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실패 후기

Karim2016.12.09
조회2,702
이번에 수능을 치룬 고3 입니다. 엊그제 수능 D-365였던거 같은데... 수능은 이미 끝났고, 성적표도 나왔네요.
 
시험 치룬 후에도 수능이 끝났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성적표까지 받고나서야 정말 이제 수능 끝났구나라는 기분이 이제서야 실감이 나네요.
 
성적은 초라했습니다. 사실 가채점 결과는 그래도 이 정도는 가겠지 생각했는데 가채점표 작성한걸로 채점하지 않고 기억에 의존해서 가채점해서 그런지 점수가 많이 차이나더군요...
 
아무튼 갈 데가 없더라고요. 소위 말하는 인서울은 가능할거 같지만, 고3와서 평범하게 살기 싫다라는 생각 하나로 나름 괜찮았던 내신성적 포기하고 남들이 하지말라는 투과목까지 하면서'설대 아니면 안갈꺼야' 라는 마음으로 공부해와서 그런지 인서울정도에 만족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굉장히 오만하고 자만한 생각인건 압니다. 그랬으면 이번에 제대로해서 한번에 갔어야하는거고, 솔직히 떨어진건 내가 부족했었던거고요...
 
이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나름 고3 생활 학교에서 절대 안자고 자습하고, 친구들에게는 열심히 하는 놈이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해서인지 아니면 설대를 목표로 하고선 뭔가 우쭐해진 나의 모습이 이제는 초라해져서일지도 모르고요. 또한 나 같은 생각하고선 내신 버리는 애들도 전국에 꽤 많을탠데, 나만 특별 했던거처럼 나는 실패 안할거라는 좋게 말하면 자신감이자만 나쁘게 보면 자만이었던 내 자신이 문제였던거 같습니다.
 
 
 수능 끝난 후를 회상해보면
수능 끝나고 난 후 수험장을 나오면서 든 생각은 일단 '망했다' '부모님은 뭐라 말하실까' 불안함 심정이었습니다.
여기서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으로 어머니께 재수 생각 솔직히 있다고 수능끝난날 말씀드렸습니다.
 
그 말을 들은 어머니가 이렇게 말하시더라고요 '재수 하고싶니? 재수하면 근데 오를까? 친척들 말 들어보니까 다들 재수해도 안 오른다고 시키지 말라던데... 그냥 성적 맞춰서 가자 우리, 재수 할 형편도 좀 안되고...'
 
근데 또 아버지는 그 말 들으시고는 나중에 조용히 '우리는 너가 원하지 않는 대학 굳이 가지 않아도 되니, 한번 더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 있게 해줄게' 말하시는데 눈물이 나더군요.

어머니의 말과 아버지의 말이 다르기에 더 갈등되었습니다. 이제 성인인데 재수학원 간다 하면 돈이 상당히 나갈거고 그 점을 생각 안 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학 그냥 아무데나 가기 싫고...

근데 일단 수능 끝나고 나니 나중에는 별 생각 안들더라고요, 생각하기도 귀찮고...
이 시기에 수능 못 보고나면 그동안 해온게 다 부질없고 회의감들고 이럴라고 공부했나 자괴감들고
놀고 싶지도 않고, 수능 똑같이 다 못본 애들 뿐인데 반은 영화보고 마피아하면서 하하호호 웃는 친구들이 이해가 안가고

애들이 술마시자고해서 마시면 하는 얘기는 온통 더러운 이야기, 사랑은 없고 연애의 목적은 같이 한번 어떻게 자는거뿐인 이야기나 들어줘야하고 재밌지도 않고 술마시는것도 좋아하지도 않는데 분위기에 맞춰줘야 되는것도 싫고, 가증스럽고 역겨운 사람들만 어쩌다보니 주위에 남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이렇게 그냥 잡히는대로 아무거나 하면서 시간 때우다가 성적표 받고 나니 다시 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성적표 나온 날 어머니도 나름 기대는 하셨는지 전화로 밥먹자고 나오라고 해서 밥 먹으면서 성적이 이렇게 나왔다 말씀드렸는데, 실망하신 모습이 역력하더군요.
 
