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진짜 쓰레기다. 넌모르겠지만

2016.10.27
조회12,464

안녕 오빠

이거 어디 털어놓을 데도 없고

어짜피 털어놔봤자 쓰레기소리 들을거니까

그냥 답답해서 여기다 올려

 

오빠 처음 만났을 때 설렜던거 맞아

근데 그렇게 미칠정도로 좋진 않았어

나만 이런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래도 설레는건 좋아한다는 거니까

많이는 아니더라도 서로 아끼다보면 진짜 사랑하게될 줄 알았어

지금은 사랑한다 라는 의미도 모르겠어 어떤게 사랑인지도..

 

내가 지금껏 사랑이라고 자부해왔던 거는

상대방의 모든 행동에 설레기도하고 행복하기도하고 슬프기도하고 질투가 나기도 해

밤늦게까지 연락이 안되면 걱정돼서 미치겠고

카톡에 어떤 여자랑 대화창만 떠도 질투가 나서 하루종일 뚱해 있고

그 사람 생각하면 웃음이 나고

만나면 행복하고 이 행복이 영원했음 싶고

내가 생각했던건 그런거였어

그리고 내가 해왔던 내가 말하는 '연애'도 이런거였어

그냥 한두달, 길게는 몇달 썸타고 설레고 이게 아니라

정말 같이 있으면 행복해지는 사람 있잖아.

헤어지면 쉽게 잊게되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 오랫동안 아픈사람 있잖아.

불 같지는 않더라도 깊은 관계는 갖고 싶었어

 

근데 아무리해도 오빠랑은 그렇지 않은데

나한테는 오빠가 너무 좋은사람이라서 그냥 그렇게 붙들고만 있어 나는

이러다 좋아지겠지 괜찮아 지겠지

근데 하루에 몇번씩 오빠랑 이별을 생각해봐도

그게 다 겠구나 싶어. 더도 덜도 아닌 그냥 이별

슬프겠지 잠깐은, 근데 금방 잊을 수 있을 것 같아.

근데도 못놓겠어 오빠를..

몇백일이 지난 이 시점에서도 변함없이 좋아해 주는 사람이 없었어서

어쩌면 내가 부족한 사람인데도 오빠같은 사람이 옆에 있다는거 그게 너무 큰 행운같아서

이것도 다 핑계겠지..?

 

예전엔 내가 그만큼 좋아하지 않아서 부담스러웠던것도

이젠 무뎌져서 당연하게 여겨지고

내가 더 좋아하지 못해줘서 오빠만큼 오빠를 좋아하지 않아서 미안했던것도

이젠 모르겠어..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 수 있을까

오빠한텐 얼마나 상처일까

노력하면 호감을 사랑으로 바꿀 수 있을줄알았어.

근데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면 어떻게 되는지 경험해봐서

이젠 불가능하겠다 싶어

 

내가 별거 아닌거에 화내고 예민하게 굴 때

오빠도 화를 내면 차라리 서로 싸우면서 감정 다 털어놓고

내 이런감정도 다 털어놓고.. 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근데 싸우면서도 오빤 항상 날 배려하고 있고 감싸잖아

내 잘못인데도 오빠 잘못이란걸 전제로 말하잖아

그럼난 또 너무 미안하고 내 스스로가 너무 거지같아서

'오빠를 너무 좋아해서 그래'라는 말도 안되는 감정으로 덮어놓고 화해해

 

미안해 오빠 근데 난 오빠를.. 사랑하지 않아

진짜 쓰레기같지ㅋㅋ

 

좀 지나서 얘기할게 모두

꼭 얘기할게..

이 감정을 길게 끌어왔지만 항상 결심하다가도

항상 무너져 내가 겁이 많아서..

알잖아 나 밥먹을 때도 종업원한테 시키지도 못하고 혼자가서 가져오는거

근데 꼭 얘기할게 정말로

그땐 나 실컷 욕하고 나같은 년도 있었네 하면서 잊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