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쓴다.

응원할게2016.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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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야.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도 참 오랜만인거 같다.

그간 어떻게 지냈냐고, 잘 먹고 잘 잤냐고, 나 없어도 괜찮았냐고 매일 묻고 싶었다.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너 생각을 했다.

이 맘때면 넌 밥을 먹고 설거지를 했지, 아버지랑 먹고 있을까 아니면 또 혼자서 먹고 있는걸까.

밥 먹기 싫다고 빵으로 때우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국인은 밥심이지! 를 외치던 너의 모습이 떠올라서 금방 안심하곤 했다.

그렇게 하고 싶다던, 너의 개인적인 일상은 원만하게 흘러가고 있을까. 농구하다가 다치진 않을까, 겉옷 안 입고 경기하다가 감기에 걸리진 않을까. 

가끔 너가 알바를 하는 날이면 누군가에게 치이진 않을까, 구두신은 발은 아프지 않을까.

그렇게 알바를 하고 온 날이면 지친다던 너인데, 왜 하는 걸까 원망도 해보고

힘이 들 때 내 생각이 많이 났다던 너의 옛 말에 지금은 누구 생각으로 이악물고 버티고 있을까 생각했다. 물론 신발일 가능성이 크겠지만.

추운데 옷은 잘 입고 다니는 걸까, 멋부린다고 코트만 입고 돌아다니진 않을까.

사고 나서 헤어지던 날, 딱 그  날 하루 같이 신어본 하얀 나이키 운동화는 신고 다니는 걸까, 그 날의 그 신발은 정말 눈이 부시도록 하얬다. 그거 너가 참 좋아했는데.

가끔씩 내가 그 신발을 밟을 때마다 너는 세상을 잃은 것 같은 표정을 짓곤 했다. 귀여웠다.

내가 애새끼냐 ! 라고 장난스럽게 던진 너의 농담이 생각날 정도로, 나는 애새끼마냥 너를 걱정했다.

우리가 헤어지고 난 후, 너는 하루도 빠짐없이 지각을 해왔다, 혹 어떤 날은 간신히 10분에 맞춰 들어오기도 했다.

사실 나는 너의 지각을 매일 예상했다. 너는 일어나자 마자 페이스북을 키곤 했다.

그래서 너의 페이스북 활동을 보면 어느정도 예상이 갔고 지독하게도 일어나지 않는 날이면 전화로 일으켜주고 싶었다. 그 때의 아침에 너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어머니 생각이 언제 가장 많이 나냐는 내 질문에 너는 매일, 보고싶어 라고 대답했다. 너의 말 속에서 느껴지는 그 아픔이 저릿하게도 내 아픔이 되어 돌아왔다.

우리의 이별보다 더 아팠다. 수능 도시락도,  혼자 먹는 식사도, 교복셔츠를 빨고 다리는 일도, 모든 것들을 너무나도 어렸던 당시의 너와 다 커버린 지금의 너가 해왔다는

사실이 아팠다. 그리고 대견했고 자랑스러웠고 사랑스러웠다. 그랬다, 너는 나한테 자랑이었다.

내 자랑이 된 너는 너의 아버지의, 너의 어머니의, 너의 형의 자랑이기도 했다.

너의 대학 합격 소식과 함께 나는 그 주 토요일에 성당에 갔다.

사실 학원가는 길이었다. 그냥 성당에 들려서 미사를 드리고 갔다. 물론 나도 신앙심이 깊은 건 아니지만, 너의 어머니께 전하고 싶었다.

어머님, 아들이 대학 합격했습니다. 정말 어려운 시험이었는데 정말 자랑스럽게 합격했습니다. 하늘에서 많이 자랑스러워 하시고 예뻐해주세요.

이렇게 말씀드린거 같다. 30분 정도 말씀드리고 나니, 이젠 내가 걱정이더라. 너는 붙고 나는 떨어졌으니.

대학 생활을 즐길 너에게 내가 짐이 되진 않을까, 너가 날 두고 떠나진 않을까 많이 생각했고 두려웠다.

뭐,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한 셈이어서 그런건가. 아마도 나의 미련한 울음은 너를 지치게 한 거 같다.

그래도 고마웠다. 내 앞에선 지겨워하지 않고 날 달래주고 감싸주고, 안심시켜주고 고마웠다.

 

헤어진 지금 와서 하나의 바램이 있다면, 얼른 너의 그 아픔을 치유해 줄 사람이 나타났으면, 그러나 또 그게 나였으면 하고 이기적인 생각을 한다.

그 이기적인 생각은 나를 기대속에 잠식시키고 너와 헤어진 현실과 더 아득히 멀어지게 만든다.

