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남자 -재결합-

가을하늘2016.10.29
조회916
오랜만에 닿은 그와의 연락은 반가움 보다는 어색함이 컸습니다. 캡쳐해서 보낸 메시지를 보고는 전부인이 맞다고 하더라고요. 최근에 전부인으로부터 이혼관련 서류에 대해 묻는 연락이 왔었는데 쌀쌀 맞은 태도로 대꾸를 해왔더니 자기에게 마음이 많이 상했을꺼라 했어요. 아마 자기에게 화가나서 그와 제가 아직도 연인일꺼라 짐작을 하고 제게 그런 메시지를 보냈을꺼라 하더군요. 그리고 몇 달간은 서로 연락이 없었습니다. 

몇달 후 어느 토요일. 잠이 안와 뒤척이던 늦은 밤에 전화기가 울렸습니다. 뜬금없이 그에게서 온 메시지 "야옹". 물음표로 답장을 보내니 아직 안 자냐며 답장이 왔습니다. 아마 새벽 1시가 넘었던 시간 일꺼에요. 썸을 타던 남자와 잘 안돼서 뒤숭숭해하고 있던 저는 이상하게 그의 뜬금없는 연락이 반가웠습니다. 의미 없는 문자들을 주고 받다 어느새 이야기의 화제는 우리의 옛 추억이 되어 있었습니다. 간지러움을 태우다 거울을 깬 날을 기억하며 웃었습니다. 함께 클럽에서 놀던 새해 새벽에 싸움이 붙은 남자 둘을 떼러 달려들다 겉 옷이 찢어진 기억이 소중하다며 웃었습니다. 눈이 내리던 겨울 날 지나가던 택시에 눈뭉치를 던졌다 기사 아저씨의 잔소리를 들은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추억에 젖어갔습니다. 그러다 그가 말했어요. 지금 우리 둘다 깨어있는데 왜 통화를 안하고 손가락 아프게 문자를 치고있냐고. 그렇게 시작된 통화는 다음 날 아침 10시까지 이어졌습니다.

긴 통화를 하고 난 그 날 이후 저희는 다시 급속히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문자를 주고 받고 매일 통화를 했습니다. 서로에게 타인으로 존재했던 시간이 길었으므로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묻고 답했습니다. 다른 남자 아이를 임신했던 전부인 사건 이후로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에게 듣게 되었습니다.

학교 공부를 포기했다고 했습니다. 영주권을 받은 후 그는 미군에 입대를 하고 일-집-술들로 이어지는 날들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연애도 했지만 오래 가는 연인은 없었고 제가 많이 생각나고 많이 보고싶었다고 했습니다. 제가 미국에 온 것도 전부터 알고 있었더군요. 그 역시 저처럼 가끔 제 페이스북을 찾아봤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온라인 데이트 싸이트에서 한 여자를 알게 되었고 그 여자와 만났다고 했습니다. 여자의 직업은 스트리퍼. 진지한 연애를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여자의 직업은 상관하지 않았대요. 어느날 밤 클럽에서 놀던 그 여자친구에게 데려와 달라는 전화를 받고 그 곳으로 갔는데 여자가 많이 취해있었다고 합니다.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취한 여자는 걸으면서 넘어지기 일쑤였고 여자를 달래서 데려 가려던 그를 뿌리쳤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엔 그녀를 두고 혼자 돌아왔는데 그는 다음날 경찰에 연행되게 됩니다. 그녀가 그를 데이트폭행으로 신고를 했다고 합니다. 그녀 몸 여기저기에 남아있던 멍자국이 증거가 되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 멍자국들은 모두 술에 취한 그녀가 넘어지고 부딫히면서 생긴 상처들이었지만 상황이 그녀에게 유리하게 돌아갔습니다. 재판까지 갔던 그 사건에서 그의 변호사가 죄를 인정하면 가볍게 끝날 수 있지만 맞서 싸운다면 일이 더 커질 것이라 말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는 (저지르지도 않은)죄를 인정하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그 사건 몇달 전에 그는 음주운전을 한 경력이 있었고 거기에 폭행죄까지 더해지니 그는 결국 군 복무 계약기간을 못 채우고 군을 나오게 됩니다. 불명예 제대는 피했지만 입대할 때 받은 보너스가 고스란히 빚이 되었습니다. 

군에서 나오면서 같이 일하던 여자 동료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돈도 없고 갈 곳도 없었으니까요. 그를 포함해 남자 둘, 여자 둘 이렇게 넷이 한 집에서 살게됩니다. 방이 다섯개나 있던 큰 집 이었어요. 그 여자 동료는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고 또 그의 룸메이트가 되었습니다. 당시 그 여자친구는 이라크로 파병간 상태라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 여자친구에 대해 제가물으면 사랑이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만난지 3개월정도 밖에 안됐으며 그 여자에게도 사랑까지는 아직 아니다라는 말을 누누히 해왔다고 합니다. 언제라도 끝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당시 우리는 1000km이상 떨어진 곳에 거주 중이었습니다. 그는 군대에서 나온지 4개월 정도 됐었고 군에서 학비 90%와 월세값 90%를 지원 받으며 학교를 다니고 밤과 주말엔 피자 배달을 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문자와 전화로 서로에대한 감정을 조심스레 확인해가다 만날 약속을 정했습니다. 딱 중간 거리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운전해서 5시간, 왕복 10시간이 걸리는 길을 떠났습니다. 몇 년만에 그를 보게 될 생각에 밤에 잠도 오질 않더군요. 그는 제대 몇 달 전 음주운전을했고 사고가나서 타고다니던 차는 폐차를 시킨 상태였어요. 그 때문에 면허가 정지되있던 상태였습니다. 피자 배달이라는 직업 특성상 특별히 근무할 때 그리고 학교 갈 때에만 운전이 가능했습니다. 차가 없었던 그는 친구의 오토바이를 빌려 4시간30분을 운전해 약속 장소로 나왔습니다.

아 몇 년만에 보는 얼굴인가. 얼마나 그리워했던 사람인가. 

약속장소엔 그가 먼저 나와있었고 저는 차에서 내린 후 그가 있는 곳까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걸어갔습니다. 그의 얼굴을 쳐다 볼 수 없을 정도로 격양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 걸음씩 걷다보니 어느새 제 앞에 그가 서 있었습니다. 얼굴을 가리고 있는 저를 안아주었습니다. 그의 품에 안겨 거친 숨을 골랐습니다. 내 뺨에 닿은 그의 옷이 부드러웠습니다. 좋은 냄새가 났습니다. 고개를 올려보니 내가 기억하던 반짝이는 미소가 나를 내려다보며 인사하고 있었습니다. 

댓글 3

오래 전

안써주심?.?

오래 전

기다려져요...한번에 다 써주시징ㅠ 짧아욧!!

노홀고오래 전

그만좀올리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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