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야이유3

이유ㅠㅇ2016.09.30
조회2,350
도어락 누르는 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지금 제가 살고 있는 곳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서
벨 누르지 않고 바로 도어락 해제시켜서 들어오는 사람은
가족들과 준이 뿐입니다.
도어락 누르는 띠띠띠띠 소리가 나면
그들 중에 누가 왔는지 금방 알겠더라고요.
내다보지도 않고 어. 누구 왔어. 이러면 다들 신기해해요.
각자 누르는 리듬이 다르다고 해야되나.
참고로 저 중에 여동생이 제일 사정없이 누르고 들어와요.
걔는 거의 들어오는 게 아니라 들이닥친다고 해야 맞습니다..

얼마 전에 여동생이 반찬 갖다주러 집에 왔다가 준이 봤어요.
당연히 저랑 사귀는 사이인 건 모름.. 그냥 친구인 줄 알죠.
나중에 준이 얘기하면서 그 오빠 괜찮다길래 뭐가 괜찮냐 했더니
잘생겼데요. 여자들이 좋아하는 얼굴이래요.
어...그렇구나.....
..잘생겼다기 보단 끼부리게 생겼어요.

제가 어젠 집에서 하루종일 쉬었어요.
침대에 누워서 폰 만지고 있는데
도어락 누르는 소리 나는 거 듣고 준이인 거 바로 알았어요.
현관문 열리는 소리 나길래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계속 누워서 폰만 보고 있었더니
애인이 왔는데 내다보지도 않는다고 타박...
반기는 척이라도 좀 하면 안 되냐. 하길래
일어나서 열심히 해줬어요.
사지육신, 정신건강, 몸 속 장기 하나하나까지 안녕하냐고
골고루 안부 물어주다가
비꼬지 말라고 한 대 쥐어박혔어요.
비꼰 건 아니었는데...

가끔씩 이렇게 예고없이 찾아오고 그래요.
얘는 이런 것도 미리 물어보더라고요.
말 안 하고 갑자기 찾아오는 거 혹시 불편하냐고.
이 달의 배려왕...
뭐 그런 거까지 다 물어볼까요.
그런 거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대요.
집에서는 편한 모습으로 있으니까.

저는 밖에 나갈 때나 집에 있을 때나 크게 다르지 않아요.
집에만 있다고 그지꼴을 하고 있지는 않아요..
기숙사 살았을 때 룸메이트들 보면
밖에 나갈 일 없으면 몸에 물 한방울을 안 묻히더라고요.
남자새끼들 더러워요... 속지마요.
나갈 일 생겨도 그냥 모자 하나 눌러쓰고 나가는데
그 모자에서 냄새날 거 같고...
전 항상 똑같이 씻는데 주말 아침에 씻고 나오면
다들 약속 있냐고 어디 나가냐고 묻더라고요.
드러운 새끼들...

저는 아무 때나 와도 상관없다고 했더니
가끔 장 봐가지고 와서 밥 해서 같이 먹고 가요.
자고 갈 때도 있는데 어젠 밥만 먹고 갔어요.

제육볶음이랑 된장국 해줬는데 얻어먹기만 하는 게 미안해서
나도 요리 해줄래. 했더니
? 진심이야? 이런 반응..
제가 요리하는 거 진짜 싫어하거든요.
엄마미소 지으면서 마음만 받겠다 하는데
달걀후라이라도 해주겠다고 팬 꺼냈어요.
내가 뭘 망가뜨리기라도 할 거 같았는지 되게 불안해하더라고요.
우리 집인데 왜... 기름이라도 튀길 거 같았나.

해본 적은 있지? 하길래
응. 했더니 약간 안심했다가 아마...열살때? 하니까 다시 낙심.
요리 별로 해본 적 없지만 준이 하는 거 어깨 너머로 많이 봐서
후라이쯤은 우습게 봤어요.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단 말도 있으니까.
근데 전 그 개만도 못한 애였어요..

