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운명같았지만 놓친 인연

ㅇㅇ201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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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우산 주고 간 남자 찾는 글 보니
살면서 나도 기억속에서 찾고싶던 사람이 떠올라
글을 써보는데

내가 스물 세살쯤인가?
대학다니면서 주말엔 종일 아르바이트도 하고
정신 없이 살 때인데
집이 수원이고 학교는 강북이라 두시간 거리를 등하교하곤했어

늘 아침엔 출근길 만원전철속에서 지각을 밥먹듯하고

하교길 역시 퇴근길 만원전철속에서 다니곤했는데

전철속에서 변태만나는건 뭐 일상다반사였어

별의별 일을 다 겪었지
하다못해 초딩변태도 만나봄

그날도 역시 하교길에 만원전철속에서 손잡이를 잡고
서서 가고있는데
뒤에 선 왠 아저씨가 찰싹 붙어서 거친 숨을 내쉬더라고

난 성격이 소심해서 그런일이 있어도 머 크게 난리를못치고
째려보거나 피하거나 내리거나 칸을 옮겨타곤 했는데

이건 뭐 너무 만원이라 꼼짝을 못하겠더라고

긍데 그시간이 늦은 저녁이라 왜 어두울때 전철에 서있으면
지상이라도 창으로 거울처럼 내모습 옆사람 다 비치잖아
내옆에 왠 젊은남자가 서있었는데 그남자가 내뒤에 변태가 붙어있는걸 눈치채고 슬쩍슬쩍 보더라고

이게 성추행인건지 그냥 붙는건지 옆에선 잘모를수도 있겠지
긍데 창에 비친 내 표정이 인상쓰고 있으니 확신이 들었던게야

갑자기 그남자가 나랑 그 변태 사이를 비집고들어오더니
내뒤에 서서 마치 바리케이트치듯 변태를 밀어내고 보호해주는거야

그 변태는 황당한지 뒤로 밀려서 어디로 갔는지 어쨌는지 보이진않았고
그남자는 몇정거장을 그 자세로 내뒤에 서서 공간을 두고 팔로 내 양옆 손잡이를 잡고 갔어

난 정말 고맙고 말이라도 하고싶었지만 이놈의 소심한 성격에 그냥 창으로 그사람 얼굴보며 미소만 보였는데
그남자가 약간 뿌듯한표정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표정으로 날 계속 쳐다보더라고
그 상태로 계속 가다보니까 나도 이사람에게 말이라도 걸어야겠다 이게 운명인가보다 감사인사라도 전해야겠다 그러면서 가고있는데

진짜 코메디처럼 옆에 누군가 왠 딴 남자가 내 이름을 부르며 아는척을 하는거야

오랜만이라고 요즘 어디서 일하냐고

난 알지도 못하고 기억도 안나는데 정확히 내이름을 알고 말을 걸더라고

내가 주말마다 단기아르바이트를 여기저기 많이해서
그사람들 중 하나인가 싶긴한데 누군지는 전혀 모르겠고
암튼 아 네 반가워요 이럼서 어쩔수없이 받아주고있는데
몇 정거장을 그 지인이랑 얘기하며 갔나봐
내 뒤의 남자는 그뒤로 그냥 내기분에 뻘쭘한 느낌
암튼 난 그 지인이라 하는 사람과 계속 겉도는 얘기만 이어가게 됐어

그러다 내 뒤의 그남자가 내릴 정거장이 됐나봐

그 지인과 대화할때도 계속 내 뒤에 있던 그남자가 움직이기 시작하더라고
난 당황해서 말을 걸고싶었는데 그 얼굴도 기억안나는 지인이 하는 말에 대꾸하느라 쳐다보는것 밖에 못했어

난 이사람이 왜 지금 나타나서 내 고마운 의인과 아는척 못하게 방해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더라고

긍데 그 남자가 아무튼 그러고 내려버렸어
난 집이 수원이라 그때 종점이었거든 그남잔 안양쯤에서 내린거같았고

그래서 난 창밖으로 그사람 뒷모습을 보면서 아쉬워하고있었는데

그남자가 갑자기 뒤돌아 서더니 날 바라보더라고
그순간 난 아차싶었어 나도 내려볼껄

내려서 감사하다고 말이라도 전해볼껄
그렇게 배려넘치는 남자라면 만나보고싶었는데
운명처럼 나타났다고 생각했는데
드라마같은 상황은 실제는 없는건지

아직도 그남자가 계속 생각나
얼굴은 기억안나지만 그때 그상황은 진짜 아직도 생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