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크리스마스가 나흘이나 지난 새벽인데, 이제야 눈이 내린다. 재작년, 널 만났던 해 크리스마스엔 눈이 왔는데, 올해는 아니구나. 보고싶은 내 마음은 그대론데. 사실 내가 눈보다는 비를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재작년 이후로는 이맘때 내리는 이 작은 차가움이 퍽 맘에 들어. 추위는 까맣게 잊고 말야. 재작년, 우리가 서로 다른 학교의 고등학생일 때, 정말 우연이 겹친 인연으로 알게 됐었지. 처음 본 너는, 오로지 내 눈에만은 아니었겠지만 얼마나 예뻤던지. 키도 꽤 컸었지? 나랑 눈높이가 맞았으니까. 무쌍에 긴 생머리, 그리고 큰 키를 가졌던 넌, 정말 태어나서 처음 본, 아름다운 여자였지. 같이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는, 너만 바라보다 어느새 갈 시간이 되어서 터덜터덜 나오곤 했었지. 그 때마다 데려다주고싶었던 내 마음은, 세상 어느 굴뚝보다 컸을거야. 한 번은 네가 저녁을 사겠다며, 그 흔한 피자학교로 날 데려갔지. 콜라는 내가 사야겠지 하는데 씨익 웃으며 한 마디 건네던 네가 떠오른다. 어찌나 당황스러웠는지. "나는 사이다 좋아하니까, 우리 또 보려면 기억해놔." 그 한 마디에, 나는 일주일을 웃었더라지. 고작 한 사람이 내뱉은 한 마디 말이, 이렇게나 큰 영향을 주는구나, 18살에 나는 네 덕에 깨달았어. 그렇게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또 어느 날, 우린 잠깐 산책을 나섰지. 밖이 그렇게 추운데 춘추복만 입은 채로 나서는 네가 걱정돼서, 추위도 안타는 내가 외투를 챙겨나와 덥다며 너에게 건넸던 걸, 너는 알까. 그리고 그 날 밤, 너에게 보냈던 그 고백 메세지는, 보탬 없이 두 시간을 고민했던 결과물이었던 걸, 너는 알까. 추위는 자기가 더 타면서, 나에게 목도리며 장갑이며 모자며 다 건네주던 널, 내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지. 우리 아버지도 어머니께 그러셨으니, 사랑받으셨겠지. 사실 한 번 빌려준 내 목도리에 베어버린 네 향기가, 단 한 번도 그 이후로 두르지 않아서 여전히 남아있어. 지금도 그 향기를 맡으면, 가슴이 시큰시큰해지곤 해. 음.. 확실히 도서관에서 같이 있던 기억이 많긴 하네. 아무도 없는 휴게실에서 남들 몰래 뽀뽀하다가 발소리에 놀라기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퍽 귀엽네. 아 맞다. 우리 첫키스 한 날 기억나? 그 땐 내가 수작(?) 좀 부렸더라지. "눈에 뭐 묻었어, 잠깐만 감아봐." 그러고 맞닿은 그 입술은, 어찌나 따뜻했던지. 그 추위는 다 녹일 정도였어. 재작년 겨울은 더웠는데, 작년이랑 올해는 많이 춥네. 사실 나는 전혀 몰랐어. 우리가 헤어진 이유. 몇 주 전에 우리를 알게 해준 그 친구에게 전해들었지. 나는 몰랐어. 내가 표현하는 일에 조급했던 걸. 그리고 넌 천천히 걷는 사람이었다는 걸. 그래도 이건 알았어. 네가 사이다를 좋아했다는 거. 걷는 걸 좋아했다는 거. 커피는 단 걸 좋아핬다는 거. 날 좋아했다는 거. 네가 좋은 사람이었다는 거. 그리고.. 네 꿈, 가족관계, 버킷리스트 등등.. 주저리주저리 이렇게 써보는 이유는, 그냥 네가 보고싶어서 그래. 이미 네 곁엔 너만큼이나 좋은 사람이 있겠지만, 그래도 그냥 보고싶은 이기심에 적는 거야. 6월 네 생일에, 두서 없이 보냈던 그 축하 메세지도, 사실 수많은 감정이 얽혀있던 건데. 넌 눈치가 빠르니까, 이미 알고 있었겠지. 너를 내 곁에서 보내고, 다른 사람이 곁에 머물렀지만, 2년 째 그 겨울들은 춥기만 했어. 나는 아직 2년 전에 머물러있나봐. 다 잊었다고 아무리 말 해도 결국은 계속 생각하고 있는 건가봐. 보고싶은 새벽이야. 내 첫사랑,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할게. 꼭, 세상 그 누구보다도 높은 곳에서 네 꿈을 이루길 바라. 안녕.
