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이 도곡동 타워펠리스에 의사집안에 의대다니는 사람이었는데 나는 가진거라곤 그나마 외모 하나가 다였다. 학벌도 나쁘지않다 생각했지만 사실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나라서 나를 온전히 드러내고 싶지않았다. 자존감이 강한 척 언제나 그래왔듯이 강하게 보였다. 갈수록 외모에 더 집착하게 되는 것 같았다. 다른 연애처럼 후드티입고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며 슬리퍼 신은 채로 만나고 싶어도 보았다. 엄두가 나지않았다. 그는 날 왜 좋아하는 걸까. 내가 드러나는게 그냥 무서워서 좋아하는 척만 하고 진심으로 사랑해보지 못했다. 그는 날 위해 편지도 쓰고 사귀기 전에 손잡은게 미안하다며 그 후로 끝일까봐 맘졸였다고 사과도 해주었는데. 날위해 같이 슬퍼해주고 울어줬는데. 점점 외모에 집착하게 되는 거 같은 내 자신이 무서웠다. 거식증은 심해져가고 응급실만 여러차례 다녔다. 나보고 이러다 죽을 거라고 경고한다. 여기서 과자 한 개 먹으면 온몸이 불어날까 무서웠다. 정신과 몸이 온전치 못했다. 그는 잘 만나지않고 점점 신경질적이가는 나에게 그만하자 했다. 미안했다. 그렇게 반년이 지났고 수술도 했다. 아이스크림 먹고싶을 땐 크게 망설이지않고 하나 살 수 있다. 더이상 몸에 피멍이 들지도 머리카락이 탈모처럼 빠지지도 코피가 나지도 않는다. 어지럽지도 않고 계단 올라가는게 힘겹지않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나 자신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깨달았다. 며칠 전 그에게 연락이 왔다. 여전히 나는 그와 온전한 연애를 하지 못할 거 같아 쿨한 척 잘지내라고 하였다. 보고싶다.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며 피식 웃는 그가 그립다. 같이 핸드크림 바르며 냄새 맡으며 편안한 카페 소파에 앉아 녹차라떼를 마시고 음악을 듣고싶다. 나는 뭐가 두려웠던 걸까.
나는 뭐가 무서운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