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빨리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돼지2016.12.23
조회1,191

안녕하세요.

제목이 자극적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결시친은 아니지만 다른 카테고리에도 안맞는것 같아 여기에 글을 씁니다.

 

우선 저희 할아버지는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나셔서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라셨다고 합니다. 전해듣기로는, 지금으로 따지면 할아버지의 아버지. 그러니까 저에게는 증조 할아버지께서 지금으로 따지면 외교부 장관정도 되시는 직책에 계셨고, 할아버지의 부모님(증조 할아버지, 증조 할머니)은 두분 다 일찍 돌아가셔서 할아버지의 할머니 (고조할머니)의 손에서 자라셨다고 합니다.

 

때문에, 먹고싶은거 입고싶은거 하고싶은거 모두 누리시며 자라셨겠죠...

 

저희 집은 할아버지 명의로 되어 있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신혼때부터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살았고 그집에서 저와 남동생이 태어났습니다.

 

저는 매일 할아버지께 맞는 할머니를 보며 자랐고,

저희 엄마에게는 매일 X년아, 18X아 이런소리를 하셨습니다.

저도 다르지 않아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매일 남동생만 좋아하셨고 저를 엄청나게 차별을 하셨죠. 할머니에 대한 기억도 썩 좋진 않습니다.

 

저희 할아버지에 대해 기억나는 이야기 몇가지만 해 볼게요.

 

참고로 저희 할아버지는 귀가 매우매우매우 안좋습니다.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요.

 

1. 20살때, 대학교 입학한지 얼마 안됐을 때입니다.

저는 친구를 데려와 저희집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학교를 가기 위해 씻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친구도 같이 있었구요. 할아버지는 아침에 저에게 소화가 안된 것 같으니 매실 액기스를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그렇고 매실 액기스가 맛이 없어서 전혀 먹어보지 않았어요. 매실음료는 어쩌다 가끔 조금씩 먹긴 했네요..

암튼, 냉장고에 매실색이랑 비슷한 액체가 담긴 병이 있길래 당연히 매실 액기스인줄 알고 할아버지께 한컵 따라서 갖다드렸죠. 근데 할아버지가 이거 뭐꼬?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순간 아, 매실주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할아버지 이거 술이야? 액기스야?"했더니

뭐라카노 술이라카노 액기스라카노 하시길래 "아니 난 모르겠어"하자마자 저에게 날라오는 컵ㅎㅎ 플라스틱 컵도 아니고 유리컵이었습니다ㅎㅎ 학교 갈 준비 하고 있던 제 옷에 쏟아지고 떨어진 컵은 거실에서 산산조각이 나버렸죠.. 저도 화가 나서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들어왔어요.

할아버지가 우사인 볼트 뺨치는 속도로 달려와서 제 방 문을 열고 (친구가 방에 있었습니다.),

3연속 뺨싸대기를 갈기셨어요ㅎㅎ..ㅎ... 저는 그날 엄마한테 전화해서 집을 나가겠다 울고불고 난리를 쳤고, 휴 한 1년정도? 할아버지랑 말을 안섞다가 설날에 엄마아빠의 성화에 못이겨 세배를 하고 난 다음 좀 풀렸네요.

 

2. 초등학교 5학년~중학교3학년때까지 5년동안의 일입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한테 많이 맞고 자라셨다고 말씀드렸는데, 할머니가 빨리 기억을 잃고 싶으셨는지 69살의 나이에 치매애 걸리셨어요.

좀 논외의 이야기지만, 치매 초기증상이실때 동생은 그렇게 예뻐하시면서 항상 저를 보면

저년이 내 돈 훔쳐갔다 저년이 나쁜년이다... 뭐 항상 이런식이셨죠.

어렸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호일을 전자렌지에 넣고 돌렸다가 스파크가 튀어서 너무 놀랐는데

그걸 보고 할머니도 저의 뺨을 몇대 때리셨어요ㅎㅎㅎㅎㅎ 10살가량의 애가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십오년도 넘게 지난 일인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암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할아버지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집에 두고 혼자 시골로 도망을 가셨어요. (도망 맞습니다.) 그러고 할머니가 사라지셨습니다. 한 1~2주정도? 고모들 이모들 동네 아줌마들 아저씨들 총 동원을 해서 매일 할머니를 찾았어요. 결국 12월 31일에 할머니를 찾았다고 수원경찰서였나... 거기에서 연락이 왔고, 나중에 알게 된 얘기지만

할머니는 맨날 본인을 그렇게 구타한 할아버지가 뭐가 좋다고 혼자 시골을 가려고 치매까지 걸리셨으면서, 지하철을 타고 수원역까지 가셨대요. (지하철은 무료잖아요.)

수원역에서 무궁화호를 타야되는데 돈이 없으니까 그 근처에 계시다가 어디 복지시설같은곳에 계셨나봐요. 치매에 걸리셨으니 집도 전화번호도 아무것도 모르실거고...