같이 가자던 놀이동산, 카페, 식당, 스키장, 여행 그리고 함께 하자던 옷, 향수, 화장품, 신발

함께 꿈꾸던 미래, 그 길에서 나누었던 우리의 미래는 참 따뜻했다.

같이 퇴근을 하고 추운 내손을 너의 코트 안으로 넣고선, 맥주랑 오징어를 사가자라고 말하며 급하게 프레첼을 추가하던 그 날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간 나는 그랬다.

너와 헤어진 그 날,

나는 엄청 울었다. 세상이 떠나가듯 병원 복도 한 구석에서 울었다.

하필이면, 정말 하필이면 그 날 나는 할머니 곁을 나 혼자 지켜야만 했다.

할머니께 가지 못해 복도에서 잠을 청해야만 했던 나는 널 잃은 슬픔에 밤새도록 잠겨 울어야만 했다.

넌 잡혀도 잡히지 않았다. 정말 나는 비참하고 구질구질하게 너를 잡고 늘어졌다.

너는 괴롭다는 말과 생각할 틈을 안준다는, 그리고 이제 내게 마음이 없다는 모진 말과 함께 나를 놓았다.

너에게 놓쳐진 나는 그제서야 너를 이해했다.

내 행동이 너를 얼마나 힘들게 했었는지를, 하지만 그건 그런게 아니었는데.

내 행동에 대해선, 그리고 사과에 대해선  길게 얘기 하고 싶지 않다. 그 때, 너를 잡으면서 정말 질리도록 말했기 때문에.

 

나는 그저 장난이었는데 너는 진심으로 받아드리곤 했다. 우린 그게 참 안 맞았다.

그래도 함께 있으면 웃음이 나곤 했는데, 재밌고 행복했는데. 그거 하나만 빼면, 우린 좋았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이순간까지도 우린 너무나도 다르다는 너의 말을 부정하고 싶었다.

모든 연인들이 완벽한 데칼코마니처럼 같을 순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래서 우린 그 상태 그대로도 충분히 예뻤고 하나였다고 자부할 수가 있었다.

어쨌든 이 이별에 있어서 잘못의 책임이 나한테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내가 장난이라 한들 너가 장난으로 못 느꼈다면, 그렇다. 내 잘못이다.

그래서 사과를 해야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내가 사과를 하기에는

너가 떠나가 버리고 간 뒤였다. 그래서 자책을 했고 후회를 했다.

조금만 더 일찍 이해할 걸,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지 말 걸.

 

그렇게 며칠을 수면제로 버텨냈다. 오글거릴 수도 있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밤이 되면 약기운에 취해 몸을 누였다.

혼자서는 죽어도 밤을 못잤다. 어두운 밤은 내가 혼자임을 더 확실하게 했고 나는 너무 두려웠다.

그래서 아직도 나는 새벽 두시, 심야 라디오를 키고 불을 키고 잔다. 그렇게 새벽 4시까지 한 템포의 라디오를 다 듣고 나야 졸음이 온다.

한번은 내 친구들한테 그랬다.

너와 헤어지고 나서 후회도 후회지만, 내 일상이 파괴되고 있어서 무섭다고.

그만큼 넌 나에게 큰 존재였나보다. 아직도 그렇게 아픈 걸 보면.

 

나는 아직도 우리의 이별의 이유를 모르겠다.

그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라면, 그거라면 다시 한 번, 너는 내게 기회를 줬을 법도 한 일인데.

너는 주지 않았고 나는 아직도 그 이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도, 슬픔을 느끼지도 못하고 있다.

아프기도 아프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우리의 이별은 마치 과거의 나같았다.

너가 떠난 후에야 너를 이해한 나처럼, 우리의 이별도 잊혀질 때즘 이해가 갈까.

 

그러나 나는 아직도 너의 궤도 안에서 서성인다.

같이 걷던 길을 이젠 나 혼자 걸으며, 우리가 그 떄 했던 이야기를 떠올리고

차가 오는 도로를 걸으며, 너가 나를 안으로 이끌던, 이제는 느낄 수 없는 그 손길을 떠올리곤 한다.

둘이 가던 곳이면 어디서나 흘러나오던 헤이즈와 딘의 노래는 이젠 들을 수가 없다.

너와 내가 좋아하던 백예린의 노래도 들을 수가 없고 들을 용기조차 나질 않는다.

 

헤어지고 며칠간은 옷에서 너의 향수 냄새가 나더니, 이제는 나질 않는다.

길을 걷다가 너의 향수와 같은 향이 나는 남자를 만나면 한번 더 뒤를 돌아보게 된다.

혹시 너일까 해서.

며칠전 향수선물을 위해 화장품 가게에 잠시 들려 너의 향수를 손목에 뿌리고 하루 종일 너의 향기를 그리워 했었다.

 

그 정도로 나는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헤어진지 일주일도 채 안되서 너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렸다.

