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오늘을 끝으로 널 놓아본다.

0416201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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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어느덧 햇수로 9년 째 서로의 실타래에 엉켜있습니다.

저는 오늘 예쁘지도 않고 귀엽지도 않은 특별히 잘난 것 하나 없는 저를 4년동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줬었던 그 사람을 놓아보려 합니다.

평소 혼자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오늘만큼은 누군가 한명이라도 보는 곳에서 하소연하고 싶어

처음으로 이런 곳에 글을 써보네요~

 

 

그시절 그때의 우리는 우리의 인생이라는 드라마에서 우리라는 주인공으로 살았었다.

나는 아직도, 술을 먹거나 아무 생각 없이 힘든 날에는
너와 했던 모든 것들을 차근차근 곱씹으며 혼자 미소를 머금어도 봤다가,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을 내뱉어보기도 하다가,
코 끝이 찡한 감정을 느끼곤 그만하자 하지만 이내 참지않고 울기도 하다 
진짜 그만. 오늘은 여기서 끝. 이라며 세수를 하곤 한다.

이제는 내 술버릇이 너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너와 했던 카카오톡 대화창을 켜놓고선 뭐하냐? 를 수천번, 수만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한치의 가망성도 없는 상상을 하다가, 나는 또 메모장을 키고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써내려간다.

그래서 어느샌가 부터 나는 자기 전에 항상 메모장을 킨다.
그리곤 , 너랑 했던 것들, 해보고 싶었던 것들, 해보지 못했던 것들,

너한테 하고 싶은 말들을 써내려가며 나를 위로하곤 했었다.

 

중학교 3학년 16살의 나는 너를 만나 너무 행복했고

8년이 지난 지금도 그시절 그때의 너가 너무 보고싶다.


2009년 7월 우린 나와 너의 영원한 교집합인 우리의 친구들을 통해 서로를 알게되었고 널 처음 본 그날 나는 속으로 '무슨 저런 남자애가 다 있지?' 라는 생각을 할만큼 넌 철이 없었고 장난끼도 많았어 너가 나의 친한친구와 풋사랑으로 연애같지도 않은 연애를 할 때, 나 역시 너의 친구와 함부로 사랑이라고 말하기도 웃긴 그런 유치한 관계에 놓여있었고, 너의 여자친구이자 나의 친한친구가 무용학원을 다니면서 너와 자주 만나지 못함과 동시에 5분거리에 살고 있던 너와 나는 친구들과 함께 한달을, 두달을 매일같이 만나오며 철없는 행동도 정도가 지나친 장난들도 치면서 갖지 말아야 하는 마음을 가졌고 2009년 7월 31일, 너와 나는 우리가 더 이상 친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그렇게 10개월을 우리는 친구들, 지인들, 모르는 사람들한테 까지도 욕을 먹으며 힘들게 지냈다. 나는 그 10개월동안 널 내치려고, 포기하려고, 그만하자고. 너는 그 10개월동안 지친 나를 안아주려고, 포기하지 않으려고, 더 사랑해주려고 노력했었지. 우리에게 그 10개월이 없었다면 지금 내가 널 이렇게 그리워했을까? 우리가 4년이라는 시간동안 서로만 바라보며 만날 수 있었을까? 아니, 그 10개월이라는 시간 속에서 너가 나를 포기했더라면, 너만 믿으라며 날 안아주지 않았더라면 너와 내가 지금 이렇게 9년째 서로의 실타래에 엉켜있었을까?

2010년 5월 10일, 17살이라는 예쁜 나이가 되었을 때 우리는 모든 친구들의 허락을 맡고, 모든이들의 축복을 받으며 누구보다 예쁘게, 어느 커플보다 뜨겁게 사랑했다. 고등학교 3년내내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모습으로 우리학교 교문을 나가는 내 앞에는 더워도 추워도 비가와도 눈이와도, 1095일 중 1000일을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너가 있었고, 좋은 일이 있건 슬픈 일이 있건, 내 이름 세글자가 들리거나 내가 관련된 일이라면 두발 벗고 나서는 너가 있었다. 3년내내 야자를 끝내고 교문을 나가는 내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미소를 머금고 이 말을 먼저할까 저 말을 먼저할까 고민하며 행복해하는 너가 담겨있었던 그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고 그립다. 우리학교 사람이라면 너를 다 알정도로 너는 나에게, 우리 학교 여학생들에게 누구보다 멋지고 좋은 남자였다.

