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여행-2

바람200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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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몽을 꾼 듯 정신이 몽롱하고 몸이 욱신거리고 아파 왔다. 아직 어둠 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내 귓속으로 낯선 여자의 음성이 흘러 들어왔다.


"이 사람 정신이 들려나봐요!"
"그래?"
 누군가 묵직한 음성을 가진 남자가 나를 흔들어 댔다.
"이봐! 정신 차려!"
 무거운 눈을 뜨자 사람들의 모습이 내 눈앞에 어른거렸다.
"어떻게 된 거죠?"
 난 곧 정신이 맑아지며 나를 흔들어 깨운 사람에게 물었다.
"허참! 우리한테 그걸 물으면 어떻하나? 어떻게 된 건가?"


 그는 오히려 내 물음에 질문을 해왔다. 그리고 어렴풋 그의 얼굴이 낮에 지리산 입구에서 보았던 등산회 사람 중 한 명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어? 아저씨는 아까 낮에 봤던 분이죠?"
 내 물음에 뒤쪽에 있던 남자가 대답했다.
"맞아! 우리 낮에 공원직원들과 다툴 때 만났었지. 그런데 자넨 어떻게 여기에 있나?"

 거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그 등산회 회장인 듯한 사람이 묻고 있었다.
"예? 어떻게 여기 있냐요? 아저씨들이 저를 구한 것이 아닌가요?"
 내 물음에 사람들은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리고 등산회 회장인 그가 다시 물었다.
"우린 자네를 여기서 처음 봤네. 우리가 깨어나니 여기였어."
"예? 그럼. 아저씨들도 여기가 어딘지 모른다는 말입니까?"
 내 질문에 모두 의문스런 얼굴로 고개를 끄덕 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난 그 이상한 짐승에게 쫒겨서 어딘가에 떨어진 것 같은데...'
 등산회 회장인 그가 다시 말했다.
"기억나는게 없나?"
"예. 전 이상한 짐승에게 쫒겨서 도망치다 어디에 떨어진 것밖에는.."
"이상한 짐승?"
"예! 뭐 개 같기도 했고 늑대 같기도 했는데 갑자기 저를 공격해서.."
"음...그래."
"아저씨들은 어떻게 여기 계신데요."
 나의 질문에 남자들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이 없었다. 나는 다시 한번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아저씨들도 저처럼 뭐에 쫒겼 나요?"
"아니. 그건 아니고...우리는 그 직원 말대로 산을 내려가려 가서 방을 잡으려 했는데 민박을 잡을 수 없었어. 그래서 몰래 샛길을 찾아올라 가려하다 그 공원 직원에게 들켰지."
"그래요?"
"음. 그래서 그냥 내려 가려하니 그 직원이 그러더군 아래 쪽 샛길로 가면 할머니가 한 분 사시는데 거기 가면 숙박을 할 수 있다고.."
 난 그의 말을 듣고 놀랐다.
"예? 그럼. 아저씨도 그 소리를 듣고 할머니를 찾아갔단 말이예요?"
"그럼. 자네도?"
"예!"
"거참! 이상한 일이군! 우리가 갔을 땐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어. 그래서 오다 본 좁은 샛길을 타고 산으로 올랐지. 그런데 갑자기 안개가 끼기 시작하더니 앞이 보이지 않았어. 그렇게 안개 속에서 헤매다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나 보니 여기더군. 아무도 없구."
"그래요? 그런데 여긴 어디죠?"
"몰라! 밖에 나가봐도 사람이 보이지 않아. 여러 채의 집이 늘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마을 인 것 같은데 사람이 보이지 않고 안개가 자욱해서 걷기도 힘들어."


 그의 말을 들으며 방을 살펴보니 일반 초가집의 사랑채 같았다. 그러나 가구도 없고, 옷도 없구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텅 빈 사각의 방이었다. 나와 사람들은 이 이상한 일에 무척 긴장이 되었다.