여러 사람들과 관계 맺길 좋아하는 너와 나인데, 먼저 이별을 택해서 그런건지 너는 너의 일상에 돌아오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빠른 척을 하는 건지 뭔지 나도 모른다. 그건 너이니까.

그러나 내가 본 너는 그렇다. 나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동안 숨쉬지 못했던 것일까, 너는 새로운 사람들과 새롭게 호흡하고

즐거워하고 한결 가벼워보였다.

그래서 나도 좋았다. 너가 편해보여서, 그리고 즐거워보여서.

그리고 또 다시 자책했다. 왜 너를 굳이 내 울타리 안에 가둬야 했을까, 저렇게 좋아하는 너인데.

마지막으로 속상하기도 했다. 벌써 나를 잊은 건가, 우리가 했던 일들은 모두 없었던 걸까.

사실 그게 싫었다, 나도 너의 전 연인들과 같은 사람이 되는게. 너와 나의 일들이 전 연인들과의 추억 속에 하나로 남는다는 게 괴롭도록 싫었다.

다르다고 믿고 싶었지만, 너에겐 나 역시 하나의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너는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호흡을 하며, 또 누군가에게 너의 호흡을 나누어 줄 것이다.

그리고 반복할 것이다. 너와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런데 그 때마다 그 사람과 사랑했던 때를 생각하길 바란다.

내가 느낀 너는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극단적이었다.

서로 사랑하기도 아까운 시간이다, 그러니 너의 곁에서 너와 숨을 나눌 지금의 그 사람을 충분히 사랑하길 바란다.

그 사람의 애교섞인 질투도, 슬픈 울음도 함께 느끼고 받아드리길 바란다.

 

나는 유학을 갈 예정이다. 그래서 이렇게 긴 편지를 쓰는 것이고, 사실 이걸 전해야 할진 잘 모르겠으나 향수로 선물했으니, 이 정도는 그냥 단편소설 하나 읽는 셈치고 읽어줄 수 있지 않은가. 안 읽어준다면 어쩔 수 없지만 넌 정말 나쁜 놈이 되는거다.

장난이다,  지금부터만 잘 읽어줘라, 부탁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냥 그거다. 내가 사귀면서 너에게 했던 모든 말들.

너가 나보고 내가 애새끼냐! 이 소리까지 나오게 한 모든 말들.

밥 잘 챙겨 먹고, 꼭 아버지랑 함께 먹어라. 자꾸 밖으로 나가는 너를 보며, 말은 안하시겠지만 많이 속상하실 거다.

운동 다치지 말고 해라. 넌 꼭 다친다. 뭐 하나씩은 다쳐서 온다, 손이 까지거나 무릎을 다치거나.

너 예전에 다리 다친 거, 다시 병원 꼭 가봐라. 늙어서 그거 병된다.

멋부린다고 코트만 입고 다니지 마라, 옷 잘 입는 거 물론 좋고, 너처럼 센스있게 입는 사람도 처음이었지만 춥다고 벌벌 떨지말고 좀 잘 여미고 그래라.

알람 좀 맞추고 겨울이면 손 잘 튼다면서, 핸드크림 자주 발라주고.

형이랑도 잘 지내고 어머니 자주 뵈러가고 그래. 같이 가주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지금은 내가 너에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람이라서.

좋아하는 요리도 다시 배우고, 술은 조금만 마시고. 안 힘든 알바가 어디있겠느냐만은 그래도 좋은 대우 받으면서 덜 힘든 알바를 하길 바라.

그 돈으로 가끔씩 아버지 술도 사드리고, 아 이거는 내가 굳이 하지 않아도 너가 잘하겠지.

아버님께 가끔 안부 전해드려줘. 건강하시라고.

 

너랑 헤어진 지, 한달동안 써온 거고, 다시 한달만에 수정하려고 하니 무슨 말을 어디서 부터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냥 건강하라는 말, 행복하라는 말 전하고 싶다.

이제 앞으로는 연락할 기회가 거의 없을 것같고 이게 정말 마지막이 될 것만 같아서.

미안하다, 너는 나에게 자랑스러운 친구인데, 나는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

 

너를 많이 원망도 해봤고 미워도 했지만 그리고 아직 잊지도 못했지만

너와의 감정이 잊혀지고 나면 너는 내 추억 속에서 자랑스러운 친구로 남을 것이다.

 

정말 사랑한다는 것, 고마움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줘서 고맙다.

 

미안해, 지금 이순간까지도 너와 많이 다른 것 같아서.

그런데 어쩌겠어, 이렇게라도 해야 정리가 될 것 같은데.

 

너가 가는 길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기도할게, 고마웠어 건강하고 행복해.

 

 - 그렇게 같이 맞고 싶었던 눈이 소복히 쌓인 날, 내가 너에게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