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쌤 그립다

blush2017.01.21
조회153

안녕 수학문제 풀다가 갑자기 퍼뜩 기억난게 있어서 글을 한 번 써볼까 하고 들어왔어 시작할게! 그냥 일기쓰듯이 쓸게 이해해줘

나는 학생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이 나도 동네 수학 학원을 다녔었다.
한 동네에 있는 학원에 다녔는데, 그학원이 동네에서 좀 유명해서 애들이 되게 많이 다녔고 나도 엄마한테 이끌려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처음에 딱 갔는데 무슨 머리가 정말 여자같이 긴 선생님들이 여럿 계셨다. 여자선생님인 줄 알았는데 남자셨고 어쨌든 난 그 학원에 다니게됐다.
그렇게 나는 얼마되지않아서 학원 자습실에서 일하시는 선생님한테 반하게됐다. 자습실에서 일하시는 분은 총 2명이셨는데 그 2명이 학원 쌤들 중 유일하게 머리가 짧은 남자셨다. 제일 젊으셨고 나는 그 쌤한테 반했지만 (그땐 그런줄도 몰랐고) 졸졸 따라다니고 좋아한다고 지랄발광하고 그런게 아니라 정말 많이 관찰하고 멀리서 바라봤다. 그 쌤은 진짜 많이 귀여웠다. 내 키가 150대 후반인데 나랑 눈높이가 많이 차이나지않았으니 키가 작은편이셨고, 무엇보다 옷을 진짜 잘입으셨다. 수프림브랜드며 모자며..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게 박시한 핑크색 레이어드 반팔을 통 좀 있는 연청바지에 넣어입었을 때다. 나이는 한 20대 중반, 그냥 대학생정도로 보였다.
내가 원래 친화력이 좋아서 빨리 친해지고 그러는데 그 쌤한테는 왠지 그러지못했다. 결국엔 다른 학원쌤들하고는 다 친해지고 그랬는데 그 쌤이랑은 말도 못해본 사이가 되었다. 정작 학원은 그 쌤 보러 다니면서 난 뭘 한걸까. 나는 그저 그렇게 3개월을 유심히 보면서 흘려보냈다.
그 쌤은 항상 먹을 걸 들고다녔다. 젤리데이 복숭아맛을 가장 많이 들고왔는데 그래서 나는 그 쌤을 젤리쌤이라 부른다.
그러다가 어느 날 정말 갑자기 나는 젤리쌤하고 가까워졌다.
언제 내가 눈에 염증이생겨서 눈에 막 주사넣어서 피눈물나고 충혈돼서 붕대감고 아파했을때. 그 날도 나는 학원에 갔는데 너무 아파서 뭘 할 수가 없겠어서 벽에 가만히 기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가 어깨를 두드렸고 놀래서 봤더니 그 쌤이었다. 3개월동안 아무말도, 인사도 안했는데. 그런 쌤이 나한테 말을 걸며 다가왔다. 놀래서 봤더니 왜 그러고있냐고. 어디아프냐고. 그래서 아 눈 수술했는데 좀 아프다고 그랬더니 눈은 약도 없는데 어떡하냐면서 계속 걱정해주셨다. 이때 정말 설렘으로 가득찬 기분이었고 덕분에 그 날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그 날 이후로 그 다음 학원가는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던 중 나는 드디어 학원에 도착했고,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근데 들어가는 도중에 내 가방끈이 문고리에 걸렸다. 그걸 보고 쌤이 피식 웃으셨고, 나는 쌤 왜 웃어요ㅜㅜ 라며 쑥쓰러워했다. 쌤은 웃으시면서 눈은 좀 어때?라고 물으셨고 나는 안괜찮다고 장난쳤다. 쌤이 놀라시길래 얼른 말을 고쳐 ㅎㅎ괜찮아요 라고했다. 그리고 나서 말을 했다는 사실에 너무 설레서 친구한테 얼른 말하려고 폰을 꺼내드는데 쌤이 야 너 뭐해 이러셨다. 진짜많이 설렜다. 수많은 아이들 중에 나한테 말을 걸어준 것이, 3개월동안 존재감없이 지냈는데 이렇게 관심가져주는게 고마웠다. 그렇게 두근두근한 맘을 안고 수학 문제를풀었다. 젤리쌤은 그 날도 젤리를 가져왔다. 하나하나 어린 초등학생들 손에 놓아주었고 마침내 내 손바닥안에도 하리보가 들어와있었다. 그 후 나는 종이접기를 했는데 쌤이 완전 귀엽게 자기 볼을 두 손으로 잡으면서 뭐해? 이러고 말을 거셨다. 젤리쌤은 항상 귀엽다. 하는 몸짓이며 말투며 그낭 존재자체가 너무 귀여운 것 같다. 이게 6월초에 일어난 일이다.
학원에 다니는 동안에 이름마저 몰랐던 젤리쌤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성은 끝까지 알 수 없었기에 안타깝다.
또 한달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기말고사를 봤고, 멘붕에 빠져있었다. 그 날도 여김없이 학원에 갔다. 젤리쌤이 시험은 잘봤는지 내 안부를 물어봐주셨다. 얘기를 마치고나서 학원을 둘러보는데 아무도없어서 젤리쌤이 주로 계시는 책상 옆 바닥에 쭈그리고앉아서 핸드폰을했다. 젤리쌤은 담배를 피고온건지 계단에서 나오셔서 날 보시곤 엄청 놀래셨다. 그러고선 여기 내자리라고하시면서 내 옆에 앉으셨다. 너무 설레가주고 얼굴 빨개진거아닌가 모르겠다. 쌤은 내 학교를 물어봤고 집을 물어봤고 자신의 소소한 얘기도 함께 해 주었다. 그리고 내게 언니가 있는 줄 알았다고한다. 그 아이랑 나랑 닮았다고. 이런 오해마저 내게 관심을 가져주셨기에 하게 된 생각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 와중에 젤리쌤이 진짜 특유의 웃음 지어주셨는데 여운이 가시질않는다.. 그렇게 엄청 설레이고 나서 쌤이 자기는 이제 간다고하시면서 그 쯤에 빠이! 하고 인사해주셨다. 빠이라니..너무 귀엽잖아.. 쌤은 정말이지 너무 귀엽다.
이렇게 쌤이랑 친해졌고, 쌤이랑 얘기하는 시간은 더 길어졌고 나는 더 빠져들게 됐다. 쌤이 웃을때 나도 웃었고 한숨을 쉬면 그 날 하루가 울적했고 학원에 오기전에는 입을 옷을 정하고 이뻐보이려애썼다. 정말 쌤때문에 학원을 갔고 공부를 했고 수학을 좋아했다. 쌤에 대해선 알 수 있는게 별로 없었다. 쌤하고 얘기하는 애들은 나를 제외하고 별로없었고, 학원쌤들하고도 그다지 친해보이지 않았다. 아마 그래서 나는 다가가는 걸 좀 어려워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쌤하고 친해져있었고, 그게 항상 좋았다.
언젠가 내 친구들 모두 내가 쌤을 좋아하는 걸 알게 될 쯤이었다. 나는 인형뽑기를 좋아한다. 그 날 나는 뽑은 인형들을 품에 한가득 안고 학원에 갔다. 내가 젤리쌤을 좋아하는걸 아는 친구는 그 인형들을 젤리쌤에게 밀어드렸고, 예상치 못하게도 쌤은 인형들을 안으셨다. 그리고 하얀 인형에 턱을 괘고 있었다. 귀여웠다 어쩜 사람이 저렇게 귀여울 수 있는지 모르겠을정도로. 그리고 나는 쌤한테 인형을 꼭 뽑아주겠다고 약속했다. 쌤이랑 비슷한 귀여운 흰둥이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나서 시험이 있고 친구랑 다투면서 시간은 빨리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지친상태로 학원에 갔다. 쌤이 날 보더니 배가 고프냐고해서 그렇다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러시더니 쌤 가방을 뒤적거리시고 얼마 있지 않아 내게 봉지를 건넸다. 학원 선생님들끼리 공유하는 음식같은 걸 주실 줄 알았다. 근데 쌤은 쌤 가방에서 봉지를 꺼냈고 내게 주셨다. 엄청난 감동이었다. 쌤은 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이라고. 초코라고 하셨다. 안을 조니 초코소라빵하고 허쉬 쿠크 초코우유가 들어있었다. 나는 차마 먹을 수 없었다. 집 오는 버스 내내 봉지를 보았고, 집에 와서도 봉지를 내려놓고 쌤 생각에 흐뭇해했다.

