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좋아하는 중이야

뿝뿌2016.09.16
조회2,677

제목에서 다 말했지만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몰라.
그냥 검은 반팔티를 자주 입고 다니고, 키가 나보다 조금 크다는 정도.
그리고 가수 해도 성공할 정도로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 그거 하나랑 아기를 무진장 예뻐하는 모습 그 두가지에 반해서 8개월이 넘도록 혼자 좋아하는 중이야.


그냥 바라만 봐도 설레고 심장이 멋대로 널뛰듯 뛰는데 미치겠다.
우연히 눈이라도 마주치면 그 날은 하루종일 웃음꽃이고, 우연인 척 그를 지나치며 목소리 한번 들으면 화장실에 가서 발 구르며 좋아하고.
일주일 중 단 하루 밖에 못보는 사람이라서 눈에라도 한가득 담아가려고 늘 그 사람이 움직이는 곳을 따라 내 시선도 돌아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다가도 웃고 있는 그 얼굴 한 번 보는 순간 가슴이 아릴 만큼 행복하고....
가끔은 이러다 인사 한 번 못해 보겠구나 싶어서 괜스레 울고 싶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그 사람 생각하다보면 일주일에 단 하루라도, 몇 시간이라도 볼 수 있는 게 어디야 싶어지면서 그 하루만 손꼽아 기다려.
내 시선이 닿는 곳에 있어준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져.


한번도 가까이서 눈 마주쳐 본 적 없었는데, 전에 딱 한 번 마주친 적이 있었어. 내 바로 앞에서, 내가 주문한 커피를 흘끔 보며 물을 조금 더 넣어야 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너무 다정해서 도망갈 뻔했다.
순간 얼굴 빨개지는 걸 수습하느라 대꾸조차 못하고 잠시 눈을 굴리는데 마주쳤어.
선하더라, 눈이. 전에는 몰랐는데 쌍커풀이 있더라.
그렇게 눈매가 선하니 웃는 것도 예뻤구나 싶더라.
바보같게도, 더 마주쳤다가는 심장이 감당을 못할 것 같아 커피를 받아들고는 도망치듯 나와 버렸다. 지금은 제일 후회하는 짓이었지만 그날만큼은 미치도록 행복하더라....


혹시 나 같은 사람 또 있어?
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는데 말 한 번 걸어보지도 못하고 앓고 있는 사람.
친구들은 인사라도 좀 해보라며 등을 떠미는데 나는 그럴 용기조차 나지가 않아서 그저 바람보다 더 조용히 맴돌기만 해. 바보같게도.
미련하다고 구박받지만 그래도 행복해....눈에 담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해서.
20년이 넘는 재미없던 삶을 살아가면서 처음 배워보는 사랑이자 아픔이야.
어찌 보면 첫사랑이고, 짝사랑이고, 멍청한 짓인데 심장이 감당이 안된다. 이렇게 좋아해본 적은 처음이라서 요즘 들어서 더 이런저런 생각만 많아져. 이러다가 정말 인사 한 번 못해보고 떠나보내는 건 아닐까, 그렇게 내가 추스릴 틈도 없이 보내고 나면 얼마나 힘들까. 솔직히 상상조차 되지 않지만 너무나 힘들 거라는 건 확실한 것 같아서 더 무섭고 그래.


이대로 가다가는 마음이 너무 커질 것 같아서 무섭고도 슬퍼.
어느 정도 다스릴 줄 알아야 할텐데 생각만큼 잘 되지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