그렇게 3년내내 지겹도록 우리학교 앞을 지키던 너를,


집을 이사가면서 아침에 등교하는 것이 힘들었던

나를 위해 아침 7시20분에는 우리 집 앞을 지키던 너를,


치과를 용산으로 다니는 나를 데리고 한번도 불평불만 없이 나와 함께 가줬던 너를,


성격이 좋지 않아 여기저기 밉보이기 선수였던 나의 뒤에서 자기가 미안하다며

나 몰래 내 인간관계까지 다 챙겨주고 있었던 너를,


싸워도 밥 먹을 시간에 맞춰 우리 집으로 치킨을 배달해주던 너를,


사람 많은 곳, 서울을 싫어하는데도 내가 가고싶다고 하면 투덜대며 언제나 같이 가줬던 너를,


차를 나보다도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서운함이 들만큼 차를 아끼는 너의 차에 술 먹고 토를해도

괜찮다며 차 시트가 아닌 내 옷, 내 머리카락들을 먼저 잡아줬던 너를,


사진 찍는 것을 심하게 좋아하는 나를 위해 항상 먼저 사진찍어야지 라며 눈치안보게 해줬던 너를,


장거리였던 우리,

내가 영화 볼 사람이 없어 너의 가장 친한친구이자 나에게도 너무 소중한 남사친인 친구와

영화를 보는 날에는 "니가 영화비랑 팝콘비 다내라 그리고 ㅇㅇ이 사이다 좋아하니까

ㅇㅇ이꺼는 사이다로 시켜" 라며 친구에게 나를 부탁하는 너를,

그런 너를 잃은건 나의 벌이다.

4년동안 나밖에 모르고, 나만 바라봤던 너를 함부로 대하고 끝까지 함부로 생각한 죄이자 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말 그래서, 정말 솔직하게 지금 내가 이렇게 힘들고 널 그리워하고 우는 것 또한 그거에 대한 내가 받아야 할, 겪어야 할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를 바라봐주지 않는 너에게 나는 아무런 원망도 하지 않고 마음 속 깊이 널 증오해본 적 조차 없다.

2013년 3월 말에 우리가 헤어지고,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고 바람을 피웠고 그렇게 우리의 4년이라는 시간이 끝났다. 그 뒤로 우리는 친구들이라는 변명거리를 통해 서로의 얼굴을 보기 위해 다 같이 모이는 모임에 서로의 눈치를 보며 참석했었고, 그게 다였다. 너는 마지막까지 착했고 나를 위했다는걸 나는 누구보다 잘알고있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짝을 만나는걸 몰래 지켜보면서 3년을 지냈다.
2015년 12월에 내가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갔고,
2016년 나의 생일에 생일 축하한다는 너의 메세지로 인해
2016년 4월, 우리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서 시작하기로 해본다.
그렇게 한달 정도를 장거리로 만났고,
5월 말에 내가 한국으로 귀국하자마자 만난 우리는, 이미 많이 변해있었다.
오로지 나였던 너의 모습, 1순위가 나였던 너의 모습은 없었다.
이미 너에겐 나보다도 소중한 것들이 많았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모습들이 생겼다.
물론 너 또한 말했다. 내가 너무 많이 변했다고,
뭐가 어떻게 변한건지는 너가 말을 하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우리는 딱 10일동안만 행복했다.

그때 그 헤어짐이 왜 그렇게 힘이 들었을까, 정말 너무 힘들었던 나는 매일같이 술을 먹었고,
매일같이 술 먹고 전화하는 나를 너도 받아주기 힘들었는지 어느순간 부터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끝까지 너를 위해 캐나다로 도망갔었다.
캐나다에서 지냈던 3개월동안 나는 간간히 들려오는 너 소식에 최대한 흔들리지 않으려고,
반응하지 않으려고 내가 내 마음을 억제해가며 그렇게 지냈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엔 정말 이제는 괜찮다며 또 한번 힘든 다짐을 했었다.

