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싸름한 30살(11)

리드미온2004.01.17
조회19,510

"은수씨...진정하고 말해봐...."

우선 눈물많고 겁많은 은수를 달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기요...김대리님이요...."

"응...왜 무슨 일인데....?"

나도 걱정되고 궁금했지만 같이 당황해해서 다급하게 물으면 오히려 은수가 기절이라도 할까봐 차분하게 물었다.

 

"다리가...."

김대리가 스키를 타다가 다리를 다친 모양이었다. 은수의 억양과 흥분된 상태로는 다리 한쪽이 절단이라도 난 것 같아 불안하기만했다.

 

"지금 앰블런스 안인데요..."

"옆에 누구 있어? 하연씨 있어?"

도저히 은수하고는 말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네."

"그럼 하연씨 바꿔봐."

"네....ㅠ.ㅠ"

은수의 흐느낌은 수화기를 하연에게 건네는 순간에도 선명히 들려왔다.

 

"하연씨...김대리가 다리를 다쳤어?"

"네. 속도를 못줄이신 것 같고요. 일단 걸을 수도 없고...해서 앰블런스로 가까운 병원에 가는 중이에요. 강릉시내까지 가야 하나봐요."

 

김대리가 걱정되는 그 순간에도 나는 정말 민준의 충고가 고마웠다. 이런 사고를 예감하고 나더러 야간 스키를 타지 말라고 했나보다...

 

"어느 병원인지 알려줘. 나랑 강팀장이랑 차 갖고 나갈게."

"정말...팀장님 안계셨으면....."

하연씨와 말대로라면 나는 믿음직한 팀장이겠지만 이건 순전히 상황이 그렇게 만들고 있었다.

방없는 사람들 구제해주고 나니 이제 사고난 김대리까지 돌봐줘야한다.

이런 슈퍼우먼의 역할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하긴 하룻밤만 지나면 난 민준과 함께 다시 로맨스의 여주인공으로 복귀할 수 있으리라....

 

다행히 김대리의 다리는 은수의 소란스런 걱정과 내 불안감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흔히 스키장에서 일어나는 사고로 뼈에 금이 갔으며 약 일주일간 걸을 수 없다고 했다.

 

"좋겠수...일주일동안 휴가를 내야겠네."

"헤헤...."

김대리의 표정은 여전히 밝다. 그래도 저 녀석 저거 하난 장점이다. 다리 뼈에 금이 갔다는데도 남의 농담에 웃을 수 있는...저런 여유....

 

"저보다 팀장님이 걱정이죠. 저 없으면 혼자 어떻게 일하시려고..."

"걱정마...김대리 뒤치닥거리 안하는 거로도 난 만족해..."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조금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아침에 자주 지각을 하는 나로서는 종종 아침 회의를 김대리에게 맡기곤 했었고, 프리젠테이션할 때 사소한 준비 등은 김대리몫이기도 했고, 매일 점심 메뉴를 정하는 것이나 내가 까먹은 회의와 잡일을 알려주는 중요한 알림 서비스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리라...

그러나 나보다는 다친 김대리가 더 걱정이다.

 

"하긴 욕할 사람 없어서 심심할지도 모르죠."

저...능청스러움도 여전하다.

 

"입이 덜 아플거야. 욕하는 것도 노동이야. 알아?"

김대리 말대로 심심할까? 아니면 내 말대로 입이 덜 아플까?

 

"에이...일주일 후에 저 보고 반갑다고 눈물 흘릴지 알아요?"

제발....나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봐라....

 

일단 김대리는 서울 병원으로 옮기기로 했는데 문제는 김대리의 차랑 하연과 은수였다.

김대리뿐만 아니라 김대리의 차도 서울로 가야했는데 하연과 은수는 운전을 할 수 없었다.

 

"팀장님...저는 앰블런스 타고 간다고 하더라도 은수씨랑 하연씨를 제 차로 데리고 서울로 가시면 안될까요?"

이런.....김대리가 잠시 불쌍해서 약간의 애정의 화살이 가려다가 다시 돌아와 버렸다.

김대리가 다리를 다친 일은 분명 안 된일지만 난 내일 이곳에서 데이트 약속이 있고, 굳이 그 약속을 취소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기는 싫었다. 아까 결심했듯이 하루에 한번만 착한 일을 하고 싶다!!!!

나더러 서울로 다시 돌아가라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럼 서울에 데려다주고 다시 휘닉스까지 내려와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민준을 맞이한다? 시간과 이론상으로는 가능한 일이지만 체력과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김대리는 날 방해하고 또 이런 곤경에 빠트린단 말인가...

 

"한팀장은 자기 차도 있으니까 그건 무릴 것 같고...내가 김대리 차로 올라가야겠다..."

오...눈치 빠른 지선...역시 넌 내 친구야...

죽마고우, 막역지우, 관포지교....암튼암튼....온갖 멋있는 말로 널 불러줄게...

