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애 후

ㅇㅅㅇ2017.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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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하고 그 애와 연락을 하면서 난 금방 마음이 풀어졌던 것 같다. 사실 이젠 워낙 오래된 이야기라 늘 그렇듯 싸우고 화해하고 나면 왜 싸웠는지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금방 나는 다시 너를 좋아하고 있었고 그 애와의 통화에 행복해하며 부대 밖을 나가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러기전에 나는 내 고민을 종종 털어놓을 수 있으며, 그 만큼 타인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믿을만한 형에게 당시 너에 대한 분노를 털어 놓았었다. 시간이 흘러 우리의 사이가 다시 행복해졌을 즈음에 나는 그 형을 굉장히 좋게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짝을 찾아주고 싶었고, 마침 네 주변에도 적당한 사람이 있었다. 우리는 신이나서 그 둘을 이어주었고 금방 연인으로 발전하더라. 우리의 사이는 그때도 풋풋한 상태였으나 새로운 커플을 옆에서 지켜보며 연애버라이어티를 보듯 즐거워했었다.

 

하지만 인간 관계는 정말 어려운 일이란걸 이 때 느꼈다. 상황은 이랬다. 우선 그 둘의 사이는 금새 끝나버렸는데, 나에게 격한 감사를 표하던 형은 여자에게 나름대로 잘할거라 생각했으나 그 여자애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동을 했었고, 그 여자는 금방 질려버려서 헤어지기 위해 노력했었다. 뭐 그 둘의 관계야 우리사이와는 상관없고 남들이 뭐라건 둘만의 얘기니까 그렇다 치자. 문제는 그 여자애는 나름대로 아끼는 동생을 위하는 마음에 형에게 나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완전한 진실을 들은건지는 모르겠어서 사실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형은 당연히 긍정적인 얘기를 했는데, 그 여자애가 자꾸 추궁을 하여 어쩌다 내가 제대하면 헤어질거라고 했었다는 말을 말했고 충격받은 그 여자애는 내 여자친구에게 진지하게 그것을 비롯한 남녀사이에 대한 그 여자애의 경험과 조언을 해주었다. 굉장히 충격을 받은 내 여자친구는 바로 나와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물론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는 나쁜마음이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일시적인 감정이었고 실질적으로 내가 취한 행동 중에서 배신감이 드는 행동은 일절 없었으며, 나는 여자친구에게 전념했던 것은 변함이 없었다. 단지 배신하겠다는 생각으로 그 애가 내게 사랑에 빠지도록 하게끔 더 잘해주려고 노력했던 것 뿐이었으나. 뭐가 어찌됐건 나는 그 때 이미 그 애를 많이 사랑하고 있었다.

 

내겐 적지않은 충격이었다. 아무런 설명없이 전날까지만 해도 좋았다가 그 여자애를 만나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 내게 헤어지자고 말하는 여자친구는 나를 정말 답답하게 만들었다. 특히나 나는 부대 안에 있던 터라 오로지 그 애와 통하는 길은 전화밖에 없었고, 정말 힘들었다. 그 형에게 물어보자 미안하다며 그런 얘기를 했던 기억은 있는데 자기도 뭔지 모르겠다고 할뿐. 그렇게 입이 무거울거라 믿었던 형이 얘길 했다는 것도 내겐 충격이었다. 난 모든 것에 화가 났었다. 내게 사실 파악도 하지 않은 채 우리의 사이를 타인의 몇마디 말에 의해 결정해버린 여자친구나, 우리의 사이에 대해 불필요한 관심으로 우리의 사이를 끝내게끔 만들고는 미안함조차 보이지 않는 그 여자애나, 나와 형 사이의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한 형이나, 내가 긴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었기 때문인지 내겐 인간 관계 속에서 이런 식으로 문제가 발생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생각을 해보니 각자의 입장에서는 모두가 그럴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가 그 행동의 취지가 나쁜 마음일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여자친구는 어린 마음에 얼마나 충격이었을까. 그럴 수 있었다. 그 여자애는 나름대로 좋아하는 동생이 나쁜남자를 만난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며 얘기해 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형은 좋아하는 여자가 이런 저런 얘기들로 속마음을 터놓게끔 한다면 조금은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각자의 행동 모두 완전히 잘못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완전히 잘한 것도 없다. 그러나 말이란 사람을 거칠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며, 오해란 사람을 거칠때마다 그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내게 중요한 것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놓치지 않는 것이었다. 하루종일 오해를 풀기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남녀사이가 이런식으로도 끝날 수도 있구나 생각하던즈음 여자친구의 태도가 달라졌다. 아무래도 그 애 역시 나를 이미 많이 좋아하던 터라 한순간에 그 마음이 사라질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 애는 내가 처음 사랑한 사람이라서인지 연애 스타일도 나를 많이 닮아갔다. 나는 끝까지 완전한 오해를 풀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로 나의 말이 다시 나에게 어떻게 돌아올런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 형은 그 사건 전이나 후에도 마찬가지로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기에 나는 그 형을 쉽게 용서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그 누구라도 여자를 소개해주지 않으며, 같은 행동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다 다르게 판단한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했다. 그 형은 그 사건 이후로 많이 힘들어했다. 그 형의 연애로 인한 문제였다. 덕분에 내가 그 일을 형에게 언급하는 것이 형에게 고통이었으므로 더는 언급할 수 없었다.

