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주 이야기...

주노702017.01.20
조회1,009

음....맨날 구경만 하다 오늘 처음 글을 올려보게 되었습니다.

다들 여러가지 사는 이야기들을 올리는데 나이를 먹고 뭐랄까 근래 예감이 안좋달까...해서

그냥 제 이야기도 어딘가 사람들이 저렇게 사는 놈도 있었구나 하고 기억해주길 바라며

그냥 신세타령 비슷하게 몇 마디 할 예정이니 잘 봐주세요.

 

저는 50줄을 바라보는 특별한 것 없는 글쟁이입니다.

제 신상은 크게 대단치는 않지만 이 바닥이 좁아서 금방 알 가능성이 있다보니

일단 오늘 하려던 얘기나 할게요.

 

저야 아직 홀몸이고 아마 엄청난 기적이라도 있지 않는 한은 여자 손 한번 못 잡아보고

그 분 곁에 갈 것 같습니다만 제 친구나 지인들은 저 빼고는 다들 왕성한 편이라

다들 정말 잘 하면서(?) 살더군요.

그런데 제 나이대거나 저보다 나이많은 남자가 그러고 살면 아무래도 힘이 딸리는게

당연한 일이겠죠.

그래서 다들 이런저런 좋은 거 있냐고 알아보기도 하고 비뇨기과 갈 일은 생전 없었던

저보고 가라로 약 좀 타달라는 거래처(?)의 어느 인사도 있을 정도로

그쪽에 관심이 많은 것 같더군요.

 

그 때문에 전 달에 지인과 카톡을 하면서 그 사람이 나이 먹고 자꾸 힘이 부대낀다길래

저는 누에주를 추천해줬습니다.
사실 비아그라니 뭐니 하는걸 먹어 본적도 없고 실물도 본적이 없어

그게 무슨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고 살 일도 없지만

누에주의 경우는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잘 아는 편이고 그 때문에 절대 어린 친구들한테는

먹지 말라고 말하는 약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로서는 슬픈 추억도 있는 술입니다.

 

이상하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전 벌레는 그리 안 좋아하지만 누에는 무척 좋아합니다.

그게 우리 시골은 외가쪽으로 시골에서 누에를 쳐서 어릴때 익숙했던 탓이겠죠.
아니 오해하실까 말씀드립니다만 그걸 진짜로 먹는걸 좋아한다는게 아니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누에를 치는 방이 따뜻해서 잠자기 좋았고

뽕잎 따러 갈때 먹던 오듸(군대서도 산악 행군중에 무던히 먹었습니다)가 좋았고

누에를 손에 올리고 쓰다듬어 주는걸 좋아했습니다.
경험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누에같이 깨끗하고 부드러운 벌레도

아마 세상에 없다 생각할 정도로 어릴때 그 감촉이 정말 좋았습니다.

만져본 적은 없지만 피부 고운 여자 맨 피부가 그렇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던 제가 처음 누에주를 먹어본 게 군대 있을때였습니다.

그게 상병 휴가중인 22살때 잠깐 후임중 하나를 만났는데

제가 상주라고 잘 보이렸는지 집에서 담군거라며 밥먹고 헤어지려는데

물통에 담아온 누에주를 제게 주더군요.

전 어릴때 좋아했던 누에를 먹는다는 것에 좀 꺼려지긴 했습니다만

성의로 가져다 준 것이고 호기심도 들어 집에 가서 부모님 드릴까 하다가

뱀술도 질색을 하시며 안 드시는 아버지 드리기 그래서

맥주컵으로 하나 분량 정도였던 그 누에주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저 그날 정말 죽는줄 알았습니다.
지금도 술을 안 좋아하는 편이라 한잔 먹고 좀 자면 되겠지 하고

잠깐 자다가 한밤중에 열이 올라서 잠이 깨버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힘이 뻗치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뒤척이다 부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보통 그럴때는 기도를 드리던가 하며 진정을 하기도 하는데 그럴 생각도 못할 정도로

밤새 잠을 잘수가 없어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아니 솔직히 이런 얘기하면 그렇지만 당장이라도 집밖으로 나가 사고를 치고 싶어질

정도로 아래는 아래대로 머리는 머리대로 열이 뻗쳐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그 때문에 찬물에 샤워도 하고 냉장고에서 얼음도 꺼내서 대보고도 했었는데

별 소용 없더라구요. 

그래서 전 참다참다 결국...

 

밤새 컴을 켜고 Mad-80이라는 어셈블러를 실행해서 군대 가기전 풀어봤던

기계어로 된 게임 소스를 풀어서 펼쳐보면서 별 의미도 없는 역산에 데이터 변환을 하기도 하다

다시 찬물로 샤워하다 하면서 생 쇼를 펼친 끝에 아침이 되어서야 지쳐서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엄마는 자다 말고 무슨 게임을 그리 하냐고 하셨지만...아 당시 부모님은 제가 컴을 켜고

뭔가 하면 뭘 하든 게임인줄 아셨어요...전 마이크로 컴퓨터 시절부터의 프로그래머 출신이고

군대 가기전에만 해도 그쪽에 제법 경력이 있었습니다만 군대 제대하니 IBM컴패티블의 시대가

되면서 다시 재기를 못했죠...어쨌든 부모님의 한 소리에도 전 자고 나서도 자괴감이 들 정도로

몸과 머리가 뜨거워서 그날은 낮부터 밤까지 그냥 방안에 이불 뒤집어 쓰고 누워있었죠.