그렇게 나는 젤리쌤하고 7개월을 함께했다 매주 12시간 매달 40시간 그러니 엄청난 시간을 함께한거다. 쌤은 내게 봉지를 건네시곤 학원을 그만두셨다. 군대에 가신다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한번도 듣지못한 말을 다른 애들이 알고있었고, 나는 인사도 못한채 쌤이랑 떨어져야했다. 쌤이 주신 빵하고 우유는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같은 거였을까? 그런거라면 싫다. 나는 떠날 줄도 모르고 그럴줄도 모르고 흰둥이를 뽑아서 다음 시간에 들고왔는데 쌤은 없었다. 쌤이 없었다 나는 지금도 쌤이 너무 보고싶다 군대라는게 거짓말이었으면 좋겠고 다시 돌아와줬으면 좋겠다. 쌤이 가신 이후 얼마있지않아 나도 학원을 끊었다. 끊기전에 원장님께 쌤 번호를 알 수 있겠냐고 정말 필요하다고 빌었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매번 거절당했고 나는 학원을 끊었다. 성을 뺀 이름 두 글자만 아는 지금, 내가 아는 건 그것뿐이다. ㅎㅈ, 초성으로

나는 쌤을 찾고싶다 쌤한테 인형도 주고싶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싶고 웃으면서 얘기도하고 싶은데


나는 쌤을 찾을 수 없다 쌤에 대해 아는게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