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부가 결혼 이후 별거를 원합니다.

201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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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몇년 하다가, 내년 말이나 내후년 봄쯤 생각하고 천천히 결혼준비 하고 있는 30대 남자입니다. 여기가 결혼하신 분들이 많다고 하셔서 지인 도움으로 올려봅니다.
여자친구가 원래도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혼자만의 공간이나 시간을 필요로 하는 여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집 문제가 나오니 조심스럽게 별거를 해도 괜찮겠냐고 물어보네요.여자 친구는 현재 부모님과 3분도 안되는 거리의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고 있고요. 결혼 후에는 비슷하게 오피스텔 같은 층 방 두 개를 사서 따로 살기를 원합니다. 지역은 상관없대요. 
이유를 물어보니까 그냥 자기만의 공간이 좋다고 합니다. 집안일이든 뭐든 자기 스케줄에 맞춰서 조금 미뤄도 되고, 걸러도 되고, 그럴 수 있는 것도 좋고. 그리고 변기를 남이랑 공유하는 게 싫다고도 했고요. 자기는 문 딱 열었을 때 집 안이 어둡고 고요하면 그렇게 행복하대요. 여러 가지 이유를 댔는데 다 기억은 안나지만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남이랑 동거하기에는 자기가 싫어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고요. 사소한 것들을 싫어하긴 합니다. 티비소리나 남이 돌리는 청소기 소리 그런 거요. 여자친구는 스물 세살부터 혼자 살았는데, 그 전까지는 집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일부러 밖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가족들 다 잘 때 들어가기도 했답니다. 
아이가 생기면 어떡하냐고 했더니, 자기 집에서 키우겠답니다. 여자친구는 출산을 하면 최소한 몇 년은 아이를 직접 키우고 싶어합니다. 그 시기에는 제가 외벌이를 하게 될 테니 어느 정도 제 집안일도 (여력이 된다면) 해주고, 제가 퇴근하면 아이를 데리고 저희 집에 오겠다고요. 아이가 크면 자기가 알아서 잘 설명할 거고, 스무살이 넘으면 경제적인 지원은 해주더라도 독립을 시키고 싶어합니다.
부모님의 반대는 없을 것 같긴 합니다. 여자친구가 고집이 세서 그런지, 알아서 앞가림을 잘 해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여자친구의 부모님은 여자친구의 대소사에 절대 관여하지 않으시고, 저희 부모님도 비슷하십니다. 혼수니 예단이니 이런 거 할지 말지 다 알아서 결정하고, 우리한테는 청첩장이나 보내라고 하시는 분들입니다. 
혹시나 오해하실까봐 덧붙이자면 여자친구는 남자문제로 절 걱정하게 한 적 없습니다. 원래 남자라는 생물학적 존재 자체를 별로 안좋아했고, 그래서인지 남사친도 없습니다. 전 남자친구들이랑은 좋게 헤어지지 않아서 그런지 치를 떨면서 싫어하고요. 
또 자취하는 공간 자체에 들어가는 걸 싫어하는 것도 아닙니다. 몇 번 놀러간 적도 있고, 그 때마다 이것저것 보여주면서 재밌게 잘 놀았습니다. 다만 제가 그 공간에 평생 있는 건 싫은가 봅니다. 
무리한 부탁을 안하는 사람인데, 제법 길게 이런 저런 이야기하면서, "요즘 얼마나 다원화된 세상이고 사람들 사는 것도 다양해졌는데, 기존 가족제도에 맞지도 않는 사람이 억지로 그렇게 사는 건 구시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사랑해서 앞으로 서로를 책임지고 싶은 마음에 결혼을 하는 건데, 꼭 동거가 필요해야 하냐" 라고 합니다. 제가 싫다고 하면 어떡할거냐고 했더니, 그럼 같이 살아야겠지만, 자기가 전에 가족이랑 살 때처럼 괴롭지 않을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다고 합니다. 
평소 결혼에 대해서 절대 부정적이지 않았고, 출산에 대해서도 바라는 편이어서 연애 때 간단히 얘기할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그래서 사실 많은, 다양한 조언이 필요한데, 여자친구가 원하는 게 일반적인 게 아닌 만큼 혹시라도 여자친구 이미지를 깎아먹을까봐 주변에는 말 꺼내기가 쉽지 않아서 이렇게 인터넷에 올립니다. 길지 않아도 좋고, 뭐라 하셔도 좋으니 의견을 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