달걀 깼는데 손 안에서 산산조각이 나서
당황해서 후라이팬 가장자리로 손을 옮겼더니
제 손이 움직이는 자리마다 껍질들이 파바바박 떨어지는 거에요.
일단 구석에다가 후라이 깨놓고
뒤집개로 껍질들만 따로 모았는데
껍질에 붙어있던 달걀휜자들이랑 같이 기름에 바삭바삭 튀겨지고...

이게 원래 이렇게 되는 건가.. 하고 당황하고 있는데
옆에선 야 너는 후라이 해주겠다더니 무슨 달걀껍질 튀김을 하고 앉았냐고
그걸로 데코레이션이나 하면 되겠다고 입 털고 있고.
후라이 이렇게 하는 사람 생전 처음 봤다면서
껍질 튀김 사진으로 남겨놔야겠다길래
폰카 꺼내기 전에 뒤집개로 떠서 쓰레기통에 버렸어요. 아오.
도움이 안 돼요 쟨.
쟤가 옆에서 방해해서 그런 거 같아요.
하기 전부터 계속 불안 초조 하고 있잖아요. 신경쓰이게.

후라이 잘 됐어요.
모양도 잘 나오고.
근데 내가 생각보다 잘 하니까 약간 실망하더라고요?
이 새끼가?

달걀껍질 튀김... 그거 사진 찍었으면 분명
틈날 때마다 카톡으로 사진 보내면서 비웃었겠지.
영원히 고통받게 했을 거야.

귀엽다고 해주시는 분들 신기했어요.
감사하다고 해야할지.
감사합니다.
제가 귀엽다는 말을 들을 나이는 아니라...
철없어 보이나요?
제가 어떻게 보이는 지 궁금해요.

데데란 이름이 맘에 들었던 이유는
준이 실제로 저 부를 때 애칭이랑 발음이 비슷해서..였는데
준 말고 다른 분들이 댓글에서 불러주시니까
엄청 낯간지러웠어요.
이렇게 공공연하게 불릴 줄은 몰랐어서.. 부끄럽네요.

평소에 말투는 저보단 준이 조곤조곤하게 말하는 편이에요.
다정함을 타고난 애라서.
제가 이 글을 쓸 때는 뭔가 실수할까봐 조심히 쓰고 있어요.
처음엔 정말 막 썼는데 그러면 안 될 거 같아서.
실제 말투랑은 많이 다를 거에요 아무래도.
제가 말을 정리해서 하는 걸 잘 못해요.
누가 나 때문에 기분 나빠 보이거나 하면 당황해서 더 말 못 해요.
조곤조곤과는 좀 거리가 있는데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차라리 글로 쓰는 건 어릴 때부터 훈련이 돼서 익숙해요.
어머니가 중학교 때부터 논술학원 보내주셔서 입상도 몇 번 했었고
입시 준비할 때 담임이 몇 명 모아서 논술 대비 시켜주셨는데
저는 대학을 수능으로 가서... 써먹지는 못 했어요.
지금 제가 뭔 소리를 하고 있는 지 모르겠네요.
그냥 의식의 흐름...

흥미진진할 때 잘 끊었다고 해주셨지만
사실 분량 조절에 실패했어요.
대학교 때 이야기까지 쭉 쓰다가
너무 길게 썼네... 지루하시겠다... 이러고 혼자 시무룩해져서 다 지웠어요.

짧게 끊은 게 잘한 일이었어요.
저번 꺼 다시 읽어보니까 너무 횡설수설...
제가 그 때 나갈 일이 있어서 시간에 쫓기면서 써서 더 그랬나봐요.
핑계 맞습니다.

담배 얘기 좀 뜬금없게 느껴지셨을텐데
제가 담배 피는 걸 몰랐을 정도로
둘 사이에 접점이 없고 서먹한 사이였단 걸 말하고 싶었어요.
저랑 같이 다니던 친구들 대부분이 그때부터 담배 폈었거든요.
같이 있다가 담배 피는 애들끼리 중간에 빠져서 나가고 그랬는데 눈치 못 챘나봐요.
그냥 그 때 제 이미지가 그랬대요. 순수한 이미지였다고.
모쏠인 거 말했을 때도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어요.
딴 사람들은 저 한 번도 안 사겨봤다고 하면 잘 안 믿던데
얘는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저랑 잘 어울린대요.
뭔 소린지도 모르겠음.
생각하는 것을 그만둔다...