 

차라리 그럴거면 몸을 풀지 그랬냐고 하시겠지만 전 업소는 그때나 지금이나 가본적도 없고

나이트도 지금까지 취재로 일본 시부야의 클럽에서 인터뷰 한번 다녀온 것을 빼고는

나이트도 딱 두번 끌려가 본터라 노는 법도 몰랐고 여자를 사귀고 한다는 것은

차라리 어디가서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어 오라는 소리만큼이나 먼 얘기여서 엄두도 못냈습니다.

하여튼 그 때문에 그리 고생한 덕에 전 다시는 누에주 같은 위험한 거 안 먹겠다고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전 기껏 몸으로 얻었던 그 교훈을 2년만에 망각하는 뻘짓을 하게 됩니다.

군대 제대하고 경력 단절의 상실감에 군대 가기전부터 꿈꿨던 일본 유학도 좌절되고 나서

다른 쪽으로 일본에 가려고 호프집 바텐을 하면서 비용을 벌어 조주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24살 끝 무렵에 바텐더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당시의 학원 원장님이 술자리에서 직접 담구셨다면서 누에주를 들고 오셨더군요.

뭔 술항아리안에 가득한 누에를 보고는 기겁을 했습니다만 한번 먹고 다시 한 재탕이니

부담갖지 말라며 나눠주시는데 거부할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조금 겁이 나긴 했습니다만 이제 나도 50이 반 꺾이는 나이니

 뭐 괜찮겠지 하며 감사히 받아 마셨다.  그것도 두 잔이나...

 

그리고 그 결과 정말 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젠장...또 밤새 뒤척이면서 나중에는 벽에다 머리를 박았는데 그 소리에

엄마가 놀라 나오시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그냥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하고 주무시라 했지만 밖에 나가 아파트 잔디밭에 앉아 있는데

그날따라 여자들은 왜 이리 많이 지나다니는지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집에 도로 들어와

얼음 주머니 만들어 넣어놓고 있다 새벽에야 겨우 잠들었습니다.

더 문제는 밤에 대학로의 바에 나가 알바일을 나가야 했는데 지나가는 여자들을

볼 수가 없어서 피크로 얼음깨고 가니쉬만 썰고 다듬으며 자꾸 한숨을 쉬고 있으니

사장님이나 같이 일하는 형이 왜 그러냐는데 뭐라 할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그냥 집에 안 좋은 일 있다하고 그 여파를 이틀간 겨우 견뎠습니다.

 

그 일 이후로 전 정말 다시는 누에주는 안 먹는다 하며 지냈고 안 먹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때 이후로 누가 권하는 사람도 없더군요.

그렇게 누에주에 대한 것을 20년 이상 잊고 있었는데

3년전에 또 누에주를 마실 기회가 생겼습니다.
뭐 선물용으로 받은걸 지인이 개봉한 것이었고 중국산 누에인데다

번데기도 섞여 있어 괜찮겠지 하며 겁이 나긴 했지만 뭐 그냥 주는대로

두잔 마셨습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냥 술은 술이었습니다.
이제 아침에 서지도 않을 나이가 되니 약발이고 뭐고 개뿔도 없더군요.

그래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는 개뿔...그냥 슬펐습니다.

 

뭐 한의사일하는 친구와 나중에 그 얘기를 하다 들은 바로는

약으로 쓰는 좋은 누에는 따로 있고 중국산은 농약쓰는 엉터리라

거기에 사용하는 술도 예전엔 좋은게 따로 있었다더군요.

그리고 그때가 한창 왕성한 나이고 넌 손장난조차 할 줄 모르던 동정이니

아마 더 약발이 쎘을거라는 얘기는 하더군요.

 

그런데 지금도 나이를 빼면 사정은 그때나 거의 비슷한데

나이라는게 정말 무섭다 싶더군요.

 

뭐 어쨌든 제가 겪어본 중에서는 뱀술이고 인삼주고 장뇌삼주고

다 소용없고 누에주가 최고이긴 했습니다.

그러니 기운 딸리시는 분들은 누에주를 드십시오.

되도록이면 국산 누에를 약재 넣어 제대로 만든 놈으로 드셔보길 바랍니다.

하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드세요.
그냥 몸에 좋은 것이니 건강을 축원하며 그냥 드시면 됩니다.
(얘기하고 보니 슬퍼지네요..)

 

어쨌든 이번 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또 쓸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위에 얘기드린 것처럼 뭔가 몸의 징조가 안 좋아

이런 저런 얘기를 써두어 볼까 하니 잘 봐주세요.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