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줍) 복희 이야기 1편

꽐라마리2016.11.15
조회32,295
지난주 저에게 있었던 기적같은 이야기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 써봤는데공유하고 싶어졌어요.


복희 이야기 1편 

http://pann.nate.com/b334426125

복희 이야기 2편 

http://pann.nate.com/talk/334562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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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7일 월요일 19시 30분.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중에
풀 숲에서 먼지같이 작은 것이 쏘옥- 하고 튀어나왔다.

 

아, 고양이.

 

평소 지나던 이 길에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기에 난 조금은 더 놀랐고
녀석은 내 다리 사이를 빙글빙글 맴돌았다.

 

신호가 바뀌었지만 난 건너지 못했다.
행여나 날 따라오다가 녀석이 차에 치일까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곳은 터널 초입이어서 유독 인적이 드물고 차가 많은 곳이었다.

 

다급해진 난 부랴부랴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 아내에게 알렸다.

 

고양이야. 어떻게 이런 곳에 고양이가 있지?

 

녀석을 인도쪽으로 유인한 뒤 아내를 기다렸다.
저녁 준비하느라 바쁜 아내는 평소같으면 귀엽네- 로 끝날텐데 이 날은 좀 달랐다.

 

어디야? 이동장 들고갈까?

 

기다리는 동안 녀석은 내 무릎위에도 앉았다가
아슬아슬하게 차도쪽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그럼 난 허겁지겁 단풍잎을 흔들며 다시 인도쪽으로 유인했다.

 

이십분쯤 지났을까.
아내가 왔다. 이동장과 약간의 사료와 함께.

 

배가 고팠는지 사료통에 코를 박고 허겁지겁 먹는다.
사료를 다 비운 녀석을 이동장에 넣고 근처 공원으로 갔다.

 

심경이 복잡했다.
내 머릿속에 냥줍 프로토콜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고양이와 유독 잘 못지내는 자몽이 때문에,
당장 우리 계획에 없었기 때문에, (이제사 솔직히 말하면 난 노랑이를 키우고 싶었었다.)
적절한 입양처를 구할 수고스러움 때문에,
되려 길 생활을 바라는 것은 아닐지, 근처에 어미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왕좌왕하던 우리는 몇번이고 이동장 문을 열었다 닫았다 했다.

 

이동장을 싫어하듯 너무 울어대서 우선은 들판에 풀어주었다.
우리 주위를 몇 번 서성거리던 녀석은 먼 발치로 달려갔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거처럼 달려갔다. 정말로.
그리고선 고개를 돌리고 우리쪽을 쳐다본다. 대략 10미터.
크게 말했다.

 

붙잡진 않을게! 너가 정해, 같이 갈래?

 

몇 초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이는 내 품으로 달려왔다.

 

집으로 걸어가는길 비가 오기 시작했다.
한손에는 우산을 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이동장을 들고.

 

어찌됐든
다행이야.

 

 

만남 

 

여기 있어봐

 

누구 기다려?

 

허겁지겁 

 

천천히 먹어

 

붙잡진 않을게! 너가 정해, 같이 갈래?

 

꼬질꼬질

 

에고 졸려

 

아 졸려

 

냥줍 2시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