 산악회 회장인 나이든 아저씨는 자신을 박상무라 했다. 나머지 젊은 두 사람은 키가 크고 얼굴이 마른 사람이 강훈, 근육질의 몸매에 날카로운 두 눈을 가진 사람이 이태훈 그리고 키작고 동그란 얼굴을 가진 여자가  김미숙, 서양적 외모를 가진 아름다운 여자가 강민희 마지막으로 예쁘지만 어딘지 차가워 보이는 여자가 이매리라고 했다. 우리는 서로 소개하며 인사를 했다. 그러나 난 이 산악회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구성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젊은 남자 둘에게서는 산을 타는 사람의 냄새를 느낄 수 없었다. 여자들도 이상하게 젊고 하나 같이 미인인 것이 이상했다. 그리고 알 수 없지만 서로가 친근해 보이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과민하게 신경 쓰는 것일 수도 있지만 느낌은 별로 좋지 못했다.


 밖으로 나가 보았다. 예상대로 내가 있던 집은 조그만 초가집이었다. 다 쓰러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이는 것이 흉가나 다름없었다. 밖은 어둠 속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 후레쉬를 비추어도 멀리 불빛이 가지 않아 확인 할 수 없었다.


"좀 둘러보고 올 께요."
 나의 말에 박상무가 나오며 말했다.
"같이 가지 ."
"다른 분들은 그냥 계실 건가요?"
 내 물음에 사람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만 끄덕 였다. 그들의 딱딱한 모습을 보며 난 밖으로 나왔다.
내 뒤를 쫒아 오면 박상무가 말했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게. 다들 겁먹어서 그런거야."
"아..예"

 길은 잘 닦여 있었다. 분명 일 반 산길이 사람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길이었다. 조금 내려가니 집들
이 드문드문 보였다. 하얀 안개에 얼핏 보이는 초가집들은 무척이나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그 중 한군데를 들어가며 사람을 불러보았다.
"계세요?"
..........
"아무도 안계세요?"
 큰 소리로 불러 보아도 아무런 응답이 없다. 등뒤에서 박상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거봐! 아무도 없다니까. 내가 아까 저 아래 집들까지 살펴보았는데 모두 빈집이었어. 이상하지 누가 우리를 저 집안에 데려다 놓았을까. 그리고 왜 사람들이 하나도 없을까. 마치 유령마을 같아."
 박상무의 말에 순간 소름이 돋아났다. 마치 악몽을 꾸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았다. 너무나 모든 것이 현실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저 쪽으로 더 가보지요."


 내 말에 박상무는 자기가 앞장서며 후레쉬를 비추었다. 안개가 너무 지독해 정말 한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아까보다도 안개가 더욱 짙어져 앞에 가는 박상무가 보이지 않을 정도 였다. 어렴풋한 후레쉬 불빛이 아니었다면 박상무가 앞에서 걷고 있는지 조차도 구분이 가지 않았을 거였다.


'정말 이상하다. 이건 마치 환상에 빠진 것 같잖아! 어떻게 이런일이 현실에 벌이지지..'


 아무리 생각해도 내 머리 속으로는 알 수 없었다. 빨리 마을 사람 중 한 명이라도 만나서 산 아래로 내려가는 방법을 물어야 했다. 잠깐 생각에 빠져있다 앞을 보니 후레쉬 불빛이 보이지 않았다. 깜짝 놀란 내가 소리쳤다.


"어? 박상무 아저씨."


 그러나 안개 속에 묻혀버린 것인지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는다. 잠깐의 시간에 멀리 떨어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고 다시 큰 소리로 그를 불렀다.


"박. 상. 무. 아저씨....."

 

.......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타고 올라왔다. 마치 안개 속으로 빨려 들어 간 듯 그의 자취는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무리 안개 속이지만 소리는 멀리까지 전파 될 텐데 아무 대답이 없다는 것은 분명 무슨 일이 생긴게 분명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게! 열심히 등산하던 내가 왜 이런 곳에 와 있고....잘 가던 사람이 어디로 사라진 거야! 이건 꿈이야! 현실이 아닐 꺼야...."
 다시 발길을 돌려 그 초가집으로 갈까 아님 박상무를 찾아야 할 까 고심이 되었다.
"계속 가다가 나도 길을 잃으면 안되니 다시 돌아가서 사람들과 찾아봐야겠다."


 두려운 생각에 앞으로 더 나가서 박상무를 찾지 못하고 온 길을 다시 되 짚어 갔다. 나올 때는 그렇게 멀리  걸어 온 것 같지 않은데 돌아가는 길이 멀게 느껴졌다. 얼마나 올라갔을까 어렴풋 쓰러질 것 같은 초가가 보였다. 마음에 안도감이 생겨 난 달려들어가며 외쳤다.


