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의
업무가 아닌 업무라 관심도 없이 지낸 팀장의 태도가 달라진 건, 위로 새로 온 실장(62세)이 온 후부터였습니다.
회사는 얼마
전에 모회사로 흡수합병이 되었고, 새로 온 실장은 모회사의 임원급으로 신임회장과 20년을 넘게 같이 일한 사이입니다.
그런 신임이
두터운 임원급을 저희 부서 실장으로 발령을 낸 건, 예산만 쓰고 실적이 없었던 저희 부서가, 외부 컨설팅 의뢰 결과 ‘미래 수익창출이 기대되는 부서’로 주목 받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두
분이 사이가 무척 좋았습니다(물론 지금도 겉으로 들어나는 모습은 매우 좋습니다). 서로 호형호제하며 지내더군요
실장은 제가
팀장에게 보고를 올릴 때 본인도 참조로 꼭 넣어달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허허 웃으며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던 팀장이 6개월 전부터는 조용히 저를 불러, 메일
보낼 때 실장은 제외하고 본인한테만 보내라 하더군요. 본인이 직접 실장한테 보고한다고 하면서.
제 직속상관의
명이라, 그리 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체
팀 회의 하는데, 실장이 제게 다그치더군요. 왜 보고 없이, 공유 없이 단독으로 진행했냐고요… 그 상황에서 팀장은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분명 팀장한테 보고하고, 팀장한테 확인 받고
진행한 일인데 말입니다.
상황이 묘하게
달라지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습니다. 팀장은 본인한테만 보고서가 올라오길 제게 요청하고, 실장은 모든 보고서는 처음부터 본인을 첨부시키라 합니다.
여러 번 팀장의
지시사항이 있었던 지라, 저는 메일로 먼저 팀장한테만 보내고, 후에
팀 전체 회의 할 때에는 보고된 안건에 대해서 거론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에 대한 속도가 늦어졌지만, 그게 최선이라 여겼습니다.
메일로 보낼
때 답변 온 팀장의 결정과, 팀 회의 때 답변해주는 실장의 결정이 상이하게 달랐습니다. 팀장도 회의시간에는 허허 웃으면서 실장의 의견이 맞다 치켜세우더군요.
얼마 전에 팀장이
저를 부릅니다. 앞으로 회의 때(내부 및 외부거래처 회의
포함), 제 의견을 내지도 말고, 질문을 하지도 말고, 생각을 얘기하지도 말고,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혹 의견이나 질문사항이 있으면 회의 끝난 후에, 정리를 하여 본인한테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본인이 판단해서 질문을 할지, 의견을
낼지 결정하겠다고요. 회의 때 발언은 본인만 하겠다고요..
실장은 제게
말합니다. 팀장 이하 실무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니, 좀더
적극적으로 회의 때 의견을 내고 질문을 해주길 바란다고. 본인들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공유하자고. 거기에 자기 의견을 더해서 회장께 보고를 하겠다고 말입니다. 그것이
팀의 보고서라며..
하지만 두 분다
원하는 건 같습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노하우와 경험치를 나한테만 알려달라. 내가 상부에 직접 보고 하겠다. 그러니 너는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말라’
그렇습니다.
팀장은 부사장 라인인 일명 박힌 돌이고, 실장은 회장 라인인 일명
굴러온 돌입니다.
M&A를 했지만 모회사는 아직 저희 회사를
100% 장악하지 못한 상태고, 기존 올드 맴버들은 그들과 자리싸움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중간에 제가 끼어 있는 거고요..
그 동안 회사 다니면서
이 꼴 저 꼴 보면서 나름 독해지고 무뎌졌다 여겼는데, 이 상황을 어찌 해야 할지 참 난감하고 신경이
무척 쓰이네요.
저는 그냥 가늘고 길게 존재감 없이 정년퇴임 하는 게 목표인데 요즘 너무 여기저기 불려가느라
온갖 주목을 다 받고 있습니다.
제일 난감한
건 다들 “너 가 제일 그 부서에서 오래 있었잖아, 그러니
너 가 알고 있는 경험치 다 알려줘”라는 주문입니다.
글쎄요.. 제가 뭘 알고 있는 걸까요? 뭘 알아야 하는 걸까요? 무엇보다 저렇게 명확한 명제 없이 두리뭉실하게만 물어보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대답을 잘 못하는 제게, 왜 숨기냐고 또 몰아붙이는 팀장과 실장입니다.
저도 제가 뭘
숨기고 있는 건지 참 궁금하네요..
한 직장, 한 부서에서 10년 넘게 다녔다는 게 오늘날 화살이 되어 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오늘도 저 둘은
굉장히 사이가 좋습니다. 호형호제 하고요, 서로 존경하고
룰모델이라고 합니다. 그들을 보면서 제 20년 후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라인이 다른 두 상사
저는 14년 동안 한 직장, 한 부서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4년 전에 좌천되다 싶이 오게 된 팀장(52세)이 있습니다.
