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 이후

dlaid2016.11.30
조회791

안녕하세요.

30대 초반 미혼 여성 직장인입니다.

 

답이 없는 문제로 고민을 하다가,

용기내서 처음으로 인터넷 공간에 글을 올려봅니다.

 

성희롱 당하는거 피해자가 참으면 아무 문제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참고 지내기로 마음 먹은 이후의 직장생활이 더 어려워 졌습니다.

 

저는 지금 너무나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비슷한 일을 겪으셨거나, 주변에서 보셨던 분들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전후상황 아래에 쓰겠습니다.

조금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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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팀장을 모신지는 1년 반이 되었습니다.

특별한 문제 없이 남들처럼 직장생활을 해오다가,

올해 8월 즈음, 업무적으로 관계적으로 힘든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팀장님과 해당 일로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별도로 면담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다 기재하진 못하지만,

조직 전체에 변화가 잦은 시기였고,

인사이동 문제로 이슈가 있었습니다.

 

어찌되었든 면담 도중에 제가 눈물을 비췄습니다.

(이 부분이 직장 생활 내에 바람직하지 않은 일인것은 알고,

 성희롱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정말 심각한 이야기를 하던 중에,

뜬금없이 팀장이 '너 살빠졌지? 예뻐진거 같은데?'라는 말을 하면서

한참을 면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고 저를 쳐다만 보더군요.

 

그때 저의 생각은 ,

'아, 우리 팀장님이 어려운 문제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시구나.'

그래서 단순히 화제를 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게 면담을 마무리하고 나와서 몇일 뒤,

맥주 집에서 팀 회식자리를 가졌습니다.

맥주 잔을 가지고 둘이서 가게 밖으로 따로 나가서 마시자고 하시더군요.

 

취해서 하시는 말씀.

'내가 너랑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나는 와이프도 있고, 애들도 있고...

 내가 진짜 너한테 그런 마음 가지면 안되는건 아는데.....

 그날 너를 보니 너무 안고싶단 생각이 들더라. 너무 안고 싶어서.....어쩌고 저쩌고'

 (조심스럽게 썼지만 안고 싶다는게 물론 단순한 hug 아니지요;

  물론 hug라고 해도 남녀사이에 분명 성희롱 이슈가 되는 일이지만요.)

 

어쨌든, 저는 못들은 척 했습니다.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돌렸지만, 멈추지 않으시더군요.

 

물론 직속 팀장한테 당한적은 없었지만

여자로 조직생활 해오면서, 성희롱 당하는 일 처음 아닙니다.

 

팀장이 술에 취해서 실수한거겠지.

모르는 척 넘어가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모든 성희롱 문제는 결국 까발려봤자 여자가 손해를 보는 일이 많아서)

 

저는 팀장이 기억을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따로 은근슬쩍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혹시 내가 어제 한 말 그게 성희롱 이런건 아니지?'

 

이러면서 다른 팀원들한테

'누구 살빠졌지. 이뻐진거 같지 않아?'

'힘들어보이네. 니가 힘들어보이니까 힘내라고 안아줄까?'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팀장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본인 실수를 무마하기 위해 다른 팀원들 있는데서 약간의 밑밥을 깔더군요.

 

거기까진 괜찮았습니다.

 

물론, 팀장이 나를 그렇게 생각했다고 하니

얼굴을 볼 때마다 수치스럽고, 징그러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처음부터 문제 삼을 생각도 없었습니다.

이 회사를 계속 다니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제가 이 일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는지

자꾸만 임원들이나 다른 직원들한테,

제 말에 대한 신뢰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이야기를 몇달째 하고 있습니다.

 

하루는,

같은 팀 직원이 업무적인 어려운 일이 있다고 해서

같이 저녁먹으며 달래주러 퇴근하는 길이었습니다.

 

저희가 퇴근을 하자마자 팀장이 다른 직원들에게

'저 2명 직원들 뒷담화 막말하러 가는거야.'

 

제가 일손을 놓고 있다는 둥,

마음에 안든다는 둥,

일을 제대로 못해서 새로운 업무를 못 주겠다는 둥,

지켜보고 있다는 둥,

(이 일이 있기 전까지 업무적인 이슈 전혀 없었습니다. 갑자기 태도가 돌변함.)

 

차마 여기 다 쓸 수도 없습니다.

저에 대한 안좋은 이야기가 윗분들한테까지 들어갔더군요.

 

직속 임원 2분이 제게 물어보시더군요.

'너 그렇게 열심히 일 잘하더니, 갑자기 왜 달라져서 일을 안하냐?'

'너 어디서 욕하고 그러지 마라'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다 쓰지는 못하겠지만,

저는 지금 조직에 찍혀있는 여직원이 되어버렸습니다.

제 실수가 아닌데.......

 

너무 억울했지만,

팀장과 이런 일이 있었고, 본인 실수를 무마하기 위해

저를 깎아내리는 말을 지어내서 하는거라고 이야기할 순 없었습니다.

 

참고로 팀장이 올해 승진대상자입니다.

이슈가 나오면 본인 안위가 걱정되겠지요.

본인 말대로 자기는 와이프도 있고, 아이도 있는데요......

 

하지만 저는 너무 힘이 드네요.

본인 실수면서, 본인이 잘못될까봐,

밑에 있는 직원 나부랭이 하나 바보 만들어버리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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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냥 참자니 점점 더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어버리고 있는 상황이고,

다 까발리자니 퇴사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네요.

 

제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요?

도대체 답은 모르겠고 하루하루가 지옥같네요.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