첫사랑 이야기.
사실 내가 눈보다는 비를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재작년 이후로는 이맘때 내리는 이 작은 차가움이 퍽 맘에 들어. 추위는 까맣게 잊고 말야.
재작년, 우리가 서로 다른 학교의 고등학생일 때, 정말 우연이 겹친 인연으로 알게 됐었지. 처음 본 너는, 오로지 내 눈에만은 아니었겠지만 얼마나 예뻤던지.
키도 꽤 컸었지? 나랑 눈높이가 맞았으니까. 무쌍에 긴 생머리, 그리고 큰 키를 가졌던 넌, 정말 태어나서 처음 본, 아름다운 여자였지.
같이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는, 너만 바라보다 어느새 갈 시간이 되어서 터덜터덜 나오곤 했었지. 그 때마다 데려다주고싶었던 내 마음은, 세상 어느 굴뚝보다 컸을거야.
한 번은 네가 저녁을 사겠다며, 그 흔한 피자학교로 날 데려갔지. 콜라는 내가 사야겠지 하는데 씨익 웃으며 한 마디 건네던 네가 떠오른다. 어찌나 당황스러웠는지.
"나는 사이다 좋아하니까, 우리 또 보려면 기억해놔."
그 한 마디에, 나는 일주일을 웃었더라지. 고작 한 사람이 내뱉은 한 마디 말이, 이렇게나 큰 영향을 주는구나, 18살에 나는 네 덕에 깨달았어.
그렇게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또 어느 날, 우린 잠깐 산책을 나섰지. 밖이 그렇게 추운데 춘추복만 입은 채로 나서는 네가 걱정돼서, 추위도 안타는 내가 외투를 챙겨나와 덥다며 너에게 건넸던 걸, 너는 알까.
그리고 그 날 밤, 너에게 보냈던 그 고백 메세지는, 보탬 없이 두 시간을 고민했던 결과물이었던 걸, 너는 알까.
추위는 자기가 더 타면서, 나에게 목도리며 장갑이며 모자며 다 건네주던 널, 내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지. 우리 아버지도 어머니께 그러셨으니, 사랑받으셨겠지.
사실 한 번 빌려준 내 목도리에 베어버린 네 향기가, 단 한 번도 그 이후로 두르지 않아서 여전히 남아있어. 지금도 그 향기를 맡으면, 가슴이 시큰시큰해지곤 해.
음.. 확실히 도서관에서 같이 있던 기억이 많긴 하네. 아무도 없는 휴게실에서 남들 몰래 뽀뽀하다가 발소리에 놀라기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퍽 귀엽네.
아 맞다. 우리 첫키스 한 날 기억나? 그 땐 내가 수작(?) 좀 부렸더라지.
"눈에 뭐 묻었어, 잠깐만 감아봐."
그러고 맞닿은 그 입술은, 어찌나 따뜻했던지.
그 추위는 다 녹일 정도였어.
재작년 겨울은 더웠는데, 작년이랑 올해는 많이 춥네.
사실 나는 전혀 몰랐어. 우리가 헤어진 이유.
몇 주 전에 우리를 알게 해준 그 친구에게 전해들었지.
나는 몰랐어. 내가 표현하는 일에 조급했던 걸.
그리고 넌 천천히 걷는 사람이었다는 걸.
그래도 이건 알았어.
네가 사이다를 좋아했다는 거.
걷는 걸 좋아했다는 거.
커피는 단 걸 좋아핬다는 거.
날 좋아했다는 거.
네가 좋은 사람이었다는 거.
그리고.. 네 꿈, 가족관계, 버킷리스트 등등..
주저리주저리 이렇게 써보는 이유는,
그냥 네가 보고싶어서 그래.
이미 네 곁엔 너만큼이나 좋은 사람이 있겠지만,
그래도 그냥 보고싶은 이기심에 적는 거야.
6월 네 생일에, 두서 없이 보냈던 그 축하 메세지도,
사실 수많은 감정이 얽혀있던 건데.
넌 눈치가 빠르니까, 이미 알고 있었겠지.
너를 내 곁에서 보내고, 다른 사람이 곁에 머물렀지만,
2년 째 그 겨울들은 춥기만 했어.
나는 아직 2년 전에 머물러있나봐.
다 잊었다고 아무리 말 해도
결국은 계속 생각하고 있는 건가봐.
보고싶은 새벽이야.
내 첫사랑,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할게.
꼭, 세상 그 누구보다도 높은 곳에서
네 꿈을 이루길 바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