"박상무 아저씨가 없어졌어요."


 그런데 내 외침에 아무도 내다보는 사람이 없다. 이상하게 생각한 내가 방문을 열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없다!"


 없었다.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다. 분명 남자 둘과 여자 세 명이 있어야 했는데 마치 방은 처음부터 아무도 품고 있지 않는 듯 텅 비어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모두 어디 간 거야!"
 놀라서 방안으로 뛰어 들어가 그들의 자취를 찾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그들의 가방도 신발도 그들이 머물렀다고 생각되는 흔적도 없었다. 마치 유령에 홀린 듯 했다. 떨려왔다. 이빨이 나도 모르게 딱딱 소리를 냈다.
"자...장난하는 거지?....날....놀리는 거지...모두 어디 간 거야?"
 공포에 질린 내가 소리쳐 불렀지만 메아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어...어떻게 하지....어떻게...어떻게........어떻게..."


 극도의 공포에 질린 난 더듬거리며 방문을 잠그고 구석에 쳐 박혀서 웅크리고 앉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점점 마음이 안정되자 졸음이 밀려왔다. 너무나 피곤하고 힘든 하루라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버렸다.

 


이 잠이 깨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꿈이라고 되 뇌이며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얼마나 잠을 잤을까. 시끄러운 소리에 나도 모르게 잠에서 깼다. 누군가 방문을 크게 두두리는 소리가 들렸다. 난 놀라서 튕기듯이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돌아왔다고 생각되어 기쁘기까지 했다. 그런데...


 문 앞에는 피투성이가 된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깜작 놀란 내가 소리치며 부르자 그가 고개를 쳐들며 힘든 목소리로 말했다.


"그....그...놈이..알고 있었어...허...허....그...놈! 모두...그 놈이 .....꾸민...짓이....."


 그는 말을 다 마치지도 못하고 고개를 툭 떨구었다. 놀란 내가 소리치며 흔들었지만 그는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죽은 것이다.
"이봐요! 강훈씨!!....강훈씨....!!!"
 강훈을 흔들다 그의 등을 보고 나는 또다시 놀랐다. 그의 등에는 시퍼런 칼이 꽂혀 있었다. 그 곳에서는 끊임없이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떻게...이런 일이...어떻게.."


 겁에 질린 난 강훈의 시신을 내버려 둔 채 초가집을 도망치듯 나왔다. 미쳐버릴 것 같았다. 차라리 미쳐버리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미친 듯이 도망쳐 내려오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온통 안개에 휩싸여 있어 보이지도 않고 꿈속인 것처럼 멍했다. 좀 진정이 되어 아래쪽으로 가려 할 때 사람 소리가 들려왔다.

난 크게 기뻐서 소리치며 부르려하다 강훈의 말이 생각나 나무 뒤쪽으로 숨었다.


'강훈은 분명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 그렇다면 이곳에 있는 사람 중 하나 일 것이다. 그 놈이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함부로 사람들에게 다가갔다가 당할지도 몰라'


 생각할수록 무섭고 끔찍했다. 생각하는 동안 사람들의 두런거리는 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 졌다. 소리로 들어보아 세 네 명 정도 인 것 같았다. 그 중 한 명이 어눌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번 놈들은 어떻게 처리한답니까?"
"그냥 놔둬도 스스로 자멸 할 놈들이랍니다."
"그래요? 그런데 뭐하러 여기까지 끌고 왔습니까?"
"그거야. 대모님이 아시지 제가 압니까."
"그렇겠군요. 그런데..."
"아! 시간이 다 됐습니다. 서두릅시다."
"예!"


 그들의 대화는 참으로 이상했다. 마치 우리들을 두고 말하는 것 같기도 했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나누는 듯 하기도 했다. 나무 뒤에서 살짝 고개를 내밀어 그들을 보니 차림새가 더욱 이상했다. 모두 검은색 도포를 입고 있었다. 머리도 검은색 띠를 매고 있는 것이 무슨 종교집단 같아 보였다.


'잘못됐다. 사이비 종교집단에 납치됐나보다. 일단 저들을 조용히 쫒아 가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