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바다 갔을 때 기억해?

2016.12.12
조회3,257

밤이라서 그런가 사람도 적고

거의 없다고 봤야하나

 

너랑 나랑 보통 친구로는 보이지 않았을 행동들을

거기서 많이 했던 기억이 나니까

사람이 없었겠지, 싶네

 

너무 좋았어

너랑 고등학생 때부터 8년을 만났는데

너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그때야

마음 놓고 손 잡고 장난치고..

그래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없었잖아

아닌 척 했지만 괜히 남자 둘이서 손 잡고 있으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 우리 둘 다 알고 있었지

 

요즘 잘 지내는 것 같더라

나도 그럭저럭 잘 지내

네가 남자를 만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라서 남자를 만났던 것처럼

나도 똑같아 가끔은 여자친구 있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근데 이제 와서 저 게이라서 여자 안좋아해요

라는 말이 나오지가 않네

 

그냥 나도 원래는 여자 좋아했으니까

너라서 만난 거였잖아

 

그런데 웃기지

지나가다가 너 닮은  남자를 보면 아직도 가슴이 내려앉더라

피부가 하얘서 오히려 여자를 닮았으면 닮았을텐데..

네가 나 이상하게 만들었나봐

 

너 이전에는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도 없었고

내 성격도 이기적이고 배려가 없어서

네가 많이 힘들었겠다 싶더라

의심하고 오해하고..

나랑 만났던 시간들이 좋은 기억일 것 같지가 않아서 그게 좀 미안해

좀이 아니라 사실 많이

 

자기 전에 네 생각이 나는 날에는 아예 못 잔다고 보면 돼

계속 고민하니까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내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네가 돌아서기 전에 했던 마지막 말이 뭐였는지..

 

기억은 흐려지는데 생각이 나질 않아

네가 울었던 것 같은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작년 이맘때 쯤이었던가

너랑 헤어진 날이

 

그땐 서울 살 때여서 많이 추웠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기는 멀쩡하네

 

사실 너 피하듯이 내려온 걸로 네가 알까봐 그게 좀 걱정돼

널 피하려고 온 게 아니라 그냥 이게 맞는거다 싶었어

어차피 같은 지역에 살면 우리 자주 마주쳐야 하잖아

그리고 널 원망하게 될까봐 그것도 싫고

 

너 알잖아

내가 내 잘못 인정할 줄 모르는 거

자존심만 쎄서 죽어도 미안하다는 말 못하는 거

그렇게 고집부릴 때마다 웃으면서 머리 쓰다듬어 주던거 기억난다

다 안다는 듯이 웃던 거 그거 너무 좋았는데

보고싶다

 

학교에서 몰래 손 잡고 계단에서 몰래 키스하고

겨울에는 내가 매일매일 핫팩 챙겼는데

넌 손발이 차니까 이거라도 도움 됐으면 싶어서

시험 때는 당 떨어지지 말라고 초콜릿 주고

공부하다 나오면 거리에 사람이 없잖아

몰래 안고 주머니에 손 넣고 눈 밟고..

 

널 처음 좋아했던 열일곱부터 열아홉까지

내 고등학교 3년은 전부 너였으니까

 

처음 봤는데 시크하고 멋있어서 반했잖아

정말 사랑받고 자랐구나.. 싶은 느낌

밝은데 가끔 가다 어두워지던 네가 기억난다

책임감 있고 얼굴이 하얗고 키가 크고 운동도 잘하고 피구를 싫어하고 반찬투정이 없고 패스트푸드를 좋아하고 옷 입는 거 좋아하고

 

너는 내 어디가 좋냐는 말에

잘생겨서 좋다고 말하던ㅋㅋㅋㅋㅋㅋ

 

사람한테 상처주는 걸 싫어해서 착한 말만 하고 다니던 네가 보고싶어

 

좋아한다고 말했던 때도 겨울 아니었나

 

크리스마스 때 용기내서 연락할게

다시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