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전술훈련 무전병 에피소드. 그리고 탑클래스의 자세.

201020102016.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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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병은 알겠지만, 뒤에 무전기 메고 걷다보면, 중대장이든 소대장이든 어떤 쪽에서 무전이 오는지 번호를 돌려주면 훨씬 편함. 1, 2, 3번에 각각 어느 쪽에서 무전 오는 것을 인식 시켜 놓기 때문에. 근데 이게 예를 들면, 철가방을 뒤로 멘 상황에서 돌리는 버튼은 손이 닿을까 말까한 중간 즈음에 스위치가 있다고 보면 됨. 체감 무게는 쌀 한가마니 정도로 보면 됨. 그걸 매고 등산을 몇 시간 동안 오르막길 내리막길 왔다갔다 하는 것이고, 참고로 길은 포장되거나 길이 난 곳이 아니라 그냥 정돈되지 않은 길이라고 보면 됨.

그리고 편한 등산화가 아니라, 체감 5kg 이상 나가는 잘 맞지도 않는 군화.

평범한 체형임에도 불구하고 훈련 하루만 해도 2kg 이상씩 빠지던. 시급 100원의 강제노역.

어쨌든 무전병 옆에 간부 1명씩 끼고 다니는데, 정확히 표현하면 간부가 무전하는 병사 1명씩 훈련 때 데리고 다닌 다고 보면 됨. 그 같이 다니는 간부가 교신 오는 번호를 돌려주면 진짜 편함. 사실 이게 효율성으로보나 뭐로 보나 맞는 것임. 근데 그 것마져도 보통 중대장급 이상이면 안 하려고 함.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길 바람. 밥도 퍼다줘야하고, 밥 다 먹고 남은 정리도 무전병이 함.

아무튼 20kg 이상의 것을 들고 빠르게 산길이든 비포장 도로 같은 곳을 걷다 보면, 그걸 살짝 번호를 돌려서 한다는 게 상당히 힘든 부분임. 교신하기가 정말 불편함.

상병급 정도되면 소대장들과 보통 군복무 시기가 비슷한 기간이어서 어느 정도 편하게 맞먹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중대장이랑 병사 짬 차이는 좀 심해서, 스스로 번호 돌려주는 중대장이 아니라면 그걸 중대장한테 이것 좀 돌려달라고 말하기가 어려움. 직장으로 예를 들면, 한참 선배한테 저기 __질 좀 같이합시다. 커피 좀 같이 탑시다 야근 좀 같이 합시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부분. 한마디로 그런 소리 할 수가 없다고 보면 됨.

하필 손끝 하나도 움직이기 싫어하는 중대장이 내 상급자였고;

나는 그 시기에 중대장 무전병(상병7호봉)이었는데, 중대장이 심지어 일단 무전 잠시 무시하고 목적지까지 걷자 하면서 지 갈길만 엄청 빠르게 걸어서 가는데,

가는 도중에 소대장+무전병(상병6호봉) 을 만나게 됨.

1달 후임은 운이 좋게도 번호를 직접 뒤에서 돌려주는 착한 소대장을 만남.

고충을 알 턱이 있을 리 없음.

순간 1달 후임 상병이 똑바로 교신 좀 하십시오~ 라는 멘트를 날림.

그 순간 소대장, 중대장, 나 모두 정적!

정말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멘트를 날렸을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1달 후임은 몰랐겠지만, 중대장이 일단 교신 무시하고 목적지까지 걷자라는 말을 했단

사실을 나만 아는 상황이었고, 차마 거기다 대고 중대장이 일단 빨리 목적지까지 가자는데 지금 무전기 돌려서 교신 받을 시간이 어딨냐! 라고 큰소리칠 수가 없었던.

그게 곧 중대장 무시고, 중대장 직속 후임 소대장도 보고 있고,

내 입장에선 1달 후임애가 저렇게 나오는데 욕이 입밖까지 나왔는데 다시 거둬들이기가 참 힘들었던 부분. 하지만 모두의 평화를 위해서 내가 참음.

그 녀석은 아직도 모르겠지. 내 선에서 그냥 커트했단 사실을.

이게 벌써 6~7년 전이군. 그래도 평소에 후임들 앞에서 에이스라고 띄워주기도 했던 녀석이어서 그 이후에도 별말 없이 전역했으나, 어쩐지 그 중대장의 병맛같은 지시와 더불어 책임을 회피하던 모습과 상황 파악 못 하고 끼어든 1달 후임 녀석이 생각이나서 끄적여 봄.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갔을 텐데. 안타까운 녀석.

그 이후에 제대로 된 휴가, 외박은 가지 못 하고, 항상 여가시간에 근무를 들어갔던 녀석.

과연 우연의 일치였을까? ㅋㅋㅋㅋ

결론, 무전장비 쓰레기, 책임회피하던 중대장 인성 역시 노답,

1달 후임 민성이 역시 눈치 제로 쓰레기이자 어리석은 중생이었단 사실.

밝은 병영의 과도기 시기가 그 녀석을 살림.(욕만 해도 영창 5일 이상 가던 과도기)

그게 아니었으면 엄청난 압박을 당했겠지.

또한 그렇게 열심히해봤자 결국 돌아오는 건 간부들 좋은 일 시키는 거란 사실을 전혀 모르던 어리석은 녀석. 바보처럼 소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했던 그 녀석. 시급100원 열정페이에도 자발적 노예를 자처하던 군대에서 세뇌 받은 그 녀석의 모습이 눈에 아른 거리는 군)

간부들이 부조리한 일들을 다 떠 넘겨도 지혜롭게 할 것만 딱 하고 나머지는 안 해서 간부들이 뭐라 할 수 없게 만들고, 나의 몸도 편하게 하고, 간부들이 스스로 빅엿을 먹게끔 만드는 것. 그것이 부조리를 지혜롭게 극복하는 방법. 예를 들면, 시간 외 수당을 병사에게 정각에 로그인해서 찍게 하는데, 실수인 척 당직일 때 넣어버리는 거지. 당직일 때는 시간 외 수당에 포함되지 않음. 그 날 다른 부대에서 감사 온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그렇게 넣어 버림. 결국 그 사건 이후 병사들이 시간 외 수당을 컴퓨터 앞에 앉아서 대신 로그인을 하게 하는 악습은 사라짐 :) 1분만 늦어도 오히려 병사가 욕을 먹던 그 시절. 다 간부들 좋으라고 하는 행동의 일환들. 이 것 외에도 너무나도 많은 부조리들이 있는데. 뭐. 어쨌든. 내가 겪은 간부들의 마인드는 병사들은 잠시 스쳐가는 능동적인 노예들로 봄.

딱 가서 중간만 하라는 말이 진리라는 것을 갔다 온 사람들은 안다.

그걸 그 안에서 깨닫고 스스로 실천하고 그 안에서 위의 예처럼 창의적으로 빅엿을 살금살금 날리면서 악습을 없애고 나왔으면 나와 같은 탑클래스.

p.s 그리고 전쟁나면 과연 그 몇십년 된 쓰레기 무전장비로 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까지. 그땐 와이파이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이었어서 조금이라도 구식무기가 이해라도 됐는데,

지금도 그대로 쓴다면 진짜 군대 장비의 교체가 시급하다고 보여짐.

무겁기만하고 효율성 떨어지고, 무전 속도는 더디고. 솔직히 전쟁나면 들고다니다가 무거워서 다 쓰레기처럼 버려질듯; 텐트 치는 것도 그게 웬 dog짓인가;; 아니 그렇게 낙후된 걸로 도대체가.. 에휴;

나름 최첨단이라고 불리던 X군단 화학대의 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