워낙 어렸을 때라서 어떻게 연락이 돼서 찾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뭐 암튼, 그렇게 할머니의 증세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할아버지도 더이상은 시골에서 혼자 살 수 없으셨는지 올라오셨어요..

오시자마자 한 일은 방을 큰~~ 장농으로 딱 반으로 나눠서, 한쪽 벽에 붙이고 나무로 문을 만들어서 자물쇠를 걸어잠그고 그 안에 할머니를 가둬두셨죠..

아빠?엄마? 아무도 할아버지 못이깁니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집에 할아버지가 안 계실때만 열어드리고 밥 드리고 씻겨드리고 그랬죠... 그러다가 5년만에 돌아가셨어요 할머니께서..

 

3. 아빠가 집에 8시에 안들어오면 전화해서 니 어디고! 뭐하는데! 를 시전하십니다.

요즘 중학생도 8시에 안들어오면 부모님이 전화 안하지 않나요? 회사에서 회식이 있어도,

친구들이랑 모임이 있어도, 무조~~~~건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전화해서 저 말씀을 하십니다.

말투 물론 싸우자는 말투에요. 누가 들어도 기분나쁜 말투로 니 뭐하는데 아직 안들어오노? 하는데.. 천사가 와도 저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쁠거에요..

덕분에 그 전화를 받은 아빠도 기분이 나쁘죠? 그러면 그날은 집 분위기가 초상집 분위기가 되는겁니다.

어쩌다가 아빠가 할아버지의 전화를 다 안받고 안들어오면 방에 앉혀놓고 몇시간을 난리난리를 치십니다.. 왜저러시는지 모르겠어요.

엄마랑 제가 나가서 살자고 해도 아빠는 할아버지가 화를 냈을 때, 그 스트레스가 더 싫은가봐요.

얼마전엔 너무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가서 CT/MRI를 찍었는데, 혈압이 말도안되게 높게 나왔었어요.. 200/140인가? 기계 고장난 줄 알았습니다.

그만큼 할아버지때문에 모두들 스트레스 받아 해요.

 

4. 3번이랑 비슷한 내용인데, 저는 밤새 시험공부를 하고 집에 와서 낮에 자고있었고 아빠는 새로 오픈하려는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때문에 오후에 잠깐 나갔다가 와야 하는 상황이었나봐요,

저한테 할아버지 저녁 좀 챙겨드리라고 얘기를 하고 나갔다는데 저는 잠에 취해서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요... 뭐 암튼, 그렇게 아빠는 7시가 좀 넘어서 할아버지의 니 어데고? 를 듣고 집에 왔고,

오자마자 부리나케 할아버지 저녁을 차려서 방으로 가져다 드렸나봐요.

그 즉시 밥 국 반찬 요강 재떨이 우유 방에있는 모든 집기류를 다 거실로 집어 던지셨어요 ㅎㅎ

재떨이+요강이 거실에 범벅이 되있는게 상상이 되시나요? 반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찝찝합니다...

 

5. 고모가 판매직을 하셨는데, 저희가 냉장고가 부족해서 하나 더 구입하려고 고모를 통해 냉장고를 구매했습니다. 평소에 뭐만 사면 '느그들 돈 만타~'하시는데, 고모 통해서 구입했으니 아무말씀도 안하시더라구요?

냉장고가 배송왔을때, 제가 백수였나 휴가였나 암튼 오전에 집에서 늦잠을 자고있었어요.

저희집 주방에 현재 냉장고가 있는 그 자리에 과거에 식탁이 있었는데,

그걸 할아버지가 저한테 옮기자고 했어요. 그래서 옮기려고 하는데 냉장고 배송하시는 분들이

본인들이 사이즈 보고 옮기고 하시겠다고 그러시길래 알겠다고 하고 식탁을 내려놨죠.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저희 할아버지 그 대화 일체 못들으셨습니다.

다짜고짜 본인이랑 식탁 같이 안옮긴다고 그때 식탁에 있던 플라스틱 빵칼로 제 목을 찔렀어요

저는 창피한 줄도 모르고 냉장고 배송하시는 기사님들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들고 본격적으로 절 패려고 하셨고, 기사님들이 말리셔서 그냥 전 방으로 들어가서 있었어요 ㅎㅎ..

 

하... 이 재미없는 썰도 쓰다보니 끝이 없네요..

친구들한테 난 할아버지가 싫다고 얘기를 하면 친구들의 반응은 항상 거두절미하고 너 그러면 안된다고 하는데.. 뭐 할아버지니까, 할아버지라고 무조건 다 좋아하고 그래야 됩니까..

낳아주신 부모님이랑도 의절을 하고 지내는 사람이 있는 마당에

 

암튼.. 쓸데없이ㅣ 제 긴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음...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