어떻게 정리하고 어떻게 다짐한 너였는데, 캐나다에서 오자마자 넌 나를 또 흔들었다.
나는 누구를 만나도 너가 흔들면 흔들린다는 것을 너 역시 잘 아는지

너는 날 너무나도 적절한 타이밍에 항상 흔든다.

2016년 12월 9일.
나는 또 한번 너를 믿었다.
이번만큼은 연애 상대로 만나고 싶지 않다며 1월에 한국에 오면 만나서 얘기하자는 너.
그때로부터 너가 한국에 오는 날까지는 한달이 남았었고, 나는 한달동안 조용히 기다려보려 했다.
계속 연락을 이어가고 싶어하는 너한테 "그래서 우리 뭐야" 라며 틱틱대기도 해보고

애교 없다는 소리만 듣는 내가 너 앞에서는 누구보다 애교쟁이가 되는 걸 보면서
나도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너에게 올인해야겠다.

다 쳐내고 모든걸 다 끊고 너만 바라봐야겠다 라며 다짐하며 널 기다렸다.

그러나 이번 우리의 만남을 통해 나는 너는 나를 사랑하는게 아니라는걸 알았다.
그때의 우리가, 그때의 내가, 순수했던 우리가 그리웠던거라는걸 알았다.
너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걸 깨달았을 때,
너도 나를 아직 사랑한다며 혼자 최면을 걸어왔던 내가 보였다.

인정을 하고 나니 널 놓아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난 이제 정말 널 놓는다.


머리로는 널 다 잊었다며 괜찮다며 이제 정말 안흔들린다며 외쳤지만, 모든 것의 끝은 너였다.

그렇게 8개월동안 나는 너를 생각하며 남자소개 한번 받지 않고 살았으며,
그 어떤 남자가 다가와도 너한텐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표정과 말투로 선을 그었으며,
모르는 남자들이 있는 자리라면 피하기 급급했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친구들이 연애를 해도 나는 외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내가 혼자 그렇게 8개월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을 굳이 고르라고 한다면,
난 망설임 없이 널 위해 살았던 8개월의 시간들을 선택할 내 모습에 또 눈물이 난다.

 


햇수로 9년동안 나는 널 쥐고 있었다.
나는 이제 스물네살이 되었다.
내가 너를 갖지 못한다는 것 보다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너의 미소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더 슬프고 가슴 아프지만 오늘을 마지막으로, 정말 오늘을 마지막으로 나는 널 놓는다.

 

 

지난 수요일에 우리가 또 한번 모임이라는 핑계로 만나지 않았었더라면.
나한테서 너의 마지막 모습은 울고있는 나를 차갑게 끌어 우리 집 앞 도어락을 열며
"울지말고 빨리 들어가 갈께" 였을텐데, 평소에는 내가 들어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는 너였는데,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가는 너의 모습이였을텐데.

친구들과 장난 치며 웃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기억하게 되어서 다행이다.

8개월만에 본 너는 여전히 세상에서 제일 잘생겼고 멋졌다.

이제는 나를 한번도 쳐다보지 않는 너를 보며 혼자 화장실로 가 울기도 했고,

친구들에게 말하는 너의 목소리에, 너의 장난에 몰래 웃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그 날의 너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널 놓아본다.

 

나는 너가 정말 행복하길 바란다.

말그래도 너는 나보다도 소중한 사람이였으니까.

나에게 사랑에 대한 모든 것들을 처음 알려준 내 첫사랑.
너와 했던 모든 것들이 나에게 처음이기에 너를 전부 다 잊지는 못하겠지만,
너처럼, 좋은 남자인 너처럼, 나 역시 이제 좋은 사람을 만나

너에게 배웠던 소중한 것들을 알려줄 수 있는 좋은 여자가 되어보도록 할게. 

 

마지막으로 정말 진심으로 사랑했다. 고마워.

다음 생이 있다면 그 생에선 꼭 우주까지 갈 사이로 예쁘게 만날 수 있길. 안녕.

 

2017년 1월 22일,