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한 이를 연인으로 둔 당신에게

비공개2016.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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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접속하면 연애에 관련된 페이지에서 달달한 그림이나 사진, 동영상을 참 많이 올려요. 그리고 친한 친구들이나 얼굴만 알던 지인들은 각자의 남자친구/여자친구를 태그해서 꽁냥꽁냥 예쁘게 연애하구요.

제가 사랑하던 사람은 그런게 없었어요. 예쁘면 예쁘다, 좋으면 좋다는 말 없이 그저 너 좋은거, 너 하고싶은거. 사귀기 전부터 지금까지 페이스북에 태그같은거 한 번도 해준적 없었어요. 그런거 꼴사납고 창피하대서 어느 순간부터 저도 태그는 하지 않고 저장해서 보내거나 캡쳐해서 보냈구요.

연락도 자주 없었어요. 점심쯤 한 번, 먹고나서 한 번, 여섯시 한 번, 나 집에 간다고 한 번 하면 바래다주고. 저 잔다는 얘기에 답장 해주고 그 사람은 아주 늦게 잠들고.

무뚝뚝한 당신이라 예쁘다거나 사랑한다는 말도 없었어요. 워낙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서 그런걸까요. 장난도 치면서 그 사이에 사랑한다, 당신 뿐이라는 말은 아주 가끔이었어요.

이해하려했지만 나도 사랑받고싶은 여자인지라 많이 투덜대고 사랑을 보챘어요. 나의 연애를 본 주변 사람들이 내가 사랑받고 있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며 나를 부추겼거든요. 이정도는 요구해도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그 사람이 잘못한거라고 하더라구요.

결국 헤어졌어요. 제가 많이 힘들게 했나봐요. 더는 못하겠다는 그 사람 붙잡고 죽을 듯이 울기도하고 매달려봤지만 돌아서지도 않더군요. 길지는 않았지만 연애기간동안 받은 선물도 표현도 내가 보여준 모습이 더 커서 내가 다 잘한줄 알았어요. 나와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그 말이 상처가 되서 괜히 미워지기도 하구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리 무뚝뚝하다는 사람이 나를 향해 웃어줄 때마다 얼마나 스스로 답답했을까요? 다른 남자들처럼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그 마음이 스스로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또 연락도 말이에요. 사실은 이모티콘 하나, 느낌표 하나 붙이는게 이 사람에게는 얼마나 큰 변화였고 노력이었는지 나는 알잖아요. 이 사람만의 방법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는데 주변 이야기에 휩쓸려 그의 노력을 봐주지 못한거죠.

사랑하는 방법은 다를 수 있지만 마음은 다르지 않을거에요. 저는 무뚝뚝한 남자친구와 이제 안녕해서, 후회하고 아파해도 마음을 돌린 그 사람에게 그 무엇도 기대할 수 없어 혼자 앓고 있지만 혹시나 무뚝뚝한 사람을 연인으로 둔 당신은 그러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의 말에 내 사람을 대입시켜 가둘 필요는 없는거에요. 내가 제일 잘 아는데요, 뭘. 이 사람이 얼마나 나를 사랑하는지 내가 제일 아는데 다른 사람들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가요.

다른 사람에게 분명히 당신은 사랑받을 수 있을거에요. 그렇지만 이건 확실해요. 그저 힘들 때 말 없이 손 한 번 잡아주고, 표현이 없는게 버겁다고 얘기할 때 미안한 표정으로 안아주는 서툰 이 사람이 많이 그리울거에요. 후회하지 마세요. 더 사랑해주세요. 무뚝뚝한 남자친구를 둔 당신이 참 부러워요. 그래도 사랑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