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네가 읽었으면 좋겠다

잡초201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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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너에게 정이 떨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어. 사실 떨어진지 오래인 것 같기도 해. 내가 정말 너의 외면적 조건을 보고 만난건가 싶을 정도로 급격히 진행중이니까. 심지어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한심해지고 나 자신에게 실망할 정도로 말야. 마음이 더 이상 가지도 않고 정이 가지도 않는 너에게, 이별을 고할 생각을 하고있어. 



오랫동안 많은 생각을 해왔어.쉽게 내린 결정이 아니라는거야.'오랫동안'의 의미는 사람마다 달라. 넌 네 전여친과 헤어지고 가진 공백이 '오랫동안'이었다고 표현했지만 그건 나에게 '단지' 한달이었어. 한달이라는 시간은, 1년을사귀었던 네 전여친을 잊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야. 나 왜 이걸 이제야 깨달았을까..



미안, 어떡하냐, 내앞에선 순정파이길 원했던 거같은데. 나 그래도 너 꽤 좋아했던 것 같은데, 사람이 정 떼는데는 한순간이다.사람이라는 게 무섭다. 정말.굳이 너와의 이별을 결심한 이유를 되짚어보면 최근 너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나를 실망시키곤 했어. 내 기대치가 높았던 걸까. 아니면 내가 수많은 판을 너무 많이 봐버려서 그런걸까? 판에 올라오는 '진짜 사랑을 할때의 남자들의 행동'과 같은 것들이 너에게서 보이지 않았어. 


내가 그런 정보들에게만 기대어서 너를 판단했다는게 아니야. 애초에 그런걸 기대할 수있는 사람이 아닌 건 알고 있었으니까.네가 못생긴 표정 짓고있다거나 수업시간에자다깨서 한쪽 눈을 못뜨는, 그런 '나에게 들킨다면 네가 창피할만한 표정'을 하고 있을때면 널 보다가도 다른 곳을 쳐다봤어. 지금생각해보면, 콩깍지를 벗겨내고 싶지 않았던 발악이었던 것같아.네가 일부러 내앞에서 저런거 연출하는건가 싶을 정도로 50일이 넘자마자 내가 너에게 '깨는'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어. 


우리가 만난 시간에 비해서 너의 못난 모습까지 좋아해줄 준비가 덜 되었는데. 난 너의 그런 모습을 대비라도 했어야 했던 걸까? 난 우리가 언젠가는 겪게 될 이별에 이런 것들이 작용할줄은 몰랐어. 나도 내 자신에게 의아해하는중이야. 난 언제나 우리가 어른스럽고 속깊은 연애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으니까.네가 보여줬던 그 많은 깨는 모습은 정말 오래된 부부에게서나 나올 수 있는 모습이었어. 근데 우리가 만난 70일중에 제대로 만난건 20일도 안되잖아. 연인관계를 맺은지가 70일이 다되어간 다는건 서로에게 편해지는 게 맞는거니까.당연한거니까. 차라리 서로 편해지는 게 나도 더 좋았으니까. 난 이런 생각들로 합리화하기 시작했지.


근데, 넌 나를 편하게 대한게 아니야, 쉽게 대한거지.그래서 더 지금 억울해, 내가 너랑 만나면서 했던 모든 배려들이. 내가 너한테 먼저 마음을 품고 사귀자고 했던 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까지 널 배려했을까. 돌아오는 건 이런 대접인데. 내가 너에게 너무 쉬운 여자가 되어준 것 같아서 너무너무 자존심상하고 속상해.나는 누가 고백했든지간에 일단 커플이 되었으면 당연히 서로 서로 너 없이 못산다는 마인드로 아껴주고 사랑해주어야한다는 생각이기에 사소한 것 하나까지 내가 다 배려했어. 



너도 속이 그렇게 얕은 아이는 아니니까 너도 어느 정도의 배려는 있었겠지. 어쩌면 연애초반에 나를 붙잡아두기 위해 마련한 하나의 연출된 설렘포인트일지도 모르지만.남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는 말과 너가 전여친과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했던 1년. 그리고 그 오랜만남이 헤어질때마다 너의 고백으로 다시금 이어졌다는 사실. 감이 오더라. 


그냥 넌 여자로 여자를 잊기 위해서 날 찾았던거야. 넌 아니라고 하겠지. 진짜로 그렇게 굳게 믿고 있을거고. 하지만 난 이제 알 것 같아.내 옆에 있으면서도 네 입에서 자주 나오던 전여친의 이름과 너와 전여친이 연애했던 사실을 스스럼없이 내옆에서 다른 아이에게 말하던 너, 말하면서 나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한 표정과 태도.나 이런 대접받고 싶어서 너랑 연애시작한 거 아닌데, 쿨한 척하고 싶어서 괜찮다고 얘기했어.사실인데 뭐 어때 하는 마음으로 날 위로했어. 사실은 괜찮지 않으면서 말이야. 괜찮다고 말하는 내 굳은 표정, 알아주길 바라는 것 자체가 너에게 이기적인 거였다는 거 알아.내가 너와의 이별을 천천히 나도 모르게 준비하고 있을 때, 전남자친구 생각이 났어. 



그 아이는 너처럼 이상한 말투도 쓰지 않았고, 과시하는 연애를 지향하지도 않았어. 네가 나를 가지고 막 과시하려고했다는 건 아니지만, 너 그런거 은근히 있었잖아. 그아이는 너의 반도 안되는 짧은 시간 만났지만, 계속 잔상이 남아.그아이가 그렇게 불편했었는데, 나 이제 너보다 걔 생각을 더 많이 해. 무뚝뚝하고 냉정해보였던 말투도 이제 깔끔하고 조용한 사람같고 진지해보이고, 나를 너보다 더 좋아했었던 것 같기도해.걔가 고백한다면 흔들릴 것 같았어.좋아하면서 왜 눈도 못 마주치냐고 그 아이에게 불평했던 내가 한심하고 너무 좋아하면 눈도 못 마주친다는 이야기는 판에서 읽지 못한 내가 멍청이같고 그 아이와 다시 친구하자고 말해버렸던 나를 후회해, 지금도.나도 그게 도리가 아닌 것은 당연히 잘 알고 있어. 그래서 그 아이는 다만 생각으로 그쳤어. 그 아이한테 내가 먼저 연락할 마음까지 가지도 않았지만,내가 이제와서 그 아이에게 연락해봤자 내가 너무 나쁜년인걸 알아.또 우린 분명히 사귀는 사이이고, 너는 내가 너에게 정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 따위 모르고 있으니까 더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그건 내가 너에게 정이 떨어졌다는 사실과 무관한 커플사이의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해.


우리 사이가 '보편적인 연인사이의 예절'로 아슬아슬하게 버텨지고 있다는게 웃겨.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말고.너와 헤어지는 이유중에 '그 아이와 다시 만나고 싶어서'라는 이유는 없어.너에게 진심이었어, 나.네가 언젠가 나한테 그런 적 있지? 넌 결혼할생각없이는 여자 안만난다고. 그때는 로맨틱하고 내가 너에게 기대고 싶게 하던 그 말이, 지금은 너와 전여자친구의 한달밖에 안되던 공백기가 네가 여자를 여자로 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증명하고 있음을 확고히 해주는 말인것같아 우습다.



생각해보면 내가 너와의 이별을 결심한 순간은 딱히 없어.네게 깨는 짧은 순간순간들이 길게 이어지던 시간들이 그걸 증명해.학생으로서의 우리는 여기까지 인가봐.아무리 어른스러운 연애하려고해도 그게 잘 안되네.어렵다,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