저희가 대학교 1학년 때 대외활동을 같이 했어요.
무슨 활동인지는 자세히 안 써도 되겠죠. 미안해요.
조가 갈려서 일정 다닐 때는 주로 떨어져 있었어요.

흡연자들끼리 친해져서 같이 담배 피러가고 했는데
밥먹고 담배피러 가다가 몇 번 마주쳤었어요.
어디 가냐고 해서 담배 피러 간다 했는데
저 담배 피는 거 그 때 처음 알았대요.
아까 말했던 것처럼 제 이미지가 순수한 애였는데
담배 핀다고 해서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순수해서 좋다고 할 땐 언제고 내가 스킨십 잘 안 해주니까
이젠 좀 타락시켜야겠대요.
미친놈임..

일정 마치고 숙소에서 술을 먹었는데 조별로 방이 달라서 첨엔 조끼리 먹다가
잘 사람들 자러 가고 핵심 멤버만 남다 보니
방 두개 정도가 핫플레이스가 돼서 다들 그곳으로 모였어요.
전 술이약해서 금방 취했는데
방을 계속 옮기다 보니 어느순간 손에 핸드폰이 없는 거에요.

그거 찾겠다고 혼자 떠돌아다니다가
핫플 방에서 준이 만났어요.
얘만 본 건 아니고 딱 문 열고 들어가니까
갑자기 조용해지면서 저한테 시선이 꽂히더라고요.
그때 내가 되게 멍청한 표정으로
내 핸드폰 본 사람 있어요? 하는 게 되게 웃겼대요.

결국 못 찾고 다른 방 가려는데 준이 찾는 거 도와주겠다고 따라나왔어요.
술 먹기 싫어서 내 핑계 대고 나온 줄 알았는데 진짜 도와줬어요.
근데 중간에 내가 술이 너무 오르니까 걱정됐는지
그냥 자라고 내가 찾아놓겠다고 해서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순순히 말을 들었어요.

빈 방 들어가서 저 자라고 이불까지 깔아주고 베개도 주고 해서
얌전히 누웠다가 벌떡 일어났어요.
왜? 하길래 나 나갈래. 했는데
내가 많이 취했다고 생각했는지 그냥 있으라는 거에요.

나갔다올래. 하면서 계속 우겼는데
너무 단호하게 안된다고 하니까 왠지 억울한 기분 들고...
그래서 한참 실랑이 하다가
일어나서 문 쪽으로 가니까 준도 옆에 앉아 있다가 따라 일어나고
문 근처에서 대치하다가 준이 갑자기 문을 잠갔어요.

그 방이 5~6명 정도 누우면 꽉 차는 정도의 좁은 방이었는데
조그만 방에 단둘이 있다가 문을 잠그니까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안돼. 나가면 안돼. 나랑 여기 있자. 하고는 데려와서 다시 눕혀주는데
그 말도 다 이상하게 들리고... 이유는 모르겠는데 설렜어요.

일단 자는 척을 해서 얘를 안심시켜 놓고 얘 나가면 그 다음에 나가야지.
이런 치밀한 작전을 짜놓고 눈감고 있다가
갑자기 얘는 뭐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눈을 떴는데 날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눈이 마주치고 준이가 나 내려다보는데 맥박이 빨라지는 거 같아서
그럼 같이 나가자. 했더니 알았다고 했어요.

숙소 밖에 조그만 운동장인가 공터인가 그런 게 있었어요.
거기 몇 바퀴 돌면서 무슨 이야길 나눴던 거 같은데 기억은 잘 안 나요.
내가 핸드폰도 잃어버리고 나가고 싶다는데 못 나가게 하고
그런 억울함이 쌓여서 뭐라뭐라 좀 투덜거렸던 거 같아요.
그리고 준은 그냥 그거 다 들어주면서 그랬어. 기분 나빴겠네. 이런 식으로 받아줬고요.
쟤 평소 말투가 저래요. 아이 달래는 말투.

