이름도 기억나는데 그 동아리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네요.
하루는 K씨가 저보고 음식 잘하냐고 묻더라고요.
저 : 아니, 나 그냥 내 끼니나 동생들 끼니 챙겨주는 국 반찬 정도나 하지 요리다운 요리는 못해.
K : 우리 엄마가 음식 엄청 잘해서 입맛도 까다로우신데 큰일이네.
저 : (심기를 거르스면 안되니까 일단 띄워주자.) 어머님이 그렇게 음식을 잘하셔? 대단하시네.
K : 우리 엄마는 음식을 엄청 잘해서 다른 집 초대 받아서 갔는데 음식 맛없으면 바로 젓가락 놓으셔.
저 : 음식을 잘하시는 만큼 입맛이 예민하시구나. 그래도 초대해준 사람들 성의가 있는데 그러시기야 하겠어?
K : 진짜라니까. 그래서 음식 맛없는 집은 절대 다시 안 가셔.
저 : 아.....그래?
어른 흉보고 싶지는 않지만, 이 말이 사실이라면 어머님이 조금 결례를 범하신 게 아닌가요?
K씨가 저걸 자랑스럽게 얘기할 일이 아니지 싶은데 말이죠.
독특한 가치관을 가진 건지, 아님 저랑 헤어지고 싶어서 한 소리인지ㅋㅋㅋ
친구인 남자애들에 대해서도 했던 명언이 있는데,
네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남자애들은 다 너랑 자고싶은 거라고.
남자가 아무 의미도 없이 연락을 지속하고 밥먹고 그러진 않는다고.
저 : 그런 사람도 있을 수는 있는데, 10년 넘게 친구이고 이런 애들도 있는데 뭐.
K : 그런 애들도 다 흑심이 있으니까 연락을 지속하지. 넌 너무 순진해.
저 : 그럼 남자애들하고 편하게 연락 주고 받으면 안돼?
K : 네가 편하게 연락한다고 생각할 때마다 걔네는 너 저렴하게 생각할 걸.
저 : 사람한테 저렴하다는 표현이 뭐야? 예의없게.
K : 쉽게 보인다는 거지. 의미만 전달되면 되지.
저 : 아니 말 하면서 지킬 예의라는 게 있는 거지.
K : 난 예의 차리면서 말하는 거 질색이야. 그게 다 위선이고 가식이지.
저 : 그래도 사회를 살아가는데 언어 예절이라는 게 있지.
K : 정말 비효율적으로 산다. 메세지만 잘 전달되면 되지.
----제가 언어 예절, 언어구사에서의 맥락을 얘기할 때마다 항상 비난하더라고요.
헤어졌을 때 '언어장애' 사건에서도 그랬듯이요.
어쨌거나 K씨의 결론은 이거였어요.
K : 네 친구인 남자애들이 연락할 때마다 답장하는 건 너 스스로를 낮추는 행동이니까 오빠말 알아둬. 네가 순진해서 여태 몰랐던 거 가르쳐 준거니까. 그리고 남자애들한테 연애상담하는 게 제일 싸보이고 한심한 거야. 명심해.
헤어지고 나서 그런 얘기도 했었네요.
본인은 주위에 여자친구 생겼다고만 했지
페북에도 사진 하나도 안 올리고 카톡 프사도 안 바꿔놔서 되돌릴 게 별로 없는데
저는 되돌릴 게 많겠다고. 그러게 경솔하게 왜 공개적으로 연애를 했냐고.
너같은 개진상을 만나본 적은 없어서 이렇게 빨리 헤어질 줄 몰라서 그랬다고 말해줬어야 하는데.....
과거를 회상할 때마다 늘 그렇지만,
중학교 때 친구랑 말싸움하고 집에 와서 쏘아줄 말 생각나는 기분이에요.
그때 제가 오래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결혼이 갑자기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여겨지던 시기라서 신중하지 못했죠. 착하고 성실하고 똑똑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네.....저도 그때의 섣부름이 참 흑역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