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어요. 남친은 나를 좋아하지 않았던 걸까요.

ㅅㅈㅈ201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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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정도 남자친구와 만나고 있는 20대 후반입니다.

상황 설명을 하자면 저는 남자친구와 만나는 내내 이 남자가 나를 정말 좋아하는게 맞는건가 의문이 들었었습니다. 남자친구가 참 무심하고 챙겨주지 않는 스타일이거든요. 항상 제가 찾아갔었고 제 동네는 멀다는 이유로 한번도 온적 없었고 (노선이 달라 지하철 몇번 갈아타고 와야됨) 이벤트는 꿈도 못꿨구요 (저는 몇번 깜짝 이벤트 해줬는데 별로 감동 안하길래 더이상 안해주고 있습니다). 뭔가를 소소하게 챙겨준적도 없는거같네요. 주변에서는 남자친구에게 '너는 왜 너를 보러 온 여자친구를 늦은밤에도 한번도 집에 안데려다주느냐' 말을 했다고 하는데 별 반응이 없었다고 하네요.

반면에 저는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배려하고 알콩달콩 연애하는 스타일이어서 초반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가고 이 사람을 더 잘 알게 되면서, 원래 성격이 무심한 상남자 스타일이어서 그렇지 안좋아하는게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제가 서운한 점을 말하면 항상 고치려고 노력해주고, 연락도 잘 되고, 자주 만나려하고, 제가 토라지면 풀어주고, 진지하게 결혼하자는 얘기도 여러번 했었고, 자상한 말도 가끔씩 해줄줄 아는 남자여서. 그저 원래 표현이 서툴고 소소하게 챙겨줄줄 모르는 남자인가보다 했습니다.

 

그런줄만 알았는데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네요. 남자친구가 전여친 얘기를 우리가 사귀기 전에 저와 다른 친구들에게 몇번 했던 적이 있었는데 말이 참 무섭죠 돌고 도는게 말인가봅니다. 남자친구가 한때 너무나 좋아해서 사귀었던 전 여친과 만날 당시,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고 엄청난 노력을 들였었고 어떻게든 챙겨주고 감동시켜주려고 찾아가고 뛰어다녔던 이야기... 챙겨주지 않는 성격이 그녀를 대할땐 완전히 바뀌어버렸던거죠. 너무 좋아했으니까요.

 

저에게 남자친구가 했던 말이 기억나요. 저와 만나면서 불타는 사랑보다 오랫동안 천천히 타는 만남을 가지고 싶다고. 그말은 확 좋아하는 감정은 죽어도 안생기는데 여러가지 (경제적) 조건도 좋고, 제가 좋아해주고, 본인도 어느정도 마음은 있으니까, 나이도 있고 하니까 그냥 약간 무미건조해도 평탄하게 사귀다가 결혼하고 싶다는 뜻인가요. 그렇게 좋아했던 전여친같은 사람 만나 결혼하지 왜 저랑 하겠다는걸까요? 왜 아직도 저에게 하루종일 연락하고 만나자하고 토라지면 풀어주려 하고 자상한 말들을 건네는 걸까요.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제가 밀당을 잘 못해서 이런것이라면 더 절망스럽네요. 밀당 안하면 안챙겨주고 튕기면 잘해주는 스타일의 남자는 만나고 싶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