산책 갔다와서 씻고 나란히 누워서 잤어요.
갔다와보니까 누가 이불장을 다 털어가서
둘이서 한 이불 덮고 잤지만
설레고 뭐고 할 것 없이 너무 피곤해서 바로 잠들었어요.
그 때가 이미 새벽이라서 몇시간 못 잤는데
저 일어나니까 옆에 없더라고요.
졸려서 앉아서 멍때리고 있는데 핸드폰 찾았다고 갖다주고 갔어요.
준이도 피곤했을텐데 내 핸드폰 챙겨줘서 고마웠어요.
전 핸드폰 같은 건 이미 까먹고있었음... 너무 졸려서.

일정 끝나고 버스 타고 돌아올 때 옆자리에 탔는데
제가 속이 안 좋기도 하고 일정 내내 많이 못 자서
난 잘게. 말 하고 억지로 잤어요.
중간중간 깼는데 그때마다 제가 준이 어깨에 기대서 자고 있더라고요.
어깨 저릴 거 같아서 미안해서 고개 치웠는데
깨면 또 기대져 있고...
준도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길래 나중엔 그냥 잤어요.
근데 준이 다음에 말해줬는데
저 너무 피곤해보여서
일부러 자기한테 기대게 한 거였대요.

계속 저러는데 어떻게 안 좋아해요 내가..

사귀고 싶단 마음으로 좋아한 건 아니었어요.
그런 건 바랄 수도 없고.
제 마음은 숨기질 못 하니까
준이 저한테 잘해줄 때마다 제가 하는 말이
너 같은 사람 만나고 싶다. 였어요.
할 수 있는 말이 그거뿐인 제 심정도 모르고 이새낀
야 나같은 사람이 어딨어. 없어 그런 사람.
나처럼 너한테 잘해주는 사람이 또 어딨겠냐.
그런 사람 기대하지마 절대 못 만나. 이러고나 있고...
나도 안다 이새끼야...
그냥 저만 상처받았죠 계속.

이상형 같은 거 얘기 나오면
저는 사실 외모에서 매력을 잘 못 느껴서...
외모를 전혀 안 보는데
없다고 하려다가 준이 외모 특징을 그냥 말해줬어요.
그랬더니 얼마 듣지도 않고 뭐야. 걍 예쁜 사람 좋다고 해라. 이러더라고요.
그렇다고 준이 여자처럼 생겼다거나 예쁘게 생긴 건 아닌데
피부 하얗고 뭐 이런 거 말하다보니까 그렇게 들렸나 봄..

제가 상처 받았던 이유는
내가 자기 좋아하는 거 다 알면서 모른 척 한다는 느낌이 너무 들었다는 거.
차라리 싫으면 싫다고 하던가.
애매한 태도 보이는 게 사람 미치게 하더라고요.
그거까지는 뭐 괜찮았는데...
갑자기 술 한잔 하자면서 중요한 얘기할 것처럼 엄청 분위기 잡아서
나까지 다 긴장하게 만들더니
내 앞에서 커밍아웃을 하네요?
다른 애들한텐 아직 비밀로 해달라고.
근데 그 때 준이 태도가...
진중해 보이지 않고 약간 절 떠보려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하....
일단 알았다고 했었고
심란했지만 솔직히 약간은 희망?같은 게 보였던 것도 사실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것도 다 아는 거 같은데
그 타이밍에 저한테 남자 좋아한다고 그러니까
안 그러려고 해도 저는 자꾸 저 좋을대로 해석이 되고 그랬죠.

근데 얼마 뒤에 갑자기 사진 보여주면서 애인 생겼다고...
ㅋㅋㅋㅋㅋ.........

저번에 길게 쓴 줄 알았는데 별로 안 길어서 오늘은 쓰고 싶을 때까지 썼어요.
지루하지 않으셨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