 

그 후로도 우리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평범한 연애처럼 정말 많이 싸우고 사랑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익숙해져갔고 환상은 깨졌으며 새로운 모습을 보기도 했다. 수차례 헤어졌다 만났다. 미운 감정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역전되었고 우리는 닿아도 떨어져있음을 느끼며 그것을 없애기 위해 하나가 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참.. 인간이란 어려운게 내가 철학을 공부해보진 않았지만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며 인간과 사랑에 대해 탐구할 때, 성욕은 떨어질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건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각자 생각하는 기준은 있다. 사랑과 섹스는 혼자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기준이 다를 때 언쟁이 생긴다. 언쟁을 하며 차이를 좁히고 서로를 알아가며 스스로의 사랑을 재정립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사랑 외의 문제들도 물론 중요했겠지만 그 중요성을 인지하기에는 어린 나이였고 (특히나 그 애는 나보다 더욱 어리기 때문에 더 그랬다) 서로 순수하게 사랑했기 때문에 둘다 연애에 열중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혼자였으면 못했을 일들을 많이 할 수 있었다.

 

특히나 제대 이후에 나의 집이 학교와 멀어 부모님이 내게 작은 경차를 중고로 사주셔서 우리는 활동범위가 넓어졌고, 만나는 시간대도 자유롭게 되었다. 사랑을 하다보니 세상을 배우고 있었다. 우리는 같이 있는 시간이 떨어져 있는 시간보다 훨씬 많았고, 그러다 보니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되었다. 섹스뿐만아니라 떨어지고 싶지 않기때문에 우리는 같이 자는 일이 많았는데, 매번 모텔에서 자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학생 신분으로 매번 숙박비를 감당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나 나는 유럽여행을 가기위해 알바를 꾸준히 했었는데, 연애를 하며 알바시간을 더욱 늘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여자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더 같이 있고 싶어서 더 떨어져있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그러다보니 원룸 월세보다 모텔비가 더 많이 나올 것 같았다. 처음엔 여자친구가 매번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같이 자자고 했지만 금전적인 압박을 느낀 나는 그런 요구가 많이 부담스러웠다. 절대 여자친구가 돈을 덜쓰기 때문은 아니었다. 난 어렸을 때부터 돈을 잘 아끼면서 살았기 때문이었지 금전적인 가치관의 차이였다. 여자친구는 젊었을 때 돈은 다 써도 나중에 버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돈을 쓰며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면 쓰는 것이 낫다고 한다. 나도 그 말에는 동의한다. 돈보다 중요한 것은 돌아오지 않는 지금의 시간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위해서는, 언제나 금전적인 여유를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재원이 한정적이라면 불필요 한 소비를 줄여야 한다. 이 불필요한 소비를 판단하는 기준이 서로 조금은 달랐던 것이다. 어찌됐건 내가 모텔비때문에 부담감을 느껴 데이트 후 귀가하려고 하는 것이 못마땅했던 여자친구는 자꾸 원룸얘기를 내게 했다. 원룸계약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나는 많이 두려웠다. 내가 고민을 하니 여자친구는 싫어하는 줄 알고 흥이 깨졌었다. 이때도 많이 싸웠다. 그래도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설레기때문에 같이 방을 찾기로 결정했고, 이때 신혼부부가 된 기분이었다.

 

결혼 준비할 때 많이들 싸우고 헤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우리도 그랬다. 집을 볼때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달랐고, 방을 구하는 생각도 달랐다. 나는 우리의 방이 신혼집같은 느낌으로 생각했지만 여자친구는 처음에는 그냥 모텔 대신 정도로 생각했었다. 생각이 다르니 싸우고 서로 이해하지 못할 수밖에. 그래도 하나 좋았던 건 6개월 계약이었기 때문에 최소한 그 때까지는 못 헤어진다고 생각했다. ㅋㅋ근데 몇달 못갔다. 방을 계약해도 보증금은 내가 냈고, 계약도 내 명의였기 때문에 헤어지면 여자친구는 그냥 가면 됐다. 나는 월세를 계속 내야 했지만 그냥 이참에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독립을 잠깐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물론 다행히도 헤어지고 거의 일주일 내로 다시 만났다. 그 전에 가장 길게 헤어졌던게 3개월 정도 떨어져 있던 때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때의 기억 때문일까. 모르겠다. 다시 만났던 건 그냥 서로 많이 사랑하기 때문인 것 같다.

 

방이 있다는 것은 양날의 검이었다. 기존엔 못했던 것들을 할 수 있었고, 신혼부부같은 기분도 들었지만, 기존에 하던 것을 못했으며, 우리는 방에 얽메이게 되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