지선의 그 한 마디에 나는 민준이 오기 전에 증거인멸을 할 수 있으리라...

지선과 김대리, 그의 일당을 한꺼번에 서울로 보낼 수 있다니....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고 했던가....

김대리의 부상은 나에게 승리의 영광을 안겨 주고 있었다.

콘도방으로 쳐들어와서 모든 걸 부서버리는 불도우저처럼 느껴지던 김대리가 이젠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한 시멘트를 나르는 레미콘으로 느껴졌다.

 

김대리는 앰블런스로 자기 집 동네 병원으로, 지선은 김대리 차로 하연과 은수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갔다.

다들 혼자 남는 나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아 주었으나, 진실을 알고 있는 지선만은

 

"걱정들 그만해...스키장에서 남자 하나 헌팅해서 차에 태우고 서울로 금의환향할지도 모르니까..."

그래..내 능력을 알아주는 것은 정말 지선...너 뿐인가 하노라...

 

덕분에...나는 민준이 오기 전까지 콘도의 주방을 치우고 흩어진 가구들을 제 위치로 모든 증거인멸을 마치고 그 동안 지선과 둘이 있다가 지선이 먼저 서울로 올라 간 것인양 민준을 맞이할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오후에 도착한 민준과 나는 다정하게 스키를 타고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고 콘도로 돌아왔다. 복잡한 스키장은 민준과 나의 데이트에 배경에 불과했으며 우리와 마주치는 그 많은 사람도 엑스트라에 지나지 않아보였다. 나는 어제의 악몽같은 오후와 밤을 잊어 버리고 여주인공처럼 우아하게 민준의 가벼운 키스를 받으며 잠시 소파에 앉아 있다가 잠이 들었다.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어느 새 안락한 침대에 누워 있었으며 민준도 옆에 잠들어 있었다.

내가 몸을 옆으로 돌려 민준에게 안기자 민준은 팔을 뻗어 나를 꼭 안아주었다.

이 상태로 계속 계속 시간이 흘러갔으면 좋겠다. 영화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법으로 우리를 이대로 놔두고 배경만 꽃이 피고 태양이 뜨거워지고 낙엽이 지고 눈이 내리는 배경으로 바꾸어 세월이 한꺼번에 무진장 흘러가게 그렇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영화는 절대로 현실이 될 수 없다. 해는 저물고 이젠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되고 말았다.

민준과 나는 체크아웃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목욕탕에서 샤워를 끝내고 간단히 화장을 하고 나왔는데 민준이 나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거 남자지갑 아냐?"

민준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범죄 현장에 남아 있는 결정적 증거였다!!!!

나는 엄청난 흉기로 뒷통수를 쿵하고 한대 맞은 사람처럼 멍해졌다. 차라리 조금 더 세게 맞아서 기절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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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1: 어김없이 주말입니다. 하루에 한편이 벌써 11편이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엉겹결에 써본 1편의 인기에 힘입어 벌써 11편이....되었군요^^

          이건 기적입니다!!!

          많은 분들이 약간 과장된 칭찬으로 매일 이거 보는 맛에 산다고 하시는데...

          저는 진심으로 요즘  이걸 쓰고 꼬릿말을 보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2004년을 맞이 했는데 웬지 이 소설을 쓰면서 아주 행복한 한 해가 될 것 같다는

          주제넘은 생각도 해보고 있고요.

          ....

          눈내리는 토요일 오후입니다.

          오늘 출근을 안해서 쓸까말까하다가 이렇게 저처럼 눈 바라보며 집에 쳐박혀 있을 분들을 위해

          올렸습니다.

          저는 뭐하냐고요? 전 약속이 없어서 우울하고 쓸쓸하게 이러고 있는게 아니라

           어느 새 주말엔 이렇게 창밖만 보며 빈둥거리는 것이 체질이 되어버린 폐인입니다.

           폐인이 되면 오히려 주말 약속이 건방질 정도로 귀찮은 게 되어버립니다.

           아직 폐인이 되지 못한 혹은 폐인이 되려는 분들이나 이젠 폐인이 되어서 자기가 폐인인지도

           잊고 지내는 분들....모두모두..즐거운 주말 되세요. 오늘 주말 인사에서는 즐거운 커플은

           제외하겠습니다. 신나게 데이트 하다가 미끄러지거나 아님 싸워서 열받는 주말 되세요~ㅋㅋ

          

추신2: 제가 글 올릴 때요. 처음에 제목을 그냥 올립니다. 그러다 조회수가 500이 되면 빨간색이 되고요.

          추천수가 10이 넘으면 파란색으로 바뀌더라고요...금메달도 달리고요^^ 저도 이번에 알았습니다.

           빨간색과 파란색의 제목....그리고 금메달...여러분이 만들어 주시는 겁니다.

           아...빨간 HOT마크도 있네요~~

           자자~~ GO GO

           (쓰고 보니 상당히 무안...부끄....쑥쓰....달콤쌉싸름한 30살(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