본래의 업무가 아닌 업무라 관심도 없이 지낸 팀장의 태도가 달라진 건, 위로 새로 온 실장(62세)이 온 후부터였습니다.
회사는 얼마 전에 모회사로 흡수합병이 되었고, 새로 온 실장은 모회사의 임원급으로 신임회장과 20년을 넘게 같이 일한 사이입니다.
그런 신임이 두터운 임원급을 저희 부서 실장으로 발령을 낸 건, 예산만 쓰고 실적이 없었던 저희 부서가, 외부 컨설팅 의뢰 결과 ‘미래 수익창출이 기대되는 부서’로 주목 받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두 분이 사이가 무척 좋았습니다(물론 지금도 겉으로 들어나는 모습은 매우 좋습니다). 서로 호형호제하며 지내더군요
실장은 제가 팀장에게 보고를 올릴 때 본인도 참조로 꼭 넣어달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허허 웃으며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던 팀장이 6개월 전부터는 조용히 저를 불러, 메일 보낼 때 실장은 제외하고 본인한테만 보내라 하더군요. 본인이 직접 실장한테 보고한다고 하면서.
제 직속상관의 명이라, 그리 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체 팀 회의 하는데, 실장이 제게 다그치더군요. 왜 보고 없이, 공유 없이 단독으로 진행했냐고요… 그 상황에서 팀장은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분명 팀장한테 보고하고, 팀장한테 확인 받고 진행한 일인데 말입니다.
상황이 묘하게 달라지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습니다. 팀장은 본인한테만 보고서가 올라오길 제게 요청하고, 실장은 모든 보고서는 처음부터 본인을 첨부시키라 합니다.
여러 번 팀장의 지시사항이 있었던 지라, 저는 메일로 먼저 팀장한테만 보내고, 후에 팀 전체 회의 할 때에는 보고된 안건에 대해서 거론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에 대한 속도가 늦어졌지만, 그게 최선이라 여겼습니다.
메일로 보낼 때 답변 온 팀장의 결정과, 팀 회의 때 답변해주는 실장의 결정이 상이하게 달랐습니다. 팀장도 회의시간에는 허허 웃으면서 실장의 의견이 맞다 치켜세우더군요.
얼마 전에 팀장이 저를 부릅니다. 앞으로 회의 때(내부 및 외부거래처 회의 포함), 제 의견을 내지도 말고, 질문을 하지도 말고, 생각을 얘기하지도 말고,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혹 의견이나 질문사항이 있으면 회의 끝난 후에, 정리를 하여 본인한테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본인이 판단해서 질문을 할지, 의견을 낼지 결정하겠다고요. 회의 때 발언은 본인만 하겠다고요..
실장은 제게 말합니다. 팀장 이하 실무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니, 좀더 적극적으로 회의 때 의견을 내고 질문을 해주길 바란다고. 본인들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공유하자고. 거기에 자기 의견을 더해서 회장께 보고를 하겠다고 말입니다. 그것이 팀의 보고서라며..
하지만 두 분다 원하는 건 같습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노하우와 경험치를 나한테만 알려달라. 내가 상부에 직접 보고 하겠다. 그러니 너는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말라’
그렇습니다.
팀장은 부사장 라인인 일명 박힌 돌이고, 실장은 회장 라인인 일명 굴러온 돌입니다.
M&A를 했지만 모회사는 아직 저희 회사를 100% 장악하지 못한 상태고, 기존 올드 맴버들은 그들과 자리싸움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중간에 제가 끼어 있는 거고요..
그 동안 회사 다니면서 이 꼴 저 꼴 보면서 나름 독해지고 무뎌졌다 여겼는데, 이 상황을 어찌 해야 할지 참 난감하고 신경이 무척 쓰이네요.
저는 그냥 가늘고 길게 존재감 없이 정년퇴임 하는 게 목표인데 요즘 너무 여기저기 불려가느라 온갖 주목을 다 받고 있습니다.
제일 난감한 건 다들 “너 가 제일 그 부서에서 오래 있었잖아, 그러니 너 가 알고 있는 경험치 다 알려줘”라는 주문입니다.
글쎄요.. 제가 뭘 알고 있는 걸까요? 뭘 알아야 하는 걸까요? 무엇보다 저렇게 명확한 명제 없이 두리뭉실하게만 물어보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대답을 잘 못하는 제게, 왜 숨기냐고 또 몰아붙이는 팀장과 실장입니다.
저도 제가 뭘 숨기고 있는 건지 참 궁금하네요..
한 직장, 한 부서에서 10년 넘게 다녔다는 게 오늘날 화살이 되어 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오늘도 저 둘은 굉장히 사이가 좋습니다. 호형호제 하고요, 서로 존경하고 룰모델이라고 합니다. 그들을 보면서 제 20년 후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저것이야 말로 내 롤모델로 삼아야 하는 건지.. 훗~
출구 없는 긴 수렁에 빠진 기분입니다. 한동안 퍽 답답한 회사생활이 될듯싶네요
2017년 새해부터 말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