아마도 중대나 건대정도는 기대하셨던거 같습니다. 모의평가 점수도 그 정도는 거뜬히 받아왔었으니까 뭐 당연한걸까요.


근데 그 정도 나왔으면 재수 생각 안했을탠데... 어머니가 원래 입시 정보는 잘 모르셔서 제가 가채점 결과 말해드렸는데도 그게 어느정도인지 가늠이 안가셨었나 봅니다. 괜히 재수 얘기를 꺼낸게 아닌데 조금 울컥하더군요 그냥...


아무튼 이 성적으론 이 정도 갈꺼 같다라고 얘기해드리고 재수 해야할거 같습니다. 근데 정말 많이 실망하신건지, 
"나는 내 아들이 재수 할줄 몰랐다" 


"너가 괜히 서울대 간다고 내신 버려서 그런거 아니냐 할 수 있는거 다 해봤어야지"


 "갈데 없으면 아무데나 가자, 아니면 취직해" 


"갈데 없는건 니가 자초한 일이야"


"솔직히 너가 너무 자만하고 오만해서 뭐든지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었어, 어쩔래 이제"



형편이 안된다 그런 말을 하실줄 알았습니다. 근데 그냥 제 1년간의 노력이 완전히 한번의 시험으로 평가되고 짓밟아져버리니 참 허무했습니다. 어머니 심정도 이해 안되는건 아니었지만... 정말 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면서 고3 생활이 스쳐 지나 갔습니다.


새벽2시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마지막에 나오는 모습, 남들 다 자는 학교 자습시간에 혼자 공부하고 있는 모습, PC방 가서 게임하다 하루 날려먹고 후회하는 모습, 내신 괜히 버렸나 수능때 잘 볼수 있을까 불안해 하며 잠들었던 기억

울컥했지만 울음을 참으면서 밥을 꾸역꾸역 먹었습니다. 할 말이 없었습니다 딱히. 수능 못본게 사실이고 여하튼 결과로 평가 받을 수 밖에 없는 시험이었으니까, 그래도 괜찮다 라는 말정도는 해주실줄 알았는데...

밥먹고서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눕고나니 고등학교 3년이 참 덧없게 느껴졌습니다. 뭐하나 이룬게 없는 내 모습이 너무 비참했습니다.

주변에 남은 친구들중엔 2명빼고는 남들 평가하고 비교하고 실패한거보고 비웃는 애들뿐이었고... 요즘 고딩 애들답지 않게 착하고 똑똑하고 본인의 인생관이 뚜렷했던 점이 호감가서 친하게 지내며 수능 끝나고나서 기회를 엿보던 여사친은 남자친구가 생겼고 수능은 기대한만큼 못봤고...

결과적으로 우정 사랑 공부 뭐 하나 이루지 못했단 생각만 머리에 맴돌았고, 그렇게 잠들었던거 같네요.

아무튼 이제 1999년생들이 현역인데 정말 후회없는 생활 하세요, 재수하시는분들도 마찬가지고요... 응원합니다. 실패하면 정말 비참한 기분이 듭니다, 물론 낙관적인 분들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은 공부 좀 나름 해왔다 싶으면 저와 비슷한 기분일꺼라 조심스럽게 말해봅니다. 

그리고 저처럼 자만하지 마세요. 솔직히 제가 자만했던건 사실인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뭐 설대는 껌이다 이런 마인드 였던건 아니고, 모평 성적이 솔직히 서성한은 그래도 깔고 갈 수 있겠지라는 불안감과 자만이 섞여가지고 수험생활 후반에는 그냥 목표인 설대도 잃어버린채 해이해졌던거 같아요. 정말 마지막까지 멘탈 관리한 놈이 잘본다는게 틀린말이 아닌거 같아요...

어떤 사람은 성공 후기 남기는데 나는 이렇게 실패 후기 남기게 될줄 몰랐는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